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아카대공 70
* * *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대련장에 올라오는 갈리어와 힘찬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헤라클레스.
둘의 모습이 크게 대비된다.
“…왠지 문제가 뭔지 알 것 같군.”
“벌써요?”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로제. 나는 시선으로 갈리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련장에서 지금까지 안 좋은 일밖에 없었으니 저렇게 의기소침할 수밖에.”
“…그런가요?”
“그것 말고도 이런저런 이유야 있겠지. 그걸 알아보려 대련장으로 올라온 거라 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로제에게 그렇게 말한 후 저 앞에 선 두 사람에게 묻는다.
“준비는 다 됐나.”
“…네.”
“얼마든지 됐습니다. 주군!”
“그럼 바로 시작하지.”
말을 끝냄과 동시에 갈리어를 향해 달려나간다.
소환사끼리의 대련에서 상대 소환사를 노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
“주군! 실례를 무릅쓰겠습니다!”
부르르르르──
재빠르게 날개를 펼치며 갈리어의 앞을 막아서는 헤라클레스.
작아진 만큼 속도도 빨라진 것일까? 아니면 이곳에서 성장한 것일까.
“놀고만 있던 건 아닌 모양이구나.”
“약하기에 강해질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그런데 말이다…….”
“……이쪽이 비어있어요!”
나와 동시에 달려나간 로제가 사각에서 튀어나와 갈리어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으아앗!”
반응속도는 나쁘지 않은 것인지 재빨리 허리를 숙여 로제의 킥을 피하는 갈리어. 그대로 갈리어는 뒤로 물러서며 로제를 향해 목검을 겨누었다.
“갈리어. 소환사는 소환수에게 지킴 받는 존재가 아니에요. 소환수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신을 단련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로제님을…….”
“마을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면서요. 이번엔 당신이 헤라클레스님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헤라클레스를…… 알겠습니다!”
갈리어의 눈에 이채가 서린다.
“좋은 눈빛이네요!”
그대로 다시 갈리어를 향해 달려드는 로제, 보아하니 적당히 검을 섞어주며 실력을 보려는 것 같았다.
“그럼, 저쪽은 저쪽끼리 놀게 하고, 우리는 우리끼리 놀아야겠지?”
손가락 관절을 꾸욱꾸욱 누르자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난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그대로 진각을 밟으며 내게 정권을 지르는 헤라클레스.
공기의 흐름을 읽으며 주먹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풍압이 귀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대체 무슨 힘이야?
“우오오!”
그리고는 그대로 왼손의 수도로 나를 찍어버리려는 헤라클레스.
하지만 나와 그의 사이에는 2성이라는 압도적인 차이가 존재하고 있었다.
“역시, 속도로는 내게 안 되는구나. 헤라클레스.”
“…주군은 과거부터 매우 재빠르셨지!”
“그래, 그러니 네 주먹이 내게 닿을 일은 없을 거다.”
“뿔은 어떻습니까!”
그리고는 박치기를 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린 헤라클레스가 그대로 뿔을 내려찍는다.
이건, 스킬을 쓰지 않으면 위험하다.
[스킬: 폭발적인 속도]를 사용해 뒤로 물러서자 동시에 바닥이 갈라지며 튀긴 파편이 주변에 흩날렸다.
“……이것까지 피하실 줄이야.”
“정권과 수도로 양쪽을 봉쇄하고 뿔로 가른다라. 너이니 할 수 있는 방법이구나. 헤라클레스.”
자신이 장수풍뎅이라는 것을 뽐내듯 투구 같은 머리에 우뚝 솟은 거대한 두 개의 뿔.
저곳에 끼였다간 그대로 두 동강이 나거나 압사를 당할 게 훤히 보였다.
“…주군. 언제까지 봐주실 생각이십니까.”
자신 있다는 듯 손을 까딱거리며 나를 도발하는 헤라클레스.
자신의 공격이 먹히기 힘든 것을 깨닫고는 방어를 하며 반격을 할 모양이었다.
“너는 1성. 나는 3성이다. 내가 진심으로 상대하면 재미가 없지 않겠나. 이건 훈련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강도를 조금 더 올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라면. 변신.”
이로써 우리는 서로 벌레의 형태로 마주 보게 되었다.
장수풍뎅이와 바퀴벌레.
현실이었다면 전혀 이뤄지지 않을 매치.
허나, 이곳은 이세계였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몸을 숙이며 헤라클레스를 향해 달려든다. 방금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
녀석의 눈이 나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게 느껴졌다.
“우선, 한 방 먹여주지.”
그대로 녀석의 복부를 향해 힘을 조절한 주먹을 날린다.
“끄으으!”
쩌엉──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나는 헤라클레스. 하지만 그의 몸은 쓰러지지 않았다.
“‘더럽게 아프군.”
“너를 때리는 내 마음도 아프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소. 주군.”
“그런가?”
아무래도 더듬이가 있다 보니 감정이 훤히 드러난 모양이었다.
힐끔 시선을 돌려 로제와 갈리어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격렬하게 검을 섞고 있었다.
“검술 수업은 제대로 들으셨나 보네요? 꽤 잘 막고 있잖아요?”
“지금도 겨우겨우 막아내고 있다고요……!”
“잘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이렇게 고착이 되기 시작할 때에는──”
그렇게 말하며 더욱 검에 힘을 준 로제는 갈리어의 무게중심을 흩트린 후 발을 걸어 그를 넘어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발을 이용하는 법도 있어요.”
“……크윽, 다시 부탁드립니다!”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이 로제 교관이 상점을 주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잘 놀고 있군.
“주군! 빈틈이오!”
그대로 녀석이 몸을 숙이고는 뿔을 내게 조준했다.
저게, 이야기로 들었던 전진무의탁(??無??).
분명 위협적인 공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섰다.
“들어와 봐라. 헤라클레스.”
“…사양하지 않겠소. 전진무의탁(??無??)”
마치 하나의 창과 같은 헤라클레스가 나를 향해 날아오른다.
속도로만 따지자면 내가 2성 때 사용하던 [폭발적인 속도]와 같은 수준.
확실히 이 정도 속도라면 다른 2성들은 꼼짝없이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단점으로는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공격 범위가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점이지만.
나는 그대로 양다리를 벌리고 야구공을 기다리는 포수처럼 헤라클레스가 내게 격돌하기를 기다렸다.
그야말로 찰나나 다름없는 시간. 그러나 빠른 속도에 익숙해진 내게 그 시간은 충분하리만큼 넘쳤다.
─────!!!!!
중간의 팔을 있는 힘껏 위로 쳐올려 공격의 궤도를 비틀었다.
충격량을 버티지 못한 양팔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지만 내게는 아직 두 쌍의 다리가 남아있다.
갑작스레 공격 경로가 위로 바뀐 헤라클레스의 몸뚱이가 정면에 위치했다.
그야말로 공격하기 최적의 상황.
그대로 나는 위쪽 팔로 녀석의 가슴을 강하게 타격한다.
콰앙! 하는 소리를 내며 헤라클레스의 몸이 뒤로 날아간다.
지면에 여러 번 구르며 날아가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에 갈리어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앞에 있는 로제가 ‘집중!’이라고 외치자 다시 로제와의 전투에 몰입했다.
저 녀석도 그만큼 헤라클레스를 믿는 게 분명했다.
“…알겠느냐. 헤라클레스.”
몸이 뒤집힌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는지 오른팔로 턱을 괴고 있었다.
“이게 힘의 차이입니까. 주군.”
“그래, 너보다 강한 자들이 진심으로 막고자 한다면 네 공격을 막아내고는 카운터를 날릴 게다.”
헤라클레스의 전진무의탁(??無??)이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는 매우 커다랗다.
그런데, 그 에너지를 역으로 카운터 당한다면? 아마 순식간에 헤라클레스는 역소환 당할 게 분명했다.
“그런 것 치고 주군의 팔이 날아가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는 금방 낫는다.”
이미 헤라클레스의 전진무의탁(??無??)을 막자마자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해 실시간으로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1성인 주제에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하게 만들다니, 그만큼 헤라클레스의 전진무의탁??無??)은 맞추기만 한다면 상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필살의 기술이었다.
애초에 전진무의탁이란 이름 자체가 헤라클레스에게 너무나도 어울렸다.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전진한다?
정말이지 헤라클레스 그 자체가 아닌가.
“오, 정말로 팔이 자랐습니다. 주군!”
이걸로 오늘치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은 사용했으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음부터는 피해야겠군.
“몸 상태는?”
내 물음에 헤라클레스가 ‘읏차!’ 소리를 내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문제없습니다.”
“좋군. 그럼 계속하지. 이번에는 내 쪽에서 공격을 해볼 테니 최대한 방어를 하며 반격해보도록.”
“좋습니다!”
그대로 두 쌍의 팔을 들어 올려 얼굴과 가슴을 감싸는 헤라클레스.
[(스킬 : 화염 인챈트)를 사용합니다.]
4개의 손에 휘감기는 새빨간 불꽃.
“주, 주군? 팔에 불꽃이…….”
“속성 공격을 맞는 법도 훈련해야 하지 않겠나. 자, 가드 올려라.”
그렇게 말한 나는 그대로 웅크린 헤라클레스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우오오오!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갑피로 인해 화염에 의한 피해는 크게 받지 않는지 잘 버티는 헤라클레스.
중간중간 반격을 위해 뿔을 휘두르거나 주먹과 발을 휘둘렀지만 내 몸에 스치는 일은 없었다.
“다음 피격 부위를 예측해라. 가드 속에서 상대의 관절을 보고 움직임을 예측해라.”
“우오오! 자, 잠깐 거기는 방금 주군이 때렸던……!”
“그래, 때린 곳을 또 때리면 충격량은 쌓이는 법, 물도 같은 곳에 계속 떨어지면 돌도 뚫는 법이다. ”
“우오오!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혹시 다른 사람이 의심 할까 봐 말하자면, 절대 악의가 담긴 공격은 아니었다.
“주군? 주구우운!”
진짜로, 장수풍뎅이라서 질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커다랗고 쓸모없는 뿔이라도 휘둘러라! 뿔은 폼인가? 다른 팔들이 몸을 방어하면 그 크고 쓸모없는 뿔을 이용해서 공격하란 말이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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