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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73화 (73/169)

〈 73화 〉 아카대공 ­ 73

* * *

방 밖을 나오자 프리실라와 라파엘을 포함한 소환사 아카데미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벌써 끝난 건가?”

“네!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조사하시더라구요. 덕분에 금방 끝났어요.”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프리실라. 역시 황녀라고 우리랑 다른 분위기로 진행했던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 라파엘.

그래, 저 녀석이 같이 들어갔는데 별일이 있었을 리가.

“왜요? 그레고리님이 들어가신 방은 달랐나요?”

“우리 방 말인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우리가 들어갔던 검은 방에서 조사관 베르가 나왔다.

처음 보았을 때와는 달리 초췌한 몰골. 우리와 황녀를 힐끔 본 그는 터덜터덜 복도 저편을 향해 걸어갔다.

“어…… 잘하신 모양이네요.”

“그랬지. 그렇지 않았나 로제?”

“네? 네, 맞아요! 그레고리님이 그냥 분위기를 잡아드시는데……! 어?”

방긋 웃은 로제가 놀란 듯 나를 바라본다.

“그레고리님! 이제 웃어져요!”

헤헤 소리를 내며 방긋 웃는 로제.

1시간 동안이었지만 안 웃는 로제만 보다 이렇게 웃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벌써 한 시간이 됐나 보군.”

“헤헤, 역시 저는 웃는 게 더 좋아요~”

대충 그러고 있는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으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아멜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알아서 잘한 모양입니다. 교관님, 이제 아카데미로 돌아가면 되겠습니까?”

“아니, 아마 조사 내용을 교차검증 한 후 제국으로 넘어가겠지. 거기서 마저 검토를 끝내면 돌아가도 된다.”

“예? 그러면 저희는…….”

“그때까진 휴식이다. 적당히 제국 아카데미에서 쉰다고 생각하도록.”

그 소리를 들은 로제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면 수업 안 들어도 되는 거예요?!”

……그게 좋았던 건가.

“……그래, 그러니 아카데미에 며칠은 더 있을 거라 생각하면 된다.”

“와아!”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한 로제. 그리고 그 모습을 뒤에 있던 프리실라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프리실라, 너는 상관 없는 건가?”

“네,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지식들은 황궁에서 다 배웠던 것들이니까요. 굳이 듣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역시 황녀님 정도 되면 예습은 완벽하다는 건가.

나 역시 오히려 이곳에 남아 헤라클레스와 갈리어를 훈련 시켜야 했기에 좋다고 느껴졌다.

“그럼, 방에 들어가서 쉬고 있으면 되겠나. 교관.”

내 질문에 교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조사받느라 수고했다. 방으로 들어가서 쉬도록. 아멜, 너는 내 서류작업을 조금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예, 알겠습니다.”

“너희는 별관으로 바로 돌아갈 예정인가?”

“아니, 로제와 함께 들를 곳이 있다.”

“프리실라는?”

“저는 총장이신 삼촌을 뵈러 가기로 해서요. 따로 움직일 것 같네요.”

“그런가? 알겠다. 각자 사고는 치지 말도록.”

그 말만을 남기고 아멜과 함께 먼저 자리를 떠나는 교관. 그다음으로는 프리실라와 라파엘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있다 봬요. 그레고리님. 로제.”

“나중에 봐 자기~”

그리고 복도에 나란히 남은 우리 둘.

“어……. 그래서 그레고리님! 저희는 이제 어디로 가나요?”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 하며 묻는 로제.

“우리 말이냐? 뭐, 제국 아카데미까지 왔는데, 구경이나 하지.”

“네?”

이렇게 제국 아카데미에서 시간을 보내라며 판을 깔아줬는데, 제대로 즐겨줘야 하지 않을까.

“그럼, 가보지.”

“네? 자, 잠깐만요! 같이 가요!”

그대로 우리가 향한 곳은 헤라클레스와 갈리어가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검술 수업장이었다.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국 아카데미의 대부분의 실전 수업은 모두 훈련장에서 진행되니 훈련장으로 가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훈련장에 갔을 뿐인데 정말로 그 둘이 있던 것이었다.

“흠, 검을 들고 있는 걸 보니 검술을 배우는 시간인가 보군.”

저 멀리 목검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 헤라클레스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갈리어.

확실히 어제 보았을 때보다도 더욱 기운차 보이는 표정을 보아하니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 모양이었다.

“잠깐 도와주러 가볼까.”

“네? 그레고리님이요? 저희는 외부인이라 안 끼워줄 텐데요?”

“그야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렇겠지. 일단 따라와라.”

“네? 아, 네!”

검술 대련이 진행되고 있는 곳을 피해 갈리어와 헤라클레스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자 그 둘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 얼굴들을 가리는 한 남자.

“……너희는 뭐지? 제국 아카데미의 학생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뺨에 흉터가 있는 남성. 아무래도 이 남자가 지금 수업을 담당하는 교관인 모양이었다.

“소환사 아카데미에서 조사를 위해 온 학생들이다. 제국 아카데미의 수업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는지 구경하러 왔지.”

우선 간단한 이유를 들먹였다.

단지 옆에서 구경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러자 흉터의 남성이 표정을 찡그린다.

“제국 아카데미 수업을 몰래 도강하겠다고? 그걸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건가?”

자신의 수업을 보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모양이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자신이 담당하는 수업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그것까지 신경을 써야 할까.

“제국 아카데미 측에서는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옆에서 청강을 하는 것도 안되겠나.”

그래도 우선은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그의 수업을 들으러 온 입장이었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자신의 신념을 굽힐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거절하지.”

그래,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그렇다면 간단하다, 오히려 상대가 우리에게 제발 수업을 들어달라고 부탁하게 하면 될 뿐.

“설마, 소환사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제국 아카데미의 밑바닥을 보이기 싫다. 이런 건가?”

“……너, 뭐라고 했나.”

“내 말이 틀렸나? 우리가 뭐 네 녀석에게 검술을 지도해 달라고 했나? 그저 구경만 하겠다는 걸 거절한 건 너다. 다른 의미로는 우리가 보면 문제가 된다는 게 있다는 거겠지. 그런 문제라면 뻔하지 않나. ……창피한 거지. 아닌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는 흉터남. 여기서 추가타를 날려준다.

“뭐, 그리고 굳이 네게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할 이유도 없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에 선 로제의 어깨에 팔을 두른다.

“이 아이의 스승은 마르바스이니 말이야.”

“무, 뭣?!”

“자, 잠깐만요. 그레고리님?”

당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래, 마르바스의 제자가 네 수업을 본다면 확실히 창피할 만해.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가 물러나지. 로제. 가자.”

“네? 뭐, 뭐지……! 이건!”

그대로 로제를 두른 팔에 힘을 주어 로제를 돌린 후 같이 훈련장의 밖으로 걸어 나간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세 걸음째가 되었을 때.

뒤에서 흉터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다! 청강을 허락하지! 단, 조건이 있다!”

……물었다.

“조건? 들어주지.”

몸을 돌리지 않은 채로 말하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검성, 마르바스의 제자라는 녀석과 내 제자를 겨뤄보고 싶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 건가.

“좋군.”

“네? 그, 그레고리님!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요! 저희는 분명 갈리어와 헤라클레스님을 보러 온 거라고──”

“제국 아카데미 학생들과의 대련이다. 네게도 큰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네가 대련까지 한다는데 다른 대련의 청강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거다.”

“으으……. 너무하세요. 정말.”

갑작스럽게 대련을 시켜서 그런지 로제가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삐진 건가.

그리고 예로부터 로제가 삐질 때는 방법이 있었다.

“상을 주지.”

“……네?”

“이기면 상을 주마. 어떠냐?”

내 물음에 로제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마 고민을 하는 모양이었다.

“……어떤 걸 주실건데요?”

미끼를 물었군.

“글쎄. 미리 알려주면 재미가 없지 않겠느냐. 이기고 나서 알려주도록 하지.”

“……진짜 주시는 거예요.”

“물론.”

“좋아요. 할게요!”

“장담하지. 좋은 경험이 될 거다.”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과의 대련은 항상 로제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대로 우리는 몸을 돌려 흉터남을 바라보았다.

“좋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단, 내 소환사는 1학년임을 감안하도록.”

“물론! 우리도 1학년을 내보내도록 하지. 대련은 언제 하겠나.”

“우선 우리 소환사도 몸을 풀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10분 뒤로 부탁하지.”

그렇게 말한 우리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제국 아카데미 학생들의 사이로 끼어들어 그대로 갈리어와 헤라클레스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로, 로제님! 그리고 그레고리님까지! 여긴 어떻게……!”

우리를 바라보며 묻는 갈리어. 수업 도중 갑자기 나타난 우리를 보고 꽤 놀란 모양이었다.

“네가 잘하고 있나 확인하러 왔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네가 검도 사용했었나?”

그렇게 말하며 갈리어의 뒤에 위풍당당이 서 있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자 그가 자신의 가슴을 쿵쿵 두드리고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저 역시 옛날부터 검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갈리어 덕분에 이렇게 검을 배울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대련장에 앉아만 있는 꼴이라니.

“갈리어. 모습을 보아하니 아직 대련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평소에는 어떻게 하고 있지?”

“어……. 평소에는…… 그냥 검을 맞아주기만 하고 있죠.”

“검을 맞아주기만 한다고? 혹시 그 보복 때문인가?”

“네, 그런 것도 있고…… 상대가 너무 강하거든요.”

“상대가 강하다니요? 갈리어. 항상 강한 상대랑만 대련하는 거예요?”

고개를 갸웃해하는 로제에게 갈리어는 저 구석, 다른 녀석들에게 둘러싸인 채 크게 웃고 있는 한 소년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 저희 반에서 가장 검을 잘 쓰는 녀석이거든요. 다른 녀석들은 저 녀석에게 맞기 싫다고 대련을 거부하고…… 결국 항상 제가 상대하는 식이죠.”

“…교관은 개입하지 않나?”

“오히려 교관님은 좋아하세요. 격이 높은 상대와 대련을 해야 실력이 는다면서요.”

대충 상황을 알겠군.

실제로, 갈리어가 가리키고 있는 녀석들은 힐끔힐끔 우리가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다른 아카데미에서 온 우리와 갈리어가 친근하다는 듯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저 녀석과 대련을 붙게 될 터.

여기서는 내 사람을 건들면 어떤 꼴이 되는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로제.”

“네!”

“잠시 후 대련에서 상대에게 그레고리류의 무서움을 각인시켜주도록.”

“……네!”

제국 아카데미의 검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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