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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51화 (51/169)

〈 51화 〉 아카바퀴 ­ 51

* * *

“다, 당신!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마나를 다루게 된 것만으로 이런 게 가능하다고요?!”

“내가 그 천재였나 보군.”

“아니, 이건 천재를 넘어선 거잖아요!”

아마 이런 것이라 생각한다.

갓난 아이를 들고 ‘이게 걸음마야’ 라고 알려주자마자 곧바로 달리기 시작하는 상황.

그런데 어쩌겠는가. 되는 것을.

“……그레고리 존스.”

갑자기, 마법 교관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왜 그러지.”

“당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기에 이렇게 무게까지 잡는단 말인가.

“마도의 길을 걸어 볼 생각은 없나요?”

“뭐?”

“당신이라면 대마법사가 될 수 있어요! 저만 믿고 지금 당장 로제양과 함께 나란히 제 조교수로 들어오는 거예요!”

……조교수?

“네? 저요?”

갑자기 자기 이야기까지 나와 놀란 로제가 손에 붙은 불을 입으로 후후 끄더니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보세요! 저 재능을! 입학한 지 얼마나 됐다고 3서클이 돼서는 제가 알려준 술식을 바로 펼치고 있잖아요! 그것도 혼자!”

“넹? 헤헤…….”

갑자기 들리는 본인의 칭찬에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는 로제.

설마 앞부분을 못 들은 건가.

“로제양도 좋아하는 것 같고. 어때요? 저와 함께 마도의 길을 걷죠!”

“교관.”

“네! 교관인 베르미 리켈라에요! 조교수!”

“헛소리하지 마라.”

“…힝.”

어딜 감히 사람을 노예로 만들려고.

단호한 내 거절에 축 처진 교관, 베르미는 터벅터벅 교단으로 돌아갔다.

“그레고리님. 교관님이랑 무슨 이야기를 한 거예요?”

“자신의 노예가 되어달라더군. 너와 함께 말이다.”

“네?! 노예요? 너무 하셨네요. 저희 가문에선 엘프들을 노예로 삼으려고 하면 바로 농장에 넣어버리는데 말이죠.”

너도 만만치 않은데.

“그래도…… 가끔 노예가 되는 걸 즐기는 엘프분들이 계신다는 말은 들었어요. 막 욕먹고 맞는 걸 즐긴다고 하시던가……. 저는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에요.”

“……그런가.”

엘프의 세계는 심오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계속 이어서 수업할게요…….”

한 마리의 슬라임이 되어 몸을 흐늘흐늘 거리는 베르미가 분필을 잡고 수업을 이어갔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수업은 인첸트 마법을 이용하는 법과 변화시키는 법, 마법의 약점과 같은 내용이 주를 이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평소였다면 모를까, 직접 배운 마법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꼼꼼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그레고리와 로제는 생각 있으면 언제든 제 사무실로 찾아오세요. 그럼 이만…….”

수업의 끝과 동시에 새로운 사탕을 까 입에 물고는 그대로 교실 밖으로 사라지는 베르미.

로제의 말로는 다음 수업은 예절 수업이라는 모양이었다.

“…나는 나가보지.”

“그러실 줄 알았어요. 그러면 오늘 대련은요?”

마침 파이어 바퀴도 배웠겠다.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에 대련은 참가하겠다 말했다.

“로제. 어차피 담배 피울 거 아니야? 지금 안가면 늦는다.”

“아, 넷! 그럼 그레고리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래.”

엘레나와 함께 시야에서 사라지는 로제. 음, 이 정도면 어디 가서 왕따 소리는 안 듣겠지.

그대로 나는 발걸음을 옮겨 아카데미의 정문으로 향했다.

“그레고리. 오늘도 땡땡이신가?”

“땡땡이라니, 소환수의 당연한 권리다.”

“하하하하! 그렇지! 나 때는 소환수의 수업도 필참이었는데 말이야.”

내 얼굴을 보자 반갑게 맞이해주는 워커. 그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붙잡았다.

“이번에 아카데미에 숨어든 악마를 잡았다지? 그렇게 계약하는 방식으로 들어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고마우이.”

“그대 역시 아카데미를 지키느라 바쁘니 말이다.”

“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먼. 그럼 나가는 거지?”

“그래, 대련 시간 전까지는 올 생각이다.”

“그래, 조심해서 다녀오게나.”

항상 푸근해 보이던 워커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홀쭉해 보였다.

부총장인 오르가가 아카데미에 돌아왔다며 워커를 꽤 귀찮게 한 모양이었다.

아카데미 밖으로 나서자마자 변신을 하고는 서머니아 쪽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날개 펼치기를 자주 사용해서인지 다른 스킬에 비해 가장 많은 레벨이 상승한 스킬이었고 그만큼 성능도 훨씬 좋아졌기에 서머니아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네! 어서 오세여~ 가울의 만물상입니…… 괴무우우울!!!!!!!!”

아, 변신을 안 풀었나.

“나다.”

그렇게 말하며 변신을 풀자 벽에 딱 붙어 눈물을 글썽이던 체스넛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 그레고리님의 본모습이라고 하셨져……. 왠지 저번보다 더 무섭게 변하신 것 같은데여…….”

“그냥 발전이 있었을 뿐이다.”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인지 체스넛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아! 등급이 상승하신 거군여! 축하드려여!”

진심으로 나의 성장을 축하해주는 체스넛. 그녀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고는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고맙군. 안에 상점을 둘러보러 왔다만……. 새로 들어온 물건은 있나?”

“네! 카탈로그 드릴까여?”

“주면 고맙겠군.”

“여기여!”

체스넛이 건네준 카탈로그에는 저번에 보지 못한 상품들이 확실히 늘어나 있었다.

“손님은 좀 늘었나?”

“네! 어째서인지 그날 이후로 몇몇 분이 찾아 오시더라구여? 파란…… 앗! 고객님들의 정보는 기밀이에여!”

자기 혼자 떠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이 웃겨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래, 물을 생각은 없다. 그럼, 아래로 가보지.”

“네!”

체슈넛의 안내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필요한 물건을 몇 개 골랐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상당히 나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제는 나중에 해도 되겠나?”

어차피 조금 있으면 라파엘을 통해 아카데미에서 보상금이 들어올 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네! 그레고리님이라면 괜찮아여! 다음 상품이 들어올 때 결제할 대금도 충분하고여.”

“그전에 온 손님이 꽤 부자였나 보군.”

“헤헤……. 확실히 그분이 좀…… 앗! 기밀이에여!”

“그래그래.”

그렇게 외상을 진 후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할 때, 체스넛이 내 옷깃을 잡았다.

“…왜 그러지?”

“그게……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여. 들어주시면 안될까여? 들어만 주시면 할인가로 모실게여!”

의뢰인가.

가끔 게임에서도 이런 식으로 의뢰를 맡겨 보상을 받거니 할인을 받는 방식이 있었지.

무엇보다도 외상까지 진 후라 거절하기도 뭐 했다.

“말해봐라.”

“헤헤, 다름이 아니라 그레고리님은 아카데미에 다니시니 곧 있으면 의뢰를 받으러 다니시잖아여?”

“그렇지.”

아카데미 1학년은 학기 중 한 달간 외부의 의뢰를 받아들이는 봉사활동 기간이 있었다.

아마 그때를 말하는 것이겠지.

“혹시 도시 밖으로 나가시게 된다면 금방울꽃을 구해다 주실 수 있으실까여? 물론 못 보신다면 안 구해주셔도 괜찮아여!”

금방울꽃, 연금술에 쓰이는 약초로 보통 영약을 만들 때 사용하는 약초였다.

“연금술도 할 줄 알았나?”

“당연하져! [가울의 만물상]을 운영하는 점주라면 영약 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하거든여?”

엣햄! 소리를 내며 양팔을 허리에 붙여 ‘나는 대단한 사람이오!’ 자세를 취하는 체스넛.

가내수공업도 가능하다는 소리는 꽤 놀라웠다.

“알겠다. 금방울꽃. 기억하지.”

“헤헤, 감사합니다아.”

“그러면 내가 다른 영약 재료들을 가져다주어도 영약을 만들 수 있나?”

“윽!”

내 말에 체스넛이 몸을 떨었다.

“……사실 이번이 첫 영약 제조에여.”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거겠지.

“그, 그래도! 이론은 바삭하니까 금방 배운다고여!”

“그래, 기대하마.”

나중에 희귀한 재료가 생기면 체스넛에게 팔거나 영약의 제조를 맡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또 오세여! 가울의 만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울의 만물상]을 뒤로하고, 파이몬이 있는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딸랑하는 정겨운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잠깐동안 내게로 시선이 몰리다 이내 흩어진다.

파이몬과 내 관계를 아는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손님?”

자연스럽게 뒷문 쪽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겨 문을 열려고 하자 뒤에서 바텐더가 나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지?”

“현재 그분은 자리를 비우신 상태입니다.”

“……파이몬이?”

그녀가 자리를 비우다니. 어째서 자리를 비웠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려고 할 때, 바텐더가 말했다.

“예, 그리고 그분께서 손님께 남긴 전언이 있습니다.”

“……듣도록 하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뽀득뽀득 접시를 닦던 바텐더가 사무적인 어조로 묻는다.

비록 파이몬의 친구더라도 주점에 와서 술을 안 시킨다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니 당연한 질문이었다.

“가볍게 흑맥주로 부탁하지.”

“마침 좋은 흑맥주가 들어왔습니다. 만족하시겠군요.”

마법이 작용하고 있는 냉장고에서 유리병을 꺼내 내 앞에 놓아주는 바텐더.

그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뚜껑을 열며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는 이렇게 전달해달라 하셨습니다. ‘귀찮은 녀석이 왔으니 잠시 마계로 몸을 피하마. 때가 되면 돌아갈 테니 걱정하지 말도록. 마르바스에게 전해줘라.’ 라고 말입니다.”

“…귀찮은 녀석이라니.”

사실 마르바스와 대화를 나눈 시점에서 녀석이 여기에 더 있을 이유도 없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날 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역시 그 녀석이겠군.”

파이몬이 귀찮다고 말할 정도면 그 녀석 말고는 없겠지.

“손님께서는 짐작이 가는 상대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래, 뭐. 네 녀석들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을 거다. 그 녀석도 그저 귀찮은 일을 피하려 마계로 간 모양이고.”

“…그렇군요.”

뽀득뽀득.

잔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바텐더.

부하 하나는 잘 뒀군.

“잘 마셨다.”

나는 그렇게 말하곤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싼 동전을 내려놓은 뒤 주점을 나섰다.

슬슬 천천히 돌아가면 대련 시간에 맞춰 돌아갈 수 있으리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주점 앞에 서서 미리 잘라놓은 시가를 입에 물고 스킬을 발동시킨다.

[스킬 : 화염 인첸트]를 발동합니다.

화륵, 하고 검지에 타오르는 불꽃. 시가에 불을 붙이고는 저 멀리 아카데미의 방향을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뱉었다.

“……귀찮아지겠군.”

나도 튀고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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