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69화 (69/169)

〈 69화 〉 아카대공 ­ 69

* * *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아멜이 돌아왔다.

“마침 내일 자리가 있으니 그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더군. 괜찮겠나?”

“상관없겠죠. 이 사건 역시 패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리고 밖으로 던져진 녀석이 별관 앞에서 난동을 피우더군. 즉시 별관의 직원에 의해 쫓겨났지만 말이다.”

“……역시 끝까지 역겹네요.”

“뭐, 그래도 좋은 패가 되지 않겠나. 이번 일을 들먹이며 제국의 학생들 사이에 이러한 부조리가 만연하다면 악마와 관련되는 것 당연하다는 식으로 공격할 수 있겠지.”

“아, 그거 좋네요. 역시 그레고리님이세요.”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 총장은 아마 그 녀석에게 총장이 줄 수 있는 가장 심한 처벌을 가할 것이 명확했다.

“오늘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 프리실라. 은혜는 나중에 갚도록 하마.”

갑작스레 외부인을 데려온 것과 황녀의 이름을 판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때, 프리실라가 싱긋 웃었다.

“괜찮아요. 저도 가끔은 그레고리님의 힘이 되고 싶으니까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저야말로 항상 감사해요.”

그렇게, 프리실라와의 용무도 끝났기에 로제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로제 역시 충분히 놀았는지 나와 함께 방으로 돌아가 쉰다는 모양이었다.

아직 9시까지는 시간이 남은 상황. 내 방에 들어가 드러누워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레고리님~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들어오도록.”

“네에~”

웃음이 만개한 웃음으로 몸 뒤에 무언가를 숨긴 채 들어오는 로제.

“그레고리님~ 제가 뭘 가져왔는지 아세요?”

“글쎄, 아직은 모르겠는데.”

“헤헤……. 바로바로…… 짜잔! 이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로제가 내게 내민 것은 [소환사 아카데미아]에도 구현되어 있는 미니게임.

“……리버스톤이군.”

“엇? 알고 계세요?”

“조금은 말이지.”

소환사가 아닌 사람들이 소환수를 이용해 벌이는 싸움을 수치화하여 만든 2인용 카드게임으로 이 세계에서는 유행하고 있다는 설정을 가진 게임이었다.

“조금인가요? 헤헤, 9시까지 시간이 남았는데, 저랑 같이 리버스톤 어떠세요?”

위에서도 프리실라와 이걸 하고 있었던 걸까. 리버스톤의 상자에는 최근에 개봉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괜찮겠나? 나는…….”

“헤헤, 못해도 괜찮아요. 제가 하나하나 알려 드릴 테니까요? 네? 해요오~.”

곧바로 내가 누워있던 침대까지 다가와 그대로 걸터앉는 로제. 그리고는 침대 위에 리버스톤 상자를 내려놓는다.

“하는 거죠?”

“……그러지.”

‘소환사 아카데미아’에 통달하고 나서 바로 리버스톤의 정점을 찍었었다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상관없나.

* * *

모두가 떠나고 본래 남아있던 라파엘과 프리실라만이 방에 남았다.

방금까지 있던 사람들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프리실라의 방에는 아직 은은한 로제의 담배향이 남아있다.

“프리실라 제법이네?”

“정답이었던 건가요?”

소파에 앉아있는 프리실라의 옆자리에 앉아 싱긋 웃는 라파엘.

“맞아, 네가 오늘 도와준 아이와 그 악마는 네게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레고리 존스와 함께 들어온, 생강을 연상시키는 노란 머리의 소년과 그의 소환수 헤라클레스.

프리실라는 그 소년과 악마를 보자마자 확신했다.

이들은 훗날 도움이 되리라고.

“악마임에도 라파엘과 구면이라고 한 점, 그레고리님의 가신이라고 한 점. 그리고 과거 라파엘이 이야기해준 첫 만남 때의 이야기.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하죠.”

달칵. 하고 프리실라의 손에 들린 찻잔이 차받침 위에 안착한다.

“아마 악마분도 바알이 있던 그 자리에 있었던 거겠죠? 그만큼 강력한 악마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여유로운 듯한 프리실라의 표정에 라파엘이 싱긋 웃었다.

“맞아. 힘으로 1위의 자리를 쟁취한 바알의 살기가 담긴 공격을 오로지 힘만으로 막아낸 괴물이지.”

“……네? 바알이라면 제가 알고 있는 그 바알인가요?”

“맞아, 마계의 사냥꾼. 서열전쟁 당시 수많은 악마를 힘으로 누르고 서열 1위에 오른 악마 바알. 그녀의 공격을 막은 거지.”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말이죠. 그분이 그렇게 대단한 악마였다는 말이죠?”

“내가 봤을 때에는? 아마 그 둘은 더 강해질 거야. 심지어 그레고리가 교육을 시켜준다면 단기간에 성장하겠지.”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라파엘의 말에 프리실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레고리님이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잘 가르쳐주시나요? 라파엘이 확신할 정도로?”

그런 프리실라의 물음에 라파엘이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너도 바로 곁에서 봤잖아?”

“네?”

“로제. 그 아이 말이야.”

“…로제양이요?”

그녀에게 큰 변화가 있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프리실라를 향해 라파엘이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그레고리에게 무투술을 배운다는 모양이야.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몸이 더 다부져 있더라고?”

“그런가요?”

“응, 아마 지금 로제라면 웬만한 2성 소환수랑 붙여도 이기지 않을까?”

“…거의 견습기사 수준은 된다는 거네요.”

“그렇지?”

로제가 그렇게까지 성장했었다니, 프리실라는 바로 방금까지 곁에 있던 자신이 그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한 마음이 들었다.

“…저도 더 노력해야겠네요.”

“좋은 마음가짐이야.”

천천히 다가와 프리실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라파엘.

“우우……. 라파엘은 저를 너무 아이로 본다니까요.”

“긴 세월을 살아온 내겐 프리실라는 아이가 맞는걸?”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는걸요.”

그렇게 라파엘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지던 프리실라가 눈을 감았다.

오늘 있었던 일에서 본인이 얻을 수 있는 이득들을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서 할 일이 많겠네요.”

아득한 계산량에 본능적으로 포도당을 찾는 프리실라. 그녀는 다시 테이블에 올려진 찻잔을 집어 올렸다.

“…달아.”

미뢰에 퍼지는 당분을 연료로, 그녀는 꾸준히 계산한다.

자신의 행동, 주변의 환경, 인물, 사건이 끼칠 영향을 생각하며.

* * *

“왜 이렇게 잘하시는 거예요? 분명 처음 하실 텐데!”

“내가 못하는 건 없다. 로제.”

당연하게도, 방에서 펼쳐진 ‘리버스톤’이라는 듀얼은 나의 압도적인 승리로만 끝이 났다.

총전적. 11전 11승 무패.

그야말로 로제의 처참한 패배였다.

“그래도 한 번은 봐주실 수 있는 거잖아요! 너무해요!”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이다. 로제.”

“멋있는 말……. 그렇다고 제 복수가 끝나는 건 아니에요!”

“복수 말인가? 기대하지.”

참고로 우리는 지금 훈련장을 향해 걸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각인 9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훈련장은 프론트를 통해 예약해놓은 상황.

시간도 시간인지라 훈련장을 사용하는 인원은 크게 없다는 모양이었다.

뭐, 있어도 변신과 검은 늪을 사용하면 모조리 쫓아낼 자신이 있었고 말이다.

“그레고리님, 방금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어요.”

“찬 바람이 불었나 보군.”

항상 내 옆에 붙어 있어서일까. 이상하리만큼 감이 좋은 로제였다.

“그런 걸까요? 흠, 가는 길이 숲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다행히 내 나쁜 계획은 넘어간 모양이다.

“아! 불빛이 보여요! 저기가 훈련장인가요?”

“그래, 갈리어는 이미 와있는 모양이구나.”

저 멀리, 훈련장의 입구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갈리어와 헤라클레스였다.

두 사람 역시 우리를 보았는지 반갑다는 표정을 하며 우리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건 좀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여기서 외친다 들릴 것 같지도 않아 발걸음 속도만 조금 높였다.

마침내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제야 고개를 드는 갈리어와 헤라클레스.

“일찍 왔군.”

“네!”

“주군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기합이 잔뜩 들어가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키울 맛이 나지.

“좋군. 안으로 들어가지.”

그대로 훈련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한다.

낮에 왔지만 갈리어와 헤라클레스를 발견해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한 제국 아카데미의 훈련장.

문 너머로 펼쳐진 거대한 공간은 로제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어, 엄청 커요오……!”

“그렇군.”

지금만큼 제국 아카데미의 모든 것은 커다랗다는 말이 와닿은 적이 없었다.

훈련장의 내부는 못 해도 소환사 아카데미 훈련장의 배는 되어 보였다.

“로제, 우리가 예약한 곳이 어디지?”

“네, 23번 대련장이니까……. 저기에요!”

환한 불빛이 켜져 있는 대련장. 그 앞에는 23이라 적힌 숫자판과 대련장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프리즘 스톤이 있었다.

“갈리어. 대련의 경험은?”

“……대련 중 반격을 하면 교실이나 기숙사에서 저를 괴롭혔어요. 그래서 항상 맞을 수밖에 없었어요.”

“즉, 제대로 된 대련의 경험이 없다는 말이군.”

“네, 한 번은 악에 받쳐서 진심으로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상대가 2성의 속도 위주의 소환수라 손도 못 쓰고 져버렸어요.”

상성의 문제로 패배했다는 건가.

갈리어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대로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때의 상황은?”

“상대는 갈리어만 집요하게 노렸고 그 때문에 저는 갈리어의 곁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농가의 자식이었던 갈리어였다.

아마 헤라클레스가 지켜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로 대련이 끝났겠지.

“대충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는군.”

“오오! 역시 주군!”

헤라클레스가 두 쌍의 팔을 하늘 위로 올리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게 좋아하면 미안해서 안 되는데.

“저는 어떤 교욱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어요. 헤라클레스도 마찬가지고요!”

“음! 어떠한 수련이라도 즐겁게 받아들이는 남자! 그것이 바로 나지!”

훈련이 힘들 것을 각오하고 있다는 걸까. 그들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괜히 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다. 그러면 우선…… 맞지.”

“……네?”

“……주군?”

두 사람 모두 이해하지 못한 걸까? 나는 다시 한번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헤라클레스는 내게, 갈리어는 로제에게 맞으면 된다. 그게 바로 오늘의 훈련이다.”

옛말에 매가 약이라는 말도 있는데, 영약이라고 되지 못한다는 법이 있을까.

나는 두 사람을 매라는 영약으로 성장시켜 줄 생각이었다.

이미 이곳으로 오며 내 교육방법을 설명해준 로제는 요란스럽게 스텝을 밟으며 허공에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슉! 슉슉! 슉! 로제 펀치!”

……과연 로제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죽이지는 않겠지.

“자, 적당히 몸을 풀고 대련장 위로 올라오도록.”

즐거운 훈련 시간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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