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화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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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아카벌레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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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내가 어수선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자신이 흉측한 한 마리의 해충으로 변해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것도 내 침대 위에서.

응? 이게 무슨 소리냐고?

뭐긴 뭐야. 좆 된 거지.

[소환사 아카데미아]

심심할 때마다 핸드폰으로 하던 수집형 RPG 게임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이 되어 소환수를 획득하고 아카데미의 생활을 한다는 흔하디 흔한 설정.

문제는 바로 그 게임을 하다 내가 지랄 맞은 트럭에 치여 죽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주마등? 그딴 건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게임을 하다 뒤졌기 때문일까 마지막 기억도 화면이 번쩍하며 무언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잠깐의 암전.

그리고 마침내 내가 트럭에 치여 죽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죽었을 터인데, 왜 주변이 빛나고 있는 거지?

“소, 소환이 되고 있어!”

내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지만 아직 섬광으로 가득 찬 풍경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걸로 열등생도 끝이야! 하하! 성공했어요! 성공했다구요!”

번쩍거리는 빛이 점점 사그라지고, 주변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표정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완벽히 어두운 공간. 마치 내가 대학생 때 살던 원룸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어째서인지 훤히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눈을 돌린다. 내 앞에서 방방 뛰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기다란 귀와 자연스러운 금발을 가진 소녀. 판타지 세계의 엘프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싶은 외형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소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있었다.

그때, 엄청 답답하다는 감정이 온몸을 뒤덮었다.

뭐지? 이 불쾌한…… 찝찝한 이 느낌은? 마치 이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입을 연다는 행동이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거지?

“너는…….”

중후한, 깊고 울려 퍼지는 듯한 미성이 내 목에서 나온다.

이게 내 목소리라고?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몰려와 나는 말을 이었다.

“네가 나의 소환사인가?”

“네! 맞아요! 제가 당신의 소환사예요!”

소녀는 그렇게 외치며 이내 눈을 뜨고 나와 눈을 맞췄다.

에메랄드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눈동자. 역시 그녀는 한국인은 아닌 듯싶었다.

“어? 어? 햐아아악……….”

갑자기 소녀의 눈동자가 위로 말려 올라가더니 이내 몸이 땅으로 기울었다.

재빨리 달려가 그녀의 몸을 맨 위에 있는 다리 2개로 받아주었다.

“왜, 왜 그러지?”

그녀를 향해 묻자 그녀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혼절.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것보다 방금 내가 어떻게 한 거지? 맨 위에 다리로 받는다고? 다리가 맨 위에 있는 거였나?

그제야 나는 내 몸을 둘러볼 수 있었다.

세라믹 코팅을 한 듯한 새까맣고 뾰족뾰족한 다리. 그런 다리 6개가 내 앞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놀란 나머지 소녀의 몸을 떨어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처음에 보았던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어?”

그리고 나는 거울에 비친, 거대한 바퀴벌레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이, 이게 진짜 나라고?”

그때, 뾰롱 하고 내 눈앞에 반투명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마계의 대공, 그레고리 존스]

[★☆☆☆☆☆☆☆☆☆]

이 익숙한 UI 창과 글씨체.

그제야 나는 이 상황을 대략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게임 [소환사 아카데미아]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것도 하필

“왜 바퀴벌레인데!!!!!!!!!!!!!!!!!!!!!!!!!!”

혐오 대상의 끝판 왕. 바퀴벌레로 말이다.

“진정하자. 진정해. 우선 진정해야 해.”

나는 옆구리에 난 2쌍의 팔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머리를 최대한 굴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내가 게임 안에 들어왔다고? 바퀴벌레가 된 상태로?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만약 게임이라면 분명 내 앞에 상태창이라는 게 떴겠지.

……혹시?

“사, 상태창.”

[마계의 대공, 그레고리 존스]

[★☆☆☆☆☆☆☆☆☆]

[스킬 목록]

1. 변신

2. 날개 펼치기

3. 폭발적인 속도

“씨발! 진짜 떴잖아!”

아무래도 나는 게임 속에 들어온 게 맞는 듯싶었다.

“아니야, 괜찮아.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나는 툭툭 키틴질로 뒤덮인 뺨을 치고는 내 앞에 떠오른 상태창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확실히, 내 앞에 떠오른 UI 창은 [소환사 아카데미아]와 똑같았다.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내 이름과 등급이었다.

내 이름 앞에 붙어있는 ‘마계의 대공’ 이라는 호칭.

내가 알고 있는 마계의 대공은 총 4명으로 게임에 나온 소환수들은 모두 3명이었다.

즉, 지금 바퀴벌레의 모습을 한 나 자신이 4번째 대공인 듯싶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면 ‘마계의 대공’이 붙은 소환수들이 모두 [SSR등급] 이었다는 점이다.

태생으로 말하자면 별 4개부터 시작하는 귀족 캐릭터. 하지만 어째서인 나는 별이 한 개였다.

응? 잠시만.

나는 내 이름 아래 있는 별을 바라보았다. 별 10개 중 한 개만 차 있는 내 등급. 그제야 나는 이 캐릭터의 컨셉을 알 수 있었다.

“하, 성장형이냐?”

가끔 이벤트성 소환수들이 이런 컨셉으로 나오긴 했었다.

태생은 별 한 개 짜리 C급 캐릭터이지만 최대 별이 8개인 소환수들 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소환수.

나는 그런 컨셉의 소환수인 듯싶었다.

물론 이 이벤트성 10성 캐릭터들은 충분히 그만한 값어치를 했다.

“키우기 존나 빡세다는 게 문제겠지.”

절로 나오는 한숨. 나는 고개를 젓고 내 스킬란을 바라보았다.

가장 위에 있는 스킬의 이름은 변신. 나는 거울 앞에 선 체 읊조렸다.

“변신.”

그리고 그 말을 키워드로 내 몸이 무지갯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마치 어릴 적 봤었던 만화 속 마법 소녀가 변신하는 듯한 이펙트.

휘황찬란한 빛이 가라앉으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정장을 입은 미청년의 모습이었다.

“역시 이게 원래 모습이겠지?”

이 게임은 상업적인 부분을 크게 띄고 있는 게임이었다. 확실히 팔아먹으려면 바퀴벌레 모습 말고도 다른 모습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다음 스킬을 사용하려 할 때, 나는 스킬란이 변화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게 뭐지?”

[스킬 목록]

1. 변신

2. 폭발적인 속도

원래 있었던 날개 펼치기가 사라진 상태였다.

“설마 날개 펼치기는 변신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 거야?”

즉, 이 캐릭터는 변신을 해야 성능이 강화되는 캐릭터라는 것이었다.

컨셉 한 번 더러운 캐릭터에 걸렸구나 진짜.

그때, 옆에 쓰려져 있던 소녀가 움찔움찔 움직이기 시작했다.

“끔찍한 악몽을 꿨어요…….”

머리를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키는 소녀. 이윽고 나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아앗? 다, 당신은?”

“네가 날 부르지 않았는가.”

니가 날 불렀잖아. 라고 말하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다른 말이 날아가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내 눈앞에 작은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특성 : 귀족]

­마계의 대공은 모든 귀족의 우상입니다. 타인들의 앞에서 ‘예법’ 이 자동 활성화됩니다.

미처 보지 못한 특성이 발동한 모양이었다.

미청년에 귀족 컨셉이라니. 변신폼이 바퀴벌레만 아니었다면 돈을 끌어당길 만한 설정이구만.

“그, 그런가요? 역시 제가 꿈을 꾼 게 맞나 보네요! 꿈에서는 난생 처음 보는 끔찍한 생명체를 보았거든요.”

응?

“태어나서 그런 끔찍한 모습은 처음이었어요. 연옥을 연상시키는 피부, 마계의 늪을 연상시키는 점액, 용도를 알 수 없는 기다란 더듬이까지…… 우웁. 상상하니까 토할 것 같아요오….”

어…… 아무래도 제대로 본 게 맞는 거 같은데.

“하지만 역시 꿈이었네요! 이렇게 멋진 분이 제 소환수로 와주시다니! 어디 보자…… 성함이…….”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려고 할 때,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마, 마계의 대공?! 어, 엄청난 분!”

이 역시 게임의 설정 그대로 인건가?

게임 속에서 소환사는 소환수의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볼 수 있는 것은 크게 3가지.

이름과 등급. 그리고 스킬이었다.

“거기다 등급이…… 별 한 개? 자, 잠깐만! 빈칸이 9개나 되잖아요! 총 등급이 10칸이라니, 처음 봤어요!”

그녀 역시 내 등급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

보통 별 한 칸짜리 c급은 최종 등급이 별 다섯 개에서 여섯 개에 그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뭐라 불러야 할까요. 역시 대공님이 좋을까요?”

소환사가 소환수를 대공이라 부르는 그림이라니, 다른 녀석들이 보기에 분명 좋지 않은 그림일 듯싶었다.

“그레고리. 그레고리면 된다.”

“아! 그렇군요. 그럼 그레고리님이라 부를게요!”

“편할 대로 해라.”

네! 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 그녀는 계속해서 내 상태창을 바라보는 듯싶었다.

“저, 그런데 그레고리님? 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레고리님의 스킬을 봐도 될까요?”

갑자기 지뢰를 밟는 내 소환자. 나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 전에, 네 녀석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건가?”

내 말에 크게 당황하는 소환사. 그녀는 자기 멋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하 웃었다.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어, 저는 로제 폰 유글리아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제 첫 번째 소환수. 그레고리님.”

그리고 허리까지 숙이며 내게 인사를 하는 로제.

그리고는 순간, 내 머릿속에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

“…유글리아? 방금 유글리아라고했나?”

“예? 그, 그런데요?”

유글리아.

정확히는 릴리 폰 유글리아.

게임 속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는 여자 캐릭터의 이름으로 잊혀진 고대 엘프의 자손이라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내 눈앞에 있는 소환사의 이름은 로제 폰 유글리아. 분명히 연관 있어 보이는 이름이었다.

“혹시, 릴리 폰 유글리아라는 엘프를 알고 있나?”

“어? 저희 조상님을 알고 계신 건가요?”

후손이라는 설정인가.

확실히, 스토리모드 마지막에 인간인 남자 플레이어 캐릭터와 교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내 눈앞에 있다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또 다른 조상의 이름은 라스였겠군.”

“어? 마, 맞아요!”

아무래도 평민이었던 아버지의 성 보단 어머니의 성을 사용한 모양이었다.

“크, 크핫하하하!”

내 입에서 사악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내 원래 웃음은 이런 사악한 웃음소리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소환사 아카데미아] 속 스토리의 미래라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모든 스토리, 숨은 배경과 전술, 약점과 기연 같은 정보를 알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게임 속 스토리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큰 이점이었다.

물론, 미래라는 것은 안타깝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어…… 그, 그레고리님? 괜찮으신가요?”

“하하하! 그럼 괜찮고 말고.”

지금의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원래 하던 게임 스토리의 마지막은 이러했다. 세계의 멸망을 막은 주인공과 그 소환수들.

신은 이들에게 보상으로 소원을 한 가지씩 들어주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소원으로 황폐해진 세계를 원상복구 시킨다는 소원을 말하지만……

소환수들은 달랐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을 신에게 말했고 신은 그들의 소원을 모두 이루어 준 것이었다.

그리고, 내 가설에 따르자면 분명 지금의 세계는 이러할 터였다.

“로제. 혹시 이 세계에 새로운 재앙이 나타난 건가?”

“어? 네! 역시 그것도 알고 계셨군요!”

그야 뻔한 설정이었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다른 세계의 전사를 데려오는 것은.

즉,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분명 세계의 멸망과 연관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저는 그 재앙을 막기 위한 소환사를 육성하는 ‘소환사 아카데미’의 생도예요.”

그리고 스토리의 배경 역시 동일한 듯 싶었다.

이걸로 목표는 정해졌다.

나는 이 뉴비 냄새 풀풀 풍기는 소환사를 세계 최강의 소환사로 만든다.

그리고 세계를 구원한 뒤 신에게 원래 세계로 돌아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 부탁한다.

정말이지 깔끔한 결말이었다.

“저, 그런데 그레고리님.”

“왜 그러지?”

이런저런 미래설계를 그리고 있을 때, 멀뚱히 서 있던 로제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레고리님의 변신이라는 스킬. 사용해보아도 될까요? 소환수의 스킬을 알고 있어야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상관없다. 그래, 뭐? 벼, 변신?!”

잠깐만, 여기서 내가 변신을 해버리면 분명───

“네! 그럼 발동할게요! [변신] 발동!]

번쩍번쩍 빛이 나며 내 몸이 빛나기 시작한다.

섬광에 휩싸인 내 새하얀 피부가 점점 굳기 시작하며 새까만 키틴질로 변하기 시작한다.

옆구리를 뚫고 나타나는 새로운 한 쌍의 다리.

마침내 섬광이 사라지며 변신이 끝났을 때, 나는 멍하니 서 있는 로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제, 괜찮은 거냐?“

내 물음에도 멍하니 서 있는 로제.

툭 하고 살짝 밀쳐보니 몸이 뒤로 기운다.

”또 기절한다고?“

아무래도 적응 기간이 필요해 보였다.

로제 폰 유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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