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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29화 (29/169)

〈 29화 〉 아카벌레 ­ 29

* * *

“기린! 말했던 대로 간다!”

“그래.”

시작과 동시에 말포이와 기린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로제 – 말포이

기린 – 나

이러한 구도로 따로따로 상대하려는 모양이었다.

“작전은 잘 짜왔군.”

대게 내 모습이 통하는 것은 소환사들. 시작부터 소환수끼리만 싸우게끔 만드는 것은 아마 그것을 겨냥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도, 소환사는 직접 전투에 약하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겠지.

실제로 말포이 녀석의 모습을 보아하니 검을 쥔 모습이 처음부터 로제를 노린 것으로 보였다.

“한눈을 팔아도 되는 겐가?”

[스킬 : 폭발적인 속도]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있던 자리가 패였다.

“들리는 정보로는 그대가 2성이라 들었는데…… 움직임은 심상치 않군.”

“2성이라고 다 같은 2성은 아니지.”

“호오, 그러한가?”

태생이 3성짜리인 녀석이라 그런지 더럽게 싸가지가 없었다.

별도 8개면 성장도 못 하는 게 까불고 있네.

“아쉽지만 이 정도로 내가 할 일은 끝나겠군.”

“……그건 무슨 소리지?”

내 물음에 기린이 시선을 돌려 로제를 바라보았다.

“그대의 소환사가 끝났으니 말이다.”

“뭐?”

말포이는 검을 빼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로제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잡았다!”

라는 소리와 함께 위로 올라가는 검. 말포이의 표정에는 승리라는 확신이 담겨있는 모양이었다.

“대체 어딜 봐서 내 소환사가 끝났다는 거지?”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말포이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어느새 자신의 검인 「불굴」을 들고 말포이를 향해 겨누는 로제. 그 모습에 싱긋 웃으며 기린에게 한 마디 해주었다.

“우리 소환사가 칼질 좀 한다는 소문은 아직 못 들은 모양이군.”

“확실히, 이 방법은 못 써먹겠어. 그러면 뭐, 그대를 쓰러뜨려야지.”

──빠직! 빠지지직!

녀석의 정수리에 달린 뿔에 전격이 깃들었다. 그의 뿔에 휘감아 몰아치는 새파란 전격.

“이건 어떡하겠나?”

오싹한 감정이 피부를 훑는다.

이건, 간을 잴 때가 아니었다.

“변신.”

변신과 동시에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사용해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내가 있던 자리에 떨어지는 낙뢰.

그 자리에 있던 흙은 유리화 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깜짝이야. 눈이 부셔서 못 맞추지 않았나. 음, 확실히 그 모습……. 흉측하기 그지없군.”

녀석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더듬이가 곤두섰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

재빨리 오른쪽으로 피하자 다시 낙뢰가 떨어졌다.

“이걸 또 피하다니, 우연은 아닌 듯하군.”

다행히 이 몸은 벼락이 떨어질 타이밍을 예측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바퀴벌레의 감각으로 어떻게든 피할 수 있으리라는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번개로 날 공격하기엔 힘들 것 같군. 이번엔 내 쪽에서 가도 되겠지?”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사용해서 있는 힘껏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외쳤다.

“왼쪽!”

있는 힘껏 오른쪽 발을 뻗어 녀석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이런 망할……!”

와. 옛날에 만화에서 봤던 걸 그대로 해봤는데 진짜 먹힐 줄은 몰랐다.

이거 괜찮은데?

“이번엔 오른쪽!”

그대로 왼쪽 주먹 두 개로 녀석의 머리와 몸을 노린다.

“크윽!”

한 타이밍 늦게 막아내는 기린.

“개수작 부리지 마라!”

다시 한번 온몸을 훑는 간지러움. 재빨리 [스킬 : 날개 펼치기]를 해서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녀석의 뿔을 중심으로 사방에 퍼져나가는 전기.

조금만 늦었어도 바퀴벌레 전기구이가 될 뻔했다.

“마치 공격이 언제 올 줄 안다는 듯한 움직임. 그게 그대의 능력인가?”

“그냥 재능이다.”

“뭐?”

“재능이라고.”

바퀴로 빙의했으면 이 정도 재능은 있어야지.

“그렇다면 정말 성가신 재능이군…….”

그렇게 말한 기린이 말포이 쪽을 바라본다.

말포이와 로제는 서로 검을 나누고 있었다.

“이 망할 엘프년! 좀 쓰러지라고!”

“싫어요! 그쪽이 쓰러지던가요!”

“앙? 왜 갑자기 순수한 척이야! 원래 그따위로 말하지도 않는 년이!”

“뭐래요! 그건 컨셉이었고 이게 본래 말투거든요?!”

둘 사이에서 계속 터지는 불꽃.

둘의 검술 실력은 박빙인 모양이었다.

“크윽! 무슨 소환사가 검을 이렇게 잘 다루는데!”

“저야 어릴 때 잠깐 배웠다지만 그쪽이 더 이상하거든요?!”

둘의 전투를 보며 고개를 젓는 기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이용해 녀석을 향해 달려간다.

“어딜 가는 겐가!”

찌릿. 하고 더듬이의 반응이 오자마자 뒤로 물러선다. 마치 저곳을 향해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내 앞을 가로막는 번개.

재빨리 몸을 돌리자 뿔을 내게로 향하고 달려드는 기린의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조금 늦었군?”

“이런 망할……!”

두 쌍의 다리를 교차시켜 녀석의 뿔을 막아낸다.

───기기기기기긱!!!

끔찍한 소리를 내며 내 견갑을 꿰뚫으려는 녀석의 뿔.

한 개, 두 개, 세 개의 다리가 꿰뚫렸다.

“호오, 내 뿔을 막아내다니, 만만치 않군?”

“적당히 짜릿해야지……!”

세 개의 팔을 떼어내며 뒤로 물러선다. 남은 것은 왼쪽 중간의 팔 한 개뿐.

새까만 몸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팔에 찔렸다 해도 전격을 버티긴 힘들었을 텐데, 대단하군.”

“날 죽이긴 힘들 거다.”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지능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떨어져 나간 팔의 접합부에서 간지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마치 대나무가 자라듯 팔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음……. 아무리 나라도……그건 좀…… 봐주기 힘들군.”

“꼬우면 항복해라. 지금이라면 봐줄 수도 있다.”

[특성 : 끈질긴 생명력]의 발동으로 지능이 크게 상승한 상황.

상태창을 보지 않더라도 [스킬 : 검은 늪]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검은 늪!”

내 스킬 발동과 동시에 말포이와 기린의 아래가 새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말포이! 지금이다!”

기린의 뿔이 새파랗게 빛나기 시작하며 말포이와 기린, 본인의 몸을 감쌌다.

──탁!

──타탁!

───타타타타탁!

팝콘이 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구워지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다.

“……전기장을 쳤군.”

“네 녀석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조사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선도부장 때의 내용이 녀석들의 귀에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검은 늪은 바퀴로 상대의 몸을 뒤덮고 공격하는 기술. 저런 식으로 몸을 전기로 감싸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비장의 수는 끝났나?”

녀석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이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내뱉는 기린.

“말포이여. 그냥 사용하게. 아무래도 끝난 거 같군.”

“뭐? 지금? 굳이 그래야 하나?”

“생각보다 대련이 길어졌네. 무엇보다도 힘을 많이 써서 지쳤어. 슬슬 끝내는 편이 좋네.”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기린의 말을 듣고는 서서히 뒤로 물러서는 말포이.

검은 늪의 효과는 끝났는지 더 이상의 바퀴는 나오지 않았다.

“벌써부터 쓰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에잇!”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지를 쥐어 감쌌다. 그와 동시에 퍼지는 불빛.

“아이템 사용 이펙트…….”

아무래도 저 녀석. [가울의 만물상]에서 산 물건을 사용하려는 모양이었다.

“도철!”

───기기기긱!

마치 철판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대련장에 울려 퍼졌다.

허공을 찢고 나타나는 거구의 소환수.

호랑이와 개의 모습을 섞어 만든듯한 가면을 쓰고 나오는 그 모습에서는 심상치 않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도철.”

S급 소환수 도철.

녀석이 계약한 또 다른 소환수였던 모양이었다.

“호수의 반지인가.”

[가울의 만물상]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하나로 일정 시간 동안 사용자의 운용슬롯을 확장시켜주는 아이템이었다.

아무리 슬롯이 많아도 한 번에 운용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아이템이기도 했다.

즉, 코스트 펌핑 아이템. 초반 한정 사기 아이템이나 다름없는 물건.

“저 아이템을 알고 있는 모양이지?”

알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 아이템은 게임 초반 극상의 효율을 자랑하는 아이템이었으니까.

“표정을 보아하니 알고 있었던 모양이군. 그렇다면 너희에게 희망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터. 이쯤에서 순순히 항복하지 그래.”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듯 하품을 하며 도철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 기린.

로제는 갑작스레 나타난 도철의 모습에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하하! 이제야 실력의 격차를 알겠어? 기린과 도철은 3성의 소환수. 처음부터 네 녀석의 승산은 없었다고!”

그야말로 절망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풍경.

아무리 나라도 3성의 소환수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로제가 마법을 사용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2:3이나 다름없는 이 대련은 사실상 끝이 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하. 하하!”

그 웃음소리는 점점 커지고 마침내 대련장을 가득 채웠다.

“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의 근원지에는 로제가 서 있었다. 들고 있던 검까지 내팽개치고, 배까지 부여잡은 그녀는 이젠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웃었다.

‘쟤 왜 저래?’

‘미친 건가?’

‘저 상황에서 웃는다고? 미쳤나봐.’

‘역시 정상이 아니야.’

주변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로제를 웃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말포이는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이 나간건가? 엘프.”

“아니, 그도 그럴 게…… 하하하!! 너무 웃기잖아요……!”

송글송글 맺힌 눈물을 얇디얇은 손으로 훔치는 로제.

“하하…! 하…! 역시…… 그레고리님은 최고예요.”

“……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말포이. 그런 말포이를 무시하고 로제가 나를 바라본다.

“정말, 그레고리님의 계획대로네요.”

“그러게 말이다.”

나 역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하하. 하고 짧게 웃었다.

“너무 예상대로라 재미가 없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 둘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듣고 있던 말포이의 표정이 굳었다.

“알겠다……. 너희 둘 다. 미친 거군.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못 이기고 미친 거야.”

지쳤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서는 말포이. 그는 도철과 기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너희 덕분에 흥이 식었다. 슬슬 끝내도록 하지.”

교관은 재빨리 경기를 멈추려 했으나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며 거절 의사를 보였다.

이로써 나와 로제가 항복하지 않은 이상, 우리가 대련의 종료를 바라지 않는 이상, 그녀는 이 대련을 멈추지 않을 터였다.

“기린. 도철.”

말포이의 명령에 기린은 뿔에 전기를 두르고, 도철은 쇠방망이를 어깨에 짊어 멘다.

“처리────”

───────!!!!!!!!!!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흙먼지가 대련장을 휘감았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모두가 눈과 코를 막으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옅어지는 연막. 그 사이로, 제3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 늦는군.”

“미안하군. 경비에게 사정을 설명하는데 조금 늦었지 뭔가.”

연기의 사이로 새빨갛게 타들어 가는 불꽃이 보인다.

희끗희끗 보이는 흰머리와 시가를 물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자신의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착지할 때 힘을 좀 줄였어야 했는데, 힘 조절을 못 했군. 음?”

그를 부르는 수많은 이명이 있다.

“자네…….”

검성

재앙의 왼팔을 잘라낸 악마

서열 5위의 대악마

악마들의 제후

마계의 의장

마계를 대표하는 최고위 악마.

“꼴이 말이 아니군?”

마르바스

그가 대련장에 등장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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