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아카대공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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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긴 이야기를 끝내고는 아멜이 건네준 차로 목을 축이는 갈리어.
어느덧 헤라클레스의 치료는 끝나있었다.
“멋있는 이야기네요! 최고예요! 마치 영웅담 같아요!”
갈리어의 이야기에 양손을 모으고는 눈에서 빛을 뿜어내며 외치는 로제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감탄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때는 뜨거웠지!”
“헤라클레스님! 정말 멋지세요!”
“하하! 고맙소 엘프여!”
확실히, 내가 듣기에도 가슴이 끓어오르는 이야기였다.
그야말로 소년 만화적인 전개라고 할까.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겪을 법한 이야기였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헤라클레스가 반하는 것도 당연하군.”
“하하하! 그렇지요. 저런 뜨거운 심장을 가진 아이는 처음이었습니다.”
외전에서도 저 녀석은 저런 캐릭터였다. 마치 남자의 로망을 뭉쳐놓은 듯한 녀석.
……저 녀석이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갈리어. 네게 물어볼 것이 있다.”
갑자기 불린 자신의 이름에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는 갈리어.
“아, 네!”
왠지 모르게 그의 모습에서 로제가 겹쳐 보였다.
“…지금보다도 더 강해지고 싶나.”
“네! 강해지고 싶어요!”
곧바로 튀어나오는 즉답.
이러한 질문에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하는 모습에 헤라클레스가 반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카데미의 학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지?”
“네? 어……. 제국 아카데미에서는 졸업 후 군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 전액 장학금이 나와요. 그래서 졸업한 후 군에 입대할 생각이었어요.”
……대학장학금을 미끼로 군대로 보내다니, 제국은 악마인가.
“프리실라. 제국 아카데미의 학비가 어느 정도 되지?”
“네? 제국 아카데미는 국립이니까 소환사 아카데미보다 싸요. 지금은 350 금화 정도일걸요?”
어느새 헤라클레스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갑피를 만지고 있는 프리실라.
헤라클레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만 붉히고 있었다.
“금화 350개라…….”
아무리 소환사 아카데미보다 싸다고 해도 평민에겐 절대적으로 무리인 금액.
세계수의 지팡이를 사며 쓴 지출도 있었기에 내 선에서 바로 지원해주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키워 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했다. 갈리어.”
“네? 뭐, 뭐죠?!”
“너를 못 해도 최소 차석에 올려놓아 주마.”
“……네?”
가능성은 충분했다. 갈리어의 소환수는 다른 소환수도 아닌 헤라클레스였으니까.
“못해도 제국 아카데미에 있는 동안은 널 도와주마.”
“하, 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거절하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갈리어.
“걱정하지 마라. 나도 공짜로 받진 않을 테니. 졸업하면 제국군에서 근무를 해야 한다고 했지? 군으로 가지 말고 내게로 오는 거로 하지. 어쩌겠느냐.”
“그레고리님께요?”
“그래, 헤라클레스의 소환사인 너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도 값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네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갈리어여. 받아들이게.”
“헤라클레스?”
어느새 갈리어의 곁으로 다가온 헤라클레스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무룩한 프리실라의 표정을 보아하니 결국 프리실라를 떼어내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레고리님께 가르침을 받을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네. 기연에 가까운 것이지. 나는 그대가 이 기회를 받아들이면 좋겠네.”
“……헤라클레스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을까요? 그레고리님.”
고개를 돌리며 내게 묻는 갈리어의 질문에,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환영한다. 갈리어. 훈련은 오늘 저녁부터 하는 거로 하지. 괜찮겠나?”
“네!”
“좋군. 그럼 헤라클레스의 치료도 끝났겠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시간은 음…… 9시에 훈련장 앞에서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갈리어는 헤라클레스와 함께 퇴장했다.
덜컥. 하고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로제가 싱긋 웃는다.
“멋진 아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가끔은 저런 인재도 태어나줘야 영웅이라는 것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환수분도 멋졌죠……. 헤라클레스라고 하는 분이었죠?”
볼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리는 프리실라.
그녀도 장수풍뎅이의 외견에 반하고 만 것일까. 괜히 또 질투가 날 것 같았지만 솔직히 장수풍뎅이를 이길만한 곤충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래, 킹수풍뎅이는 어쩔 수 없지.
“저기, 아래 묶여있던 그 녀석은 어떻게 할 거야? 아래서 비명 지르는 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
곤란하다는 듯 내게 묻는 휴고.
아, 그 녀석이 있었지.
“프리실라.”
“네?”
“제국 아카데미에서는 지정된 구역이 아닌 다른 구역에서 소환수를 통해 다른 소환사에게 가해를 가하는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내 물음에 고개를 갸웃해 하는 프리실라.
“글쎄요? 제가 제국 아카데미의 학칙까지 아는 것은 아니라……. 하지만 소환사 아카데미였다면 아마 못해도 최소 정학이었겠죠? 사건에 따라 퇴학까지 가능할 테구요.”
역시 수석인가. 소환사 아카데미의 학칙이 술술 흘러나온다.
“그렇군. 그럼, 휴고. 우선 녀석을 데리고 와줬으면 좋겠는데.”
“알겠어.”
그대로 방에서 나서는 휴고. 나는 그동안 방금 전 갈리어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프리실라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된 거다. 그렇게 황녀님께 선물을 주고 싶었다는데, 도와줄 수 있겠나?”
“……그런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제국 아카데미에 있다고요? 이건 가만히 넘어갈 수 없겠네요.”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은 프리실라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인다.
그 옆에 있는 아멜과 로제 역시 적지 않게 분노한 모양인지 주먹을 꾸욱 쥐고 있었다.
“프리실라! 그런 사람은 제대로 혼내줘야 해요!”
“동감이다! 갈취와 따돌림이라니, 이곳이 소환사 아카데미였다면 나도 가만히 있진 않았을 거다.”
분노가 서린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프리실라.
“여기가 저희 아카데미가 아닌 제국 아카데미이긴 하지만…… 이럴 때 나서지 않으면 제국의 황녀라는 칭호가 울겠죠. 좋아요! 제대로 혼내주죠!”
“좋아요!”
“좋다!”
순식간에 의기투합하는 세 사람.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라파엘이 싱긋 웃는다.
“다들 귀엽네에. 그렇지 않아 그레고리?”
저 모습을 보고도 귀엽다고 하는 건가. 라파엘이 느끼는 귀여움의 기준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프리실라면 귀여워하는 게 아닐까.
“왔군.”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공기의 떨림을 느껴보니 발버둥 치고 있는 양아치를 휴고가 통째로 들고 오는 모양이었다.
벌컥 문이 열리고, 예상한 대로 휴고의 손에 들린 양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놓으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어?! 내가 여기를 나가면 너희는 다 뒤졌어. 다 뒤졌다고!”
“어머, 그래요? 당신이 대체 누군데요?”
순식간에 목소리가 차갑게 바뀐 프리실라가 다리를 꼬며 물었다.
“뭐? 너는 대체 뭔……어? 화, 황녀님?”
과거에 본 적이라도 있는 것일까. 프리실라를 알아본 녀석의 표정이 굳는다.
“여기서 나가면 다 죽인다고요? 황족을 죽이겠다는 말을 감히 제 앞에서 꺼내다니 놀랍네요. 더 궁금해졌어요. 당신은 누구죠?”
프리실라가 저렇게 차갑게 말하는 걸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모습.
그 모습은 내 간담마저도 서늘하게 만들었다.
“히, 히익! 미천한 포르멜리의 삼남. 포르멜리 고로스가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이시자, 남쪽 하늘의 고고한───”
“──닥치세요.”
“죄, 죄송합니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는 양아치, 포르멜리 고로스.
“…당신은 당신의 죄를 알고 있나요?”
“죄, 죄라니…….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거대한 괴물과 저 남자가 저를 여기에 끌고 왔을 뿐입니다!”
프리실라의 물음에 몸을 일으킨 고로스가 시선으로 나와 휴고를 가리키며 외쳤다.
그 모습은 정말로 억울해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당신도 그런 부류인가 보군요.”
“네?”
“이곳에 오기 전, 제국 아카데미의 한 학생을 폭행하고 금품을 가져오라며 협박했죠?”
“……예?”
“제국 아카데미의 생도라는 사람이, 자신의 가문을 이용해 평민 출신의 학생에게서 금품을 빼앗으려 하다니, 정말이지 창피해 죽을 지경이에요! 그러고도 당신이 제국의 귀족인가요?”
“하, 하지만 상대는 미천한 평민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황녀님께서는──”
“……라파엘.”
“응~”
“죄송하지만 저분의 주둥아리를 닫게 해줄 수 있나요?”
“우리 프리실라가 원한다면.”
그대로 쏜살같이 녀석에게 달려간 라파엘이 오른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쥐어 잡았다.
“닥치고 있어야 해? 만약 소리를 낸다면 네 머리를 그대로 쪼개버릴 거니까. 아! 죽지는 않을 거야. 내가 치료를 꽤 잘하거든.”
라파엘의 미소가 담긴 협박에 녀석이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프리실라. 이러면 될까?”
“네, 고마워요. 라파엘. 아멜. 부탁을 한 가지 해도 될까요?”
“얼마든지.”
아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프리실라.
“지금 당장 아래 프론트로 내려가 황녀가 제국 아카데미의 총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전해주세요. 정 안된다고 하시면 제가 조카로서 뵙고 싶다 말했다 전하면 될 거에요.”
“알겠다.”
그대로 방을 나서는 아멜. 이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 상상이라도 한 것인지 고로스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으으으윽!”
“너, 입 열려고 했지? 닫고 있으라니까~ 우리 프리실라의 말이 좆으로 들려?”
손아귀에 힘을 준 것인지 고로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을 보면 살고 싶긴 한 모양이었다.
“당신은 지금 제국 아카데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이 건드린 사람은 지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구요. 아, 라파엘 이제 괜찮아요.”
프리실라의 말에 라파엘이 서서히 그의 얼굴에서 손을 뗀다.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얼굴을 어루만지던 고로스가 그대로 오체투지를 하며 외쳤다.
“저, 저는 몰랐습니다! 정말로! 그 평……갈리어가 황녀님의 지인인 줄 알았다면 절대 건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말은 꼭 제 지인이 아니었다면 건드렸을 거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프리실라의 차가운 질문에 그대로 굳고 마는 고로스.
“……역겨운 사람. 더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 꺼지세요.”
프리실라의 축객령에도 무릎을 그대로 바닥에 붙힌 채 덜덜 떨고 있는 고로시.
이대로 나가면 자신은 끝난다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어이가 없군. 현장이 내게 발각된 이후부터 이미 끝난 것인데.
“녀석을 쫓아내는 건 내가 하마. 고맙다. 프리실라.”
“……아니에요. 오히려 그레고리님이 제게 아카데미에 이런 문제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셔서 고마운걸요. 제국 아카데미의 명예가 크게 실추될 뻔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프리실라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준 나는 그대로 녀석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이거 놔! 나는 나갈 수 없다! 황녀님께 내 억울함을 말해야만───”
“라파엘. 창문.”
“열어놨어~”
“자, 잠깐! 지금 뭘──”
“개소리는 나가서 지껄여라.”
그대로 나는 있는 힘껏 녀석을 창밖을 향해 집어 던졌다.
이곳은 3층이기도 하고, 녀석은 마나를 다를 줄 아니 죽지는 않겠지.
“으아아아아!”
그대로 녀석은 별관 밖으로 날아가고 만다.
“쓰레기 투기는 나쁜 거라고 배웠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겠죠. 멋진 송구였어요. 그레고리님!”
“고맙다. 로제.”
자 그럼,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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