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아카대공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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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아카데미를 떠나기 하루 전, 나와 로제는 함께 갈리어와 헤라클레스의 훈련을 도와주고 있었다.
“거기서는 좀 더 주먹을 슉! 피는 거예요! 슉! 슉!”
자신이 시험을 보여주겠다는 듯 주먹을 뻗는 로제.
그 광경을 옆에서 보고 있던 갈리어는 그대로 따라 하기 위해 주먹을 열심히 뻗었다.
“그래요! 슉! 슉!”
“네! 슉! 슉!”
그리고 헤라클레스와 나는 나란히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일 떠나신다는 겁니까?”
“그래, 황실에서 할 일이 생겼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 훈련일 거다.”
“……또 주군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한다니, 저 헤라클레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내 팔을 붙잡고는 부들부들 떠는 헤라클레스의 팔을 떨쳐낸다.
외전에서도 헤라클레스는 이런 녀석이었지, 항상 내 일에는 오바하는 녀석.
그래서일까, 다른 녀석들보다도 정이 가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오늘 안으로 갈리어를 2서클로 만들 예정이다. 너는 갈리어가 서클을 확장시키면 곧바로 등급이 상승하겠지?”
“예? 아, 아마 그럴 겁니다. 그런데 오늘 안에 갈리어를 2서클로 만든다니…… 그게 가능한 겁니까?”
“충분하지.”
지금까지 갈리어를 훈련시키며 쌓은 경험치는 상당할 터, 여기서 촉진제만 달아주면 충분히 2서클에 도달하리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촉진제란 바로…….
“자, 수고했어요. 이제 이걸 씹어 먹어요.”
“예? 이건…… 말린 풀?”
“저희 영지에서 가져온 영약 같은 거예요. 자, 꼭꼭 씹어먹어야 해요? 몸에 좋은 거니까.”
로제의 담뱃잎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세계수 잎을 말린 것이지만.
피우는 것만으로도 신체를 각성시켜주고 병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영약.
이거라면 충분히 갈리어의 수준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로제에게 건네받은 세계수의 잎을 우적우적 씹기 시작하는 갈리어.
잔뜩 구겨진 그 표정만 보아도 그 맛이 어떤지 대략 짐작이 되었다.
“끄으으윽! 하아……. 다 먹었습니다!”
“좋아요. 그럼 바로 명상 실시!”
“실시!”
곧바로 가부좌를 틀고는 자리에 앉는 갈리어. 그의 등을 로제가 짚어주며 마력을 운용시켜준다.
그렇게 약 3분 정도가 지났을까? 갈리어의 몸 주위에 푸른 오라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 주군! 저건!”
“조용히 해라. 저 둘이 집중하고 있지 않나.”
2서클로 상승하기 직전에 발생하는 현상. 이윽고 천천히 오라가 잦아들고, 로제가 갈리어의 등에서 손을 뗐다.
“후…… 성공이에요! 그레고리님!”
“그래, 고생했다. 로제. 그럼…… 다음은 이 녀석이군.”
“우, 우오오오?! 우오오오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헤라클레스의 몸에 검은 오라와 노란 오라가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소환사의 서클이 상승하며 자동적으로 등급이 상승하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의 몸을 감싼 오라는 한 데 섞여 검노란 색을 만들어내고, 그의 거대한 몸을 뒤덮는다.
그리고 서서히 몸집이 커지는 헤라클레스.
마침내 모든 변화가 끝났을 때, 헤라클레스는 전보다 1.5배 정도 커져 있었다.
“주군! 힘이 넘쳐 흐릅니다!”
“그래, 그 정도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겠군.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우오오! 주군의 은혜가 하늘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머리를 땅에 들이박는 헤라클레스. 덕분에 바닥에 균열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오바하지는 말도록.”
“예! 주군! 갈리어! 우리가 해냈다네! 이제는 2서클과 2등급이야!”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선 헤라클레스는 곧바로 갈리어에게 달려가 그의 몸을 껴안고는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방금 막 2서클에 도달한 상태라 힘이 빠진 갈리어와 2성에 도달해 힘이 넘치는 헤라클레스.
그 둘의 모습을 보던 로제가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친다.
“저희의 제자가 벌써 저렇게 자랐다니……! 사범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아니, 그래서 누가 너보고 사범이라 했냐고.
“이 정도면 갈리어도 괜찮겠죠?”
“그래, 2서클에 올랐으니 곧 성적도 상승할 터, 앞으로 문제는 없을 거다.”
“다행이네요.”
“하하하하! 해냈다! 갈리어! 우리가 해냈어!”
“헤, 헤라클레스……! 나 죽어……!”
정말로 별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설마 슬레이프니르를 보내줄 줄은 몰랐는데……. 역시 제국은 제국이군.”
눈앞에 서 있는 마차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아멜.
우리를 제국의 황실까지 안내하기 위해서 온 마차는 평범한 말이 아닌 하나하나가 이동에 특화되어있는 소환수인 슬레이프니르였다.
“그, 그레고리님? 말이 다리가 여덟 개예요!”
슬레이프니르의 가장 큰 특징은 다리가 여덟 개라는 점이었다. 각각의 개체가 신화 속에 나온 만큼 일반 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구력과 속도를 가진 것이 특징.
원작에서도 주인공 일행이 자주 사용하던 마차였기에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나쁘지 않군. 올라타지 로제.”
“네?! 그레고리님은 이게 나쁘지 않은 건가요?!”
누가 봐도 고위층의 귀족이 탈법한 화려한 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내부 역시 신경을 썼는지 고급스러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아……. 이게 황녀님의 마차……!”
아까부터 턱을 다물지 못하는 로제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고 프리실라는 건너편에 앉는다.
다만 이상한 점이 라파엘이 보이지 않았다.
“라파엘은?”
“오늘은 지쳤는지 심상공간에서 쉰다는 모양이에요. 소환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건 소환사에게도 영향이 있으니까요.”
……그런가?
“로제는 항상 팔팔하던데.”
“그거야……. 로제는 그 귀하다는 세계수의 잎을 심심할 때마다 피우잖아요? 저와는 다르게 마력을 회복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걸요?”
“헤헤…….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워요~”
프리실라의 말에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워하는 로제.
확실히, 그 정도 영약을 담배 마냥 뻑뻑 피우는데, 나 하나 소환했다고 힘들어하는 것도 이상하기는 했다.
“아멜. 휴고를 계속 소환하고 있지 않은 이유도 그런 건가?”
나는 프리실라의 옆에 앉은 아멜에게 물었다.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멜.
“휴고를 풀어놔봤자 산책을 하러 간다며 이곳저곳에서 난동만 피우니 일부러 소환하지 않는 것도 있다.”
……확실히, 그 녀석이 이곳저곳을 많이 쏘다니긴 했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마지막으로 교관이 들어와 우리를 한 번 훑어보고는 로제의 옆에 앉았다.
“제국 측에서 슬레이프니르를 보내준 만큼 빠르게 도착할 거다. 여기가 제국 아카데미이니 황실까지는 아마──”
“──3시간이면 될 거에요.”
교관의 말을 이어받는 프리실라.
그 대답에 감탄한 듯 로제가 또 환성을 내질렀다.
“엄청 빠르네요! 발이 여덟 개인 만큼 배로 빠르게 가는 걸까요?! 정말로 신기해요!”
그런 로제의 말에 오히려 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 프리실라.
“로제의 고향인 델리니아에도 특별한 탈 것이 있지 않나요? 예전에 한 번 들은 것 같은데.”
“아! 그리폰을 말하는 거죠?”
그리폰. 슬레이프니르와 함께 탈것으로 이용하는 소환수 중에서는 함께 2티어를 유지하고 있는 소환수였다.
물론, 1티어는 드래곤 계열이었다.
“저는 아직 그리폰을 본 적이 없거든요.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물이라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에이~ 그건 또 아니에요~. 그것들이 아침마다 얼마나 시끄럽게 울어대는데요? 오히려 이런 말이 더 멋있죠~”
“음, 남쪽에 있는 왕국에선 그리폰 기사단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 대부분의 그리폰은 델리니아에서 수입해 온다 했는데, 그게 로제의 고향이었군.”
“맞아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꽃이 피어난다.
각자 서로의 고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세 명의 소녀들. 나와 교관은 묵묵히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델리니아는 엘프들의 땅이라 알려진 게 적었었죠. 저, 로제의 고향 이야기가 궁금해요!”
“네? 제 고향이요?”
갑작스레 로제에게 델리니아에 대해 묻는 프리실라.
확실히, 이 세계의 엘프들은 인간들과 교류는 하고 있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는 것이 많은 지역이었다.
“나도 궁금하긴 하군.”
“그, 그레고리님까지?!”
게임에서 델리니아에 대한 정보는 많이 나오기야 했다만 직접 듣는 거와는 전혀 다를 터, 나 역시 로제의 고향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엘프를 잡으러 온 인간들을 노예로 사용하고 영약들을 농사짓는 땅. 그것 말고는 아는 바가 없지만 말이다.”
그야말로 영약 카르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이라.
“우으…….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 텐데요.”
“글쎄요? 로제라면 재미있게 말해줄 거 같은데요?”
“맞다. 확실히 로제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긴 하지.”
프리실라와 아멜의 말을 듣고는 입가를 씰룩이는 로제.
아, 이 정도면 완전히 넘어왔다.
“그,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자! 그럼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결국, 잔뜩 신이 난 로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델리니아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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