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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2화 (12/169)

〈 12화 〉 아카바퀴 ­12

* * *

이 세계에서 악마가 가지는 두려움은 그렇게 크지 않다.

처음에는 악마란 사악하고 인간의 영혼을 탐하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과거 용사와 함께 재앙을 봉인하는데 악마들의 힘이 컸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런 악마에 증오심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있다.

“신성교단이 왜…….”

신성교단. 유일신 아크라바를 숭배하는 종교집단으로 본래 악마를 배척하며 세를 넓혔으나 악마의 이미지가 달라지며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집단이었다.

그리고 저 모습은 평범한 신성교단의 신도라고 할 수 없었다.

검은 로브 안으로 보이는 새하얀 머리와 붉은 눈동자. 이프리트를 다룬다는 점 까지.

이 사태를 일으킨 인물은 내가 알고 있는 캐릭터였다.

“신성교단의 검. 유켈.”

신성교단에서 기르는 사냥개들.

이 대륙의 악과 악마들을 처단하는 교단의 검.

“신체실험과 약물로 지금까지 살아 있는 모양이군.”

그녀는 이프리트 위에 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었다.

변신 후 날갯짓을 하며 천천히 거리를 좁히자 대화 내용이 들려왔다.

“이제는 그만하세요! 당신이 바라는 악마들은 더 이상 이곳에 없습니다!”

이프리트의 앞. 양팔을 벌리고서 이프리트를 막고 있는 인물.

복장과 외형을 봐서 저 사람이 황녀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상처 입은 채 서 있는 소환수. 양옆에 달린 날개를 보아선 천사인 듯 보였다.

“악마의 행적을 아직 찾지 못함. 추가 조사가 필요.”

“대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다치게 할 셈입니까!”

그렇게 외치는 황녀에게서 상처는 찾아볼 수 없다. 보아하니 유켈이 황녀는 건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소환수의 꼴을 봐선 공격해 오는 건 방어를 한 모양이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악마를 찾으러 왔다고?”

악마를 소환할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거나, 악마와 계약을 했거나.

그리고 악마와 계약한 인물은 신성교단에게 있어선 적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아카데미를 건들고 무사할 것 같습니까! 아바마마와 다른 귀족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목표는 오직 악마뿐. 황녀는 악마를 제거하려는 것을 방해했기에 제압한 것에 불과함.”

푸르푸르와 파르페가 그래서 살아서 나올 수 있던 거군.

“황녀 역시 내려갈 것을 권고. 더 이상의 방해는 용납 불가.”

“당신 정말───”

“네가 찾는 악마의 행적. 여기 나타났다.”

나는 고고한 날갯짓으로 파편 위에 섰다.

부르릅 소리를 내며 접히는 날개. 내 모습을 본 황녀와 유켈의 표정이 굳는다.

“그 모습은…….”

황녀가 읊조린다. 아마 이러한 외형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단 하나뿐이겠지.

“악마……!”

유켈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이프리트의 주먹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재빨리 옆으로 움직이며 주먹을 피한 후 황녀의 곁으로 다가간다.

“다친 곳은 없나.”

“……당신은?”

그녀의 시선이 땅을 향한다. 아무래도 아직 나를 정면으로 보기까진 무리인 듯싶었다.

“1학년. 로제 폰 유글리아의 소환수. 그레고리 존스다. 네가 위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왔다.”

“실수한 거예요……. 교관들이나 3학년들 이라면 모를까, 1학년 실력으로는 이프리트를 감당할 수 없어요.”

정령화한 이프리트의 등급은 S등급. 그에 비하면 나는 이제 막 2성을 찍었고 게임으로 치면 N 등급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이겼던 승부는 전부 멘탈이 약한 소환사들을 노렸거나 방심한 상대들이었기에 가능 했던 것.

과거 전쟁부터 살아 있던 소환사의 전투력까지 생각한다면 확실히 승산은 매우 희박했다.

“나도 저런 걸 이길 생각은 없다. 그저 널 구조하려 했을 뿐이다.”

“……네?”

“황녀의 소환수. 알아서 챙겨 가라.”

나는 그렇게 말하곤 황녀를 건물 밖으로 던졌다.

“응?”

갑작스레 던저진 본인의 상황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 맹한 표정을 짓는 황녀.

이내 황녀의 소환수인 천사가 달려 나간다.

“은혜는 갚겠다.”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황녀를 껴안고 건물 아래로 활강하는 천사.

마지막 구경꾼을 없애버린 나는 정면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유켈을 바라봤다.

“방해를 안 하는군.”

“목적은 악마. 황녀는 방해일 뿐.”

“신성교단의 명령인가?”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린다. 본인딴에는 자기 모습을 알아보리라 생각 못한 모양이었다.

“어째서 내 정체를 아는지 의문.”

나는 두 쌍의 팔을 벌리며 당당히 말했다.

“내가 모르는 것은 없다. 교단의 개여.”

“……이프리트. 처단.”

엄청난 열풍과 주먹이 나를 향해 닥쳐오지만 이 정도 열풍. 뜨겁지도 않은 수준. 나는 바닥에 몸을 붙이곤 회피 기동을 시작했다.

“혐오.”

계속해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주먹질. 하지만 바퀴폼인 나를 맞추기엔 너무나도 느리다.

“끔찍함. 이프리드. 화염숨결.”

화염숨결이라 하면 광역기. 필드 전체에 불꽃을 내뿜는 기술이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 날개 펼치기]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하늘 뿐. 엄청난 열기가 피어오르며 내 몸이 공중에 붕 떠오른다.

본래라면 내 외형을 보고 겁에 질리거나 공포를 느껴야 하지만 상대는 수백 년을 살아온 괴물.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건가.

“어쩔 수 없군.”

계획을 수정한다. 아무래도 쉽게 도망치기에는 그른 상황. 주변의 상황을 떠올린다.

공중, 날갯짓. 저 아래 있는 상대.

“나쁘지 않군.”

나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바퀴벌레……킥!”

목표는 유켈. 불덩어리인 이프리트를 노려봤자 아직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나는 큰 데미지를 입힐 수없을 터였다.

“이프리트.”

상대 역시 심상치 않은 기술이라 느꼈는지 재빨리 이프리트가 손을 뻗으며 유켈의 몸을 가렸다.

역시, 이 기술을 모르는군.

[스킬 : 바퀴벌레 킥] 은 관통에 특화된 기술.

몸이라면 모를까, 손은 뚫을 수 있었다.

불꽃으로 이루어진 팔에 내 발 끝이 닿는다.

타는 듯한 격통이 발끝에 느껴지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팡! 하는 소리와 이프리트의 손이 터진다. 그 너머로 경악한 유켈의 모습이 보인다.

“공포? 그래, 너라면 웬만한 공포에 눈도 꿈쩍하지 않겠지.”

하지만.

사람만한 바퀴벌레가 몸에 달라 붙으면 어떨까?

이프리트의 손을 터뜨리며 반작용으로 속도가 줄은 나는 날갯짓을 하며 사뿐히 유켈의 몸에 착지했다.

그리고 3쌍의 다리로 유켈을 감싸 안으며 날갯짓을 시작했다.

푸르르르르르르르르

내 눈앞으로 유켈의 얼굴이 보인다. 그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다.

“어떤가. 꽤 잘생기지 않았는가.”

“히, 히이이이이이익!!!!!!”

뚜욱하고 내 입에서 점액이 유켈의 얼굴로 떨어진다.

“미안하군. 이 몸은 점액질을 분비해서 말이지.”

“떨어질 것을 요구.요구.요구.요구.요구.요구!!!!!!!!!!!!!!!!”

“나를 밀어 내려 하다니, 너무하군.”

더욱 꽉 그녀를 껴안는다. 안에 갑옷이라도 입었는지 가시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음, 이러면 힘 조절할 필요가 없겠지.

이 위치라면 이프리트도 물리적인 간섭은 할 수 없다. 유켈마저 다칠 테니까.

“하아아악! 하악! 붙지마아아아아아!!!!!!!!!!!!!!!!!!!!!!”

단답형으로 말하던 녀석이 드디어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충격 요법이란 건가.

“자네 덕분에 나와 소환사의 방 마저 타버렸으니 책임은 져야지.”

“끄윽! 끄윽…… 후퇴할 것을 신께 맹세. 푸, 풀어 줄 것을…… 요구……. 흐윽.”

마침내 녀석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귀한 광경. 신성교단의 생체병기가 눈물을 흘리는 광경은 게임에서도 보지 못했다.

이게 그건가?

‘나는 감정을 지배할 수 있다.’

“풀어 주면 떠나겠다고? 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랬나.”

녀석들에게 있어 신을 건 맹세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할 맹약이나 다름없다.

몸에 힘을 풀며 서서히 뒤로 물러서자 유켈이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혐오, 징그러움, 불쾌, 끔찍, 악마, 괴물.”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렇게까지 말하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데.

“이프리트……후퇴.”

구워어어어!

유켈의 명령을 받은 이프리트가 형상을 바꿔 새의 모양으로 변했다.

그 위에 올라타 나를 노려 보는 유켈. 나는 어깨를 으쓱여 주려 했으나, 어깨가 없는 걸 깨닫고는 2쌍의 다리를 으쓱거려 주었다.

“복수를 다짐. 그 혐오스러운 몸에 불꽂을 박아줄 것을 약속.”

“그래, 썩 꺼지거라. 교단의 개여. 다음번에 만날 땐 온몸을 비벼 주마.”

부르르 유켈이 온몸을 떨더니 눈물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동시에 이프리트가 날갯짓을 하며 저 멀리 사라지기 시작한다.

“진입!”

무너진 벽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아래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소환수들.

와이번, 천사, 하피, 독수리 등 날아오를 수 있는 소환수들은 죄다 모인 듯싶었다.

“목표 확인! 끔찍한 괴물이군……!”

“어떻게 저렇게 끔찍하게 생겼을 수가!”

“아카데미의 저력을 보여 줘라!”

음?

“공격해!”

이윽고 각 소환수 위에 타고 있는 소환사들의 명령으로 나를 향해 공격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지, 진정해라!”

재빨리 몸을 붙이고 스킬들을 피하기 시작한다.

“진정하긴 뭘 진정해! 네 녀석 때문에 입은 피해를 생각해라!”

“나는 범인이 아니다!”

“그런 끔찍한 모습으로 범인이 아니라 속일셈이냐!”

이 새끼들이 선넘네

“외형으로 상대를 판단하지 마라! 나는 아카데미 소속의 소환수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 까지 사용하며 스킬을 피하고 있던 나는 재빨리 공간에서 학생증을 꺼내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정지!”

내 학생증을 확인한 남성이 손을 뻗으며 공격을 중지시킨다.

안 그래도 발에 화상까지 입은 것 같은데 뛰어 다녀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학생증을 확인한 녀석들의 눈에 담겨 있던 적의가 사라졌다.

나는 절뚝절뚝 걸어가 녀석들에게 보였다.

“대가는 똑똑히 치르게 해 주지.”

“……미안하군.”

이프리트를 쫓아내주기 까지 했는데 아카데미 소속 직원들에게 공격을 받은 상황이다.

이걸 그냥 넘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아래를 향해 뛰어 내리며 날갯짓했다.

아래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오지만 그딴것들을 신경 쓸 상황은 아니었다.

“변신.”

인간폼으로 돌아온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구두와 양말을 벗자 오른발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게 보였다.

“그레고리님!”

나를 확인하고는 달려오는 로제.

내 모습을 확인한 그녀의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이, 이게 대체…….”

“치료를 부탁한다. 로제.”

“네!”

지팡이와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상처를 덮었다.

서서히 줄어드는 통증. 얼마 지나지 않아 화상 입은 부위가 회복되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예요?”

로제의 물음에 나는 구두와 양말을 신고 말했다.

“악마를 노리고 있던 녀석이 일학년 건물에 악마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테러를 저지른 모양이다. 소환사만 노린 끝에 쫓아낼 수는 있었다.”

“악마를 노린 테러요? 그런…….”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는 기숙사의 최상층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며 불길이 금세 잡히고 있었다.

“그리고 저 위에 올라간 새끼들이 혐오스럽게 생겼다며 날 공격했지.”

“네?!”

“절대 가만히 안 넘어 갈 거다.”

황녀마저도 날 보고는 바로 아군인 걸 알았는데, 무작정 날 공격해?

“로제, 이 건물을 쓰던 인원들은 어떻게 하기로 했지?”

“네. 우선 복구할 때까지는 2, 3학년 건물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저희 방은 11층 1109호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그럼 나 먼저 쉬러 가보도록 하마.”

“아……. 네.”

“걱정 마라. 상처는 다 나았으니.”

나는 그렇게 말하곤 심상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자리에 앉아 소환수 아카데미를 켰다.

정보.

아카데미 관계자들을 조지기 위해선 정보가 필요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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