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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81화 (81/169)

〈 81화 〉 아카대공 ­ 81

* * *

뿌우우우─────!!!

마차의 밖으로부터 거대한 나팔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성문의 앞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황녀님이 오셨다!”

“성문을 열어!”

“전군! 사열 준비!”

아무래도 성문 위에서 슬레이프니르가 이끄는 마차를 본 모양.

황녀의 행차이기에 큰 행사로 치부하는 모양이었다.

“와아……! 사람들이 양옆으로 갈라지고 있어요!”

완전히 창문에 얼굴을 밀착시키고는 뚫어지게 밖을 바라보고 있는 로제.

힐끔 다른 창문으로 바라보니 수많은 시민이 우리 마차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멜 역시 나와 같은 광경을 보고는 감탄을 머금는다.

“……역시 황녀의 행차라는 건가. 대단하군.”

“그, 부, 부끄러워요!”

아멜의 말을 듣고는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는 프리실라.

그러고 보니 저번에 갈리어가 프리실라를 지칭하는 수식언들을 말하자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었지.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그야 당연하지 않나.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자 남쪽 하늘의 고고한 황금의 별, 황녀 프리실라님의 행차인데 말이다.”

“케헥!”

갑자기 기침을 하는 프리실라.

무릎 위에 올린 양손을 꾹 쥐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정말로 창피한 모양이었다.

라파엘이 이 맛에 프리실라를 놀리는 걸까?

창피하면서도 정작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진다.

“그, 그만──”

“프리실라, 밖에 너를 보기 위해 수많은 민중이 나와 있는데, 손이라도 흔들어 주는 게 어떤가.”

“──네?!”

그러자 옆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라파엘.

“맞네~ 우리 프리실라가 손을 흔들어 주면 정말 좋아하겠어.”

“자, 잠깐 라파엘!”

“프리실라! 엄청 멋있어요! 역시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꽃! 남쪽 하늘의 고…… 고구마별! 프리실라님!”

“로제까지?!”

주변에서 쉴 틈 없이 계속해서 날아오는 공격에 이내 프리실라의 시선이 갈피를 잃고 핑글핑글 돌기 시작한다.

“아……우…… 아으…….”

“이런, 너무 놀렸나 보네.”

그런 프리실라의 머리를 잡고는 슥슥 쓰다듬어주는 라파엘.

그 광경을 보고는 로제가 헤헤 웃는다.

“프리실라는 역시 부끄럼이 많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로제, 너 역시 마을에 가면 환대는 받지 않나?”

로제 역시 델리니아 가문의 장녀. 이만큼 성대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환영인파 정도야 몰릴 터였다.

“어……. 제가 가면 그냥 어서 오십시오! 아가씻! 이러면서 허리를 숙이는 정도예요.”

……무슨 조직폭력배야?

“아무튼, 제국의 황성까지는 쉽게 갈 수 있겠군. 제국의 수도에서 우리를 노릴 정도로 간 큰 녀석들은 없을 테고 말이야.”

실제로, 마차는 이야기하는 동안 성문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들리는 환호 소리.

성문을 통과하자 우뚝 마차가 멈춰섰다.

똑똑. 하고 들리는 노크 소리. 라파엘이 문을 열자 전신 갑주를 입은 기사가 허리를 숙이며 라파엘을 향해 외쳤다.

“신성 하인리히 황실 기사단 2대대가 황녀님과 손님들을 모시겠습니다.”

전신 갑주를 입었기에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여성인 모양.

“응, 부탁할게?”

이런 대접이 익숙하다는 듯 싱긋 웃으며 대답해주는 라파엘. 창문을 보니 이미 기사단이 우리 마차 주변을 두르고 있었다.

“과분한 경호를 받는군. 솔직히 이런 경호는 없어도 되는데 말이야.”

“제국 황실의 체면이라는 거겠지. 우리가 오는 길에 습격받은 사실을 들으면 난리가 나겠는걸?”

킥킥 웃으며 자리에 앉은 라파엘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있어도 제국에 오는 것은 오랜만일 터.

그럼 나 역시 제국 수도의 풍경이나 보면서──

“우와아아! 우와! 우와아아아!”

……로제의 뒷통수에 막혀 창문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게 제국! 커요! 엄청나게 커요! 건물들도 커요!”

비키라는 말을 하기 미안할 정도로 무척이나 즐거워하는 로제.

어쩔 수 없이 반대쪽으로 넘어가 라파엘의 옆에 앉는다.

“뭐야. 내 옆에 앉고 싶었어. 자기?”

“……헛소리하지 말도록. 그저 밖의 풍경이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 확실히…… 저렇게 좋아하는데 뭐라고 할 수는 없겠네.”

완전히 얼굴을 밀착시키고 있는 로제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 라파엘.

아멜 역시 제국은 처음인지 멍하니 앉아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관은…… 자고 있나.

“라파엘, 황실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응? 방금 성문을 지났으니까…… 이 속도로는 한 시간은 걸릴걸?”

환영 행사 때문인가.

그냥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보니 어느새 황실로 통하는 외문에 도착했다.

기기긱 소리를 내며 거대한 문이 열리고, 양옆으로 도열해있는 기사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자 남쪽 하늘의 고고한 황금의 별, 황녀 프리실라님을 환영합니다!!! 전구우우운!!! 충!!!!”

동시에 칼을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드는 기사들.

우리 마차를 둘러싸는 검의 길이 생겨난다.

“우와아아아!!!”

“대단하군!”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눈에서 빛을 내는 로제와 아멜.

우리를 태운 마차는 천천히 검의 길을 지나간다.

“정말이지……. 이런 건 필요 없는데.”

기사단의 환영 인사에 정신을 차렸던 프리실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지금은 내성이 생긴 것인지, 얼굴이 붉지는 않았다.

“뭐 어때? 오랜만에 온 집이잖아? 가끔은 이런 것도 즐겨야지.”

그렇게 검의 길을 따라 직진하던 마차가 멈춰선다.

똑똑 거리는 노크 소리. 문 쪽에 앉아서 자고 있던 교관이 언제 자고 있었냐는 듯 문을 연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모시겠습니다.”

도착한 건가.

우리 여섯 명은 차례대로 마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마차의 높이가 꽤 있었기에 내가 가장 먼저 내려 내려오는 일행들을 마스코트 해준다.

“천천히 내려오도록.”

“네, 넷!”

얼굴을 붉히며 내 에스코트를 받아들이는 로제와

“고마워라.”

자연스럽게 내 손을 붙잡는 라파엘.

“이런 면도 있다니, 의외군.”

묵묵히 내 손을 받아들이는 아멜과

“뭐야. 나도 해주는──야!”

당연히 휴고 녀석은 건너뛰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리는 프리실라.

“아, 감사합니다.”

프리실라의 얇고 하얀 손이 내 손을 감싼다.

천천히 마차에서 내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는 프리실라.

우리의 주변에는 수많은 기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황실 기사단의 노고에 감사를 표합니다. 다들 고개를 드세요.”

프리실라의 말에 맞춰 동시에 고개를 드는 기사들.

“그럼, 계속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실베라경.”

아무래도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해준 저 여기사의 이름이 실베라 였던 모양이었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야 당연하죠? 어릴 때 그렇게 저를 챙겨주셨는데.”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를 짓는 프리실라.

지금까지 프리실라를 보아와서일까? 저 미소가 전부 계산된 거짓 미소임이 보이는 것 같았다.

……물론, 상대에게는 더할 나위 없게 먹혀든 것 같지만.

“존명! 목숨을 다해 황제 폐하께 모시겠습니다!”

저런 식으로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던 건가. 프리실라는.

우리는 실베라의 안내를 받아 내문을 통해 황실의 안으로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예술품은 모두 싸구려라는 듯, 값진 보물들과 융단이 우리를 반겼다.

“이, 이게 황실!”

그리고 어김없이 또 놀라는 로제였다.

“근데 그레고리님, 저희 조사받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왜 기사들이 계속 저희를 에스코트 해주는 거예요?”

방금 이야기를 못 들은 건가?

“방금 말하지 않았나. 제국의 황제에게까지 모시겠다고.”

“……넹?”

……정말 못 들었던 건가.

“제국의 황제. 우리는 황제를 보러 가는 거다.”

“네에에엑?!!!”

────네에에에에에엑?!

───네에에에엑?!

──네에에엑?!

─네에엑?!

네엑?!

거대한 황실에 우렁찬 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흡! 하고 입을 막는 로제.

“자, 잠깐만요. 진짜 저희가 제국의 황제를 보러 가는 거라고요? 조사하는데 왜 그게 필요한 거예요?!”

아무래도 진심으로 놀란 모양이었다.

“그저 조사만을 위해 황실에 왔다면 방금까지 보았던 환영인파와 사열은 없었을 거다. 전부 황제를 만나러 간다는 복선이었겠지.”

“그, 그런 거였다고요?!”

“그래, 오랜만에 딸이 제국에 돌아온 거니 말이다.”

“아아……. 제국의 황제가 프리실라의 아버지였죠. 프리실라가 황녀라는 사실만 생각하고 있었어요.”

프리실라가 황녀이니 황제가 아버지인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상대는 로제였지…….

“저 어떡하죠? 긴장돼서 미칠 것 같아요……! 담배도 못 피운 지 한참 됐는데……!”

“그럼 펴라.”

“네? 하지만 여기는 제국 황실인데요?”

힐끔. 나는 우리의 앞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기사. 실베라를 바라보았다.

“거기 기사. 알현실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5분 정도입니다.”

“내 소환사가 몸이 좋지 않아 약을 섭취해야 할 것 같은데. 그동안 걸으며 섭취해도 괜찮겠나?”

“……약 말입니까? 예, 괜찮을 겁니다.”

우선 기사에게는 허락을 받았다.

“그렇다는군. 프리실라는 어떻게 생각하지?”

“로제양이 몸 때문에 피우는 걸 아니까 저는 괜찮아요.”

싱긋 웃으며 대답하는 프리실라.

“……피우는걸?”

프리실라의 말에 기사가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로제가 재빨리 파이프를 입에 문다.

“거마어여 프리시라!”

그리고 바로 불을 붙이고는 크게 연기를 들이마시는 로제.

“흐으으으읍!!”

“자, 잠깐! 황실에서 흡연은……!!!”

하지만,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

“푸하아아아~ 살 것 같아요오~”

헤실헤실 미소를 지으며 연기를 내뿜는 로제와 그 모습을 보며 멍하니 굳어버린 기사. 그리고 키득키득 웃는 프리실라와 라파엘.

“아마 황실에서 황제를 제외한 사람이 담배를 피운 건 로제가 처음일걸요? 축하해요. 로제. 황실의 역사에 기록되겠어요.”

“……넹?”

프리실라가 웃으며 하는 말에 로제가 꿈뻑꿈뻑 눈을 깜빡인다.

“제국 아카데미랑 마차에서 절 놀렸던 복수에요?”

아무래도, 연기가 아닌 진심으로 싱글싱글 웃는 것을 보아하니 제국의 황녀님은 뒤끝이 심한 모양이었다.

……나도 조심해야겠군.

괜히 몸이 으슬으슬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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