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아카대공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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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어떻게 나오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흉터남을 바라보자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3 서클이였다고? 그걸 사전에 왜 말해주지 않지 않았나!”
아, 불합리하다. 그렇게 말하려는 건가.
“소환사 아카데미에서도 상위권인 내 소환사다. 오히려 우리를 얕잡아 보고 있던 건 그대의 잘못이 아닌가?”
중간에 갑자기 마력을 사용해도 된다는 룰을 들었을 땐 어이가 없었다. 순수한 육탄전과 달리 마력을 사용하면 더 이상 ‘검술’ 수업이라 부를 수 없었으니까.
“이걸로 대충 상호 간의 교류는 충분한 거 같군. 대련도 했겠다. 이제는 편하게 앉아서 수업을 청강해도 되겠지?”
“……마음대로 해라.”
마침내 청강을 하라는 흉터남. 대답을 들은 우리는 그대로 갈리어와 헤라클레스가 앉아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로, 로제님! 방금 그 일격은 엄청났어요!”
“역시 주군의 소환사……!”
로제의 신기술을 보고 감탄을 자아내는 갈리어와 헤라클레스.
그런 반응이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로제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에이~ 아니에요. 헤헤…….”
“그 기술의 이름은 뭔가요?”
“네?”
“보통 그런 필살기에는 기술 이름이 붙잖아요. 로제님의 그 기술은 무슨 이름일지 궁금해요.”
눈까지 반짝이며 묻는 갈리어의 모습에 당황한 로제가 나를 돌아보았다.
마치 도움을 구하는 듯한 표정.
……아직도 이름을 정하지 못한 건가.
“……참.”
“네?”
아니,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참참참은 아니야.
그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참참참이라고 말하라고? 분명 분위기를 다 깰 게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는 어느 때보다도 더욱 집중하며 머리를 굴렸다.
떠올려라. 로제의 기술과 어울리는 기술의 이름을.
심심할 때마다 보았던 무협지를 떠올리며, 멋진 이름을 떠올려내라!
그리고 마침내, 그럴듯한 이름이 떠올랐다.
“낙화(?花). 낙화다.”
“……낙화(?花). 멋진 이름이네요! 로제님! 대단해요!”
“네? 그런가요? 고, 고마워요.”
정말 부끄럽다는 듯 고개까지 푹 숙인 로제를 보아하니 그녀 역시 낙화(?花)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래, 역시 기술 이름은 무협풍이 제일 멋진 법이지.
천마군림보(?????)라거나. 천마데스빔이라거나.
……그런데 왜 내 기술은 바퀴벌레 킥인 걸까. 저 헤라클레스의 기술마저도 전진무의탁(??無??) 같은 이름인데.
스킬의 발동에 ‘바퀴벌레 킥’을 외치는 것이 조건인 만큼, 더욱 운영진과 신을 향한 원망이 깊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그레고리님?”
“……미안하군.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내 표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어느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로제.
이런 고민거리를 말해봤자 창피하기만 할 것 같아 우선은 둘러대었다.
기술명이 고민이라고 했다간 분명 비웃음만 사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흉터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리어! 네 차례다!”
“네!”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갈리어. 그의 상대는 오렌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양아치였다.
“갈리어 힘내요!”
“감사합니다!”
갈리어는 우리를 통해 얼마나 바뀔 수 있을까. 과연, 어제의 훈련을 통해 얼마나 바뀌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오오! 갈리어! 본때를 보여주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흥분한 헤라클레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크게 소리친다.
그의 외침에 손을 흔들어주고는 대련장 위에 올라서는 갈리어.
흉터남은 시작. 이라는 말만 남기고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그래, 갈리어는 따로 봐줄 필요가 없다는 건가.
검을 쥔 양손에 힘을 꽉 주고는 상대를 노려보는 갈리어. 반면 그의 앞에 선 양아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갈리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리어. 설마 저 녀석들을 믿고 지금 날 노려보는 거야?”
“닥쳐. 더 이상 맞아주고만 있지는 않을 거니까.”
“우리 ‘평민’ 갈리어가 많이 화났나 보네? 아이고, 이거 무서워서 어쩌냐?”
낄낄 웃는 양아치가 검으로 바닥을 툭. 하고 가볍게 쳤다.
“마지막 기회를 줄게. 지금 당장 기어서 여기까지 온다면 오늘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줄게. 오레진에게는 내가 잘 말해주지. 어때, 이 정도면 좋은 제안 아니야?”
“혹시 무서워? 왜 가만히 서서 입만 털고 있는 거야?”
“……이 망할 평민 새끼가. 뒤지는 게 소원이라면 그렇게 해주지.”
오른손에 검을 쥐고 갈리어를 향해 내달리는 양아치.
단지 갈리어를 향해 뛰어갈 뿐인데 방금 전까지 로제와 싸웠던 오레진과의 격차가 한눈에 보였다.
“……무게 중심이 엉망이군.”
“네, 저렇게 달리다가 반격이라도 맞으면 몸이 크게 흔들릴 거예요.”
내 말에 동의하며 부연설명까지 덧붙이는 로제. 역시 로제의 안목도 크게 상승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로제의 설명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자신을 향해 닥쳐오는 목검을 쳐내자 몸이 흔들리는 양아치.
그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갈리어가 빠르게 반격을 시작했다.
“크윽! 정말 뒷감당이 되겠어?!”
“난 더 이상 너희에게 굴복하지 않아!”
“하! 네 소환수가 또 어디서 얻어맞고 다녀도 상관없는 거겠지?”
“헤라클레스는 약하지 않아!”
목검이 캉! 소리를 내며 격돌한다. 그 반동으로 뒤로 밀려나는 양아치.
비틀거리는 양아치와 다르게 곧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던 갈리어가 검을 든 채
팔을 아래로 늘어뜨리고는 왼 다리는 가슴 부근에, 오른 다리는 뒤로 쭉 내밀었다.
“……끝났군.”
“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로제, 돌아가지.”
“버, 벌써요? 하지만 아직 갈리어의 대련이 안 끝났는데요?”
“……곧 끝날 거다.”
저 자세가 내가 알고 있는 자세라면 대련은 곧 끝날 게 분명했다.
언제든 어떤 자세로든지 전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저 자세의 이름은 바로 전진무의탁(??無??).
갈리어의 이야기를 들으며 설마 헤라클레스의 전진무의탁이 내가 아는 전진무의탁이겠어?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아는 그 자세가 맞는 모양이었다.
허나, 저 자세를 처음 보는 로제가 그걸 알 리가 없었다. 그녀 역시 전진무의탁(??無??)은 처음 보는 자세였으니까.
“그, 그레고리님! 갈리어가 갑자기 이상한 자세를 취해요! 저러면 방어가 전혀 안 될 텐데…….”
확실히, 저 자세에서 방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게 중심이 그야말로 앞쪽으로 몰려있는 자세, 저 자세에서 검을 막았다간 분명 그대로 땅에 엎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방어를 포기하고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한 자세이기에 그 위력만큼은 확실할 터.
힐끔 시선을 돌려 헤라클레스를 보니 그 역시 두 쌍의 손을 꽉 쥐고는 갈리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 저 자세는 네가 알려준 건가?”
내 물음에 고개를 젓는 헤라클레스. 역시, 옆에서 보고 직접 만든 기술인 모양이었다.
“…저도 갈리어가 저 자세를 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네? 뭔데요? 저 자세가 대체 뭔데요?”
“…전진무의탁. 과거 오우거를 쓰러뜨렸던 본인의 기술이라네.”
지금 갈리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한 마리의 장수풍뎅이에 불과했다.
나무로 빚어진 뿔을 들고 상대를 겨누며 빈틈을 노리는, 자신의 구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장수풍뎅이.
하지만 상대에게는 그 자세가 우스웠던 걸까? 갈리어의 자세를 본 양아치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냉소를 지었다.
“뭐야, 그 이상한 자세는? 설마 항복하는 거야?”
“…….”
어떠한 대답도 없이 그저 정면만을 응시하는 갈리어. 그럼에도 양이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어이가 없네. 그래, 계속 그러고 있겠다? 그럼 언제까지 그러고 있나 한번 보자!”
양아치가 갈리어를 향해 내달린다. 그리고, 갈리어의 질주 역시 시작되었다.
오로지 앞만 보며 내달리는 갈리어. 그의 검 끝이 향하는 곳은 양아치의 심장이다.
엄청난 속도로 둘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숙이고 있는 갈리어를 향해 달려드는 양아치와 그런 양아치를 향해 검을 내지르는 갈리어.
흡사 그 모습은 총검술을 펼치는 군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새끼. 내가 그런 멍청한 공격을 당해줄 것 같아?”
그리고.
양아치가 땅을 박차며 갈리어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하하! 네 소환수가 초반에 쓰던 기술이잖아? 결국, 맞지만 않으면 된다고!”
그렇게, 머리 위로 지나치는 양아치를 향해 갈리어가 말한다.
“……나도 알아.”
“뭐?”
“네가 점프하기를 기다렸거든.”
───기기기기기긱!!!
그대로 목검을 땅에 박아 넣으며 급제동. 그와 동시에 목검을 축 삼아 몸을 뒤로 돌린 갈리어가 검을 내던졌다.
“그거에요 갈리어! 그대로 끝내버려요!”
그 모습에 로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갈리어를 향해 소리친다.
아직 땅에 닿지 않은 양아치의 두 발.
갈리어는 그대로 비어 있는 오른손을 꽉 쥐고는 왼발에 무게를 실어 있는 힘껏 양아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로제님이 알려주신 기술!!!”
잠깐만. 서, 설마.
“그레고리류 오의──”
진짜로?
“그레고리 펀치!”
……여기서 그 기술이 나온다고?
어째서 갈리어의 입에서 그 기술의 이름이 나온 것일까.
아, 아무래도 그에 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바로 그거에요!”
내 옆에서 완전 신이 난 상태로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녀석.
“그레고리류의 공포를 똑똑히 각인시켜 주는 거예요!”
……이 녀석의 작품이 확실했다.
어제 훈련 때 갈리어가 왜 이렇게 넝마가 되었나 했더니, 분명 그레고리류를 알려준답시고 굴린 게 분명했다.
……그 효과는 확실한 모양이지만.
갈리어의 손에서 이루어진 그레고리 펀치가 정확히 양아치의 안면에 박힌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땅에 처박히고 마는 양아치. 멀리서 보기에 그 광경은 마치 얼굴이 찌그러져 보이는 것 같았다.
“제대로 들어갔군.”
그대로 땅에 박혀 한 번 튀어 오른 양아치가 두 번째 땅에 닿았을 때, 추욱 늘어지고 말았다.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흉터남의 얼굴이 그야말로 볼만했는데, 덥수룩한 수염이 난 그의 턱은 빠질 듯이 벌어져 있었다.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쉬며 땅에 쓰러진 양아치를 바라보고 있는 갈리어. 그가 시선을 돌려 흉터남을 바라본다.
“스, 승자……. 갈리어.”
“우오오오!! 갈리어어!!”
학생들의 틈에서 날개까지 펼치며 그대로 갈리어를 향해 날아간 헤라클레스가 갈리어를 그대로 껴안는다.
“우오오! 장하다! 장하다 갈리어!”
“으아악! 아파! 헤라클레스! 아파아!!”
“하하하! 최고다! 우리 소환사가 최고다!!”
그렇게 좋은 것일까.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자기의 승리인 마냥 환하게 웃고 있는 로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그만 돌아가지.”
“네!”
이 정도면 충분히 확인한 것 같으니까.
오늘, 그레고리류의 제자가 한 명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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