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63화 (63/169)

〈 63화 〉 아카대공 ­ 63

* * *

[소환사 아카데미아 – 외전(그레고리 존스) 챕터 3을 완료했습니다.]

마침내. 길고 긴 플레이가 끝났다.

“진짜 너무 힘드네.”

그야말로 극악의 난이도라고 볼 수 있었던 외전.

대화 선택지 하나만 잘못 선택해도 곧바로 플레이가 망해버렸기에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다.

“설마 공략의 방법이 그레고리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는 거였다니.”

웬만한 클리셰나 당연히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선택한 분기는 모두 실패.

이 게임이 그레고리 존스의 과거라는 것을 플레이에 집중한 나머지 까먹어 버린 것이 내 실수였던 셈이었다.

“그래도 결국 클리어했지만.”

즉, 그레고리의 과거 체험이라고 불러도 다름없는 플레이.

마침내 목적을 달성한 나는 그대로 침대로 뛰어들고는 챕터 3의 내용을 떠올렸다.

“…설마 3 챕터에 라파엘과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을 줄이야…….”

대체 이런 캐릭터가 어째서 본편의 게임에 나오지 않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그만큼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던 것일까?

카프카의 얼굴을 알고 있는 악마는 꽤 있었던 것 같았으니까.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TV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던 로제와 아멜의 대화를 듣지 않기 위해 꺼버렸다.

게임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듣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그저 조용히 쉬고 싶었다.

“……얼마 쉬지도 못하겠네.”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은 총 3시간. 앞으로 몇십 분 뒤면 제국 아카데미에 도착할 터였다.

“아주 잠깐…… 잠깐만 자자…….”

마침내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 때문일까? 그렇게 나는 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 * *

[소환사 아카데미아 – 외전(그레고리 존스) 3 챕터 내용 불러오는 중……]

[불러오기 완료.]

“저는 반대 합니다.”

흔히 세간에는 [마계지하공사]로 알려진 영토이자 악마 ‘실비 엘리고스’의 영토라 알려진 곳.

그곳의 중심부에 위치한 마계지하공사 본부의 내부, 회의실에선 실비 엘리고스가 자신의 앞에 거만하게 앉아있는 남성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어째서 반대하는 거지?”

거만하고도 오만한 표정으로 실비를 바라보며 의문을 품는 남성. 그는 바로 [마계지하공사]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이 영토의 주인인 순위 외 악마.

그레고리 존스라 불리는 악마였다.

“그레고리님이 그 모습으로 ‘카프카’라는 이명을 사용한 체 책을 발간하신 것은 물론이고 마계를 돌아다니며 낭독회와 사인회를 여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음, 얼마 없는 나의 유희이자 취미이지. 그런데, 그런 내 취미마저 반대할 셈인가?”

“그레고리님의 취미를 반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가시려고 하는 장소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겁니다.”

“……바알의 영토이기 때문인가?”

그레고리의 물음에 실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그레고리님이 모습을 숨기셔도 상대는 바알입니다. 그의 영토에서 자칫 일이 잘못되면 그레고리님이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는 거 아닌가? 스릴 있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며 큭큭 몸을 떠는 그레고리. 그 광경에 실비는 한숨을 내뱉는다.

“그레고리님의 또 다른 이름인 ‘카프카’는 이미 마계의 유명인사입니다. 저잣거리의 아무나 붙잡고 카프카를 아느냐고 물으면 얼굴은 몰라도 그 이름만은 한 번쯤 들어봤다고 할 정도니까요.”

실비의 말에 그레고리가 과장스럽게 놀란 제스쳐를 취했다.

“그래? 내 책이 그렇게 인기를 탔다는 말인가?”

“……서열전쟁 이후 태어난 악마들은 어째서 마계의 서열이 정해진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마계에 사는 악마나 마족들뿐만이 아닙니다.”

“또 서열전쟁에 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단 말이냐.”

“예, 듣기로는 천계에서도 암암리에 거래가 되고 있다 들었습니다.”

“……천계? 하하하하! 재미있군. 실비, 웃기지 않느냐? 악마가 쓴 책이 천계에서 읽히고 있다니, 이것이 바로 문화승리로군. 실비여. 나는 방금 나의 글로 천계를 정복했다.”

“……그건 너무 과장해서 생각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렴 어떠냐. 그 천계에서 암암리에 내 책이 거래되고 있다니, 이래서는 더더욱 낭독회를 취소할 수 없겠구나.”

“예?”

“그럼 나 먼저 가 있도록 하지, 정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내 낭독회를 구경하러 와도 된다.”

그렇게 말한 그레고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레고리님?”

실비가 의문을 표하자 순식간에 빛을 뿜으며 본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그레고리.

바퀴가 된 그레고리는 실비를 바라보고는 싱긋 웃었다.

“물론 너희들에게 입장료는 받지 않으마.”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레고리는 새까만 잔상을 남긴 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하. 정말이지.”

그런 그레고리의 모습에 결국 체념하고 만 실비는 회의실을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공벌레 형태의 악마를 불러 세웠다.

“지금 당장 헤라클레스를 불러주세요.”

“헤라클레스를 말입니까? 무, 뭐라고 전하면 되겠습니까. 마왕님.”

“……그분을 보좌하러 간다고 전하면 신나서 달려올 겁니다.”

“예, 금방 전하고 오겠습니다.”

꾸벅하고 몸을 숙인 공벌레 악마가 몸을 구부려 몸을 동그랗게 말더니 이내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실비.

“……불안한 예감이 드는 건 착각이려나.”

그렇게 말한 실비는 이내 혼자 피식. 하고 웃었다.

언제고 자신의 예감이 틀린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말이다.

* * *

바엘.

마계에 존재하는 72의 악마 중 1위라는 좌를 차지하고 있는 최강의 악마. 바알이 다스리는 도시.

그리고 오늘, 바엘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시장은 유례없는 대호황을 겪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랍니까!”

“글쎄, 이 사람아. 오늘 그 ‘카프카’인가 뭔가 하는 작가가 이 도시에서 낭독회를 연다고 하지 않나!”

“카프카…? 그게 뭡니까. 강한 악마입니까?”

그리고 그런 시장의 한 가운데, 유례없던 이 상황을 처음 겪은 두 명의 상인은 잠시 휴식을 하기 위해 이마의 땀을 훔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고 이 무식한 사람아. 요즘 마계 최고의 대문호. ‘카프카’를 몰라서 되겠나? 그의 외모에 대해서 사람들이 평하길!”

“…평하길?”

“무척 날카롭고 차가운 외모를 가졌으며, 그의 표정은 마치 죽어버린 시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평한다네.”

“시, 시체? 언데드 같은 겁니까?”

“그러면 다행이지! 다른 아녀자들이 말하길, 절세의 미남이라고 하더군.”

“……쳇, 어쩐지 여자들이 많다 했더니, 결국 얼굴이나 보러 온 거겠군요.”

“하하! 그렇지. 자자, 땀 좀 식혔으니 다시 일하세, 그래도 그 카프카 덕분에 돈을 벌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그렇죠, 일해야죠. 읏차!”

그리고 그런 상인들의 앞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한 여성이 있었으니.

“…절세의 미남? 글도 잘 쓰는데 미남이라니, 더 기대되는데?”

새까만 로브를 둘러쓰고 있는, 검붉은 앞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라파엘, 천계에서 ‘카프카’의 책인 [악마, 서열투쟁의 과정]을 무척이나 흥미롭게 본 나머지 직접 작가의 낭독회에 참가하기 위해 마계로 내려온 대천사였다.

“신성은 천계 보물고에 있던 보물로 제대로 숨겼고……. 딱히 배가 고프진 않으니 그냥 시간만 태우면 되나?”

‘카프카’의 낭독회까지 남은 시간은 약 30분가량.

대천사인 라파엘마저도 원정이 목적이 아닌 여행으로써 처음 오는 마계였기에, 그녀의 눈에는 모든 것이 신비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악마들이 이렇게 도시를 짓고 살아가다니, 중간중간 다른 종족도 섞여 있는 거로 봐선 다른 종족에게는 배타적인 건 아닌 모양이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도, 라파엘은 천사라는 종족이 이 거리에 녹아들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천사와 악마. 둘의 관계는 그야말로 원수나 다름없는 관계였으니 말이다.

“아아……. 그냥 이렇게 가만히 기다리기도 좀 그런데, 시장이나 좀 둘러볼까?”

전쟁이나 인간계에서의 유희가 아니면 고리타분하기만 한 천계에 오랫동안 머물렀었기 때문인지, 라파엘의 눈동자는 이미 재미있는 대상을 찾기 바빴다.

짐을 지고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애벌레 악마와 그런 악마의 위에 올라타 열심히 채찍질을 하고 있는 임프.

바엘의 특산물이라며 새빨간 과일들을 팔기 위해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는 악마 상인들.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마침내 라파엘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찾았다.

시장의 한구석, 수많은 악마대중이 둥글게 모여 함성과 욕을 내뱉으며 무언가를 보고 있던 것이었다.

흥미가 생긴 라파엘은 발걸음을 옮긴다.

“저게 뭐야?”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열심히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하급 악마 한 명을 붙잡고는 물었다.

“응? 뭐야, 마, 마족?”

마계에서 인간과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두 종족뿐이었다.

하나는 중급 악마 이상의 악마들. 물론 악마의 종류에 따라 외형이 다르기도 했지만 대게 상위의 악마일수록 인간을 닮은 형태를 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다른 종족이 바로 인간을 닮았지만 마나가 아닌 마기를 다루는 종족.

인간들은 이 종족을 마족이라 불렀다.

“응, 마족 맞아. 그래서, 저건 뭐하는 건데?”

라파엘은 그렇게 말하며 사람들의 한 가운데, 엄청난 기세로 서로 들이박고 싸우고 있는 두 마리의 거대한 벌레들을 가리켰다.

“바엘은 처음이쇼?”

“그런데?”

“뭐, 처음이면 모르실 수도 있겠구먼. 벌레형 악마들이오. 악마답지도 않은 괴물들이지.”

“……악마답지 않은 악마? 그래도 악마 아니야?”

천사인 그녀에게 있어 벌레형 악마이든 인간형 악마이든 모두 처단해야 할 대상일 뿐.

종족이 아닌 외형에 따라 기준을 나누는 것에 대해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라파엘의 표정을 본 하급 악마가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뭐? 저딴 괴물들과 우리가 같은 악마라고? 농담이라도 그렇게 말하지 마쇼.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 바엘에서만큼은 저 벌레형 악마들은 그저 가축이나 노예일 뿐이오.”

“……그래? 흥미롭네.”

좌측에는 거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악마, 우측에는 메뚜기의 형태를 한 악마가 서로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거미 새끼야! 너한테 프리즘 스톤 3개를 걸었다고!”

“메뚜기! 힘내라!!! 저 거미 새끼한테 뒤지면 나한테 뒤질 줄 알아!”

그야말로 폭력으로 뒤덮인 광기의 현장.

그렇기 때문일까, 평소 전쟁과 전투를 즐기던 라파엘은 순식간에 그 분위기에 물들 수 있었다.

“와아아아! 아무나 이겨라!”

그녀에게 있어서 그 전투는 그저 두 마리의 악마가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쇼나 다름없었으니까.

제 3자의 개입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와아아! 여기서 천계의 미친개를 보게 되다니이이, 이게 무슨 일이지이이?”

자신을 천계에서 암암리에 불리는 별명으로 부르는 이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라파엘 본인이 듣기 싫어하는 그 별명을.

“앙? 어떤 미친 새끼가 함부로 그 별명을── 어?”

그녀의 뒤, 그곳에는 입이 찢어질 듯 활짝 웃고 있는 새까만 원피스의 소녀가 서 있었다.

“우리이이~ 구면이지이이이?”

“하,좆됐네.”

바알.

도시의 주인이 방긋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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