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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46화 (46/169)

〈 46화 〉 아카바퀴 ­ 46 (수정)

* * *

[등급 상승!]

[새로운 스킬이 개방됩니다!]

[마계의 대공, 그레고리 존스]

[★★★☆☆☆☆☆☆☆]

[특성]

1. 귀족

2. 지독한 생명력

3. 탐(?)

[스킬 목록]

1. 변신 (Lv.Master)

2. 날개 펼치기(Lv.3)

3. 폭발적인 속도(Lv.4)

4. 바퀴벌레 킥(Lv.2)

5. 검은 늪 (Lv.1)

6. 후각 상승 (Lv.1)

3성으로 올라가며 전체적으로 스킬들의 레벨이 상승했고 검은 늪이 개방되고 후각 상승이라는 스킬이 생겨났다.

“이건, 상상 이상이군.”

확실히 키우기 힘든 만큼 성장할수록 다른 소환수에 비해 강해지는 10성 캐릭터.

무엇보다도 놀라운 사실은 새로운 특성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특성 : 탐 : 당신은 모든 것을 씹을 수도, 삼킬 수도 있으며 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바퀴벌레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이었다.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다니, 생각보다 유용한 능력일 듯싶었다.

영약 역시 입으로 삼키는 물건이 대부분이니까.

실제로, 뱃속으로 들어간 공청석유의 기운이 어디로 퍼지지 않고 뱃속에서 천천히 소화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나 보군?”

앞에 앉아있던 파이몬이 싱긋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 그런데…… 아직 끝이 아닌 것 같군.”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 변신 」을 하라고.

“변신.”

짧은 빛무리를 흩뿌리며 바퀴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레고리?”

마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간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야는 마치 잘못된 렌즈를 낀 것처럼 뿌연 상태.

그 순간, 등 부분에서 부욱.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내 몸이 뒤로 밀리는 감각이 들었다.

최대한 감각을 그쪽으로 집중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내뺀다.

마치 갑갑한 인형 옷을 벗는 듯한 느낌. 마침내, 온몸을 전부 빼내었을 때, 나는 내 등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탈피를 한다고?”

바퀴가 탈피하는 곤충이던가?

“그레고리, 몸이 더 단단해진 것 같은데? 색깔도 좀 더 흑색으로 진해졌고 말이야.”

옆에서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라파엘이 말했다. 실제로 내 몸을 내려다보니 평소보다 더욱 검은 몸이 눈에 띄었다.

“어이가 없군.”

“당사자도 어이가 없었는데 우리는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한 라파엘이 자연스럽게 내 탈피껍데기를 어깨 위로 번쩍 들었다.

“…뭐하지?”

“왜, 어차피 버리려고 한 거 아니야?”

“대충 잘게 부숴서 쓰레기로 처리해 달라고 말하려 했지.”

“그러면 나 줘.”

“…뭐?”

“나 달라고.”

뭔가 평소와 달리 꽤 진지한 분위기였다.

“대체, 그딴 걸 어디에 쓰려는 거냐.”

비록 내 탈피껍데기라 할지라도 그 모습은 영락없는 인간형의 거대 바퀴였다.

현실 세계의 나라면 보자마자 오금을 지리며 기절할 정도의 비주얼을 가진 괴물.

그렇기에 그런 껍데기를 대체 왜 가져가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물용.”

“선물용?”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물건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거든. 선물로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대체 왜?”

본심이 튀어나왔다.

아니 저딴 걸 왜 모은다는 거지?

“플레이트 아머 수집하는 귀족도 있는 마당에 이런 물건을 수집하는 귀족은 이상하다 이거야?”

“아니, 그건 아니다만.”

“아니면 뭔데? 밤늦게까지 도와준 내게 쓰레기로 버리려던 이 껍데기도 못 주겠다 이거야?”

이걸 이렇게 몰고 간다고?

마치 내가 주지 않으면 죄인이 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게 그 유명했던 가스라이팅인가.

“아무튼, 그러니까 이건 내꺼야. 길바닥에 버린 쓰레기는 줍는 사람이 임자니까. 파이몬, 상관없지?”

“……그래, 나라도 저런 걸 직접 처리하고 싶진 않으니.”

“좋아.”

싱긋 웃은 라파엘은 그대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럼 그레고리, 나 먼저 갈게? 천천히 와~”

그 말을 남기고는 먼저 떠나버리는 라파엘.

아무래도 자기 볼 장은 다 봤다. 라는 마인드인 모양이었다.

나 역시 그만 기숙사로 돌아가 쉬고 싶었지만,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파이몬의 건너편에 털썩 앉아버렸다.

“흠,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모양이지?”

“보다시피.”

“극소수의 벌레형 악마들은 탈피라는 걸 겪고 난 뒤 일정 시간 동안 약해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이었던 모양이구나.”

악마라도 가제나 랍스터나 다름없는 모양이었다.

탈피했다고 약해진다니, 어이가 없네.

“흐음~ 여기서 내가 자네를 공격하면 자네를 쓰러뜨릴 수 있을까?”

장난스럽게 그렇게 중얼거리는 파이몬의 발언에 나는 피식 웃으며 몸을 들썩였다.

“잊은 거 아닌가? 나는 소환사와 계약되어 있는 소환수다. 여기서 죽어봤자 역 소환되어 회복할 뿐이지.”

“소환수는 편하군.”

“편리하다고 생각되면 너도 소환사와 계약을 해보는 건 어떤가.”

그녀 역시 마르바스에 버금가는 대악마였다. 아마 그녀가 계약자를 찾는다는 소문을 들으면 억만금을 들고 와서라도 소환수로 삼으려는 소환사들이 줄을 서리라.

“미쳤군. 그런 거에 관심 없다.”

“그래.”

아무래도 로제 마왕 만들기 프로젝트까지 연결될 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용사의 후손이자 하프 엘프인 마왕 로제. 뭔가 멋진 호칭이라 생각했는데.

“하암, 피곤하군. 난 이만 쉬겠다. 그대는 적당히 쉬다 알아서 가거라.”

긴 하품을 내뱉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천막 뒤로 걸어 들어갔다.

손님을 혼자 두고 자러 가다니, 괘씸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이런 늦은 시간에 찾아온 우리가 더 괘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도록.”

“그래.”

손을 휘적거리며 화답을 하곤 그대로 침대 속으로 몸을 던지는 파이몬.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는 그저 빨리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 *

“후후후……. 대박이야! 대박!”

서머니아의 상공.

그곳에는 거대한 괴물의 껍데기를 들고 상공을 비행하고 있는 한 천사가 있었다.

라파엘.

천계의 대천사이자 제국의 황녀, 프리실라의 소환수.

그녀는 지금 자신의 소환사인 프리실라에게 건네줄 두 가지 선물로 잔뜩 흥분해 있는 상태였다.

“프리실라도 분명 좋아하겠지?”

갑각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프리실라였다. 그런데, 그레고리의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탈피껍데기?

분명 좋아서 혼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라파엘의 머릿속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정지.”

마침내 아카데미의 상공에 다다랐을 때, 아래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라파엘이 선택한 것은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 천천히 바닥에 착지하는 것이었다.

“누구이기에……음? 아니 이런, 라파엘님이셨군.”

그 목소리의 주인이 다른 누구도 아닌 아카데미의 경비.

워커 스카이블루이기 때문이었다.

“네, 워커. 이제 돌아왔어요.”

“생각보다 금방 돌아오셨군, 머리 위에 그건…… 그레고리인가?”

“네? 아! 그레고리는 아니고요. 그레고리 비슷한 거예요. 그레고리는 아마…… 조금 뒤에 올 거예요. 네.”

“알겠네. 뭐, 몸만 조심히 해서 오면 나야 상관은 없지……. 다음부터는 이렇게 날지 말고 정문으로 오게나, 내가 깜짝 놀라지 않았나.”

“네, 미안해요. 워커. 너무 들떠서.”

“뭐……. 그런 걸 들고 들뜰 이유가 뭐가 있나 싶지만……. 어쨌든 조심히 들어가게. 라파엘님.”

“네, 워커도 고생하세요.”

그렇게 가장 큰 난관인 워커마저도 뒤로하고 기숙사에 도착한 라파엘.

활짝 편 날개를 서서히 접은 그녀는 그대로 기숙사의 입구로 들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띠링

엘리베이터의 문이 서서히 열리며 익숙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밀린 과제를 하고 나서는 자기 전 취침빵이 국룰이……어?”

“어라?”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헤엑?! 흐에에에에에엑?! 히에에에에에엑?!!”

“꺄, 꺄악!”

괴상한 소리를 내며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만 로제. 그 모습에 라파엘 역시 적지 않게 놀랐는지 비명을 질러버렸다.

“뭐, 뭔가요 로제! 이 시간에!”

“네? 그냥…… 밀린 과제를 하다 자기 전에 바깥바람이나 쐬면서 담배 좀 피우려고……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직도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로제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라파엘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라, 라파엘님이 머리 위에 들고 계시는 그거…… 그레고리님이 아니신가요?!”

아, 그렇게 보일 수도 있나.

그런 생각을 한 라파엘이 당황하며 그레고리 껍데기를 옆에 세워놓고는 손을 저었다.

“그, 그런 게 아니에요! 봐요. 안 움직이잖아요?”

“네? 화, 확실히…… 움직이지는 않지만…….”

[문이 닫힙니다.]

달칵. 하고 다시 버튼을 누른 라파엘이 말했다.

“일단 나와서 이야기하죠.”

“아, 네.”

라파엘이 내민 손을 잡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로제.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 그레고리 껍데기를 내버려 두고는 기숙사 앞에 섰다.

치익.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이는 로제.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던 라파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로제의 담배는 항상 좋은 냄새가 나네요.”

“헤헤, 담배라기보단 약 같은 거니까요. 그런데, 대체 저건 뭐예요? 그레고리님의 변신한 모습이라니. 혹시 문 앞에 두고 도둑이라도 쫓는 용도로 쓰시는 건가요?”

“아…… 그게 말이죠…….”

라파엘은 오늘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추려 로제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파이프 담배를 뻐끔 이며 이야기를 듣는 로제. 이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은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즉, 저건 그레고리님의 탈피껍데기라는 거네요.”

“그렇죠.”

“그런데, 저런 걸 왜 챙기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징그럽고…… 많이 무서운데.”

“천사에게도 비밀은 있답니다?”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할 뿐인 라파엘. 로제는 아무리 물어봐도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깨달았는지 ‘그렇군요…….’ 라고 중얼거리는 것으로 질문을 끝냈다.

로제가 담배를 모두 피우고, 두 사람은 사이좋게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이좋게 처참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어……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멍하니, 눈앞의 대참사를 보며 조심스럽게 묻는 로제. 이에 라파엘이 그레고리 껍데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것 때문인 거 같은데요.”

두 사람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

그것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쓰러진 체 기절해 있는 여학생과 그 여학생의 머리를 계속해서 찧고 있는 엘리베이터의 모습이었다.

“……튈까요?”

로제의 발언에 머리를 부여잡는 라파엘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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