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76화 (76/169)

〈 76화 〉 아카대공 ­ 76

* * *

갈리어의 대련이 끝난 후, 그의 성장을 확인한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별관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갈리어가 저 정도의 실력을 보여줬다면 웬만한 녀석들은 손도 대지 못하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다른 녀석들이면 다르리라.

계급도 높고, 힘도 강한 녀석들이라면 그들은 다시 갈리어를 괴롭히겠지.

기왕 갈리어와 헤라클레스를 돕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끝까지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은───

“제가 그 아이의 뒤를 봐줬으면 한다구요?”

뒷배를 얻는 것으로 시작한다.

계급이 평등한 아카데미?

전 플레이어이자 현재 게임 속으로 들어온 내가 소신 발언을 하자면 그건 전부 개소리였다.

정말로 이 아카데미에 다니는 귀족 녀석들이 자기들과 평민들이 같다고 생각할까?

장담하건대 그렇게 생각하는 녀석들은 아마 공화정 국가에서 온 녀석들이거나 제국의 반동세력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의 학생들은 평생을 귀족이란 신분을 가지고 살아온 자들이다. 말로는 서로가 평등하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아카데미에서 친해지면 좋은 인물이 누구일지를, 누구의 가문이 본인에게 이득이 될지를.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했다.

갈리어에게 누구보다도 강력한 뒷배를 심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제국 측에서 운영하는 제단이 있겠지? 금액은 내가 준비할 테니 네 이름으로 그 아이에게 장학금을 주었으면 한다.”

가장 먼저 아카데미의 교관들이 그 이름을 확인할 것이다.

제국의 황녀인 프리실라. 그녀가 후원하는 한 학생. 그것만으로 아카데미 교관들이 갈리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학생들이 의심할 것이다.

어째서 만년 바닥이었던 갈리어가 후원을 받는 것이지? 누구에게? 그런 의문이 생긴 학생들은 갈리어를 후원하는 후원자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프리실라의 이름이 있을 것이고.

제국 아카데미에서 황녀의 이름이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 형평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제가 알기론 그 소년은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거로 알고 있거든요.”

프리실라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놓고 후원금을 받을 정도로 갈리어가 무언가를 해낸 게 없었으니까.

그러나, 방법은 있었다.

“여기를 떠나기 전까지 갈리어를 훈련 시킬 예정이다. 제대로 교육해놓는다면 얼마 가지 않아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겠지. 그때 자연스럽게 후원을 하면 될 거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프리실라.

사실상 여기서는 헤라클레스와 갈리어를 포섭하지 않는 게 훨씬 손해나 다름없었다.

헤라클레스는 당첨이 확실시된 복권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레고리님의 말대로 하는 거로 할게요. 그러면 그레고리님과 로제는…… 계속 그 아이의 훈련을 도와줄 생각인가요?”

“여기에 있을 때까지만은 말이다. 갈리어도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라 로제가 가르칠 맛이 난다더군.”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로제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갈리어는 그레고리류의 천재가 분명해요! 그레고리류의 사범으로서 그런 인재를 놓칠 수는 없어요!”

언제 로제가 그레고리류의 사범이 된 거지? 나는 그런 직책을 준 적이 없는데…….

“로제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확실히 뭔가 있기는 한 모양이네요. 그러면 저도 따로 뒤에서 힘내볼까요?”

후훗. 하고 웃는 프리실라. 나는 그녀가 어째서 웃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오늘까지는 말이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부터, 프리실라는 갈리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요즘 수련은 잘 되어가느냐, 어려운 것은 없느냐,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해라. 이런 질문을 하며 말이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갈리어를 괴롭히던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갈리어가 소환사 아카데미에서 온 학생들과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째서 왕녀가 호의를 보인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소문은 조금씩 퍼져 제국 아카데미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고, 갈리어를 시기하는 몇몇 학생들이 분풀이를 하려 했지만, 프리실라와 라파엘에게 발각되어 정학 처분을 받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4일 정도가 흘렀을까.

마침내 신성 하인베른 제국에서 답신이 왔다.

“……황성으로 오라는군.”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답신이 말이다.

“……황성으로 오라니. 설마 우리 전체를 제국의 황성으로 부른 건가?”

갑자기 제국의 황성으로 오라는 답신.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고 이후 사태에 대해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으니 황성으로 와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제, 제국의 황성이라니……! 이거 일이 커지는 거 아닌가요?”

벌벌 떠는 로제와

“제국의 황성이라니……. 현시대 최강의 기사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닌가!”

눈을 반짝이는 아멜.

“……분명 누군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요.”

다른 가능성을 물색하고 있는 프리실라와

“오랜만에 제국인가? 난 서머니아로 돌아가서 쉬고 싶은데…….”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라파엘.

각자가 전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난장판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교관, 일자는 언제까지이지?”

“그저 빠른 시일 내에 황궁에 와주면 감사하겠다 적혀있을 뿐이다.”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소환사 아카데미의 학생들을 마음대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할 수 없는 법.

여기서 우리가 확실히 반대의 의사를 밝힌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거짓말이 분명해요. 목표는 저 혼자겠죠.”

우리 일행에는 제국의 황녀인 프리실라가 섞여 있었다.

아무리 그녀가 소환사 아카데미의 학생이라 하더라도 본 소속은 제국 황실의 황녀.

이렇게 서신이 왔는데도 무시한다면 그녀에게 피해가 갈 것이 분명했다.

“저 혼자 가보도록 할게요. 여러분은 아카데미로 돌아가세요.”

굳은 결심을 한 눈으로 그렇게 선언하는 프리실라.

그러나, 이 안에는 그 소리를 듣고도 안도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프리실라! 제가 프리실라를 혼자 보낼 거 같아요? 절대 안 돼요! 프리실라는 제가 지킬 거에요!”

“……로제.”

“동감이다. 아무리 그대가 황녀라 하여도 우리 아카데미의 학생. 선도부장으로써 혼자 보낼 수는 없지.”

“아멜까지?”

그 녀석들만 그런 줄 아는 걸까.

“너 역시 로제의 친구이자 내 친구인데 널 놓고 갈 리가 없지 않느냐.”

“그레고리님까지…….”

프리실라는 후에 큰 도움이 될 인재였다. 나 그레고리가 키우기로 선택한 뉴비. 다른 말로는 그레고리 차일드.

즉, 그녀를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교관은 어떻게 생각하지?”

고개를 돌려 교관을 바라보자 눈을 감고 있던 교관이 고개를 들며 서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가지. 나 역시 학생을 혼자 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너희는 내가 책임지는 학생들. 끝까지 가도록 하지.”

모두의 의사를 들은 프리실라의 몸이 작게 떨린다.

조금씩, 프리실라의 커다란 눈망울에 송글송글 맺히는 물방울.

“다, 다들……. 감사해요. 정말로……. 정말로 감사해요.”

“어머, 얘도 참?”

그리고 그런 프리실라의 얼굴을 가려주며 끌어안아 주는 라파엘.

“우리 프리실라가 울다니, 별일이네?”

“하,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안 울 수가 없잖아요……! 흐에에엥……!”

아마 그녀 혼자서 갔다면 그녀는 제국의 황실에서 외로운 싸움을 했을 것이었다.

자신의 사람들도 사라지고 홀로 남은 황실.

옆에 라파엘이 있다 하더라도 과연 그녀가 버틸 수 있었을까?

저 모습을 보아하니 본인도 힘들 거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프, 프리실라아……. 울지마요오……. 프리실라가 울면 저도…… 흐에에에엥!”

그리고 갑자기 옆에 있던 로제가 울어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건너편의 아멜마저 눈가를 훔치는 상황.

아니, 대체 왜 다들 우는 거야?

그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교관은 다행히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그녀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던 것인지 묵묵히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뭔가, 나만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

일단은 최대한 입을 다물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그녀들이 눈물을 그친 건 10분 뒤의 일이었다.

“그럼, 답신하도록 하지. 우리 편지는 내일 오후쯤에 도착할 터, 서신에는 제국까지 우리를 안내해 줄 인물과 교통편을 준비해 준다 쓰여있으니 이틀까지는 여기에 있어야 한다. 다들, 숙지했나?”

교관의 정리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이라, 갈리어와 헤라클레스에게 마무리 교육을 시켜주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프리실라, 잘됐네요. 그쵸?”

어느새 내 옆에서 프리실라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 로제가 프리실라의 팔을 잡고 싱긋 웃는다.

“……저는 여러분이 걱정돼요. 아마 황실에 도착하면 여러분을 반기는 건 따듯한 시선이 아닐 거예요. 아마 제 정적이거나…… 저희를 달갑게 보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죠. 저는…… 저 때문에 여러분이 다칠까 봐 걱정돼요.”

충분히 걱정될만한 사안이었다. 우리가 그곳에 가면 그것은 정치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말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프리실라는 까먹은 모양이었다.

“프리실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나라는 존재가 함께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소환사 아카데미아’의 설정을 꿰고 있는 고인물이자, 온갖 정치질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의 인터넷과 사회생활을 현대인.

그것이 바로 나였다.

내 물음을 들은 프리실라가 싱긋 웃는다.

“……그레고리님이시죠.”

“그래, 나는 그레고리 존스.”

내가 곁에 있는 한.

“너는 걱정할 것 없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예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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