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 부관의 업무
* * *
“그래서, 토캄 남작부인을 취하셨다는 겁니까?”
타라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깨만 으쓱하고 두 팔을 욕조 대야에 걸쳤다.
참방하며 물방울이 튀지만, 메이드들은 신경 쓰지 않고 내 팔뚝과 손등을 닦아준다.
뜨끈한 욕조 물에 몸을 담근 것도 좋지만, 예쁜 여자들이 입은 메이드복이 젖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또 일품이라.
아침부터 욕망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어올린다.
“백작님.”
타라는 뒷짐 지고 선 채로 한숨을 쉬었다.
“아, 왜.”
그녀는 뭐라 말 하려다가 고개를 젓고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남작 부인에게는 따로 입막음을 해뒀습니다. 친위대원도 붙여두었고요.”
“잘 했어.”
“부관으로서 백작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불충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이번 일은 너무하셨다고 말입니다.”
“뭐가?”
타라는 욕조 쪽으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다른 귀족들과의 연대만이 중앙의 행패를 막을 억지력이 될 수 있는데, 귀부인을 그런 식으로...”
“토캄 남작은 어차피 살생부에 적혔다니까. 목숨을 거둘지 말지도 내 손에 달렸다고.”
“그렇다고 해도 그 목을 칠 때까지는 조심하셔야지요. 그리고, 남작 부인이 살생부에 관한 말을 퍼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아.”
타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입막음을 해두었으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마워. 역시 타라 밖에 없어.”
“그렇게 말씀하셔도 오늘 밤이면 또 다른 귀족 여식을 찾아 나가시겠죠?”
“아니, 나를 그렇게 못 믿어?”
타라는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한 걸음 더 내게 다가왔다.
그 탓에 욕조 근처에 몰려 있던 메이드들이 우르르 물러났다.
타라는 욕조 앞에 꿇어앉아 내 손을 꼭 잡았다.
“백작님.”
“왜 이래? 남사스럽게.”
“진지한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 해 봐.”
“백작님의 목표를 알고 싶습니다.”
“목표?”
“네. 그걸 알아야 제가 백작님을 제대로 보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난삼아 대충 말을 돌리기에는 타라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티 하나 없이 맑아 비스크 인형 같은 얼굴.
우리 성실한 부관이 이렇게까지 나오면 나도 조금은 고민을 해봐야지.
나는 욕조 뒤로 머리를 기댄 채 잠깐 생각해보았다.
목표. 목표라.
대륙을 통일한다느니, 왕조를 세운다느니 하는 거창한 목표를 생각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늘 생각해왔던 건 상당히 개인적인 일들이었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삶.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삶.
대충 그런 삶이 목표가 아닐까.
“너무 추상적이지 않습니까?”
“구체적인 건 살아가면서 정하는 거지.”
일단은 누이들을 해방시키고, 폰세르크 국왕과 대신들에게도 한 방은 먹여줘야겠다.
그리고는... 다 큰 아들 놈이랑 한 약속이 있으니 고대로 다시 돌아가야겠지.
그런 일들이 끝나고 나면 그냥 내 영지에서 하고픈 대로 하면서 살고 싶다.
내 말을 들은 타라는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백작님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으신 거군요.”
“가정? 내가 그런 말을 했나?”
“하신 말씀을 찬찬히 되짚어보자면, 예,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누이들이나 아바르 이야기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뭐. 좋게 봐주는 걸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나는 타라가 알아서 착각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기도 하고.
그러자 타라는 무언가를 정리하듯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내 손을 꼭 쥔 채 시선을 맞추었다.
“백작님의 목표, 불초하나마 이 부관이 온몸을 바쳐 조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어, 그래.”
“그러기 위해서는 백작님의 그 성욕부터 어떻게 해야겠습니다.”
“내 성욕? 왜?”
“관리되지 않은 성욕이 백작님의 목표를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일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부관이 내 사정관리라도 해주겠단 거야?”
“네.”
“응?”
“백작님의 사정을 관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타라는 내 뒤로 돌아가더니 욕조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 탓에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타라? 뭘...”
등 뒤에서 보드랍게 안아오는 감촉이 느껴진다.
축축하게 젖은 셔츠 너머로 짓뭉개지는 젖가슴.
타라는 뒤에서 나를 끌어안은 채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백작님.”
“왜... 앗...”
말미잘처럼 수면 아래서 일렁거리는 흰 손가락.
하물을 부드럽게 감싸는 촉감에, 상체가 구부정하게 구부려진다.
그러자 타라는 두 손으로 내 자지를 쥔 채 나를 따라 앞으로 자세를 굽혔다.
그녀는 내 어깨에 턱을 얹고 살그머니 속삭였다.
“이렇게 만져드리면 좋으십니까?”
사무적인 어조. 하지만 목소리는 달콤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물속에서 자지를 어루만지는 손동작은 음란하다 못해 상스러울 정도.
타라는 불알을 어루만지며 자지 기둥을 위로 슥슥 주물렀다.
“윽... 핫... 타라...? 하앗...”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의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 그런지, 밀려온 쾌락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나는 헉헉거리면서 욕조 끝을 겨우 잡았다.
타라는 나를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등 뒤로 찰싹 붙어 따라오면서 쉴 새 없이 자지를 애무했다.
손바닥으로 불알을 더듬으며 엄지와 검지 사이의 고리로 귀두를 문질러댄다.
손가락 고리로 귀두의 흠을 따라 회전시키며 마찰하는 기술은 세련되게 느껴질 정도였다.
타라가 언제 이런 기술을?
늘 단정하고 똑바른 모습만 보여주던 타라가 이런 손기술을 익혔을 리가 없는데.
배덕감과 흥분감에사정감이 울컥 치솟으며 자지에 동맥 핏줄이 선다.
그러자 여태껏 자지를 조물딱거리던 타라의 두 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휙 떨어져 나갔다.
"타라?"
"기분, 좋으십니까?"
"어... 어...! 어윽...?!"
타라는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달라붙었다.
그녀는 내 자지가 행주라도 되는 것처럼 휘감아서 비틀어 짜냈다.
두 손을 번갈아가며 아래에서부터 위로 자지를 문질러가며 대딸을 쳐준다.
찰박, 찰박, 찰박.
타라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욕조 밖으로 물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물 속에서도 타라는 매끄럽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어디서... 이런...”
“아, 손기술 말씀이십니까? 페릴이라는 여자에게서 배웠습니다. 메이드장이 배워두면 나쁠 건 없다고 했는데, 그 말이 옳았군요.”
타라는 흰 손가락으로 불알 거죽을 잡아 늘렸다.
그리고는 새끼손톱으로 고환을 톡톡 찔렀다.
희롱하는 듯한 손기술이 이어지더니, 타라는 다시 두 손바닥을 팽팽하게 펼쳐서 자지를 전부 감쌌다.
따끈한 욕조 물에서도 확실히 느껴지는 체온.
타라는 부드럽게 자지를 위아래로 문지르면서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걸 전부 뽑아내드리면, 백작님께서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해주실까요?”
“전부 빼내면 마력탈진으로 쓰러진다고...”
“평소에도 그런 고민을 해주셨으면 감사했을 텐데요.”
한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더니, 자지를 잡은 손의 악력이 문뜩 강해진다.
타라는 가슴을 바싹 붙인 채로 빠르게 자지를 흔들어주었다.
욕조 안에서의 대딸이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은 몰랐다.
뜨끈한 수온에 이미 근육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데, 거기에 타라의 섬세한 손길이 허벅지를 스칠 때마다 온 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다.
반대로 경직된 자지는 한도 끝도 없이 단단해진다.
“하... 하아... 하아...”
“재밌네요. 전장의 화신인 백작님께서 고작 은혈 기사의 손에 이렇게 헥헥거린다는 게.”
타라는 무심한 투로 말하면서도 자지를 부드럽게 애무해주었다.
불알이 이따금 울컥거리면서 사정을 예고한다.
그럴 때마다 타라는 자지에서 손을 떼고 불알만을 어루만지며 사정감을 늦추었다.
그래도 한계는 곧 찾아온다.
불알을 터치하는 것으로도 사정감을 늦출 수 없을 무렵.
아니, 불알을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폭발할 것 같아진 때.
타라는 자지에 두 손을 휘감은 채로 내 어깨에 턱을 얹었다.
자연스럽게 뺨과 뺨이 맞닿는다.
진하게 키스하면서 자지를 주물러주면 최고로 기분 좋게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타라는 내 표정을 보더니 살짝 얼굴을 붉혔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밑으로는 끝없이 자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키스는... 조금 부끄럽군요. 날이 밝으니, 아직은 이걸로 참아주세요.”
쪽.
볼에 와 닿는 보드라운 입술의 감촉에, 나도 모르게 엉덩이를 띄웠다.
그러자 타라는 두 손에 힘을 주고 기둥뿌리에서부터 귀두 아래까지를 쭈욱 밀어 짜냈다.
“아윽...”
어금니를 꽉 물고 버텨보려 하지만, 오줌구멍이 빠끔 열리는 게 느껴진다.
그 순간, 타라는 자지를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강한 악력으로 밑에서부터 턱 막아 쥐는 손길에, 자지가 몽둥이처럼 부어올랐다.
“타라... 앗...!”
바로 위까지 차오른 사정감에 허리를 뒤로 빼며 몸부림을 친다.
싸고 싶다.
바로 당장!
“안 됩니다. 백작님.”
“왜...!”
“참는 방법도 배우셔야 하니까요.”
타라는 왼 손으로 뿌리를 틀어막은 채, 오른 손으로 기둥을 살살 쓸었다.
자지에는 피가 잔뜩 몰려 붉다 못해 거뭇거뭇해졌다.
“윽... 제발...”
“참으세요.”
타라는 엄한 어조로 혼내면서도 엄지로는 귀두 끝을 동글동글하게 문지르며 성감대를 자극해댄다.
“아으윽...!”
허리가 멋대로 들뜬다.
엉덩이도 좌우로 씰룩씰룩 흔들리며 어떻게든 정액을 내뿜어내려고 발광을 해댄다.
“학... 학... 학...!”
뜨거운 숨을 한껏 들이켰다가 나누어 뱉어냈다.
눈앞이 어지럽고 머릿속에서는 벼락이 내리친다.
나는 타라의 어깨에 뒷머리를 기댄 채 참방참방 물장구를 쳤다.
“타라...! 이제...!”
“네, 백작님."
"한계라고...!"
"음... 조금만 더 참아보실까요?"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열 셀 때까지만 참아주세요. 하나... 둘... 셋..."
타라는 천천히 수를 세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느긋한 어조와는 반대로 손을 움직이는 속도는 무자비할 정도로 빠르다.
팍팍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한 손놀림에, 욕조 물이 사방으로 튄다.
타라는 이제 내 자지를 쥐어 터뜨릴 기세로 쥐고 흔들어대고 있다.
"아앗... 흐악..."
"넷... 다섯... 여섯..."
철썩, 철썩, 철썩.
손바닥이 불알을 두들기고 돌아갈 때마다 물결이 몰아친다.
흩날리는 물방울에 헥헥대는 내 얼굴과 미소 지은 타라의 얼굴이 동시에 비췄다.
"일곱... 일곱... 일곱..."
"여덟! 일곱 다음 여덟!"
"여섯..."
"야!!!"
"후후후."
타라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우리 부관에게 이런 악녀 같은 모습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이제는 보드라운 손결과 탱탱한 가슴도 모두 고문으로 느껴질 정도다.
"제발... 한 번만 싸게 해줘..."
"아직 남았어요, 백작님. 그러니까... 일곱... 여덟... 아홉..."
"열! 열! 열! 열! 열이잖아!"
내가 소리쳐도 타라는 뒤에서 나를 꽉 끌어안은 채 두 손으로 자지를 꽉 움켜쥐었다.
자지를 문지르거나 어루만지는 행위는 이제 끝.
단지 폭발하기 직전의 자지를 틀어막을 뿐이다.
불알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자지는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올랐다.
"열! 열이라고!"
"네, 여얼..."
"열? 열이야?"
"네에, 이제 싸주세요.”
타라는 특별히 허락한다는 듯이 내게 속삭이며 귓불을 앙 물었다.
자지 뿌리를 틀어막던 손이 느슨하게 풀리며 불알을 꽉 누른다.
사정만을 기다리던 몸은 사정이 허락되자 오히려 그 사실을 믿지 못한다.
타라가 기둥 뿌리에서부터 귀두 끝까지 쭉 짜내주는데도, 노르스름한 정액 한 방울이 요도구 밖으로 찔끔 나왔을 뿐이다.
"싸지 않으실 건가요? 그럼 스물까지 셀까요? 하나..."
그 말에 불알이 위아래로 꿀럭거렸다.
막아둔 댐을 무너뜨리듯이 거친 사정이 시작되었다.
북!
부우욱
북 북 북
활짝 열린 요도구로 불투명한 정액이 사출된다.
일렁이는 수면 아래로 백탁액이 뿜어져 나가는 꼴이 선명하게 비친다.
욕조 물에 뿜어진 정액은 이내 흐물흐물하게 풀어졌다.
타라는 뒤에서 나를 받쳐주면서도 고운 손으로 쉴새 없이 자지를 쓸어내렸다.
“스물까지는 안 세도 되겠네요. 네, 안에 있는 것, 전부 싸주세요. 백작님.”
“으극...”
부르르 허벅지가 떨린다.
자지는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면서 번번이 진한 백탁액을 토해냈다.
막아두었던 욕정을 한 번에 털어내느라 사정은 길게 이어졌다.
뷰우웃
븃 븃 븃
뷰우우웃
나는 기분 좋은 탈력감에 몸을 맡긴 채 타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몸이 움찔거릴 때마다 정액 줄기가 튀어오른다.
물 안에서 사정한다는 건 물 안에서 오줌을 누는 것처럼 색다른 해방감이 있는 일이라, 나는 타라의 체취를 맡으며 길게, 길게 사정했다.
"흐아으으..."
"기분, 좋으셨습니까?"
"최고였어."
"다행입니다."
"타라가 이런 모습을 보여줄 줄은 몰랐지만."
"... 그렇게 말씀하시면 약간 부끄럽습니다만."
타라는 얼굴을 비스듬히 돌렸다.
길었던 사정은 슬슬 끝을 맞이하고 있다.
자지가 움찔 떨릴 때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정액이 꾸물꾸물 밀려나온다.
타라는 내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털털 털었다.
마지막으로 찍 튀어나온 정액 줄기가 요도구 끝에 붙어 휘적휘적 흔들렸다.
그게 아니더라도한참 동안 이어진 사정 탓에 욕조 물이 희뿌얘질 정도다.
개중에는 기분 나쁘게 덩어리 져서 둥둥 떠다니는 것도 있었다.
타라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건져내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백작님의 정액... 본 적은 몇 번 있지만 직접 짜낸 건 감회가 새롭군요.”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바닥을 모아 입술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후루룹 소리를 내며 정액과 목욕물을 함께 삼켰다.
“프흐으... 음...”
타라는 뭔가를 스스로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거라면, 예, 앞으로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관의 업무로 추가해두겠습니다.”
“뭘?”
“사정관리 말입니다.”
타라는 손바닥에 남은 찌꺼기를 낼름 핥고는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잔뜩 젖은 셔츠와 바지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도 그녀를 따라 엉거주춤 일어섰다.
메이드들이 달라붙어 수건으로 몸을 닦고 머리를 말려주었다.
노곤노곤해서 이대로 낮잠이나 한숨 자면 딱이겠는데. 시간적으로는 아침잠인가?
일단 팬티만 입은 채로 침대 맡에 걸터앉았다.
“그럼 이대로 금일 일정을 보고 드리...”
“하아암...”
잔뜩 힘을 쏟아 사정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집중해주십시오, 백작님.”
타라가 내 옆에 앉아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깜짝 놀라서 옆을 바라보자,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지를 슥슥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럼, 금일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연회가 시작되는 날인만큼 백작님께서도 부지런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알았는데... 이 손은 뭐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백작님의 사정은 제가 관리해드리겠다고.”
“이런 뜻이었어?”
“귀부인을 자꾸 건드리시느니, 차라리 제가 처리하는 게 나을 테니까요. 아직도 이렇게 팔팔하신 걸 보니 방금 전의 관리로는 부족했나보군요.”
“그럼 이왕하는 거 손 말고 몸으로...”
꽉.
"알았어, 알았어. 살살 쥐어. 잘못해서 그거 터지면 유서 깊은 레시아르 가문이 절단 난다."
"풋..."
"웃어?"
"... 오전 중에는 봉신들과 티타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찬은 대귀족들과 따로이 하시면 되고, 오후에는 낭독회와 연극, 사교댄스 일정을 짜두었습니다. 다음으로 만찬입니다.”
타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 자지에서 손을 떼었다.
“미체스가 뭔가 수를 쓴다면 만찬 때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 왜 더 안 만져줘?”
“새벽녘에 친위대장으로부터도 비슷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파샨이? 뭐라고 했는데? 아니, 그런데 왜...”
“코코라는 개 수인이 자취를 숨겼다고 합니다.”
“그래?”
이건 그냥 들어 넘길 일이 아닌데.
코코라면 미체스가 데려온 녀석이다.
파샨에게 직접 감시하라고 해뒀는데, 파샨이 내 말을 어길 리는 없고.
그 녀석이 파샨의 감시를 피해서 어디론가 숨어들었다는 건가?
저택 안에 조력자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테지만…….
내 저택에서 나를 거역하고 적과 내통할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다니.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나는 일부러 다른 쪽으로 생각을 돌렸다.
“코코가 자취를 감췄다는 건 뭔가 꾸미는 게 있다는 거겠지.”
“예. 분명히 그럴 겁니다.”
“뭘 꾸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이번 만찬은 백작님께서 전 백작님의 장수를 기원하며 적법한 계승자임을 드러내는 자리가 될 테니... 어떤 식으로든 만찬을 망치려는 게 아닐까요?”
“음…….”
“예를 들어, 오찬 음식에 독을 혼입한다든가…….”
나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미체스가 코코를 시켜서 연회 음식에 독을 타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주최한 연회에서 귀빈 중 누군가가 독에 당한다면, 그건 결국 내 책임이 된다.
하지만 내 명예에 흠집을 내기 위한 거라고 해도 너무 조잡한 수다.
어차피 강독이 중앙의 무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걸 내 연회에서 써봤자.
게다가 코코는 눈에 띄는 개 수인이다.
연회음식에 접근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을 거란 말이지.
... 저택 내부에 조력자가 없다면.
... 반대로, 저택 내부에 조력자가 있다면?
코코가 조력자와 협력해서 연회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면?
강독을 연회 음식에 혼입해서 나를 파탄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고 머리를 쓸어 올렸다.
타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지만, 아직 바로 답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그러니 천천히,생각을 다시 정리해보자.
우선은 가장 쉬운 질문부터.
코코는 파샨의 시선을 피해 저택 어딘가로 숨어들었다.
친위대원인 파샨이 파악하지 못할만한 장소가 있을까?
저택 내부의 조력자가 있을 만한 곳.
코코가 숨을만한 곳.
파샨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
그런 장소가 있나?
... 있다.
나는 그럴만한 장소를 한 군데 알고 있었다.
“... 카산드라 공주! 공주는 지금 뭐하고 있어?”
“하명하시면 확인해보겠습니다. 일단 어제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방 안에만 머물렀습니다.”
"호위기사들은? 그 여기사들 있잖아."
"그녀들 전부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진 않습니다만..."
타라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되물었다.
“공주의 호위 중 누군가가 코코와 협력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대귀족은 이미 아우럼 가문의 해독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소귀족을 독살해봐야 별로 중앙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듯하고요.”
“누가 죽건말건 그건 상관없어. 공주의 호위기사가 내 저택에서 다른 귀족을 독살하려 한다?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거야.”
지금의 내 입장은 약간 애매하다.
중앙과 피 흘려가며 전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휴전했고, 그 대가로 카산드라 공주와 약혼까지 했단 말이지.
그런데 내가 연 연회 도중에 누군가가, 그것도 공주의 호위기사가 혼입한 강독으로 암살당한다면?
나는 꼼짝 없이 중앙과 손을 잡은 배신자가 되는 거다.
내가 껄끄러워할 만 한 인물을 대신 암살해주면 정황은 상당히 수상해지겠지.
반대로 대귀족인 오스트 공작이나 수드베리히 후작을 노릴 수도 있다.
내가 아버지에게 올린 잔이 실은 독배였다, 하는 연출도 매력적일 테지.
“누가 쓰러진다면 암브로시아와 넥타르의 재고를...”
“아니, 죽지 않아도 상관없다니까? 아니, 독을 타는 놈들의 입장에선 오히려 죽지 않고 살아있어야 더 좋겠지. 그래야 그들이 내게 분노를 쏟아낼 테니까.”
그렇게 되면 분란이 일어나기에는 딱 좋은 사정이 된다.
중앙에서는 그 틈을 타서 또 다른 분란을 획책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몇몇을 따로 회유해내서 빼낼 수도 있다.
“하여간 음습한 꾀 하나는 잘 낸다니까. 어쩌면 이렇게 의심하게 만드는 것도 놈들의 계략일지도 모르지.”
당장 나부터도 카산드라 공주를 신뢰해도 될지 말지가 헷갈린다.
“일단은 최악을 가정하는 게 낫겠지.”
“카산드라 공주의 배신을... 말입니까?”
“그래. 애초에 배신이라고 할 만큼 공주와 나 사이에 신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때마침 침실 문을 열고 파샨이 들어왔다.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쭉 펴고 여우 귀를 쫑긋거리는 녀석.
“도련님! 코코가 어디 있는지 찾아냈습니다!”
“공주의 처소에 있지?”
“네? 아... 음... 네...”
“가자.”
나는 귀가 축 쳐진 파샨을 데리고 공주의 처소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