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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57화 (57/169)

〈 57화 〉 아카바퀴 ­ 57

* * *

“검은 늪”

허공에서 피어난 검은 꽃이 만개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키에에에엑──!!!

자신을 둘러싸려는 바퀴의 무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온몸을 비트는 비룡.

수많은 바퀴가 압도적인 질량에 눌려 땅으로 흩뿌려진다.

“으으……. 역시 압도적이네요.”

내 옆에서 몸서리치며 부르르 떠는 로제.

상대에 누가 있는지 확실치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탐욕」까지 사용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아끼기로 했다.

바퀴 때가 저 멀리 있는 비행선을 뒤덮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 비적의 비행선에도 방어 기제가 따로 있는지 녀석들의 배에 달라붙은 바퀴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기는 직접 가야겠군. 로제, 너는 프리실라와 함께 갑판을 지키고 있도록.”

“네! 몸조심하세요!”

[스킬 : 날개 펼치기]를 발동합니다.

그대로 공중으로 날아 우리 비행선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역시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에는 제한이 크게 없는 모양이었다.

“라파엘. 곧바로 상대 비행선으로 침입할 생각이다만.”

비행선 주변을 돌고 있는 비룡을 견제하고 있는 라파엘. 그녀는 비룡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내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나는 이 녀석을 계속 봐야 할 것 같은데? 저 녀석이 비행선에 들이박기라도 하면 그대로 끝이야.”

“그런가. 그럼 나 혼자 진입해보지.”

그대로 몸을 돌려 비적들의 비행선을 향해 방향을 튼다. 일정한 속도로 우리를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비행선.

그곳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을 때, 캐리어에서 튀어나오는 인터셉터 마냥 비행선에서 무언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는 모두 붙잡아!”

“비룡이 길을 뚫으면 그대로 진입해!”

“저기 뭔가 날라오고 있어!”

모습을 보아하니 부유석으로 공중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든 오토바이 같은 물건인 모양이었다.

게임에서 저런 걸 타고 다니는 비적이 있었나?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결국, 게임 설정일 뿐인데, 저런 게 나타나면 그런 거겠지.

“저, 저 괴물은 뭐야!”

“대장! 어떻게 좀 해봐!”

“끄, 끔찍해! 우선 돌아가자. 응? 제발!”

공포에 걸린 걸 보면 그냥 어중이떠중이들인가.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그대로 속도를 높여 녀석들에게 접근했다.

“괴, 괴물 녀석이 다가온다!”

“석궁을 쏴 머저리 새끼들아!”

“저런 걸 어떻게 상대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석궁 볼트들. 피할 수 있는 건 모두 피해 주고 못 피하겠다 싶은 것들은 손으로 쳐내며 계속해서 접근을 시도한다.

“후퇴! 후퇴! 우선 다들 안으로 돌아가!”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명령에 다시 비행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녀석들.

더듬이가 빠르게 움직이며 마력의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아마 저 녀석들이 들어오는 것을 감지하고 비행선 자체의 실드를 열은 모양이었다.

나와 녀석들의 거리는 약 30m.

저 실드가 닫히기 전에 들어가야만 했다.

“어쩔 수 없군.”

젖먹던 힘까지 짜내 최대한 녀석들에게 접근한 후, 녀석들이 비행선 안으로 들어서려 할 때, 나는 정의라는 이름의 주문을 외쳤다.

“바퀴벌레 킥.”

나는, 하나의 검은 벼락이 되어 녀석들의 비행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비적단의 비행선 내부, 밖으로 나갔었던 비적단의 일부가 어째서인지 곧바로 돌아옴과 동시에 선내 전체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비사아아앙──!!! 비상!!!! 적이 선체 내부로 들어왔다!!!”

“뭐?! 어떤 미친놈이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와!”

“이상한 벌레들이 계속 달라붙고 있어! 처리 좀 해봐!”

“두목은 어딨어! 당장 두목에게 보고해!”

그리고 그런 비적단 비행선의 함장실. 모든 상황을 보고받고 있던 비적단의 두목, 데이브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적은 한 명이야! 다구리치면 그만이라고!”

그렇게 외치며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드는 데이브. 참다못한 그가 침략자를 저지하기 위해 함장실을 박차고 나온 것이었다.

“우리는 우는 아이도 그치게 만든다는 아오이 소라 비적단! 이딴 멍청한 광경을 보일 거면 전부 뛰어내려라!”

데이브의 외침에 혼란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다.

“지금 당장 정예 병력들을 집합시켜. 침입자는 내가 처리한다.”

“예! 두목!”

“그리고 이 좆같은 사이렌 소리도 꺼! 귀청 나가겠다!”

그제야 비로소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진정된다.

“후……. 적의 위치는?”

“예, 지금 4번 선실 부근인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합니다.”

부관의 이상한 보고에 미간을 찌푸리는 데이브.

“이상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것이 말입니다. 평소라면 용맹하기 그지없던 녀석들이 꺅꺅 비명을 지르더니, 각자 믿는 신의 이름을 찾으며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야 그건.”

“그러게 말입니다.”

“……우선 4번 선실 부근으로 이동한다. 다른 녀석들은?”

“예, 곧바로 4번 선실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가자 얘들아!”

비적단 두목 데이브를 포함한 12명의 정예병력들이 4번 선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 두목? 이상한 점이 있는데요.”

“이상한 거?”

그러자 검지를 펴서 복도 한구석을 가리키는 부하1.

“저거…… 아까 저희 비행선을 덮치려던 그 벌레 아니에요?”

부하1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두목의 표정이 굳었다.

저 검붉은 색과 반들거리는 등판. 그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더듬이와 공포마저 느껴지는 외형까지.

확실히, 방금까지 비행선 내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 벌레와 똑같이 생겼던 것이었다.

“이 멍청한 새끼야! 아까 다른 녀석들이 들어오면서 몇 마리 붙이고 들어 왔나 보지!”

“그, 그렇겠죠?”

으직! 하고 벌레를 짓밟은 데이브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긴 데이브는 4번 선실이 있는 복도문을 있는 힘껏 열어 재끼며 외쳤다.

“아그들아 괜찮냐!”

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사박─

복도를 가득 채운 벌레들.

털썩. 하고 데이브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두목? 대체 왜───흐이이익?! 뭐야 이게! 닫아! 문 닫아!”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벌레들의 모습에 재빨리 문을 틀어막는 비적들.

문 너머로 소름 끼치는 소리가 연신 들려오자 비적들의 분위기가 변했다.

“대, 대장 저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대체 저 벌레들이 왜 뭉쳐있는 거예요?”

“우웨에에엑──! 우웨에엑──!”

심지어 구토를 하는 비적까지.

두목인 데이브마저도 방금 자신이 본 지옥도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뿐.

“……그거 가져와.”

“네?”

“저번에 노략질한 주문서! 그거 가져오라고!”

그리고 그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아무리 수가 많아 봐야 벌레떼일 뿐. 한방에 모조리 불태우면 되는 거였다.

“이거면 될까요? 대장?”

재빨리 창고를 달려갔다 온 부하2가 데이브에게 종이뭉치 한 장을 건넸다.

[마법 : 파이어 필드]가 각인되어 있는 마법 주문서.

비록 선내이기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지도 몰랐지만, 벌레들에게 잠식당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 데이브였다.

“우선 함장실에 있는 녀석들에게 착륙을 준비하라고 해! 다른 녀석들에겐 불을 끌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고!”

“저, 정말로 사용하시게요? 안에 아직 살아있는 녀석들이 있을지도────”

“야 이 멍청한 새끼야! 이대로 가다간 다 뒤지는 거 몰라?! 산 녀석들은 살아야 할 거 아니야!”

후우. 하고 데이브가 숨을 골랐다.

아직도 이 문 너머에는 그 끔찍한 생명체들이 있을 터, 단 한 번에 모두 소탕한다!

각오를 다진 데이브가 주문서를 풀음과 동시에 문 너머를 향해 던지며 외쳤다.

“전부 불타 뒈져버려라. 괴물 새끼들아!!!”

우지지직!

방 밖으로 나오려던 벌레들이 모조리 문틈에 끼어 압사했다.

문틈으로 새 나오는 검은 체액들. 그리고 잠시 후, 안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며 문 너머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리했나?”

“하하하! 두목 해내셨네요! 벌레 녀석들이 모조리 죽었겠어요!”

“제에에에엔장──!!! 두목 믿고 있었다구!”

“역시 우리의 두목!”

순식간에 데이브를 찬양하기 시작하는 다른 부하들. 그 광경에 방금까지의 풍경을 순식간에 잊은 데이브가 자리에서 일어서 크게 웃었다.

“그래 녀석들아! 내가 바로 아오이 소라의 무법자! 데이브님이시다!”

그리고, 그대로 굉음과 함께 데이브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철문.

부하 3이 그대로 문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 죽고 말았다.

“……어라?”

“───마침 좀 쌀쌀했는데, 불을 넣어줘서 고맙군.”

서서히 고개를 돌리는 데이브.

“불을 넣어준 건 누구지?”

그곳에는

“감사의 의미로 파이어 펀치라는 걸 주고 싶은데 말이야.”

온몸에 불을 휘감은

“……혹시, 그대인가?”

거대한 벌레 형태의 악마가 이죽거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 * *

갑자기 날아온 주문서 덕분에 큰 피해를 볼 뻔했다.

선내에 진입하자마자 상대한 녀석들이 대부분 잡졸 같은 느낌이라 너무 쉽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불길이 치솟자마자 온몸에 [스킬 : 화염 인챈트]를 사용한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아마 스킬을 사용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바퀴구이가 되어서 역소환 되었겠지.

그렇기에, 조금은 빡친 상태였다.

“어, 어떻게?!”

나를 바라보며 턱이 빠질 만큼 입을 벌리고 있는 남성.

다른 녀석들과 복장이 다른 것을 보아하니 이 녀석이 두목인 모양이었다.

“뻔하지. 파이어 펀치는 신이고 나는 파이어 바퀴다.”

“……파이어 바퀴?”

“그러니 너는 제물이 되어라.”

그레고리류 오의── 파이어 바퀴펀치.

화염에 휘감긴 주먹을 맞은 두목이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 풀썩 늘어진다.

“음, 이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군. 내가 곧 불이기에 불같은 성질인 된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빡치는 상황이었는지 구분되지 않아.”

비행선 여행에서 비적의 등장은 과거 단풍 게임에서 배를 타고 다른 곳에 가던 도중 발록무리와 마주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었다.

즉, 이 녀석들을 만난 건 운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녀석들이 운이 없었던 것일까.

그 배에는 나와 라파엘이 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신들의 두목이 날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아서인지 다른 녀석들은 이미 무릎을 꿇고 수그리고 있거나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

“전능하신아라카트시여나를구원하소서전능하신아라카트시여나를구원하소서전능하신아라카트시여나를구원하소서”

“창조신천상신아라카트신누구든제발저좀구해주세요제발제발제발제발”

“엄마아아……….”

“킥킥킥킥! 거대한 벌레! 벌레가 두목을 죽여버렸어!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파이어 펀치! 저 벌레는 신이야!”

“……녀석들도 똑같군.”

아무래도 효과가 너무 좋은 것인지 맨 처음 나를 보았던 녀석들의 반응과 매우 유사했다.

공포를 이기지 못해 결국 초월적인 존재들에게 운명을 맡기다 못해 정신을 놔버리는 모습.

이런 녀석들이 비적이랍시고 우리 배를 노리다니…….

“비룡은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싶군.”

나는 고개를 젓고는 벌벌 떨며 헛소리를 하고 있는 녀석들을 무시한 채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목표는 함장실.

나는 이 배를 나포할 생각이었다.

“……비행선이 얼마쯤이었지?”

[가울의 만물상]에 진 외상을 갚을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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