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56화 (56/169)

〈 56화 〉 아카바퀴 ­ 56

* * *

“여기가…… 비행공항!”

서머니아에 위치한 비행공항. 마침내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숨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사람이 엄청 많아요!”

“서머니아에 하나밖에 없는 비행공항이니까요. 로제, 제 손 꽉 잡고 있어야 해요? 여기서 길을 잃으면 답도 없으니까요.”

“저는 어린애가 아니거든요?!”

어느덧 어린애 취급이 되어버린 로제와 그런 그녀를 보살펴주고 있는 프리실라의 관계는 주위 사람으로부터 미소를 끌어내는 미묘한 힘이 느껴졌다.

“그레고리, 너도 비행선은 처음 아니야?”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로제와 프리실라를 같이 바라보고 있는 라파엘. 그녀가 힐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비행선 말인가? 과거에 꽤 많이 타봤다.”

“그래? 의외네?”

물론 게임에서의 이야기였지만.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려면 비행선을 이용하는 것은 필수였기에 정말 밥 먹듯이 비행선을 이용했었다.

뭐, 게임에서는 둥둥 떠다니다가 3초 만에 도착하고 그랬지만.

그렇게 우리끼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안내창구에 갔었던 아멜과 휴고 그리고 인솔자로 함께하게 된 대련 교관, 셀루아 네갈이 돌아왔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선은 잠시 후 도착할 거다. 모두 8번 게이트로 이동하지.”

교관의 말에 우리는 곧바로 8번 게이트를 향했다.

“우와아아아! 커요! 엄청나게 커요!”

8번 게이트 밖. 지면으로부터 살짝 떠 있는 비행선은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무척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아래에 있는 선실과 위에 달려있는 거대한 풍선 부분까지.

다만, 굳이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바닥 부근에 빛나는 초록빛 돌이 박혀있다는 점이었다.

“……이게 비행선!”

방금 전 공항에서 라파엘과 이야기를 하며 들은 것인데 비행선은 저 풍선에 들어간 가스와 바닥에 붙은 ‘부유석’이라는 물질을 통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모양이었다.

물론, 동력은 프리즘 스톤이다.

“로제? 탑승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타야 할 거다.”

“네! 고마워요. 아멜 선배님!”

“아멜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학생들 중에서 가장 선배랍시고 다른 후배들을 챙기는 아멜.

역시 공짜로 선도부장을 하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발멩가.”

“…왜 부르지? 그, 그레고리 존스.”

그런 녀석이 내게 이름을 불리니 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네가 제국 아카데미로 떠나면 선도부는 누가 관리하는 거지?”

“부부장에게 일임하고 왔으니 걱정할 것 없다.”

선도부에는 부부장이라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비행선의 내부는 마치 여객선의 내부를 보는 것 같았다.

가운데 보이는 홀과 작은 무대, 그리고 매점. 그리고 양옆으로 늘어선 복도와 선실들까지.

우리의 방이 어딜지 둘러보며 간을 보고 있자 뭘 하고 있냐는 듯 교관이 말했다.

“거기서 뭘 하고 있나. 우리는 2층이다.”

“2층?”

그렇게 따라 올라간 2층. 그 넓은 공간에 방이 총 8개 밖에 없었다.

“프리실라와 라파엘이 201호. 로제와 그레고리 존스가 202호, 아멜과 휴고가 203호고 내가 204호다.”

“……설마 했지만, 비행선의 상층을 쓰게 될 줄이야. 이게 프리실라 왕녀의 힘인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203호 키를 바라보며 벌벌 떨고 있는 아멜.

아무래도 비행선의 상층은 비행기로 따지자면 퍼스트 클래스 같은 느낌인 모양이었다.

“프리실라, 네가 힘을 쓴 건가?”

“네? 아니요? 아무래도 부총장님이 힘을 쓰신 모양이에요. 저희는 지금 소환사 아카데미의 대표로 가는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아카데미 측의 배려인 건가.

“각자 짐을 놓고 객실에서 쉬고 있도록. 나도 도착 때까지는 휴식을 취하도록 하마.”

그 말을 끝으로 교관은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복도에 우리 세 파티만 남게 된 상황.

“그럼 저두 짐을 놓고 객실에서 쉬고 있을 게요. 심심하면 놀러와요~”

프리실라도 방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도 방안에서 쉬고 있으마. 무슨 일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도록.”

아멜도 안에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우리 둘만이 남았다.

“믿기질 않네요……! 시골의 하프엘프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걸까요?!”

“아까부터 말이 없다고 생각은 했다만…… 그저 놀라고 있는 거였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제가…… 엘프인 제가 하늘을 날게 된다니! 너무 신나요!”

“그러면 우리는 짐을 놓고 조금 돌아다녀 보는 게 어떠냐.”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로제가 고개를 격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너무 좋아요!”

방에 짐을 두고 우리는 곧바로 4층으로 향했다. 3층은 비행선을 조종하는 구역이기에 일반인은 출입이 불가한 모양이었다.

4층은 사면이 모두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여러 음식점과 카페가 위치해 있었다.

“와아! 그레고리님! 나중에 여기서 아래를 보면 엄청 이쁠 것 같아요!”

“무서울 텐데?”

“아니에요. 분명 이쁠 거예요!”

[비행선 아틀라스호. 이륙하겠습니다.]

4층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안내방송. 이내 우우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서서히 비행선이 수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 떠올라요! 떠올라요! 그레고리님!”

마치 어린아이처럼 창가로 달려가 아래를 바라보는 로제.

비행선이 떠오르는 느낌은 마치 비행기가 이륙할 때와 비슷했는데 앞으로 달리며 이륙하지 않아서인지 심한 떨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점점, 아주 점점, 아래에 위치한 서머니아가 마치 미니어처 도시로 보일 정도로 올라오고 나서야 상승을 멈춘 비행선.

이내 양옆 쪽에 달린 프로펠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비행선이 앞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신기했다.

현대 문명에서 타볼 일이라곤 전혀 없는 비행선을 이쪽 세계에 넘어와서 타게 되다니.

“그레고리님! 저기 보세요! 아카데미가 엄청 작게 보여요!”

이미 얼굴을 거의 유리창에 박고 있던 로제가 얼마나 신이 난 건지 엉덩이까지 씰룩이며 신나는 목소리로 외쳐왔다.

“계속 여기에 있을 셈이냐?”

“네?”

내 말에 고개를 휙 돌리는 로제. 내려갈 거라고 생각한 건가?

“4층은 야외 테라스라고 들었다. 거기가 풍경을 감상하기 더 좋을 테지.”

“당장 가요!”

로제가 내 손을 붙잡고는 위층을 향해 달린다.

로제의 손에 이끌려 그대로 따라가는 내 몸.

4층으로 향하는 계단의 끝에 도착하자 새파란 하늘과 구름, 태양빛이 우리를 반겼다.

“와아─!”

확실히.

“엄청나군.”

“그렇죠?”

상공에서 바라보는 판타지 세계라니, 그야말로 그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벌써 서머니아가 안보여요!”

비대한 크기 때문에 속도가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만, 생각보다 속도가 잘 나오는 모양이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바람도 심할 텐데, 야외 테라스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모르겠군.”

“음…… 저것 때문이 아닐까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며 테라스의 구석에 박혀있는 돌기둥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다른 구석에도 이상한 문양이 그려진 돌기둥들이 박혀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법이군.”

“네. 아무래도 바람을 막는 용도로 사용하는 모양이에요.”

그래도 역시 판타지 세계는 판타지 세계라는 걸까.

높은 상공의 외부임에도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테라스라니, 판타지를 잔뜩 만끽하며 아래를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서 로제의 탄성이 들렸다.

“와! 역시 이 정도로 올라오니까 비룡도 볼 수 있네요?”

………비룡?

“로제! 지금 당장 내려가라!”

“네? 엣? 에엣?!”

얼타고있는 로제를 허리째로 감아 들고 재빨리 내부로 들어가자 동시에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현재 비적(??)이 출현한 상황입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즉시 객실로 돌아가 대기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 와서야 비적 이벤트라니, 운도 지지리 없지.

“그레고리님?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숄더백마냥 옆구리에 매달려 있는 로제가 나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비적이다. 하늘에서 도적질을 하는 녀석들이지. 비행선 측에서 구조신호를 보냈을 테니 우리는 객실에 앉아 대기하고 있으면 될 거다.”

마침내 2층에 도착하자 2층 복도에 서 있는 다른 동료들이 보였다. 아무래도 방송을 듣고 모두 뛰쳐나온 모양이었다.

“로제, 그레고리. 마침 잘 와줬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선 교관, 셀루아가 우리를 보고는 반기는 표정을 지었다.

“왜 다들 나와 있는 거지?”

방송대로 객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해결될 일. 이렇게 모두 나와 있는 건 뭔가 이상했다.

“방금 기관실 측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더군. 그리고 우리는 지금 막 그 요청에 응한 상태다.”

“…구조대가 늦는다고 한 모양이군.”

“알고 있었나? 방금 막 서머니아의 비행공항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계획된 방화겠지.”

계획된 방화. 그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 비행선 안에 비적들이 노리는 게 있다는 건가.”

“정확하다. 대충 예측은 간다만…… 확신을 할 수는 없겠군.”

아마 교관이 생각하는 대상은 제국의 황녀인 프리실라이거나 현재 제국 아카데미로 향하고 있는 우리겠지.

하지만 정확한 증거나 정보는 없는 상태였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즉, 우리 때문에 휘말렸다 생각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건가?”

“오히려 반대다. 어차피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간 우리가 불리할 테니 초반부터 방어하는 게 좋을 거라 판단한 것뿐이다. 그대, 비행을 할 수 있었지?”

교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좋다. 프리실라와 로제는 소환수들과 함께 4층에서 다가오는 비적을 상대한다. 비행할 수 없는 나와 아멜은 비행선 내부를 방어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는 박수를 치는 교관.

“위치로.”

교관의 오더에 따라 우리는 다시 4층 테라스를 향해 달려갔다.

────!!!

비행선 주변을 선회하며 괴성을 지르고 있는 비룡과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비행선 한 척.

“라파엘. 비룡을 막을 수 있겠어요?”

“글쎄, 우선 비행선에서 조금 떨어뜨려 놓는 게 좋겠네. 그레고리. 너는 저기 비행선을 좀 상대해줄래?”

“그러지. 로제, 너는 프리실라를 지키고 있도록.”

“네!”

“변신.”

바퀴폼으로 변한 나는 비행선이 다가오고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쪽에 넘어와서 처음으로 치루는 비행전이지만…….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물량에는 장사가 없다.

“검은 늪.”

우선은 물량 공세로 녀석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