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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100화 (100/166)

〈 100화 〉 회유(수정)

* * *

만찬 시간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나는 그들에게 요리가 어떤지, 요즘 생활은 어떤지를 물었고, 헬무트와 미장센은 내 눈치를 살피며 적당히 대답했다.

헬무트와 미장센.

둘 다 젊은 기사라는 점은 같다. 꽤나 잘생긴 외모에 호감 가는 성격을 가졌다는 점도.

하지만 내가 신경 쓰는 건 그런 게 아니라, 이 둘의 재능에 있다.

헬무트의 실력은 이번 전쟁에서 이미 검증됐다.

그는 구심점이 없는 연합군 기사들을 모아 지휘하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냈고, 본신의 무력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 근방에서 정의롭고 명예를 아는 기사로 명성이 자자하다는 것도 플러스 요소다.

미장센은 헬무트에 비하면 약간 모자라긴 하다.

하지만 데픈 후작과의 전투에서는 전략적으로 후퇴하면서 백여우 기사를 구해냈고, 올드완의 검은튤립 기사단과의 난투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았다.

돌이켜보면 하이브의 동굴에서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한 것도 그 나름의 능력 덕이었겠지.

애초에 그가 거대 상단주의 여동생인 오페이아와 혼약하게 된 것도 그의 능력을 방증하는 게 아닐까.

좋은 상인은 선구안이 있는 법이다.

유라지아 상단주는 미장센을 차기나 차차기 기사단장으로 예상하고 미리 점찍었던 거겠지.

둘 다 젊고, 평판도 좋으며, 능력도 있다.

그렇다면 이 둘 중 어느 하나를 오록스 단장의 후임으로 생각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셈이다.

나는 통으로 구운 토끼고기를 직접 썰어서 접시에 덜어주며 헬무트에게 말을 걸었다.

“헬무트 경.”

“예. 백작님.”

“그대의 실력와 명성이라면 얼마든지 좋은 주군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굳이 떠돌아다니면서 방랑기사를 자처하는 이유라도 있나?”

내 질문에 헬무트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대답했다.

“올바른 분을 위해 검을 휘두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올바른 분?”

“타고난 혈통이 아니라 고결함으로 주변을 감화시키는, 그런 분 말입니다.”

“헬무트 경, 무례합니다!”

미장센이 새파랗게 질려서 그의 말을 끊었다.

별 것 아니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꼬투리를 잡자면 헬무트의 말은 신분구조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헬무트는 당당하게 허리를 곧추세웠다.

“저는 제 발언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결함과 고귀함이 상충되는 것이 아닌데 어찌 제 발언이 무례하단 말입니까? 저는 단지, 고귀할 뿐 아니라 고결한 분을 모시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됐네. 미장센, 그대의 충의는 알겠지만 헬무트 경의 말도 무례하다고 할 수는 없어."

"이해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헬무트 경의 쌍검술은 누구로부터 사사받은 건가?"

"그건..."

나는 슬그머니 화제를 돌리면서 생각했다.

특이한 인간이다. 헬무트는.

그가 원하는 건 도덕적인 주군인가.

그렇다면 나는 그가 바라는 주군이 될 수는 없다.

나는 헬무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미장센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힐끔힐끔 오페이아를 쳐다보느라 내 시선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내게는 숨기려고 하지만 그 시선에 미련과 질투가 남아있는 건 너무나도 확연했다.

질투의 끝에는 연인을 빼앗은 나에 대한 분노가 있겠지.

미장센도 내가 바라는 대로 충성을 바치지는 않을 거다.

결국 나는 헬무트나 미장센이 바라는 걸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지 않는 것을 통해 그들을 강제할 수는 있겠지.

포크로 은식기를 탕탕 두들기자, 세리야가 뒤에서 다가와서는 내 허리띠를 풀어준다.

버클이 풀리는 소리에 두 기사는 움찔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지 않아도 어차피 식탁 밑에 가려져서 보이진 않을 텐데 말이야.

세리야는 시가 꼭지를 썰고는 불을 붙여 내 손에 들려주었다.

“후, 좋군.”

잿빛 연기를 폭 내쉬면서 잠시 해방감을 만끽한다.

오페이아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고, 그건 미장센이나 헬무트도 마찬가지.

지금 바로 그녀를 괴롭히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 그녀는 메인코스. 만찬의 끝에 나와야 알맞겠지.

에피타이저로 알맞은 대상이라면...

“프렌다.”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프렌다도 천천히 걸어와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 들어간다.

시가 연기를 뿜어내고서 그녀에게 명령했다.

“네가 할 일을 해라.”

프렌다는 나를 힐끗 올려다보고는 묵묵히 자지 밑뿌리를 할짝거리기 시작했다.

이전 같으면 뭐라고 말이라도 할 텐데.

토모가 멀리 떠나고 나서는 말수가 완전히 줄어들었단 말이지.

그녀의 귓바퀴를 어루만지자, 프렌다의 눈에 살짝 독기가 어렸다가 급히 사라진다.

원망하고 있나? 그것도 나름의 여흥이긴 하지.

다시 한 번 독한 시가 연기를 내뿜자, 프렌다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내 눈꼬리를 내리뜨렸다.

그리고는 더 정성스레 내 자지를 아래에서 위로 훑어나간다.

“요런 앙큼한 년.”

아래로 손을 내려 프렌다의 메이드복 안을 헤집는다.

있는 듯 없는 듯 소박한 가슴, 그리고 자그마한 유두.

그것을 꽉 눌러 앞으로 한껏 잡아당기자, 프렌다의 눈초리에 눈물이 핑 맴돌았다.

“백작님.”

헬무트가 여전히 시선을 돌린 채로 내게 말을 붙여왔다.

나는 시가 연기를 훅 뱉어내고 답했다.

“무슨 일인가?”

“과하십니다.”

“뭐가?”

“저와 미장센 경을 앞에 두고서 그런 일을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라니. 이런 일 말인가?”

나는 마침 와인을 따르던 오페이아의 허리를 끌어당겨,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약간의 분 냄새. 하지만 그걸 뒤덮는 내 여자의 향취.

이미 몇 번이고 내 정을 안에 받은 오페이아는 키스만으로도 허벅지를 꼼지락거리며 발정한 암컷의 냄새를 풀풀 풍겨댔다.

그 모습을 본 미장센의 눈에 불길이 튀었다.

“왜. 내가 증오스럽나?”

“아닙... 니다.”

“그건 또 왜지? 오페이아는 그대의 약혼녀였는데.”

“... 하이브의 동굴에서 오페이아를 구한 건, 제가 아니라 백작님이셨으니까요.”

미장센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인 탓에 안타까워하는 오페이아의 눈동자를 보지 못했다.

나는 오페이아의 엉덩이를 조몰락거리며 다시 한 번 시가 연기를 내뿜었다.

훅 뿜어진 잿빛 연기가 오페이아의 얼굴을 뒤덮었다.

“헷츄!”

빈틈없어 보이는 외모와는 너무 다른 귀여운 기침소리에, 미장센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에 담긴 건 내가 오페이아의 턱을 부여잡고 거침없이 구강을 탐하는 모습.

그는 다시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헬무트가 그 대신 나섰다.

“백작님. 사정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건 올바르지 않습니다.”

“올바르지 않다? 뭐가?”

“저 여인이 미장센 경의 약혼녀라는 게 사실입니까?”

“그렇지.”

나는 오페이아의 뺨을 쓸며 대답했다.

헬무트는 꺼림칙한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어찌 주군이 기사의 정혼자를 탐한단 말입니까. 게다가 그 아이...”

“프렌다 말인가?”

프렌다는 마침 귀두 끝을 혀로 날름날름 핥고 있는 중이었다.

“... 그 아이는 기사가 아닙니까?”

“하하하. 헬무트 경. 프렌다는 기사가 아니야. 그렇다고 메이드도 아니지. 이 애는 금화 한 푼짜리 노예였네.”

헬무트는 놀란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는, 다시 내게 말을 붙였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백작님의 밑에서 음행(?行)을 하는 것도 그 아이의 의지에 의한 게 아니겠군요.”

“그렇지. 노예니까.”

“그 또한 올바르지 않습니다. 노예제는 그 무엇보다 추악한...”

“내가 추악하다는 건가?”

“그건...”

“아니라면 닥치고 있게. 지금이 마침 좋은 때니까.”

나는 헬무트에게 일갈하고는 식탁보를 살짝 들어 아래를 살폈다.

프렌다는 불알을 일단 입에서 내뱉고는, 천천히 혀를 좌우로 오가며 안에 든 알을 자극하고 있었다.

고환은 사람마다 좌우가 미세하게 달라서 내 경우 우측이 좀 더 크고 무겁다.

더 민감한 것도 우측 불알.

프렌다는 좌측 불알을 혀 중앙 위에 올려놓은 채로 혀끝으로 우측 불알을 살살 핥아댔다.

“좋아. 아주 좋아.”

염색한 듯 선명한 분홍색 머리카락을 손에 쥐고 천천히 흐트러뜨린다.

프렌다는 미간을 미세하게 찌푸리다가 두 손으로 급히 머리를 정돈했다. 그 사이에도 조그마한 입술은 불알에 키스자국을 찍어대고 있다.

나는 다시 한 번 시가를 빨아들여, 그 연기를 아래로 내뿜었다.

프렌다는 속으로 기침을 하면서도 불알을 입에서 놓지는 않았다.

“쭙... 쭈붑... 츠부붑...”

프렌다는 불알을 다 머금고 아래로 쭉 잡아당기다가, 기둥뿌리에 코를 묻고 깊숙이 숨을 들이켠다.

“우우부부부...”

땀이 들어차 가장 냄새가 심할 곳에 뜨거운 콧김이 와 닿는다.

보드라운 혀가 간지럽게 돌아다니며 땀과 타액과 분비액을 깔끔하게 닦아냈다.

프렌다는 그 상태에서 잠시 쉬다가 불알을 입에서 내뱉었다.

그리고는 턱을 살짝 비튼 상태에서 자지 끝을 입에 물고, 서서히 자지를 입 안으로 깊숙이 삼켜낸다.

얼굴도 입도 작은 프렌다로서는 자지를 반의 반도 다 삼키지 못하지만, 그녀는 컥컥거리면서도 목구멍까지 자지를 밀어 넣었다.

“크…….”

한껏 고조된 성감.

따뜻한 입이 자지를 포옹하듯 끌어안은 느낌에 아랫배가 부르르 떨린다.

나는 오페이아를 허벅지 바깥쪽에 앉히고 그녀의 가슴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혀로는 그녀의 달콤한 구내를 탐하면서 손으로 사정없이 그녀의 가슴을 더듬는다.

가랑이 사이에서는 프렌다의 라치오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프렌다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자지를 목 끝까지 욱여넣었다.

자지가 살짝 휜다.

후두 연골을 건드린 것 같기도 하고.

“우우욱...!”

프렌다는 맑은 눈물을 한없이 흘려내며 간신히 구역질을 참아 넘기고 있다.

나는 칫솔로 혀 뒤만 건드려도 못 참겠던데 말이야. 가상하기도 하지.

나는 시가를 접시에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프렌다의 머리에 손을 얹고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부여잡았다.

간이로 만든 트윈테일이 두 손에 넉넉히 잡힌다.

주저 없이 양 갈래를 휘어잡고 흔들어 프렌다의 목구멍으로 자지를 쑤셔박는다.

“우욱... 우구... 우우욱...”

프렌다는 이제 눈뿐만 아니라 코와 입에서도 물을 줄줄 흘린다.

깜찍한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지만 오나홀로서는 제격이다.

따끈따끈한 입 안과 혓바닥, 목구멍의 감촉을 즐기며 트윈테일을 이리저리 흔들다가 울컥 치솟는 사정감에, 나는 프렌다의 머리를 꽉 잡아당겼다.

“우붑...”

프렌다의 코끝이 내 아랫배에 닿아 뭉개진다.

자지는 확실히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까지 들어갔다.

이대로 사정한다면 직접 위로 정액을 내뿜어내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깊이.

그제서야 나는 한참 참았던 오줌을 누듯 세찬 기세로, 프렌다의 위장에 직접 정자를 털어 넣었다.

뷰루루룩!

뷰루룩! 뷰룩! 뷰룩!

뷱!

자지가 박동하며 정액을 분출할 때마다 프렌다의 목이 움찔움찔 떨린다.

읍, 읍, 끕. 읍.

사정에 맞추어 목 넘기는 소리가 울린다.

븃­ 븃­ 뷰웃­

하지만 사정이 길어짐에 따라 프렌다는 정액을 다 삼키지 못하고 입술 바깥으로 줄줄이 흘려낸다.

누르스름한 정액이 그녀의 턱선의 따라 흐르다가 뚝뚝 떨어져 메이드복을 더럽힌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자지를 빼냈다.

자지는 프렌다의 목 구조에 맞추어 이리저리 굽혀지고 이곳저곳을 건드리다가 입천장을 톡 치고 혓바닥에 남은 정액을 울컥 뱉고서야 입술 밖으로 빠져나왔다.

“후웃... 끅...! 후우... 후우... 우우욱! 우... 후우... 후...”

프렌다는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은 얼굴로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내 자지를 다시 물었다.

자신의 몸보다 주인의 쾌락을 중시하게 하는 교육의 성과였다.

그녀는 정액과 타액을 섞어 쿠츄쿠츄 가글링을 하면서 혓바닥으로 자지를 덮어 깨끗하게 했다.

조교된 대로, 프렌다는 정액을 삼키지 않고 그대로 내보였다.

“베에에...”

작은 혀 위에 정액이 큰 덩어리로 뭉쳐져 있다.

그것만으로도 욕정이 동하는 장면이었지만, 나는 프렌다에게 그대로 기다리라고 전하고는 오페이아를 테이블 바깥쪽으로 내보냈다.

이제 메인코스의 시간이다.

미장센과 그녀의 시선이 서로 부딪히다가 내 쪽을 향해 튀었다.

둘 다 내가 뭘 할지 상상도 안 간다는 표정이다.

“오페이아. 다리 벌리고 팬티 내려.”

“... 백작님... 침소에서라면 얼마든지 봉사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백작님, 부디 자비를...”

“이게 내가 주는 자비야.”

미장센은 간절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내 명령을 거부할 권한은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없다.

오페이아는 주먹을 꽉 쥐고 울 것처럼 서 있다가 질끈 눈을 감았다.

그녀는 무릎을 바깥쪽으로 벌려 게다리로 서고는 치맛자락을 입에 물고, 팬티를 내렸다.

단정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곱슬곱슬한 음모가 드러난다.

그 사이에 슬쩍 비치는 살색.

미장센의 눈이 빠질 것처럼 충혈된다.

“보지 말아주세요…….”

헬무트는 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오페이아가 말을 전하려던 대상은 미장센이었다.

하지만 그는 돌이 되어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오페이아의 보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사정 후의 여운을 즐기다가 프렌다에게 오페이아를 가리키며 턱짓을 했다.

“아랫입으로 먹여줘라.”

프렌다는 정액을 잔뜩 머금어 뺨이 볼록 튀어나온 채로, 천천히 기어갔다.

오페이아는 여전히 게다리로 보지를 노출한 채.

프렌다는 그녀의 허벅지로 기어 올라가 오페이아의 보지를 벌리고, 거기에 입을 맞춘다.

그 다음 모습은 프렌다의 뒷통수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츄즈즙츄즙 하는 끈적끈적한 소리는 시각보다도 선명한 장면을 뇌리 속에 그려 넣어주었다.

프렌다는 페이아의 질내에 내가 싼 정액을 밀어 넣고 있었다.

성욕을 채우기 위한 성노예보다 심한 취급이다.

오로지 성적인 가학심을 충족하기 위한 대상물.

지금의 오페이아는 찰나의 여흥을 위해 장식된 성노리개였다.

“으흑... 으흐흐흑...”

오페이아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라아아아아!!!"

그 모습을 본 미장센은 처절한 사자후를 내질렀다.

곱상한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친 외침소리였다.

그는 나이프를 쥔 채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체닐린이 내 앞을 막아서고, 파샨이 뛰쳐나갈 준비를 마치고, 세리야가 메이드들과 함께 내 옆으로 모여들고, 베티아가 그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미장센은 그의 등에 들이댄 섬뜩한 칼날에 그대로 멈추어 섰다.

뒤늦게 헬무트도 어정쩡하게 일어섰지만,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으니.

나는 헬무트에게는 관심을 거두고 미장센에게 시선을 향했다.

“뭐하자는 건가, 기사 미장센?”

내 물음에, 미장센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백작님! 백작님께서는 악마보다 지독하십니다!”

“그리 성낼 이유가 있는가? 오페이아는 이제 내 여자야. 그대도 그걸 인정하지 않았나.”

“내가 오페이아를 포기하기로 한 건 백작님께서 그녀를 구했기 때문이고, 백작님이 저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백작님이 저보다 그녀를 더 잘 돌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녀는 백작님 곁에서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백작님은 그녀를 이따위로 다루고 있었습니까?”

미장센은 분노와 질투에 몸을 떨며 나이프를 다른 손으로 바꿔 쥐었다.

여기서 죽더라도 내게 칼 한 방은 박아 넣겠다는 기세였다.

물론 그 전에 베티아와 체닐린, 파샨, 세리야의 검이 그를 찢어발기겠지만, 나는 미장센을 죽일 생각이 없다.

“그렇군. 그렇단 말이지.”

나는 접시에 내려두었던 시가를 다시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었다.

“미장센. 내가 사과할 테니 잠시 화 좀 죽이게.”

“... 백작님...!”

“그대가 이렇게 오페이아를 아끼는 줄은 몰랐군. 마음 같아서는 그녀를 돌려주고 싶지만, 나는 한 번 안은 여자를 방생하는 취미 따윈 없어서 말이지. 그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오페이아를 돌려받을 순 없을 거야.”

미장센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나는 그에게 설득하듯 말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그대가 정말로 바라는 게 오페이아의 행복이라면...”

“제가 바라는 건 그것 뿐입니다!”

“끝까지 듣게. 정말로 그대가 오페이아의 행복만을 바라는 거라면, 그걸 이뤄줄 수는 있지.”

“그게 무슨...”

“공을 세우게. 뭐든 좋아. 중앙의 간자를 잡아도 좋고, 마수를 사냥해 와도 좋고, 방법이야 알아서 생각하게. 여하튼 공을 세워서 그대가 백여우 기사단장이 된다면.”

잠시 말을 끊고 오페이아를 끌어당겨 그녀의 눈물을 검지로 훑어주었다.

“여기 이 사랑스러운 오페이아를 첩실로 올려주지. 카산드라 공주를 제외하면 이 저택의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거네.”

“제가 백작님께 충성하는 만큼, 백작님께서는 오페이아를 편하게 해주겠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바로 그거야.”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자네는 그리할 수 있겠나? 그대가 공을 세우는 만큼 오페이아는 내게 더 많이 안기게 될 텐데. 그걸 버틸 수 있겠냐는 말이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하겠습니다.”

미장센은 결연하게 선언했다.

“그녀가 한낱 노리개로 살다가 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녀가 백작님의 노리개가 아니라 부인으로 대우받기를 원합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중앙의 기사건 변방의 마수건 얼마든지 베어 보이겠습니다.”

나는 아낌없이 손뼉을 쳐주었다.

“그대의 순애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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