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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58화 (58/169)

〈 58화 〉 아카바퀴 ­ 58

* * *

“감사합니다! 소환사 아카데미 분들께 큰 은혜를 입었군요.”

비적들의 배를 점거하고, 원래 우리가 타고 있던 아틀라스호로 돌아가자 비룡을 제압하고 있는 라파엘과 교관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을 꽤 심하게 얻어맞았는지 처음 보았을 때 보다 머리가 부풀어 있는 비룡.

그런 비룡의 목덜미 위에 올라타 있는 교관은 강아지를 쓰다듬듯 비룡의 모가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레고리, 돌아왔군.”

“……그건 어떻게 된 거지?”

새도 아니고 비룡이다.

대체 어떻게 패면 저렇게 가만히 있는 걸까.

“라파엘이 속박하고 여기에 내려놓자마자 몇 대 쥐어박아 주었더니 말을 잘 듣더군. 주인이 죽었는지 계약한 흔적도 없었다. 여기 선장이 좋은 값에 구매한다기에 계약을 도와줄 생각이다만.”

비룡과 비행선 선장의 계약이라.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확실히, 좋은 방법이군.”

비룡과 계약을 하게 되면 비행선을 운항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그쪽은 어떻게 되었지?”

“선장은 처리했고 적당한 인원만 남겨두었지. 비행선은 내가 노획한 것이니 값싸게 처분할 생각이다.”

“비적들의 뒤처리는?”

“선장에게 맡기면 되겠지. 그 정도는 부탁해도 되겠지?”

우리의 대화를 들은 선장이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아무렴요.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비행선 역시 판매하실 생각입니까?”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그렇다면 그것도 저희 회사에 판매하시지요. 외견에 큰 이상은 없어 보이니 최대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좋군.”

아틀라스호 정도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충분히 믿을만하다 판단했다.

“비행선의 상태는 어떻지? 운행이 가능하겠나.”

“예, 다행히 여러분께서 초기에 제압을 잘해주신 덕분에 계속해서 운행할 수 있습니다. 비룡과 계약을 진행한 뒤 다시 정상운행을 할 예정입니다.”

“알겠다. 그나저나 선장, 당신도 소환사였나 보군?”

“하하! 그래 봐야 지금은 실프를 조금 다루는 정도지만요. 마침 비룡과 계약할 정도의 그릇이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이 비룡은 다른 세계가 아닌 이쪽 세계에서 포획한 비룡이기에 가능한 모양이었다.

다른 세계가 아닌 본래의 세계에서 진행하는 계약은 코스트가 저렴한 편이니 말이다.

“알겠다. 아래 있는 비적들은 딴짓을 못 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 말도록.”

확실한 공포를 안겨주었으니 도망칠 생각은 죽어도 하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도망가는 즉시 평생 검은 늪에 처박아 준다고 경고까지 날린 참이었으니까.

이상성욕이 있지 않은 이상 별짓은 하지 않겠지.

“예, 그럼 이번 운행에 저 녀석들도 동행하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비적들에게 무전을 칠 때 손님의 이름을 들먹여야 할 텐데…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비적들에게 말인가.

“‘불타는 그것.’ 그렇게 말하면 녀석들이 알아 들을 게다.”

“불타는 그것……. 알겠습니다. 불타는 그분이라 말하면 되겠지요.”

그렇게 선장과 이야기를 마쳤을 때 저 멀리서 비룡을 구경하고 있던 로제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레고리님! 그레고리님이 저기 계시는 동안 라파엘님에게 버프도 드리고 프리실라랑 힘을 합쳐서 교관님을 도와드렸어요!”

“그런가? 잘했다.”

대개 로제가 이렇게 자신의 잘한 점을 읊을 때면 머리를 쓰다듬어달라 표현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귀를 파닥거리며 무척이나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까지 움직일 정도로 그렇게 좋은 거냐?”

“네? 귀가 움직였나요?! 이, 이건 불가항력이에요!”

귀까지 움직이는 건 몰랐던 건가…….

“그저……. 그레고리늄을 충전하는 거니까요!”

또 나왔다. 그놈의 그레고리늄 타령. 힐끔 옆을 바라보니 라파엘도 자기보다 작은 프리실라에게 안겨서는 마구 몸을 부비고 있었다.

‘라, 라파엘! 주변에서 보잖아요!’

‘몰라! 나는 프리실라늄만 있으면 되에~’

‘라, 라파엘!’

“우리는 이만 돌아가지 로제. 잠시 확인할 게 있다.”

“확인할 거요?”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로제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비적들의 비행선에서 선장은 죽고, 부선장이라 주장하는 녀석을 조진 결과 알아낸 정보가 몇 가지 있었다.

첫째, 우리 비행선을 공격하도록 사주한 자가 있다는 것.

둘째, 그 목표가 우리가 아닌 타인이었다는 것.

즉, 이 비행선에 우리를 제외하고 타인에게 공격받아 마땅한 인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제국의 황녀도 아니고 노릴 인물이 있다는 점이 의아했지만, 비적들이 타겟에 대한 외견을 내게 설명해주자마자 나는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설마 그녀가 이 비행선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

“네? 그녀요? 혹시 비적들이 노리던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건가요?”

나는 대답 대신 비적들에게 들었던 207호의 문을 열며 말했다.

“로제, 아마 너도 아는 인물일 거다.”

“네?”

──쾅!

나는 거칠게 문을 열어젖히며 이런 상황에서도 무척이나 평온하게 침대에서 자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제국을 받치는 12명의 영웅 중 한 명.

과거 재앙에 대항했던 자.

용사 라스와 함께 활동했으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긴 자.

신마저도 질투한다는 의술로 수많은 대륙인들을 살리고, 적들을 죽인 자.

누군가는 작약공(?藥?)이라 부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신의(??)라는 이명으로 그녀를 부른다.

그런 그녀의 이름은 ‘파이 온 유글리아.’

“이, 고모?!”

로제의 고모가 되는 여자였다.

* * *

엘프들의 족보는 그야말로 개족보나 다름없다.

수백 년을 멀쩡히 살아가는 장수족이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로제의 조상이자 고조할머니가 되는 릴리 폰 유글리아.

그런 그녀에게는 2살 어린 동생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이 바로 ‘파이 폰 유글리아.’

용사 라스와 함께 재앙에 대적했던 용사 일행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의술과 물약 제조에 큰 재능을 보였고 이 재능을 살려 용사파티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제국 측의 제안을 거절한 언니, 릴리 폰 유글리아와는 다르게 제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제국의 9번째 공작. ‘작약공(?藥?)이란 이름과 동시에 미들네임 ’온‘을 하사받는다.

그렇게, 그녀의 이름은 파이 온 유글리아가 되었다.

그녀의 언니, 릴리는 라스의 씨를 받아 자녀들을 낳게 되었고, 자손을 낳게 되면 수명이 줄어드는 엘프의 특성상 빠르게 세상을 뜨고 만다.

그리고 그 결과, 파이 온 유글리아는 언니의 자손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게 된다.

처음 파이 온 유글리아를 본 릴리의 자손들은 그녀를 고모라 불렀으며 나중엔 할머니라 불리게 되었다.

그런 호칭이 맘에 들지 않은 파이 온 유글리아는 언니의 자손들에게 ’고모’라고 부르게 시키게 된다.

그렇게, ’파이 온 유글리아‘는 로제의 고모가 되었다.

“그래서, 이 여자를 고모라고 부른다는 건가.”

“네! 그래서 파이 고모는 파이 고모예요!”

어째서 조상이나 다름없는 파이를 고모라 부르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다는 모양, 의외로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나만 해도 고조할머니의 자매를 뭐라 불러야 하는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여기에 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이거냐?”

“네, 맞아요. 이 비행선은 서머니아에서 출발한 비행선인데……. 어째서 서머니아에 오셨으면서 연락이 없으셨던 걸까요?”

로제의 말을 들어보면 로제와 파이의 사이는 꽤 좋다는 모양이었다.

가끔 편지를 통해 로제에게 용돈도 주었다는 모양이고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로제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더 어이없는 건…… 이렇게 떠들고 있는데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거군.”

“……고모가 잠이 많은 편이긴 하셨죠. 옛날부터 잠들면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을 하셨었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 난리통에 자고 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우선은 깨워 보도록 할까. 로제, 아무래도 네가 깨우는 게 좋겠지?”

“네! 제가 깨워 볼게요!”

로제는 성큼성큼 자고 있는 파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흔들었다.

“고모? 파이 고모?”

“흐으응~냐~~~”

몸을 옆으로 휙 누이고는 다시 잠에 드는 파이.

이에 오기가 생겼는지 로제가 방금보다도 더 격하게 몸을 흔든다.

“고모오? 고모오오오?!”

“으으으으으음~~!!!”

표정을 찌푸리면서도 절대 일어나지 않는 파이. 나중에는 로제가 거의 전력으로 흔들었음에도 파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악…하악….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그러게 말이다.”

저렇게 흔들고도 안 일어날 정도면 죽은 거 아닌가?

“비켜봐라. 내가 해보지. 변신.”

“아아아앗?! 그, 그레고리님? 그, 그 모습은!”

바퀴폼.

이것만큼 확실한 건 없지.

“제국에 몇 없는 공작이자 재앙과 싸운 영웅이다. 내 그레고리류─ 아마테라……탐식 펀치 한 방이면 일어나겠지.”

“자, 잠깐만요! 죽어요! 고모가 죽는다고요!”

“…죽기 싫으면 일어나야지.”

그렇게 말하며 주먹에 탐식을 두름과 동시였다.

“이, 일어났어! 일어났으니까!”

그대로 벌떡 파이가 일어난 것이었다.

“…역시 안 자고 있었군.”

그렇게 흔들고도 안 일어나는 거면 자는 척밖에 답이 없지.

“하암~ 우리 귀여운 조카 목소리가 들렸으니까아아앗!”

아직도 눈을 감은 채로 하품과 동시에 기지개를 켠 파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댁은 누구기에 그런 무서운 살기를───엣?”

눈이 마주쳤다.

“왜 그러는가.”

“앗……. 앗……. 앗……?”

고장난 듯 머리를 삐걱거리는 파이. 이내, 풀썩하고 침대에 쓰러진다.

“또 자는 척인가. 어쩔 수 없지. 그레고리류 오의──”

“그, 그레고리님?! 아무래도 진짜 기절하신 거 같은데요?”

“……어이가 없군.”

재앙과의 대전쟁을 겪었던 영웅이 바퀴폼만 보고 기절한다니.

“그게…… 고모가 옛날부터 벌레에 약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벌레가 밥 먹듯이 튀어나오는 농사는 짓기 싫다고 제국으로 가신 거로 알고 있어요.”

“……벌레에 약한 영웅이라니.”

그야말로 어이없는 설정이었다.

세계수를 관리하며 농사를 짓는 일족이 벌레에 약하다니.

“음…… 찬물을 부으면 금방 깨어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마법으로 손 위에 물을 만들어 내는 로제. 그녀는 망설임 없이 기절한 파이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푸하아앗! 차가워! 뭐, 뭐야!”

“로, 로제! 네가 날 구해줬구나!”

“네?”

갑자기 로제를 끌어안는 파이.

“글쎄 말이지. 내가 방금 꿈을 꿨는데, 무슨 심연에서 기어 올라온 듯한 괴상한 생명체가 내게 이상한 공격을 하려는 거 있지! 고모 무서웠어!!!”

아직까지 눈을 꽉 감고 로제를 껴안고 있어서인지 로제의 뒤에 서 있는 날 못 본 모양이었다.

“저…… 고모?”

“안돼! 안아줘! 로제가 안아주지 않으면 또 그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아!”

“그, 그게 말이죠…….”

“괴물이라니, 말이 심하시군.”

“맞아! 딱 저 목소리였는데……엣? 꾸, 꿈이 아니라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로제를 자기 뒤로 밀며 침대 위로 던짐과 동시에 주머니에서 알 수 없는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괴, 괴물! 대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내 조카는 건들지 마!”

“아니───”

“내가 개발한 독약. ‘맥스 포스’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다면 썩 꺼져!”

……진짜 위험한 약 같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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