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파샨의 현재
* * *
파샨의 눈동자에는 설렘과 혼란이 섞여 있었다.
지금까지는 무슨 철칙이라도 세운 것 마냥 안아주지 않았으면서,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느냐고 한다면...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의미를 부여하려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렇군요!”
파샨은 그 한 마디에 수긍했다.
“도련님이 그러고 싶으시다면 당연히... 읍...?”
나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파샨에게 입을 맞추었다.
파샨은 그것만으로도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돌이켜보면 파샨에게는 내 자지를 물리기는 했어도 제대로 키스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보드라운 입술을 왜 그렇게만 썼을까.
조금 더 머리를 묻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살짝 까끌까끌하기도 한 수인 특유의 혀가 조금씩 엉겨온다.
고양이 혀처럼 가시가 돋아난 건 아니다.
애초에 여우는 개과고. 여우 수인이 여우랑 똑같은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파샨의 혀에는 작은 돌기라고 할만한 것들이 결을 따라 나 있다.
그러한 설육의 액센트를 즐기며 혀를 감으면, 파샨은 숨도 멈춘 채 내게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나는 그녀의 머리 뒤를 쓸어내리며, 가끔 그 북슬북슬한 여우 귀를 잡아당기며, 길게 키스를 하다가 잠시 놓아주었다.
“푸흐아...”
호흡을 참고 있던 파샨은 헉헉거리면서 더운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다시 키스했다.
파샨은 헐떡이다가 다시 숨을 참았다.
그렇게 몇 번 키스를 하고 나니, 파샨은 숨을 너무 오래 참아서인지 얼굴이 완전히 빨갛게 익어버렸다.
귀여워서 무심코 괴롭히고 만다니까.
하지만 나도 슬슬 참기 어렵다.
나는 천천히 바지춤을 내려 발기한 자지를 그녀의 음부에 가져다댔다.
역시 수인이라 그런지, 귀여운 얼굴과는 달리 파샨의 밑에는 수북하게 음모가 나 있었다.
“지, 지금이라도 정리하겠습니다.”
파샨은 두 손으로 풍성한 둔덕을 가렸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치우고, 털을 살짝 잡아서 들어올려 보았다.
꽉 다물린 질구에서 찔끔찔끔 불투명한 액체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못 참을 거 같아 보이는데?”
“참을 수 있습니다!”
“아니. 내가 못 참아.”
나는 허리를 밀어 넣었다.
귀두가 질구를 양쪽으로 열어 젖히자, 자지는 단번에 저 안까지 쑥 들어갔다.
처녀막은 비누거품처럼 가볍게 찢겨나갔다.
“히야악...!”
파샨은 통증과 쾌락을 동시에 느끼며 내게 더 바싹 달라붙었다.
맞닿은 피부에서 체온과 함께 마력이 오갔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마력도 내게서 파샨으로 옮겨간다.
어렸을 때부터 몇 번이고 하곤 했던 마력 샤워였다.
이걸 받을 때마다 파샨은 엄청나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곤 했는데.
지금도 파샨은 삽입 당한 채로 마력을 받아내며 눅진하게 녹아내렸다.
나를 얼싸안은 파샨의 사지에 힘이 스르륵 빠지는 게 느껴졌다.
“하으아아... 도련님...!”
나는 파샨의 흐물흐물한 표정을 즐기면서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수도 없이 만지고 희롱한 몸이었지만 그 안을 파고드는 건 처음이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었다.
파샨의 안은 비좁았지만 음액이 흘러넘쳤다.
본래 수혈은 본능적으로 금혈에게 발정한다. 게다가 마력 샤워까지 해줬으니.
“헤...”
파샨은 푼수처럼 웃으며 두 다리로 내 등을 끌어안았다.
안까지 깊숙하게 파고든 자지가 꼭꼭 조여졌다.
“도련니임...! 도련니임...!”
파샨은 살짝 몸을 일으켜 내 귀를 잘근잘근 씹었다.
잇자국이 남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꽤 강하게 물었지만, 그게 오히려 기분 좋았다.
허리를 몇 번이나 흔들었다고, 삽입한 자지는 벌써부터 폭발할 것 같았다.
원래 조루끼가 있고, 오래 참는 걸 잘 못한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일찍 싸버리는 건 뭔가 자존심 상한다.
파샨이 내 몸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느끼게 된다.
“아음! 으으으흐으응...”
파샨은 내 귀를 문 채로 귀여운 교성을 흘려댔다.
나는 이를 악물고 허리를 흔들었다.
끝이 가깝다는 걸 파샨도 직감적으로 느꼈는지, 복부에 힘을 주며 질내를 강하게 조여 왔다.
이제 겨우 막을 따인 처녀가 감히 나를 농락해?
마구 능욕해버리고 싶지만, 질척하고 보드랍게 감겨오는 질 점막의 감촉에, 나는 그만 정액을 터뜨리고 말았다.
뷰우웃!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따라온 꼬마 여우 수인.
나도 그녀를 속속들이 알고, 그녀도 나를 속속들이 아는, 당연하고 익숙한 관계.
그녀의 몸 안에 사정해 씨앗을 뿌리는 건 어금니가 시릴 정도로 기분 좋았다.
이데트 누님을 처음 안았을 때 이런 느낌이었지.
신기하게도, 그 때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것 같은 배덕감이 있었다.
게다가 파샨은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녀석이니까.
살짝 부풀어 올랐을 뿐인 가슴을 꽉 쥐어서 눈매에 눈물을 맺히게 하면 배덕감이 한층 더 커진다.
나는 파샨의 작은 체구를 껴안으며 질내에 자지를 깊숙이 넣고 문질러댔다.
뒤에서 본다면 엉덩이가 흉하게 움직이고 있겠지만, 어차피 근처에 있는 건 페렛 뿐이다.
나는 성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멋대로 자지를 문질러대며 추하게 움직였다.
불알에 잔뜩 쌓여있던 정자가 뿜어져 나와 파샨의 질내를 순식간에 채우고서도 후두둑 질 밖으로 밀려나왔다.
“도련니임... 으흣... 제 몸, 제 몸은... 괜찮은가요...? 도련님이 즐기실 수... 흐읏... 있었을까요?”
파샨은 쾌락으로 반쯤 감긴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속삭였다.
나는 일부러 젖꼭지를 잡아당기면서 심술궂게 대답했다.
“더 두고 봐야 알겠는데.”
“흐헤헷.”
그 웃음소리는 다 안다는 웃음소리였다.
제기랄. 벌써 싼 걸 들킨 거잖아.
마력의 결정체인 정액을 그 몸에 받은 건데, 모를 리가 없긴 하지.
하지만 나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사정하지 않은 척하면서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쾌락에 눈이 절로 감기고 허벅지가 떨렸다.
사정 직후의 민감한 자지를 파샨의 질내에 계속 문질러댄다.
윽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 뒤통수를 저릿저릿하게 만들 정도였다.
븃! 뷰르르릇!
이차 사정이 이어졌다.
겹쳐지는 아찔한 감각에, 나는 결국 파샨 위로 포개져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내 몸으로 그녀를 짓누른 채 한숨을 쉴 때마다 정자가 찔끔찔끔 흘러나왔다.
파샨은 내 등 뒤로 팔을 둘러 나를 꽉 안았다.
“... 무겁지도 않아?”
“무겁습니다..”
“비켜줄까?”
“아뇨. 무거워서 좋습니다. 도련님이 제 위에 있다는 게 실감나서...”
파샨은 또 히히 웃으면서 나를 꽉 안아 당겼다.
질 안에 파묻힌 채로 살짝 경도를 잃어가던 자지가 다시 힘을 얻어 자궁구를 꾸욱하고 눌렀다.
“으흣...! 헤헤... 도련니임...”
파샨은 헤롱헤롱 웃다가 내 옷깃을 씹었다.
나는 옷깃을 내주고, 파샨의 목옆과 어깨 위로 코를 묻었다.
달큰한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 상태로 가끔 내킬 때마다 아랫배에 힘을 주어 정액을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파샨의 자궁구에 사정했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땀이 식어 몸이 서늘해질 때쯤, 그녀 옆으로 굴러서 내려갔다.
파샨은 오히려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아랫배를 어루만지다가, 꿈틀꿈틀 기어서 내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내 자지를 잡고 불알 위쪽에 입술을 맞추었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자지가 꺼떡하고 움직였다.
단시간에 그렇게 정자를 쏟아내고서도 아직도 쏟아낼 게 있었던 모양이다.
파샨은 불알부터 크게 머금어서 질척거리는 음액들을 전부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옮겨가며 자지 밑기둥에서부터 혀를 대고 귀두 위까지 올려서 장대도 깔끔하게 청소했다.
정액과 애액 대신 침으로 번들거리는 자지는 이걸로 끝낼 거냐는 듯 꼿꼿하게 섰다.
파샨은 언제나 익숙한 펠라치오로 내 불알을 정성스레 주무르며 두 볼을 홀쭉하게 만들어 자지를 빨았다.
마지막 사정은 소변을 누는 것처럼 시원했다.
파샨은 정액 줄기가 입 안을 때릴 때마다 더 강하게 자지를 흡입하며 요도 안에 있던 것까지 깔끔하게 빼내주었다.
나는 무릎에 파샨의 머리를 얹어 눕히고, 주변에 작은 불꽃을 여러 개 만들어냈다.
조금 추워하던 파샨은 반딧불이처럼 움직이는 불꽃들을 보며 히죽헤죽 웃었다.
“역시, 도련님의 마법은 세계최고에요.”
“그거야 당연하지.”
“도련님의 도련님도요!”
“그것도 당연하고.”
나는 실없이 웃고 있는 파샨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다가 아래로 손을 뻗었다.
파샨은 체구가 작아서 금방 하체 밑까지 손이 닿았다.
거사 후의 음부는 질척질척햇다.
손가락으로 더듬어보자니, 꽉 다물려 있던 질구는 내가 신나게 박아댄 탓에 상당히 벌어졌다.
저게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하룻밤은 지나야겠지.
하지만 하룻밤이 지나도 저 안에 퍼부어댄 정액은 여전히 점성을 유지한 채 뚝뚝 흐르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정액이 묻은 손가락을 파샨의 입에 가져다댔다.
파샨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섯 손가락을 모두 쪽쪽 빨아서 깔끔하게 청소해주었다.
나는 말끔해진 손으로 다시 파샨의 하복부를 어루만졌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볼록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수인은 임신하기 쉽다.
당장 파샨의 형제자매가 그렇게 많은 것만 봐도 자명한 사실이지.
마리안이나 체닐린, 또 아마트리체와 화리메가 지금까지 임신하지 못한 것은 금혈과 은혈의 아이는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인인 파샨은 사정이 다르지.
이만큼 박아서 잔뜩 싸댔으니, 오늘 당장 임신하더라도 신기할 건 없다.
한 번에 네 쌍둥이, 여섯 쌍둥이를 낳을 가능성도 꽤 높다.
파샨을 닮은 작은 여우 수인들이 내 팔과 다리에 매달려 놀아달라고 조르는 장면이라.
그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상상이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파샨은 조금 불안한 눈치였다.
내 피를 이었다고는 해도 결국은 수인인 파샨이 낳을 아이들이니.
금혈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은혈일 확률도 낮겠지.
아마 동혈 정도이려나.
혈통이 중요한 이 세계에서 그런 아이를 갖는 건 귀족으로서의 수치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충분한 힘과 권위를 가지지 못한 귀족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서부의 패권을 거머쥐고 새로운 국왕을 옹립한 대귀족에게 그 누가 수치를 운운할 수 있을까.
그런 정신 없는 놈은 없을 거고, 만약 있다고 해도 내가 곧 없게 만들어줄 거다.
나는 파샨의 배를 어루만지며 다짐했다.
"도련니임...!"
“저어... 파샨님. 주인님.”
페렛은 어느 샌가 물을 떠와 면보에 적셔서 내밀었다.
파샨에게 꿀밤을 맞으며 일하더니, 그래도 눈치가 늘었다.
아니. 눈치가 없는 건가?
어쩐지 파샨이 페렛을 한 대 때려줄 것처럼 노려보고 있는데.
나는 몸을 일으키려는 파샨을 눕히고, 면보를 받아서 파샨을 닦아주었다.
“제, 제가 해야 하는데...”
“됐어. 가끔은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파샨은 팔다리를 어정쩡하게 움직이며 나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방해된다는 말에 시무룩해져서 몸을 늘어뜨렸다.
덕분에 몸을 닦는 건 더 쉬웠다.
잠시 시무룩해졌던 파샨도 내 손길이 곳곳에 닿자 다시 헤실헤실 웃었다.
그녀는 한참 그렇게 웃다가 내 손을 슬쩍 잡고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공작님이 손수 몸을 닦아준다니. 이런 호사를 누리는 여우 수인이 또 있을까요?”
“글쎄…….”
나는 슬슬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까 그런 여우수인이 한둘 정도 더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그렇군요!”
“하지만 내가 아는 그런 여우수인은 너 뿐이야. 파샨. 내가 신경 쓰는 여우 수인도...”
“도련니이임!”
파샨은 벌떡 일어나서 나를 껴안았다.
그 바람에 아직 덜 맞물린 질구에서 내가 싸지른 정액이 흘러나왔지만, 그렇게 불쾌하진 않았다.
흐물흐물 웃는 파샨의 얼굴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