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66화 (66/169)

〈 66화 〉 아카대공 ­ 66

* * *

소환수들이 본래의 힘을 무시하면서까지 소환사와 계약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좀 더 즐거운 유희를 위해서이거나, 더 강한 힘을 원하기 때문이거나,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간절한 이들만이 소환수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까.

“우오오! 주군! 주군!”

벌떡 일어서서는 내게 다가와 가슴을 쿵쿵 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는 헤라클레스.

“헤, 헤라클레스? 아는 사람이야?”

“우오오! 갈리어! 이분이 항상 내가 말하던 나의 주군! 벌레형 악마들의 영웅이자, 마계의 진정한 주인!”

“뭐? 이, 이분이?!”

마계의 주인이라니. 대체 평소에 나를 어떤 식으로 설명한 걸까.

“……대화가 필요하겠군. 휴고. 저기 도망가려는 녀석을 잡아줄 수 있겠나.”

“쟤? 소환수가 역소환 되어서 자기도 충격을 꽤 세게 받았을 텐데. 용케 도망가려고 하네.”

소환수가 역소환은 소환사에게도 무리가 가는 상황이었다.

게임에서는 ‘서클이 상처를 입는다.’라는 식으로 설명했었는데 며칠 정도 요양하면 완치가 가능한 수준이라 표현했었으니 죽진 않겠지만.

휴고는 재빨리 달려가 녀석을 순식간에 기절시켜 질질 끌고 왔다.

“상처는 괜찮나. 헤라클레스.”

다시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며 묻자 그가 문제없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퉁퉁 쳤다.

“사나이에게 아픔이란 소중한 이를 떠나보낼 때와 무엇인가를 지키지 못했을 때면 충분합니다!”

멀쩡하다는 뜻이겠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냐. 헤라클레스. 너는 실비와 함께 영토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다면 헤라클레스는 이후로도 영토에 남아 실비와 함께 영토를 지키고 있어야 할 터였다.

바알의 공격을 힘으로만 막아낼 정도의 스펙이라면 태생부터가 다를 터, 그런데 어째서 1성의 몸으로 여기에 있는 거지?

“제, 제가 설명드릴게요! 그러니까 헤라클레스를 혼내지 말아 주세요!”

내 물음에 대답한 것은 헤라클레스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소년, 갈리어였다.

그는 아직도 내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지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거 실례했군. 변신.”

전투도 끝난 마당에 바퀴폼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었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눈을 떠도 될 거다.”

“아, 넷!”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뜨는 갈리어. 내 모습을 바라본 그는 긴 숨을 내쉬고는 곧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그래서, 네가 설명을 해주겠다고?”

“…네! 헤라클레스나 되는 악마가 소환수가 된 것도, 1성인 체로 있는 것도 전부 저 때문이니까요.”

그리고 갈리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갈리어는 본래 평범한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운명이었다고 한다.

갈리어는 언제나처럼 가족의 일손을 돕고 있었고, 그러던 도중 땔감이 떨어져 나무를 하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산속에서 그는 헤라클레스를 만났다고 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엄청나게 큰 장수풍뎅이가 다친 상태로 나무에 붙어서 수액을 빨아먹고 있었으니까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맨몸으로 내려온 헤라클레스에게 인간계는 위험한 장소였다.

타 차원이나 다름없는 공간을 힘으로만 찢고 넘어왔기에 몸이 크게 상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헤라클레스의 설명으로는 그는 2성 정도의 힘을 낼 수밖에 없었고 그 마저도 상처로 인해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헤라클레스를 데려왔어요. 많이 아파 보였으니까요.”

“……너로서는 처음 보는 괴물이었을 텐데? 처음 보는 괴물을 집에 데리고 갔다는 건가?”

내 물음에 갈리어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악의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헤라클레스가 저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한 말이 ‘길을 잃은 것인가?! 이것만 마저 먹고 도와주도록 하지!’ 였거든요. 그런 말을 하는 괴물이 나쁠 리가요.”

그 당시를 회상하는 것인지 갈리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도…… 엄청 멋졌거든요. 커다란 몸 하며,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뿔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어요.”

……….

“하하하! 이 몸의 뿔이 멋있기야 하지!”

……누구는 바퀴라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절시키고 욕을 먹기도 하는데, 저 녀석은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을 얻는다고?

갑자기 세상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기왕 게임 속에 집어넣으면 나도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같은 멋진 캐릭터로 넣어줄 것이지.

어째서 나는 바퀴인 것일까.

“주, 주군?”

내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은 것인지 헤라클레스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러왔다.

“음? 뭐지.”

“표정이 무척 괴로워 보이시기에.”

표정도 일그러졌던 걸까.

신경 쓰지 말라고 대답을 하려던 찰나, 아직까지도 헤라클레스의 상처에서 피가 맺혀있는 게 눈에 띄었다.

“……아니다. 이야기를 더 하는 것보다도, 너를 치료하는 게 좋겠군. 헤라클레스의 소환사. 치유 마법은 할 줄 아나?”

“……아직은 보조 마법밖에 하지 못해요.”

대체 어쩌자고 이런 아이랑 계약한 건지.

“……따라와라. 헤라클레스, 너는 심상공간에 들어가 있어라.”

“이 정도의 상처는 제 앞길을 막을 수 없습니다!”

“내 앞길을 막기 직전이니 곱게 들어가라.”

“넵.”

그제야 사라진 헤라클레스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휴고. 미안하지만 오늘 대련하기는 힘들겠군.”

“어쩔 수 없지. 돌아 가는 거지?”

“그래,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에게 치유를 부탁해야 할 문제인 듯싶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풀이 죽어있는 갈리어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닌 것 같던데, 평소에도 이렇게 심하게 공격받나?”

“네? 아, 아니에요. 평소에는 그냥 돈이 없다고 하면 저만 맞고 끝났는데……. 아카데미에 황녀님이 오시니 선물을 사야 한다면서 저 녀석이 소환수를 꺼냈어요. 그 모습에 저도 반사적으로 헤라클레스를 부르다 보니…….”

프리실라가 여기까지 엮여있었다고?

정말이지 겉으로는 계급을 따지지 않는 아카데미라고 표명하고 있는 제국 아카데미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우선은 따라오도록. 헤라클레스를 먼저 치유해야 할 것 같으니까.”

“네!”

나와 휴고는 갈리어가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달렸다.

휴고의 옆구리에 끼인 양아치는 덤이었다.

그렇게 별관에 도착했을 때, 양아치 녀석을 이대로 데리고 갔다간 1층에서부터 걸릴 것 같아 휴고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고 나는 당당히 갈리어와 함께 별관의 안으로 들어섰다.

“아, 금방 돌아오셨군요. 뒤에 그 학생은……?”

“아는 지인이다. 안으로 초대하려고 한다만, 문제 있나?”

“네?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 상관없겠군.”

그렇게 1층의 프론트를 지나 그대로 3층에 있는 프리실라의 방으로 올라간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보니 아직 다른 일행들도 프리실라의 방에 있는 모양이었다.

“이제 들어갈 거지?”

뒤에서 슬그머니 나타나는 휴고.

“녀석은?”

“묶어서 방 한구석에 던져놨어. 별일은 없겠지.”

“좋군.”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자 우리의 사이에 껴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갈리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 여기는 별관 아닌가요? 제가 듣기로는 오늘 별관에 소환사 아카데미의 손님들이 오시기로 했다 들었는데…… 혹시 여러분이?”

“네가 아는 대로다. 그리고 이 방은 네가 아까 말했던 황녀, 프리실라가 있지.”

“네? 화, 황녀님이요? 자, 잠깐만요 저 같은 녀석이 황녀님을 함부로 만났다간──”

혼자 당황하고 있는 녀석을 무시하고 프리실라의 방문을 두드렸다.

“해버렸어! 진짜 해버렸어!”

거 참, 시끄럽네.

“그레고리? 뭐야, 내가 보고 싶어 져서 온 거야?”

벌컥 문을 열며 싱긋 웃는 라파엘. 문 앞에 서 있던 걸 이미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아쉽게도 네가 아니라 안에 있는 다른 아이들에게 부탁이 있어서 말이다.”

“음? 다른 애들? 무슨 일이야?”

“…들어가서 설명해도 되겠나?”

이내 내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갈리어를 본 라파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저 아이는?”

“내 지인의 소환사. 너도 알고 있는 녀석이다.”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이라고? 뭐, 네가 데리고 왔으니까 안전하겠지. 들어와~.”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들어서자 도란도란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소녀들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레고리님! 같이 놀러 오신 거예요?”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기며 손을 흔드는 로제.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부탁이 있어 찾아온 거였기에 우선 참기로 했다.

“음? 뒤에 분은……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이신가요?”

그리고 내 뒤에 있던 갈리어를 알아챈 프리실라가 묻는다.

“아, 그래. 이 녀석의 이름은 ……갈리오?”

“가, 갈리어입니다! 미천한 제국민 갈리어가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꽃 이시자, 남쪽 하늘의 고고한 황금의 별. 황녀 프리실라님을 뵙습니다!”

그 말을 외치며 갈리어가 바짝 바닥에 몸을 엎드렸다.

고귀한 꽃? 남쪽 하늘의 고고한 황금의 별? 이 무슨 거창한 수식어란 말인가.

힐끔, 프리실라를 바라보자 어느새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 잠까안! 그만하고 일어나세요! 부끄러워 죽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런 프리실라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라파엘이 뒤에서 프리실라의 얼굴을 끌어안는다.

“프리실라, 우리 제국의 남쪽을 대표하는 고고한 황금의 별! 너무 귀엽잖아!”

“라, 라파엘도 그만! 진짜로 부끄러워서 죽고 싶으니 까아……!”

“프, 프리실라양!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라니! 멋진 별명이에요! 학교에서 양아치 엘프라고 불리는 저보다도 훨씬 이쁜 별명이에요!”

“그마아안!!!!”

“남쪽을 대표하는 고고한 황금의 별이라니. 과연, 제국의 황녀다운 수식어라 생각한다.”

“그마아아아안!!!!”

어느새 프리실라가 절규하는 장으로 변한 방 안.

그리고 그런 방 안에서 아직도 엎드리고 있던 갈리어는 아직도 바닥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니.

헤라클레스…….

치료해줘야 하는데…….

“귀여워! 프리실라!”

“멋진 별명이에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마아아아안!!!!”

……이래서야 할 수 있을까.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