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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7화 (7/169)

〈 7화 〉 아카벌레 ­ 7

* * *

날갯짓을 한지 약 2분 정도가 지났을 때, 저 멀리 아카데미의 정문이 보였다.

본래라면 정문을 통해 아카데미로 들어서야 하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

아직도 로제의 급함과 초조, 그리고 믿음이 느껴지는데 정문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날아 곧바로 대련장으로 가는 게 좋겠군.”

내 모습을 보고 기절할 녀석들? 솔직히 말해서 알 바인가?

이상하게 생겼다고 기절하는 놈들이 이상한 거지.

나는 그저 본모습으로 소환사에게 갈 뿐, 나에게 죄가 있다면 아주 조금 늦은 죄 밖에 없다.

“아! !@#$@!#@!@!3”

저 아래, 대련장에서 나를 향해 손가락을 펴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로제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훈련의 성과는 있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드는 로제. 나 역시 3쌍의 다리를 흔들며 로제를 향해 다가간다.

“네! 저기요! 저기………이이이익?!!!! 그, 그레고리님?!”

한 층 더 성장한 나의 모습에 감탄한 것일까. 로제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부릅부르르르릅 소리를 내며 날개를 접고 두 발로 땅에 착지했다.

역시 이놈의 비행은 적응하기가 어렵다니까.

“내가 많이 늦었나?”

“네? 어, 아니요! 따, 딱 맞게 오시긴 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에요?”

“아, 그것 말인가.”

나는 말보단 직접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 정보를 띄워 주었다.

[마계의 대공, 그레고리 존스]

[★★☆☆☆☆☆☆☆☆]

“벼, 별이 두 개가 되셨네요?”

“그래, 더욱 강해져서 왔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기뻐하고 있을 로제의 얼굴을…… 기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저게 기뻐하는 얼굴일 리가 없겠지? 보통 기뻐하는 사람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지는 않으니까.

문뜩, 어째서 로제가 저렇게 무서워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변신 후 더욱 똑똑해진 뇌는 순식간에 상황을 판단했다.

새롭게 바뀐 모습을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구나.

재빨리 변신을 해제하자 로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역시 내 모습 때문이었군.”

“아, 아니에요! 절대 그런 게 아니라!”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네.”

그때 우리의 뒤편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고개를 돌리니 박수를 치며 다가오는 푸르푸르가 보였다.

“역시! 평범한 분이 아니셨군요! 등장만으로 주변의 모든 인간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그 모습이란! 아! 이 푸르푸르! 감격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새끼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로제가 급히 말했다.

“오후 대련은 다른 반도 함께 참여하거든요.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사가리님께서 저희에게 대련을 신청하셨어요…….”

“그 말대로입니다.”

촤륵. 하고 부채가 펴지는 소리. 아무래도 저 악마 새끼의 주인이 온 모양이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잊진 않으신 거겠죠? 열등 엘프와……징그러운 악마.”

역시, 이쪽 세상의 생명체들은 예의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로제.”

“네!”

“님을 붙이는 건 금지다.”

“……네? 뭐가요?”

“저년은 앞으로 싸가지 없는 년이다.”

“네?”

“당신! 방금 무슨 무례한 발언을──”

봐라. 방금 전 사람 면전에 대놓고 징그럽다 해놓고는 순식간에 잊고 지가 무례하게 불린 것만 기억하고 있다.

정말이지, 짜증 나는군.

“꼬우면 덤벼라. 싸가지 없는 년.”

“……푸르푸르.”

“예, 나의 소환사여.”

“저 악마의 주둥아리를 뭉개버리세요.”

“명령이시라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된 듯 각 대련장에 자리 잡았다.

왼쪽에 나와 로제, 오른쪽에 푸르푸르와 싸가지 없는 년.

방금까지 우리의 신경전을 바라보고 있던 교관은 싱긋 웃으며 손을 머리 위로 올린다.

“시작!”

교관이 손이 떨어지며 대련이 시작된다.

“시작부터 화끈하게 가겠습니다.”

싱긋 웃으며 우리를 향해 검지를 뻗는 녀석. 순간, 오싹한 느낌이 온몸을 훑었다.

“로제!”

나는 재빨리 로제를 끌어안고 옆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

자리를 피함과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바, 방금 뭐였던 거에요?! 눈으로 보지도 못했는데!”

방금 있었던 일을 판단하지 못하는 로제, 그 광경을 본 푸르푸르가 싱긋 웃는다.

“피하셨네요?”

헤실헤실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는 녀석. 그 뒤에 선 사가리가 우리를 가리키며 외쳤다.

“푸르푸르! 상대가 변신할 수 없도록 계속 몰아치세요!”

“예.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우리를 향해 손가락을 뻗는 푸르푸르,

그리고 다시 한번, 오싹한 느낌이 몸을 휩쓸고 지나간다.

“로제! 지팡이를 땅에 꽂고 엎드려라!”

“네!”

내 명령과 동시에 로제가 흙바닥에 자신의 지팡이를 꽂음과 동시에 자리에 엎드렸다.

나 역시 엎드리자 동시에 거대한 굉음을 내며 지팡이에 번개가 떨어졌다.

“……제 능력에 대해 알고 계시는 겁니까?”

당연히, 모를 리가 있나. R등급의 푸르푸르. 스킬은 하늘에서 낙뢰를 떨어뜨리는 것.

이쪽 세계에서의 낙뢰라면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현상.

허나, 원래 세계에서 고등 교육을 이수한 나에게 있어 번개란, 번쩍번쩍 빛나는 에너지에 불과했다.

“위기탈출넘버원을 챙겨보길 잘했군.”

낙뢰, 대처법을 알고만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현상이었다.

그때, 우리의 앞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엎드려서 뭐하시는 겁니까? 그야말로 우스운 꼴이군요!”

앗하하하하! 하고 비음을 섞어가며 웃는 사가리.

굳이 이것까지 설명해주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보여주는 게 좋겠군. 변신.”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벌레폼으로 변한 나. 나는 그대로 녀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퀴벌레는…… 원래 엎드려서 움직인다.”

세 쌍의 다리가 무엇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한 단계 등급을 업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스팩이 올라간 바퀴폼의 속도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

엄청난 속도를 눈앞에서 본 탓일까 사가리의 표정이 굳는다.

“푸, 푸르푸르!”

“걱정하지 마십시죠.”

푸르푸르가 박수를 치자 그 둘의 주위로 전기돔이 형성되었다.

마치 나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새하얀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방어는 끝, 그러면 계속해보도록 하지요.”

───!!!

다시 한번 섬광과 함께 낙뢰가 지팡이에 내려꽂힌다.

두 번의 낙뢰를 흡수했기 때문일까, 지팡이가 새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그, 그레고리님! 제 지팡이가!”

“건들지 마라!”

아직 지팡이 안에서 전류가 흐르고 있을 터, 나는 재빨리 지팡이를 만지려던 로제를 향해 소리치며 녀석들을 노려보았다.

“설마 SR 등급이었을 줄이야.”

[스킬 : 전기 펜스]

SR 푸르푸르의 스킬이었다. 다만 SR 푸르푸르는 본래 악마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그림이었는데 저기에 있는 저 녀석은──

아무래도 힘을 숨기는 듯싶었다.

확실히, 아카데미에서 전력을 보여주는 건 다른이에게 약점을 파악할 시간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변신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해치워야겠군.

“으에에……. 먹는 것도 줄여가며 장만한 지팡이가……. 저 두 사람. 용서하지 않겠어요. 푸르푸르! 싸가지 없는 년! 그레고리님, 바로 시작할게요!”

로제의 보조 마법이 내 몸에 깃든다. 헤이스트와 스트렝스.

그리고 동시에 상대를 향해 손을 뻗은 로제가 외친다.

“스톤 불릿!”

로제의 명령어와 동시에 땅에서 솟아오른 흙의 탄환이 전기 펜스에 꽂힌다.

치직, 치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멸하는 펜스. 아주 작게나마 공간이 생겨난다.

“그레고리님! 지금이에요!”

징징이에 뉴비라도 역시 용사의 후예라는 걸까. 원소의 상성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훌륭하다. 로제.”

[스킬 : 폭발적인 속도]

내가 있던 자리에 엄청난 흙먼지가 솟구친다.

“소환사! 상대의 움직임을 막아야 합니다!”

“저 속도라면 방향을 바꾸지 못할 터! 썬더 불릿!”

사가리의 영창과 동시에 나를 향해 3개의 전기 탄환이 사출되었다.

그래, 썬더 불릿. 전기로 이루어진 탄환을 쏘아내는 공격.

분명 이러한 속도로 돌진하면 방향을 꺾지 못하고 전기에 감전돼 기절하고야 말겠지.

하지만

녀석들은 몰랐다.

바퀴벌레라는 생물을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저런 속도를 유지하면서 방향을 바꾼다고요?!”

바퀴벌레는 초당 25회의 자기 방향 회전 능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바퀴벌레에게 정직하게 날아오는 공격은 그저……

“느리다.”

가볍게 피하면 될 공격일 뿐이다. 전기 펜스에 도착한 나는 맨 뒤쪽 한 쌍의 다리로 발돋움을 했다.

상공 약 2.5m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비좁은 펜스의 틈을 파고든다.

“지, 징그러워! 푸르푸르!”

“막아내겠습니다!”

푸르푸르가 선택한 것은 스톤 월. 흙을 들어 올려 방벽을 세우는 것으로 꼴에 악마라고 다른 속성의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현명하다.”

날개를 편 나의 모습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버티지 못할 정신 공격.

하지만 스톤월을 통해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공격을 막아내려는 판단은 매우 칭찬할 만했다.

전기 펜스 안에 들어와 첫 공격에 실패해 시간을 번다면 로제를 향해 낙뢰가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설마, 이것까지 노린 것일까?

힐끔. 스톰 월이 올라가며 녀석의 눈동자가 보였다.

녀석의 눈은 반달형으로 휘어있었다.

하, 그렇게 된 거였나.

녀석은 그 짧은 시간동안 예측한 것이다.

실드에 생긴 약간의 틈. 본신으로 변하면 날 수 있고 빨라지는 나.

녀석은 생각했을 것이다.

나라면 무조건 펜스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펜스 안에 들어오게 되면 로제를 향해 떨어지는 낙뢰를 대처할 수 없게 되니까.

그래, 인정한다. 아무리 나라도 이건 당할 수밖에 없다.

어제의 나였다면 말이다.

이곳에 오기 전 마계.

화려한 빛무리와 함께 2성으로 등급이 올라간 내 눈앞에, 처음 보는 창이 떠올랐다.

[등급 상승!]

[새로운 스킬이 개방됩니다!]

[소환사 아카데미아]는 원래 그런 게임이다.

등급을 높이기 어려운 캐릭터일수록 강력한 보상을 주는 게임.

그리고, 내가 영토에서 있는 대로 먹은 프리즘 스톤과 마석의 양은 평범한 1성 유닛을 4성으로 만들 만큼의 양.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강해진 것일까?

마침내 스톤 월이 두 사람의 온몸을 가리고 완성됐을 때, 나는 숨을 들이켜며 새로 생긴 스킬을 발동시켰다.

이 스킬의 발동 조건은 총 3가지.

첫째, 공중에 떠 있을 것.

둘째, 변신한 상태일 것.

셋째, 입으로, 그 스킬의 이름을 외칠 것.

그야말로 유치하고, 웃기기까지 한 조건,

허나, 다른 세계에서 온 나는 이 스킬의 본질을 알고 있다.

곤충의 형태, 변신. 기술의 이름을 외치는 것.

이것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나는 최대한 경건한 마음을 담아, 원래 세계에 있던 영웅을 떠올리며 자세를 잡는다.

어릴 적 수없이 보아왔던 동작. 그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쉽다.

스킬의 이름을 읊조리며.

“바퀴벌레…”

왼발을 접고, 오른 발은 쭉 편다.

그리고,외치기만 하면 된다.

“킥.”

이라고.

정의라는 이름의 종말이 녀석들에게 내려꽂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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