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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2화 (2/169)

〈 2화 〉 아카벌레 ­ 2

* * *

정말 다행스럽게도, 인간폼으로 있었기 때문일까. 로제는 기절하지 않았다.

“좀…… 충격이네요. 다른 분들의 악마는 그런 끔찍한 모습이 아니었는데……. 역시 대공님은 좀 다른 건가요?”

홀짝.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 하는 로제. 나 역시 차로 목을 축이고 말했다.

“뭐, 그, 그런거지. 악마는 타인의 공포를 먹고 자라니까.”

물론 지금 내가 말한 것은 게임에서 보았던 설정을 그대로 읊은 것 뿐이었다.

그걸 여기서 써먹을 줄은 몰랐지만.

“그나저나, 내가 소환된 이곳은 역시 소환사 아카데미겠지?”

드디어 본론. 정보를 캐낼때가 되었다.

“네? 아, 네 맞아요! 여기는 소환사 아카데미고 그레고리님은 제 첫 소환수세요.”

즉, 나는 소환사 아카데미에서 생활을 해야한다는 건가.

이 소환사 아카데미의 설정상 소환수는 소환사와 같이 아카데미 학생의 권리를 받게 된다.

즉, 나는 앞으로 로제와 아카데미를 함께 다녀야 한다는 설정. 설마 이 나이를 먹고서 또 학교에 다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소환수 등록은 언제 하면 되는거지?”

“조금 있다 등교를 한 다음에요. 그나저나 엄청 잘 알고 계시네요? 혹시 과거에도 소환되셨던 적이 있는 건가요?”

“악마가 모르는 건 없다.”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면 그때까지는 소환을 해제해줬으면 좋겠군. 오랜만의 중간계라 힘이 빠진다.”

“아! 죄송해요! 제가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본래 설정대로라면 소환이 해제된 소환수는 본래의 세계에 가 있거나 따로 배정된 공간에서 지내도록 되어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혹시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나? 싶은 마음도 있었고 말이다.

“그러면 바로 소환해제를 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내게 손을 뻗는 로제. 그렇게 5초 정도가 지났다.

“……왜 소환 해제를 안하는 거지?”

“……어떻게 하는데요?”

설마 해제법도 모를 줄이야.

“됐다. 그냥 여기에 있도록 하지. 방법은 나중에 내가 알려주마.”

나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머쓱한 분위기. 그렇게 둘이 말 없이 앉아 있을 때, 로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차, 한 잔 더 드실래요?”

* * *

게임 속 화면으로만 보던 아카데미를 직접 본다는 것은 꽤 가슴떨리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판타지. 마음만 같아서는 이 기분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지만……

‘열등엘프다.’

‘옆에 남자는 누구야? 기생오라비처럼 생겨가지곤.’

‘소환수인가? 열등엘프가 소환에 성공한거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깨지고 말았다.

힐끔 로제를 바라보자 그녀는 실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아카데미 입학은 1주일 전이었거든요. 아직까지 소환수를 소환하지 못한 건 제가 처음이여서요.”

아, 그런설정인건가. 확실히 게임이나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상관없다.”

결국 저렇게 말하는 것들은 대부분 엑스트라에 불과하니까.

“가지. 시간이 아깝다.”

주변의 시선들을 무시하고 우리는 아카데미의 행정실을 향했다.

내부 역시 게임 속 일러스트와 동일. 쓸데없이 과한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요!”

로제와 함께 행정실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게임 속 NPC로 등장하던 하이엘프. 니자젤이었다.

로제의 조상이라 해봐야 대략 2,300년 전 인물. 그 당시 아카데미에 있던 하이엘프가 그대로 있는 것도 이상하진 않았다.

역시 게임에서 본것과 같이 현실을 벗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로제? 그리고 그 옆은…….”

말을 하다말고 코를 쥐어막는 니자젤.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불쾌해졌다.

“그레고리 존스다. 엘프.”

“그레고리…… 악마…? 로제. 혹시 당신의 소환수인건가요?”

“네? 아, 네! 그런데요?”

“용사의 핏줄인 당신이 악마를 소환하다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싸늘한 표정으로 로제를 매도하는 니자젤.

내 소환사가 꼽을 먹고 있다는 생각일까? 괜히 나까지 기분이 더 나빠졌다.

“라스와 릴리도 악마를 다뤘을 텐데?”

“……그 사실을 알고 있다니, 당신 평범한 악마는 아니군요?”

“보는대로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니자젤을 향해 다가가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사적인 건 집어치우고 등록이나 도와주시지.”

“……그러죠.”

내 말을 듣고 본인이 공과사를 구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은 걸까? 그녀가 날카로운 눈매를 풀며 말했다.

“이 서류에 본인의 정보들을 기재해주시면 됩니다.”

그녀가 건넨 서류란에 적혀있는 것들은 이러했다.

[이름], [종족], [작위], [소환사]

이름과 소환사까지는 모르겠으나 종족과 작위를 적는 이유. 그것은 바로 아카데미의 지침 때문이었다.

‘타 세계에서 도와주기 위해 온 소환수인 만큼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소환수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기 위해 적는 것이었다.

소환수도 계급제라니, 웃기는 일이지만 게임 설정이 이런걸 어떡할까.

나는 모든 빈칸을 작성하고 니자젤에게 건냈다.

“……대공?! 설마, 허위기재는 아니겠죠?”

“네가 더 잘 알면서 묻는건가?”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을 악용할 우려가 있었기에 이 서류는 거짓을 기입하면 글씨색이 바뀌는 마법이 걸려있었다.

“……확인되었습니다. 오늘은 소환사인 로제와 함께 생활하시면 되고 학생증과 교복은 내일 안으로 소환사의 주소에 보내질겁니다.”

“알겠다. 가자, 로제.”

분명 게임에서는 저렇게 차가운 설정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수 백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확실히, 커뮤니티에서 악마를 주 덱으로 하는 녀석들이

[헤으응. 니자젤 눈나 매서운 눈동자 쩔어~]

[와, 행정실에 있는 깐프쉨 악마덱 사용하면 정색하는 거 실화냐?]

같은 글을 올린 적이 있었지만 나는 악마덱을 사용한 적이 없었기에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로제, 악마는 원래 차별 받는건가?”

“아니요. 유독 니자젤 선생님만 악마를 싫어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라 생각됬다.

“아! 제 반은 1­B반이에요. 이쪽이요!”

로제가 내 옷자락을 잡더니 이끌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로제와 내게 쏟아지는 시선.

아무래도 로제는 아카데미에서 다른 의미로 주목받는 존재인 듯 싶었다.

“빠르다. 천천히 가지.”

“죄, 죄송해요!”

걸어가며 길을 외우고 있었기에 단호히 말하자 로제가 당황하며 걸음을 늦춘다.

설정에서 소환수는 소환사의 감정을 공유한다고 했다던가?

이렇게 무시 받는 것은 나대로 꽤 열 받는 상황이었기도 했으니 말이다.

힘들게 키워놓은 내 캐릭터의 후손이 이런 무시를 받는다고?

이 아이의 조상만 아니었어도 멸망했을 세계였다. 로제는 이런 취급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에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동시에.

“열등 엘프~ 왔어?”

이죽거이는 목소리와 함께 로제의 얼굴로 날아오는 무언가.

몸이 바뀌며 동체 시력 역시 늘어난 것일까? 재빨리 붙잡았다.

“어?”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로제와 교실 안에서 들려온다.

“누구냐.”

손에 쥐어진 것은 칠판 지우개였다. 나는 그것을 한 손으로 바스러뜨리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떤 새끼가 이딴 걸 집어 던진거냐.”

교실을 둘러보니 꽤 당황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뾰족한 귀와 노란 머리.

저 녀석도 엘프인 건가? 대체 왜 이 아카데미에는 깐프새끼들이 이렇게 많은 거지?

“뭐야, 열등 엘프. 너도 드디어 소환수를 소환한거야?”

방금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워버리고 다시 깔보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깐프.

그녀의 옆에는 물방울로 빚은 듯 한 여성의 모습도 보였다.

외견으로 보았을 때 저 녀석은 물의 정령으로 보였다.

“내 소환사를 함부로 열등 엘프라 부르지 마라. 깐프년아.”

“뭐? 까, 깐프?! 그건 대체 뭔가요!”

역시 이 세계에 깐프라는 말은 없는건가?

“알 필요 없고. 당장 사과해라.”

“사과? 내가? 웃기고 있네. 그런다고 내가 할 줄알아?”

“맞아맞아!”

바로 옆에서 그걸 또 받아주고 있는 정령까지. 평소에 로제가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로제.”

“……네.”

힘 빠진 목소리. 나는 묵묵히 평소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카데미에선 새로운 소환수를 등록하면 등급을 알기 위해 대련을 권장하고 있지?”

“네? 어, 그런데요?”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앞에 있는놈을 가리켰다.

“저 녀석들에게 대련을 신청해라.”

“네? 하, 하지만 그레고리님. 상대는 저희 반에서도 최상위권인 엘레나양 인데요?”

“내가 질 거라 생각하는 건가?”

“아니요! 절대!”

로제의 말을 들은, 엘레나라 불린 엘프가 표정을 찡그렸다.

만년 열등생인 로제의 말을 듣고 화난 거겠지.

“그러면 신청해라.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마스터를 무시하는 놈들은 내 격마저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예, 옛!”

다시 시선을 엘레나에게 옮겼다. 그녀는 입술까지 깨물며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뭐, 어쩌라고.

그런 대답을 담은 눈빛으로 노려봐주고는 로제를 따라 맨 뒷자리에 앉았다.

“맨 뒷자리라니. 내게 어울리는 자리군.”

“네? 맨 앞자리에서 차례차례 밀려서 여기까지 오게 된거지만…….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런 슬픈 사연이 있을 줄이야.

“오늘 시간표가 어떻게 되지?”

“네! 1교시는 대륙역사, 2교시는 몬스터학, 3,4교시는 대련이에요.”

“음. 소환수는 대련을 제외한 나머지 수업에 대해서 자유였지?”

“네? 무, 물론 그렇지만 시험은 같이 보는데요?”

“상관없다. 소환을 해제 해줬으면 좋겠군. 내가 알려준 방법은 기억하고 있겠지?”

소환을 해제하는 방법은 기숙사에서 나오기 전 미리 알려주었다. 게임에서 나온대로라면 소환을 해제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그저, 소환수 유지에 사용되는 마력을 회수만 하면 될 뿐이었다.

“네에…….”

서서히, 내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사라진다는 느낌보다는 물위에 둥둥 떠있는 듯한 느낌.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로제. 아마 방금 전 도발한 녀석들을 걱정하는 듯 했다.

“어디 안 가니 걱정하지 말아라.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소환하도록 하고.”

여차하면 내가 달려올 거지만.

“네!”

마침내 온몸이 물에 잠긴듯한 감각으로 뒤덮였을 때,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심층공간. 소환사로부터 소환이 해제되어 있는 소환수가 머무는 장소.

주변의 풍경은 소환수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으로 조성되는 설정. 그리고 내 예상대로라면

“……역시 여긴가.”

이 세상에 오기 전 내가 살았던 원룸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창 밖에 보이는 것이 온통 숲이라는 것 뿐.

말 그대로 원룸의 형태만 이곳에 온 것이었다.

“TV도 있네.”

바닥에 굴러다니던 리모콘으로 TV를 키자 방금 전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다.

“이런 기능도 있는 건가.”

교실의 맨 뒷자리인 것으로 보아 로제의 시야를 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소리마저 지원되고 말이지.

다음은 컴퓨터. 다행히 컴퓨터는 작동하는 모양이었다.

“역시 인터넷은 무리인가.”

인터넷은 작동하지 않는 모양. 하지만, 인터넷에 쩔어산지 수어년.

내 컴퓨터에는 인터넷 없이도 가능한 게임이 수백 개에 달했다.

“심심하지는 않겠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게임 폴더에 있는 게임 중 [소환사 아카데미아]의 프리퀄 게임.

[소환사 오브 더 월드]를 실행했다.

기왕 고인물이 게임 속으로 들어왔는데………

뽑아 먹을 건 다 뽑아 먹어야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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