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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45화 (45/169)

〈 45화 〉 아카바퀴 ­ 45

* * *

“다 죽여! 다 죽여버려!”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꿈인가?꿈이겠지?꿈일 거야.꿈이라고해줘.”

별관의 6층이 비명과 굉음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안의 상황의 대략 상상이 되는지 표정을 찡그리고 있는 라파엘. 그러는 와중에도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보면 주변을 탐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찾았다.”

“정말인가.”

“응. 저기 끝에서 오른쪽 방. 마기가 느껴져. 이제 어떡해? 가서 죽여?”

“파이몬이 말한 건 악마만 죽이는 거였다. 제국 아카데미 학생이 죽어버리면 큰일이 되겠지.”

아마 소환사 아카데미의 평판마저 깎일 것이다.

“우선 돌입함과 동시에 상대 소환사를 제압한 후 악마를 처리한다. 그 다음 이 참사가 일어난 걸 모두 악마의 탓으로 돌려버리면 되겠지.”

“와…… 이걸 다 떠넘긴다고?”

“대충 녀석이 숨기고 있던 소환수가 폭주했다고 말하면 될 거다.”

“좋아. 그럼 바로 돌입한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발로 문을 박차며 진입하는 라파엘.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가자 대참사의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 이건…….”

오줌까지 지리며 바닥에 기절해있는 남성과 계속해서 들러붙는 바퀴들을 불태우는 인간 형체의 거대한 비둘기가 있었다.

“으윽! 뭐냐 네 녀석들은!”

“라파엘.”

“응.”

“조져.”

“네~”

“자, 잠깐 내가 누군지 알고──시, 신성력?! 으악! 자, 잠깐!”

상황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스킬 : 검은 늪]은 진작에 해제한 상태.

녀석은 처참한 몰골이 된 체 우리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첫 번째 질문이다. 네 녀석의 이름은?”

“버, 벌레형 곤충? 무험하다! 이 몸은──”

“말투가 마음에 안 드는군.”

녀석의 면상에 ‘그레고리 펀치’를 먹여주었다.

“네 녀석의 이름은?”

“나는 절대로……”

그레고리 벽수장.

“나는……”

그레고리 쵸크슬렘

“할파스……. 하르파스라고도 불립니다.”

“알고 있었다.”

그레고리 싸대기.

사실 녀석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기에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악마 종족의 서열 38위 할파스. 검은 비둘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악마로 스토리 중 아몬의 부하로 나오는 녀석이었다.

“너 정도가 되는 녀석이 이것밖에 안 되다니. 평범한 경로로 넘어온 게 아니구나.”

“그렇……습니다.”

할파스는 아몬의 부하인 만큼 꽤 강한 모습으로 나오는 녀석이다.

그런데……. 무슨 이말년 비둘기 꼴을 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생각했다.

“무슨 경로로, 어떻게, 왜 넘어온 건지 상세히 설명해라.”

“그것만큼은 안됩니다! 그러다간 제가 죽습니다!”

“아몬 때문인가.”

흠짓.

할파스의 몸이 떨렸다.

“그, 그 이름을 어떻게…….”

“아직 내 소개를 안 했군.”

나는 녀석에게 더 잘 보라는 표시로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였다.

녀석과 내 얼굴이 가까워진다.

“이 모습을 보고도 내가 아직 누구인지 모르겠나?”

“지, 징그러운 벌레의 외형이라면……잠깐.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뭐지?”

갑자기 녀석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린다.

“검붉은 갑피와 기다란 더듬이……. 톱날 같은 다리와 우아한 말투……. 너, 너는 사라졌다고 했는데?! 아몬님이 네 녀석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하지만 지금 네 앞에 있지 않나. 혹, 내가 사칭하는 거라고 느끼는 건가?”

할파스 정도 되는 악마라면 나에 대한 공포가 상당할 터.

실제로 녀석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당신이…….”

“그래, 내가 바로 그레고리 존스다. 네가 아무 말도 내뱉지 않으면 네 영토를 마계 위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악마지. 아직도 나보다 아몬이 두려운 건가?”

꼴깍. 할파스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마, 말하면 저는 살려주시는 겁니까?”

“듣고 나서. 지금은 좀 죽이고 싶군.”

“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녀석이 내뱉은 정보들은 그야말로 쓸만했다.

우선, 녀석은 자신의 하수인에게 시켜 저기 널브러져 있는 녀석에게 자신을 소환할 수 있는 마도서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이 악마와 계약을 하게 되면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이다.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은 교환학생 선발을 위해 그가 건넨 마도서를 받아들였고 할파스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걸 보면 확실히 힘은 건네준 모양이었다.

마도서를 통해 인계에 강림한 할파스의 목적은 아몬의 명령을 따라 인계 침략의 교두보를 만드는 것.

그렇기에 아몬은 인간끼리 전쟁을 일으키고 축성하는 것을 주특기로 하는 자신을 보냈다고 했다.

“아몬이 인간계를 노린다는 말인가? 악마와 계약한 소환사들도 잔뜩 있는데?”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제게 내린 명령은 그저 인간계에 발판을 만들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렇군.”

“그, 그럼 이제 살려주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 잠깐! 왜 살기가! 안 죽인다고! 안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어차피 여기서 죽인다고 해도 실제로 죽는 건 아니지 않나.”

그저 본체에 손상이 조금 심하게 갈 뿐. 녀석은 목숨이 붙은 상태로 마계로 역소환 될 터였다.

“네 녀석의 마도서는 불태울 것이다. 그리고 네 녀석이 여기서 살 방법이 아닌 마계에서 살 방법도 알려주도록 하지.”

내 말에 녀석이 희망을 느꼈는지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계로 돌아가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마르바스의 영토로 달려가 그들에게 협조해라. 그렇다면 아몬도 널 쉽게 건들지 못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의 얼굴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ㄱ자로 꺾임과 동시에 추욱 늘어지는 할파스.

이윽고 녀석의 몸이 검은 가루로 변해 흩어졌다.

“한 방이네?”

“네가 약화시켜 놓기도 했고, 녀석의 본신이 아니니 말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변신을 푼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랍과 테이블, 가방 안까지 뒤져도 나오지 않던 마도서가 녀석의 품을 뒤지자 나왔다.

“바로 태울 거야?”

“아니, 이제 죄를 덮어씌워야지. 라파엘. 이제 가면을 넘겨라.”

“응? 지금?”

“그래. 그리고 마도서를 들고 나가서 이 사태가 모두 이 마도서를 통해 악마가 넘어와 저지른 짓이라 말하면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대천사, 라파엘이 하는 말이라면 모두 믿을 거다.”

“그렇게 하면 되기야 하겠지만…… 전부 나와 프리실라의 공이 될 텐데?”

“널 부려먹은 것은 결국 나이니 말이다. 뭐, 정 양심에 찔리면 네 옆에 서 있을 테니 내가 도왔다고 하면 된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가면을 벗은 라파엘이 내게 가면을 넘겨주고는 마도서를 받았다.

나는 변신을 해제하고 그런 라파엘을 뒤따른다.

복도로 나가니 학생들과 인솔교사가 나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하얀 날개를 가진 라파엘이 방 밖으로 나오자 주변의 시선이 모조리 이쪽으로 쏠린다.

“여러분! 방금의 사태는 이 방에 있던 학생이 악마와 계약을 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 증거입니다!”

연출효과를 위해서인지 몸에서 빛까지 뿜어내며 자신 있게 외치는 그녀.

“그, 그게 무엇입니까!”

인솔교사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악마 할파스와 직속으로 계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마도서입니다. 이 반의 학생은 악마의 힘을 빌려 이 교환학생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이고요!”

“그, 그런!”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모든 사건은 저 라파엘과 제 친우인 그레고리가 함께 처리했습니다!”

“라, 라파엘이라면 황녀님의 소환수이신……!”

제국 아카데미의 교사여서 그런지 프리실라와 그녀의 소환수인 라파엘의 이름을 들어 본 모양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편히 쉬십시오.”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그렇게 인사한 라파엘은 가장 가까운 창문을 열더니 그대로 날갯짓을 하며 사라졌다.

“아아아……! 천사시여!”

그 모습을 감탄하고 바라보고 있는 교사들과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는 학생들.

변신하지 않아 날개가 없는 나는 그저 멍하니 라파엘의 엉덩이나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그 후, 내가 변신을 하지 못해 날 수 없는 걸 깨달은 라파엘이 돌아오기까지 약 3분 정도가 걸렸다.

* * *

“훌륭하구나! 이야기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일을 해결하다니.”

우리는 곧장 아카데미 밖으로 나섰다.

이 시간에 어디를 가느냐고 워커에게 잔소리를 들었지만, 아카데미 내부에 악마가 있었음을 알리고 그 증거로 마도서를 보여주자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눈치채지 못하다니. 내가 늙었긴 늙었나 보군.’

이라고는 말했지만, 대천사인 라파엘도 겨우 찾았을 정도였으니 못 찾는 게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에게 이 마도서를 처리하게 잠시 외출할 수 있게 도와달라 말했고 우리의 상황을 인지한 그는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파이몬의 거처까지 날아온 것이다.

“그나저나 아몬이 인간계에 발판을 마련하라 했다니,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건지 감도 안 잡히는군.”

우리는 할파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파이몬에게 그대로 전달했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꽤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레고리여, 그대는 뭔가 감이 잡히는 게 있나?”

“어디까지나 예상이다만…….”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의 예상이다. 말해 보도록.”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생각을 말했다.

“신성교단의 지원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신성교단? 확실히, 그것들이 근래 재앙을 불러들이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일을 벌이고 있다지? 혹시,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아몬이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겐가?”

“그렇다.”

최근 기숙사 테러 사건이 있었던 만큼, 시기가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아몬이라면 그럴 만하군. 그래, 두 사람 모두 고생이 많았다. 바로 보상을 주지.”

파이몬이 앉은자리에서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구멍이 생겨났다.

그곳에 손을 쑤욱 집어넣고는 휘적거리는 파이몬.

이내 그녀가 꺼낸 것은 새빨간 과일 하나와 검은색 액체가 든 포션이었다.

“잠깐만, 왜 이걸 네가 가지고 있어?!”

테이블 위에 놓인 새빨간 과일을 본 라파엘이 화들짝 놀라며 과일을 들어 올렸다.

“천상과. 천계에서만 열리는 사과는 여기서 구하기 힘들 텐데…….”

“내게 지혜를 구한 갑부가 대가로 주고 간 물건이지. 그대의 소환사인 황녀에게 도움이 될 게다.”

그렇다면 이 검은색 포션이 내꺼겠군. 나는 그것을 들어 올리며 파이몬에게 설명을 구했다.

“땅 끝. 동방에서 건너온 영약이라고 하더구나. 공청석유라는 이름이던가. 동방에서 온 내 추종자가 내게 바친 물건이지.”

공청석유라면 무협 소설에서 자주 보던 영약으로 게임 내에서도 존재하는 아이템이었다.

무협계열의 소환수에게 사용하면 더 큰 성장률을 보이는 영약이지만 지금의 내게도 큰 도움이 될 터.

이걸 마시면 곧바로 3성에 도달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마시겠느냐?”

“그래.”

솔직히 말해서 지금 마시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포션의 뚜껑을 따 단숨에 삼켰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메시지가 내 눈앞에 떠올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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