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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61화 (61/169)

〈 61화 〉 아카대O ­ 61

* * *

“그레고리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데…. 프리실라. 그레고리도 악마라는 거, 잊지 않았지?”

진심으로 감동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프리실라를 바라보며, 걱정된다는 듯 묻는 라파엘.

이에 프리실라는 고여있던 눈물을 훔치곤 입을 열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제가 남는 장사인걸요.”

“확실히…… 프리실라, 너에게 너무 좋은 제안이긴 하지. 작약공 정도 되는 아이가 너를 지지한다면 계승권 1위의 자리는 더욱 확고해질 테니까. 그레고리, 나중에 이상한 짓을 시키거나 그러는 거 아니지?”

“그럴 리가.”

그때쯤이 된다면 오히려 프리실라가 나를 도울 터, 내가 먼저 부탁할 일은 거의 없으리라.

“그래서, 이 기회를 받지 않을 셈이냐?”

“아니요! 받을 거예요! 작약공께서는 어디에 계시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외치는 프리실라. 의욕이 잔뜩 들어간 모양이었다.

“207호다. 혼자 가기 좀 그런가?”

“괜찮아요. 작약공이라면 어릴 때 몇 번 뵙기도 했고…… 라파엘이 같이 가 줄 거니까요. 그쵸 라파엘?”

“당연한 걸 묻고 그러니.”

이쪽도 정말 보기 좋은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희는 방에서 쉬고 있을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찾아주세요.”

“그래, 고마워. 로제?”

“헤헤…….”

나 역시 이 정도면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기에 별말 없이 로제를 따라 방으로 돌아갔다.

“그레고리님.”

“왜 그러지?”

“프리실라양, 별일 없겠죠?”

역시 걱정하고 있던 건가.

“걱정 마라. 프리실라와 라파엘의 성격이라면…… 아마 네 고모를 걱정해야 할 거다.”

“네? 고모를요?”

“그래.”

파이 온 유글리아.

그녀는………

* * *

현재, 프리실라는 여느 때보다도 긴장한 모습을 한 채 207호의 앞에 서 있었다.

“프리실라. 걱정돼?”

“……네.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잖아요.”

과거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영웅이자, 제국을 받치는 12개의 기둥, 과거 제국의 황제로부터 작약공(?藥?)의 칭호를 받은 자.

이 모든 것이 바로 한 사람.

파이 온 유글리아를 뜻하는 칭호들이었다.

“어릴 때 몇 번 보지 않았어?”

“작약공은 말 수가 별로 없으신 분이니까요. 과거 다른 형제들이 작약공께 잘못 보이면 독살당한다고 놀린 기억밖에 없어요. 그러면 라파엘은요? 같은 용사파티였잖아요?”

“음……. 그때도 별로 말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

“……역시 그런가요. 아아! 어떡하죠? 그레고리님 앞에선 강한 척했지만 사실은 엄청 떨려요!”

“……그런 거 같네. 그냥 밀어 붙여보는 건 어때? 그레고리가 다 말해놓은 거 아니야? 로제의 친구라고 소개했다니까 로제의 친구로서 대하면 되는 거야.”

“그, 그렇겠죠? 그, 그럼 들어갑니다!”

프리실라가 기합을 넣음과 동시에 207호의 문을 향해 노크했다.

“프, 프리실라입니다. 작약공. 들어가도 될까요?”

프리실라의 말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작약공의 동의를 받고서 방 안으로 들어서는 프리실라.

그녀의 눈앞에, 어릴 적부터 영웅담으로 접했던, 몇 번 대면을 해보았지만 한 번도 말을 섞어보지 못했던 작약공이 앉아 있었다.

“……작약공.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화는 처음이죠?”

그리고 그런 프리실라의 인사에도 묵묵히 앉아있는 작약공의 모습에 라파엘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보네? 유글리아네 작은 엘프. 아무리 네가 공작이라고 해도 이쪽은 황녀님이신데……. 앉아서 인사를 받는 건 좀 아니지 않니?”

“라, 라파엘!”

갑작스러운 그녀의 개입에 놀란 듯 재빨리 라파엘을 막아서는 프리실라.

시작부터 적개심을 가지게 했다는 생각을 하며 프리실라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작약공?”

“죄, 죄송합니다아아아!!!”

작약공(?藥?) 파이 온 유글리아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벌벌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제,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죄송합니다앗!!!”

왠지 모르게 그녀의 모습에서 로제가 보이는 프리실라. 그녀의 옆에 선 라파엘 역시 상황을 파악했는지 싱긋 웃었다.

“뭐야, 엘프 꼬마. 설마 옛날에 말수가 적었던 게 다 낯을 가려서 그런 거였어?”

“라, 라파엘님! 라파엘님도 오랜만에 뵙네요……. 마, 맞아요. 그때도 제가 꽤 낯을 가려서……. 죄송해요오…….”

그리고 그런 작약공의 모습을 본 프리실라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작약공님은 뭔가, 말도 없고 묵묵하신 신비주의자 같은 분인 줄 알았는데, 뭔가 신기해요.”

“네, 네? 제가 신비주의자요? 설마 이상한 소문이라도 퍼진 건가요?”

그런 작약공의 질문에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이야기를 전해주는 프리실라.

“도, 독살? 암살?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저 연구실에서 조금 열심히 일을 한 것뿐인데…….”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힐끔 프리실라를 바라보는 작약공.

그 모습에 라파엘이 고개를 젓는다.

“…이런 아이일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방금까지 밖에서 각오를 다지던 우리가 바보 같아.”

“넹? 뭐가요?”

“……아니야. 그래서, 네가 우리 프리실라를 지원해주기로 했다지?”

“네, 맞아요. 황녀, 그러고 보니 우리 로제랑 친한 친구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사실인가요?”

목에 걸고 있던 안경을 쓰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프리실라에게 묻는 작약공, 파이.

그 모습에 프리실라는 분위기가 약간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네, 맞아요. 로제와 그레고리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꼭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요.”

“……그렇단 말이죠. 심장 박동이나 목소리의 높낮이, 동공의 수축 같은 것을 보아하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네요.”

“네, 네?”

방금 자신이 시험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놀라는 프리실라. 그 모습에 파이가 싱긋 미소를 짓는다.

“로제와 계속해서 잘 지내주면 좋겠네요.”

“아……. 네.”

그러다 문뜩, 파이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치며 프리실라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떠올라서 묻는 건데요 황녀. 어릴 때 다쳤──”

“──엘프 꼬맹이? 착각한 거 같은데. 우리 프리실라는 아팠던 적 없어. 그렇지 프리실라?”

“네? 네. 라파엘 말대로 어렸을 땐 어디에 크게 다친 적은 없는데……요?”

힐끔 라파엘의 눈빛을 본 파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렇죠. 참. 어릴 때 보았던 환자가 많아서 착각했나 보네요. 하하하하. 음……. 다, 다른 이야기를 할까요?”

부르르, 하고 파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 * *

“확실히……. 고모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시긴 하죠. 뭐, 조금만 분위기가 좋아지면 금방 말을 트기야 하시지만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하는 로제.

“그렇게 초면에 낯을 많이 가리면서, 제국에서는 어떻게 공작 직을 유지하고 계신 걸까요?”

“……그러게 말이다. 방구석에서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면 사람을 만날 일은 꽤 있을 텐데.”

“아! 정말 그래서 아닐까요?”

“…역시 그런가.”

게임에서도 호감도가 없는 상황에 대화를 걸면

[………죄송해요.]

[………네?]

[………네.]

라고 단답을 하거나 아예 대화 자체를 하지 않는 캐릭터가 바로 그녀였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호감도만 적당히 쌓는다면 그만큼 말을 많이 하는 것도 그녀이지만 말이다.

나중에 호감도를 높이 올려놓으면 그녀가 낯을 가리는 이유가 나오게 되는데 그것은 릴리와 다르게 엘프 사회에서 그녀가 배척받는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정령과 마법, 그리고 궁술이야말로 진정한 엘프의 무기라고 생각한 꼰대 엘프들과는 달리 그녀는 연금술과 약초학, 의료술에 큰 관심을 가지는 엘프였다.

그녀의 언니인 릴리는 그런 동생을 지지하고 지원하기도 했지만 다른 엘프들은 그럼에도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마 이것이 파이가 엘프 사회를 떠나 제국에 정착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겠지.

“저는 씻고 조금 쉬려고 하는데, 그레고리님은요?”

“……나도 심상공간에서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구나.”

“그러신가요? 네, 그러면 편히 쉬세요.”

그렇게 로제와 인사를 마치고, 심상 공간으로 들어온 나는 그대로 컴퓨터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실행시켰다.

저번에 3성으로 등급을 상승시키며 떠오른 메시지.

[소환사 아카데미아 외전(그레고리 존스)의 다음 챕터가 오픈되었습니다.]

아직 확인하지 못했던 내 과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곧바로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으리라 판단한 것이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조금 달랐다.

파이 같은 과거 재앙의 시대의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그 이유였다.

“카프카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식겁했지.”

대체 나는 ‘카프카’라는 이름을 달고 왜 마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왜 나는 [악마, 서열투쟁의 과정]과 같은 글을 쓰고 다녔던 것일까.

재앙의 시대 때, 마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이 모든 것을 알려면 방법은 이게 가장 확실했다.

[소환사 아카데미아 – 외전(그레고리 존스)]

“……오랜만에 플레이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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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물리)의 대천사 ­ 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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