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덕영주의 귀축성행기-108화 (108/166)

〈 108화 〉 마법사 게임

* * *

파타하를 데리고 응접실에 들어가자, 안에 있던 세 남자의 시선이 한 번에 쏠렸다.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파티스트롬 공작, 뻐드렁니가 툭 튀어나온 오스트 공작, 턱이 몇 겹으로 접힌 수드베리히 후작까지.

그들은 모두 테이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제야 오셨군.”

오스트 공작이 한 마디 하자, 파타하는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정이 있었겠지. 그대들도 이리 와서 끼어. 그러면 딱 다섯 명이 맞겠어.”

그는 나와 파타하를 독촉해 테이블에 둘러앉게 했다.

보드와 말, 주사위가 나와 있는 걸 보니 보드 게임을 하려던 것 같다.

오대속성 중 하나의 마법사가 되어 영지를 육성하는 게임이었는데, 어렸을 적에 누이들과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저택의 주인이 레시아르 백작이니, 그대가 호스트를 할 텐가?”

“게임은 기억하는데 룰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괜찮으시다면 오스트 공작께서 호스트를 맡아주시지요.”

“그럼 그러지.”

오스트 공작은 파티스트롬 공작, 수드베리히 후작, 나, 파타하 데어뷘터에게 각각 여섯 종류의 카드를 나눠주고 나머지를 자신이 가져갔다.

첫 번째 카드는 마법사 가주, 한 장이다.

오대속성 중 랜덤으로 정해지는데, 운 좋게도 나는 내 속성에 맞는 화염 마법사였다.

마법사 가주는 게임 전체를 통틀어 딱 두 번 전투에 나설 수 있다.

그는 강력한 화력을 투사할 수 있지만, 전투에서 죽는다면 그대로 플레이어의 패배가 확정된다.

두 번째 카드는 귀족, 두 장이다.

귀족 카드는 금혈과 은혈이 반반의 비율로 섞여있다. 나는 금혈 하나, 은혈 하나였다.

귀족은 마법사 가주 다음으로 강하며, 세 턴에 한 번씩 또 다른 귀족 카드를 탄생시킨다.

단, 귀족 재탄생을 위해서는 기존 귀족 카드를 둘 이상 보유해야 한다.

세 번째 카드는 기사, 세 장이다.

기사는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에 따라 귀족과 호각으로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전투 외의 다른 행동은 하지 못한다.

네 번째 카드는 도시민, 네 장이다.

도시민 카드 한 장은 매 턴마다 금화 한 닢씩을 벌어 들인다.

다섯 번째 카드는 농노, 다섯 장이다.

농노 카드는 보드 칸을 나아간 만큼 더 받게 된다.

농노는 보병으로 징집할 수 있지만 효율이 좋지는 않다.

세력 카드와는 별도로 금화 카드도 있다.

초반 자금은 금화 카드 다섯 장.

“카드 설명은 이만하면 됐겠지?”

“어렴풋이 기억나는군요.”

“그럼 됐어. 나머지는 하면서 차차 떠올리면 돼.”

오스트 공작은 보드 위에 화, 수, 목, 금, 토의 글자가 적힌 말을 늘어놓았다.

차례대로 나, 오스트 공작, 수드베리히 후작, 파티스트롬 공작, 그리고 파타하였다.

“백작부터 던져.”

나는 오스트 공작으로부터 주사위를 받았다.

보드를 세 바퀴 먼저 일주하면 그 순간 게임이 끝나고, 세력과 금화의 종합 점수로 순위를 매기게 된다.

그러니 일찍 앞서 나가는 게 유리한 편이지만, 함정 칸도 많은 탓에 무조건 빨리 가는 게 좋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가볍게 주사위를 던졌다.

나온 값은 4.

“어디 보자, 네 번째 칸……. 운이 좋군, 백작. 유적을 발견하여 금화 5 닢을 벌었어.”

오스트 공작은 카드를 모아둔 서랍장에서 농노 카드 네 장과 금화 카드 다섯 장을 꺼내 내게 넘겨주었다.

“그럼 다음은 나지.”

그는 휙 주사위를 굴렸다.

나온 값은 1.

“에잇, 재수도 없지.”

보드 칸에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기에 오스트 공작은 농노 카드 한 장만 가져갔다.

수드베리히 후작이 곧바로 그에게서 주사위를 넘겨 받아 던졌다.

나온 값은 똑같이 1.

오스트 공작이 한숨을 쉬었다.

“나나 그대나 오늘 운이 텄군.”

“누가 아니랍니까.”

“영지전은? 해야겠지?”

“해야 하는 게 룰 아닙니까.”

말이 같은 칸에 위치하게 되면 무조건 영지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카드를 얼마나 낼지는 플레이어의 마음에 달렸다.

“후작. 처음이니 그냥 구색만 맞추자고.”

“그러지요.”

“동시에 내지. 하나, 둘, 셋.”

오스트 공작과 수드베리히 후작은 동시에 카드를 내밀었다.

오스트 공작은 농노 카드 한 장, 수드베리히 후작은 농노 카드 두 장.

각자 농노 카드 한 장씩을 잃었지만, 영지전에서 승리한 건 수드베리히 후작이었다.

“제기랄. 그대를 믿었건만.”

“두 장은 내셨어야지요.”

수드베리히 후작은 능글맞게 웃고는 협정안을 제시했다.

“초반이니 금화 한 닢만 넘겨주시지요.”

“농노 한 장으로 하지.”

“초반에 서로 묶이면 손해 아닙니까. 금화로 주시지요.”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야. 농노로 하지.”

오스트 공작과 수드베리히 후작은 서로 신경전을 펼쳤다.

영지전에서 승리한 쪽은 협정안을 내밀 수 있다.

패배한 쪽은 협정안을 받아들이고 다음 턴에 탈출할 수도 있고, 협정안을 거부하여 다음 턴에 다시 영지전을 벌일 수도 있다.

만약 다시 영지전을 벌인다면 승자와 패자 모두 한 턴을 또 그냥 넘기게 되는데, 그 사이 다른 경쟁자들이 치고나갈 걸 생각한다면 둘 다에게 손해가 되는 것이다.

“두고 봐. 자네.”

“다음번에는 좀 먼저 나가십시오.”

오스트 공작의 겁박을 수드베리히 후작이 가볍게 받아 넘겼다.

그는 금화 카드 한 장을 받고서, 파티스트롬 공작에게 주사위를 주었다.

파티스트롬 공작은 자기가 왜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주사위를 놀렸다.

“6.”

“영지에 전염병이 돌아 농노 둘이 사망. 하지만 여섯 칸을 나아갔으니 농노 카드 네 장을 받으면 되겠군.”

다음으로 파타하가 주사위를 받아 던졌다.

“5군요. 마수 사냥에 기사를 내보낼 거냐고 묻는데...”

“내보내지 않는다면 그냥 농노 카드 다섯 장을 받으면 돼. 내보낸다면 주사위를 다시 굴리게. 짝수라면 성공, 홀수라면 실패야. 참고로 수가 클수록 리스크도 커지고 리턴도 커지지.”

파타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주사위를 다시 굴렸다.

이번에 나온 수는 5였다.

오스트 공작이 튀어나온 이빨을 가리며 킬킬 웃었다.

“기사 카드 한 장을 내놔. 자네 기사가 마수 사냥을 하다가 죽었다니까.”

“으으…….”

파타하는 여전사 같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울상을 지으며 카드를 내놓았다.

한 바퀴 턴이 다 돌아, 다시 내 차례.

나는 3이나 4를 노리고 던졌다.

나온 값은 4.

“백작의 저택이라 백작의 운이 트이나 보군. 제기랄.”

“하하, 감사합니다. 제 생일이라니 죄송하지만 축의금을 좀 받아가겠습니다.”

나는 모두에게서 금화 한 장씩을 받았다.

물론 농노 카드도 따로 받았고.

다음으로 오스트 공작은 내가 있는 칸을 노리고 주사위를 던졌지만, 나온 값은 4.

파타하가 있는 곳이었다.

“또 영지전인가. 에잇, 자네는 후작처럼 그러지 말고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내자고.”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카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오스트 공작이 농노 카드 둘, 파타하가 농노 카드 하나였다.

배신 당한 파타하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공작님...!”

“허허허. 이 사람아, 사람 너무 믿지 말어. 내가 교훈 하나 내려준 값으로 금화 한 장만 받겠네.”

파타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도 금화 카드를 내밀었다.

오스트 공작은 싱글벙글 웃으며 기세를 이어 마수 사냥에도 도전했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값은 6. 대성공이었다.

“사냥감에서 나온 마석을 대량으로 팔았다. 금화 카드 세 장을 받는다. 흐흐흐흐.”

오스트 공작은 금화 카드에 농노 카드까지 살뜰하게 챙겨가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 다음 순번으로 넘어가 주사위가 굴러가며 게임은 계속 이어졌다.

플레이 스타일은 다들 제각기 달라서 꽤 흥미로웠다.

나는 운이 좋은 스타일이라 뭘 해도 이득을 봤다.

오스트 공작은 수드베리히 후작에게 번번이 털리면서도 그 손해를 파타하를 털어 메웠다.

파티스트롬 공작은 단 한 번도 영지전을 치르지 않고 피해가면서 착실하게 농노 카드를 늘려나갔다.

파타하는 최약체였다. 그녀는 운도 없는데다가 영지전만 하면 털려서 보드를 한 바퀴 돌기도 전에 귀족과 기사 카드를 모두 잃어버렸다.

“2... 2군요...”

영혼 없는 목소리로 파타하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은 내 말이 서 있는 ‘황무지 개간’ 칸을 넘어서 ‘폭우 전선’ 칸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음 한 턴을 그대로 쉬어야 하는 것이다.

벌금으로 낼 금화도 없고, 영지전에 내보낼 귀족과 기사도 없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저게 나을 지도 모르지.

그렇게 한 턴 쉰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겠지만.

“이제 푹 쉬겠군.”

오스트 공작이 한 마디 하자, 파타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좀 말해주겠나? 뭘 하다 이리 늦었는지?”

나는 주사위를 굴리려다가 멈추었다.

다들 보드게임에 언제 열중했냐는 듯이 오스트 공작과 파타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파타하는 오스트 공작의 날선 시선을 받으면서도 의연히 허리를 세웠다.

보드게임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공작님께서 무얼 걱정하시는지 압니다.”

“그런가? 아, 백작은 주사위 굴려. 게임은 계속해야지.”

엉겁결에 굴린 주사위, 나온 값은 6.

내 말이 향하는 곳은 ‘간첩 발견’ 칸이다.

“배신자를 찾아내는 건 늘 불쾌한 일이지. 하지만 아예 찾지 않는 것보다는 덜 불쾌하단 말이야. 바퀴벌레와 같은 게 아니겠나. 백작, 간첩이 색출 됐으니 기사 카드 한 장을 넘겨.”

나는 오스트 공작에게 카드를 넘겨주었다.

공작은 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파타하에게 말했다.

“변경백 데어뷘터 가문은 언제나 왕가의 충실한 검이었지.”

“물론입니다.”

“그대의 오라비는 유페리아 공주와 혼약을 맺었었고.”

“그 또한 사실입니다.”

오스트 공작은 만지작거리던 기사 카드를 반으로 찢어버렸다.

“사방의 대귀족 중에서 가장 중앙과 연이 깊은 가문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누구나 데어뷘터 가를 들 테고. 이제 말해봐. 데어뷘터는 이제껏 뭘 하다가 늦은 건가? 아니, 변경백은 왜 직접 오지 않고 그대를 보낸 거지?”

오스트 공작은 숨도 쉬지 않고 파타하를 몰아붙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을 하던 모습이 다 파타하를 방심시키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의 분노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중앙의 협잡이 몰아치는 와중에 영지를 비우고 여기 레시아르령까지 찾아온 오스트 공작과 수드베리히 후작은 엄청난 리스크를 짊어져야 했던 것이니까.

시간은 흘러가는데 기약 없이 변경백을 기다려야 했던 분노가 쌓이고 쌓였던 거겠지.

게다가 변경백의 변절에 대한 의심도 있었을 거고.

다시 무어라 말하며 몰아붙이려는 오스트 공작에 앞서, 파타하가 간신히 한 마디를 던졌다.

“집사장이, 독살 당했습니다.”

그 말에 오스트 공작은 물론이고 이 자리에 모인 이들 모두가 숨을 죽였다.

파타하는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말을 이었다.

“레시아르 백작님으로부터 강독에 관해 언질을 받은 뒤였으니, 가문에서도 한껏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집사장은 아버지와 술상을 맞대고 대작(??)하던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 변경백은?”

“다행히 별 이상은 없으십니다. 하지만 중앙은 시종장의 죽음으로써 아버지에게 경고한 겁니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오스트 공작은 턱을 괴고 파타하를 노려보았다.

“나나 수드베리히 후작이라고 중앙의 경고를 받지 않았을 것 같아? 여기 레시아르 백작과 파티스트롬 공작은 병무대신과 직접 전투까지 벌였어. 우리는 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란 말이야.”

“아니요, 그런 수준의 경고가 아니었습니다. 시종장이 죽은 날, 저택을나가려던 사용인이 모두 죽었으니까요.”

“모두라고 하면?”

“말 그대로, 모두입니다. 애인을 만나려고 하던 시녀, 시장에 가려던 하인,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명사, 귀한 자와 천한 자를 불문하고 저택을 나가려던 자 모두가 평등하게 죽었습니다. 제 이복동생도 그 날... 예, 모두라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파타하는 토해내듯 그렇게 말했다.

수드베리히 후작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게... 가능한 건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니까 일어난 일이겠지요.”

“시약으로 미리 검출한다건가 하는 건?”

“당연히 해봤습니다. 하지만 은수저, 빨간괭이풀, 검출 마도구, 그 무엇으로도 검출할 수 없었습니다. 전부 소용이 없었단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건...”

“강독을 넣은 수단이 뭔지 모른다는 거겠군.”

내 말에 파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나는 그 답을 안다.

아마도 정오의 그림자겠지.

정오의 그림자와 강독은 상성이 너무 좋다.

그림자가 있는 곳이라면 놈들은 어디든지 숨어들어가 무색무미무취의 독을 풀어놓을 수 있을 테니.

그것도 마땅치 않다면 그냥 강독을 바른 칼을 등 뒤에서 푹 찌르기만 하면 된다.

파타하의 말에 오스트 공작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대를 윽박지른 건 미안하게 됐어. 중앙이 그렇게까지 난잡하게 나올 줄은 몰랐군.”

“제 말은 한 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파타하가 세게 받자, 오스트 공작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다시 분란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 결국 내가 일어섰다.

“파타하 경의 말이 사실일 겁니다. 각지의 귀족들에게 각기 다른 정도로 위협을 조절한 것, 그것조차도 영주들의 단결을 막기 위한 중앙의 술책일 수 있지요.”

“그건 그럴 수도 있겠어.”

오스트 공작, 그부터가 이미 파타하와 데어뷘터 가문을 의심하고 있었으니.

그는 민망한지 입을 꾹 다물고 주사위를 굴렸다.

나온 값은 1.

방랑 기사 하나를 채용하여 기사 카드를 받았다.

잠시 대화가 끊기자, 수드베리히 후작도 주사위를 던져 게임을 이어나갔다.

나온 값은 3.

오스트 공작과 같은 칸이었다.

“또 왔나?”

“저도 지긋지긋합니다. 공작님.”

다시 벌어진 영지전.

오스트 공작은 농노 카드 세 장을 내밀었지만, 수드베리히 후작은 기사 카드 세 장에 귀족 카드까지 꺼냈다.

아니, 자네! 갑자기 이러기야?”

“서로 신뢰하지 못하면 이렇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수드베리히 후작은 불룩 튀어 나온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다음번에 또 영지전이 펼쳐지면 그 때는 공작께서도 기사 카드를 꺼내시겠지요?”

“당연하지.”

“그렇게 대귀족끼리 불신하고 다투면 농노 카드로 끝낼 일을 기사 카드, 귀족 카드까지 꺼내게 되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그거야...”

“그렇게 되면 괜한 놈이 이득을 얻는 법입니다.”

“허.”

오스트 공작은 헛웃음을 흘리고는 농노 카드를 서랍장 안으로 버렸다.

“알았어. 내 사과하지. 파타하 데어뷘트, 그대와 그대의 가문을 의심한 걸 사과하겠네.”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작님께서 넓으신 아량으로 헤아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헌데 궁금해서 말이야.이건 따지는 건 아니지만, 그대는 어떻게 저택을 나왔나?”

“저는 그 때 저택에 없었습니다.”

파타하는 설산에 은둔하는 대장장이에게 가문의 상징인 마체테를 맡기기 위해 저택을 나왔다고 했다.

그 덕에 참상을 피했고, 그대로 변경백의 특사로 새로운 임무를 전달 받아 내 저택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그대가 여기 온 것도 곧 중앙에 알려질 텐데... 변경백도 죽음을 각오한 거군."

"오스트 공작님, 파티스트롬 공작님, 수드베리히 후작님, 그리고 레시아르 백작님께서 그렇게 하신 대로, 아버지도 똑같이 하신 것 뿐입니다."

오스트 공작은 다시 한숨을 쉬고는 주사위를 수드베리히 후작에게서 파티스트롬 공작에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수드베리히 후작은 살찐 손으로 주사위를 감싸고 주지 않았다.

"왜 그래?"

"영지전에 지셨으니 협정안부터 받으셔야지요."

"허이구..."

"교훈 하나 내려준 값으로 금화 한 닢만 받겠습니다."

오스트 공작은 욕설을 중얼거리면서 수드베리히 후작에게 금화 카드를 내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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