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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82화 (82/169)

〈 82화 〉 아카대공 ­ 82

* * *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담배를 피우며 알현실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선택한 로제.

처음에 로제의 모습을 본 실베아는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프리실라의 설명과 로제가 피우는 담배의 향을 맡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황녀님께서도 저렇게 말씀하시고…… 정말 약재로써 사용하시는 것 같으니 괜찮겠지요.”

“죄송해여…….”

제국 황실에서 황제를 제외하고 길빵을 친 엘프로 박제가 될 운명에 처한 로제.

그런 로제의 축 처진 로제의 귀를 본 것인지 프리실라가 쿡쿡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옆에 붙어있으니까요!”

“프, 프리실라아……! 사랑해요오!!!”

그대로 프리실라를 와락 껴안자 프리실라가 로제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네에~ 너무 걱정하지 마요~”

“네! 프리실라만 믿을게요!”

나라면 제국의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고 좋아했을 텐데. 로제는 제국의 길빵충으로 기록되는 것이 무서운 모양이었다.

확실히, 길빵은 잘못됐지.

“도착했습니다. 손님분들께서는 안으로 들어가기 전, 옷을 한 번씩 정리해주시길 바랍니다.”

알현실로 통하는 거대한 문. 순금과 보석,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로 신화의 한 장면이 재현된 조각까지.

그야말로 다른 이를 압도하기 위해 만든 듯한 문은 신성 하인리히 제국 황제의 권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

“들어가지.”

내 말에 다른 일행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이 안에, 아몬의 저주를 받은 황제가 있다.

──! ──!

실베아가 알현실 입구에 있는 둥근 손잡이를 움직여 금속음을 낸다.

그러자 서서히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하는 알현실의 문.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안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폐하! 제국의 가장 고귀한 꽃이자 남쪽 하늘의 고고한 황금의 별, 황녀 프리실라가 폐하를 뵙길 원합니다!”

“허락한다.”

저벅저벅.

가장 먼저 프리실라가 안으로 들어선다.

“폐하! 북쪽을 수호하는 변경백. 카펠 발멩가의 딸. 아멜 발멩가와 그녀의 소환수 휴고가 폐하를 뵙길 원합니다!”

“허락한다.”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들어가는 것은 아멜과 휴고가 걸어 들어간다.

“폐하! 소환사 아카데미의 교관이자 과거, 펜리르 용병단의 단장이었던 셀루아 네갈이 폐하를 뵙길 원합니다!”

“허락한다.”

이번에 들어간 것은 교관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지막 차례인 게 분명했다.

“으아아……. 그레고리님. 어떡하죠? 지금 엄청 긴장되어서…… 또 담배가 마려워요……!”

제국의 황제를 접견하기 직전이라는 중압감 때문인지, 오들오들 떨고 있는 로제.

나는 그런 로제의 손을 잡아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가 누구지?”

“그, 그레고리님이요.”

“그래, 나는 네 소환수인 그레고리다. 내가 옆에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차례가 다가왔다.

“폐하! 제국 너머의 땅, 수림의 나라 델리니아에서 왔으며 과거 세상을 구한 릴리 폰 유글리아의 후손, 로제 폰 유글리아와 그의 소환수………에?”

……뭔가, 지금까지 잘하고 있던 목소리가 갑자기 끊겼다.

“크, 크흠! 로제 폰 유글리아와 그의 소환수인 마계의 대공, 그레고리 존스가 폐하를 뵙길 원합니다!”

“…들라 해라.”

아, 대공이라는 내 직위를 보고 놀란 것이군.

마계에서 대공이란 직위는 흔히 대악마 들이나 사용하니 놀라는 게 그리 이상하진 않았다.

저벅저벅.

로제와 함께 당당히 알현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높은 곳에 앉아 있는 흰 머리의 남성이 보였다.

많은 나이임에도 불타오르는 것과 같이 올곧은 눈과 풍채 있는 몸.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 위에 올려진 화려한 금색의 왕관.

그가 바로 신성 하인리히 제국의 황제. 레프린 앤 하인베른.

전 대륙에서 가장 큰 나라를 가진 장본인 이었다.

우리의 모습을 본 황제가 입을 연다.

“환영하네, 자연의 땅에서 온 세계수의 딸. 로제 폰 유글리아와 그의 소환수. 대공 그레고리여.”

그런 그의 발언에 로제는 자연스럽고도 우아하게 허리와 고개를 숙였다.

“신성 하인리히 제국의 태양. 레프린 앤 하인베른 폐하를 뵙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인사를 해야겠지.

[(특성 : 귀족)이 발동합니다.]

“이렇게 성대하게 환영해주어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신성 하인리히 제국의 황제여.”

이래 봬도 마계의 대공이란 위치에 있는 나다.

제국의 황제에게는 이 정도의 예면 충분했다.

“하하하! 말뿐이라도 고맙군. 이로써 소환사 아카데미에서 온 모든 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인가?”

그런 그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교관인 셀루아 네갈이었다.

“그렇습니다. 폐하.”

“음, 좋군. 그럼……. 그대들에게 묻겠네. 그대들은 이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고 있다 하였지? 어디, 설명해 줄 수 있겠나?”

그의 말에 프리실라가 한 발자국 나와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 폐하.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나이다.”

프리실라는 지금껏 우리가 알아낸 사실을 침착하고도 정확하게 황제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사건의 경위와 조사하게 된 과정. 그리고 얻어낸 결과까지.

그녀가 말한 것들을 정리하자면 ‘아몬이 현재 재앙과 함께 이 세상을 침공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정도가 되었다.

“……이상입니다.”

프리실라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알현실에 있던 신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재앙의 재림.

이것은 제국의 성녀에 의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번에도 아몬이 붙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처음 듣는 사실일 터였다.

스윽. 하고 황제가 손을 살짝 들자 순식간에 고요해지는 알현실.

프리실라의 이야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황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상황의 심각성은 알았다. 아무래도 제국 아카데미에서 조사했던 것이 전부 사실이었던 것 같군.”

“그렇습니다. 폐하.”

시선을 프리실라에서 라파엘로 옮기는 황제.

“라파엘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응? 어떻게 생각하긴? 이번에도 전 대륙이 힘을 합쳐서 재앙을 물리쳐야지. 그래도 재앙과 아몬이 이쪽 세계로 오기까지엔 꽤 많은 시간이 있을 거야. 우리가 보는 족족 방해할 거니까.”

황제를 대하는 어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투로 말하는 라파엘.

허나 천상신을 섬기는 제국의 특성과 대천사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 라파엘을 생각한다면 그리 이상한 광경도 아니었다.

“그렇군. 그대만 믿겠네. 그렇다면…… 다른 의견이 있는 자가 있는가?”

그렇게 말하고는 이번엔 일행들을 훑어보는 황제.

순간, 그의 시선이 로제에 머물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보였다.

……저것 봐라?

“내가 말해도 되겠나. 황제여.”

로제에게 향했던 황제의 시선이 내게로 움직인다.

“그레고리 존스. 마계의 대공이자 그대의 옆에 있는 로제 폰 유글리아의 소환수였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의사를 표했다.

“좋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거와 같이, 제국이 다른 국가보다도 먼저 나서서 재앙을 준비해야 한다 생각한다.”

“……호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야 제국이 제일 강하니까 그렇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곳은 황제의 어전.

최대한 그럴듯하게 말해주는 게 좋겠지.

“과거 용사 라스와 릴리 폰 유글리아를 가장 먼저 지원한 것이 바로 제국이었다. 재앙의 군대와 함께 가장 먼저 맞서 싸운 것 역시 제국이었지. 그리고 그렇기에, 제국은 이 대륙의 어느 국가보다도 찬란한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최전방에 선 제국의 모습을 다른 국가들이 보아왔기 때문이었지.”

전쟁에서 최전방에 선다는 의미는 크다.

누구보다도 큰 손실을 감수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다른 이들은 최전방에 서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제국은, 그 당시 피의 값으로써 성장한 국가였다.

“그렇기에, 제국은 누구보다도 먼저 준비 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이 같이 준비를 할 수 있게, 제국이 과거 최전방에서 보여준 활약으로서 이만큼 강대해졌다는 것을 떠올리게 해야한다.”

즉,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었다.

“제국처럼 강해지고 싶다면 그만큼의 피를 바치라는 것이군.”

“정답이다. 황제여.”

전쟁이란 그런 것이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큰 리스크를 감수할수록 크게 돌려받는 것.

그것이 바로 전쟁이었다.

“강해지고 싶다면 피를 바쳐라. 마치 악마와 같은 발언이로군.”

“악마이니 말이다.”

그의 말을 듣고 싱긋 웃어주자 황제 역시 싱긋 웃었다.

“좋군. 그대들의 의견은 알았네. 그대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제국의 방향성을 생각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한 황제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두꺼운 두 손을 부딪혀 손뼉 소리를 냈다.

“이것으로 보고를 마치도록 하겠다. 먼 곳에서 제국을 찾아온 손님들인 만큼 여독이 쌓였을 터. 우선은 푹 쉬도록 하게.”

이로써, 우리의 공식 행사는 끝이 났다.

황실에서 지정해준 방으로 돌아가는 길, 내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던 로제가 몸의 힘을 풀더니 흐느적흐느적 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흐아아아………. 긴장돼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 것 치고는 잘하더군. 예법도 완벽하고 말이야.”

“……이래 봬도 유글리아 가문의 장녀니까요. 예법 정도는 기본이죠.”

“저는 로제를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런 로제에게 싱긋 웃으며 대답해주는 프리실라.

“그런데 프리실라. 황실이라면 네 방도 있을 터인데, 우리랑 같이 가도 되겠나?”

프리실라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아멜이 묻는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는 프리실라.

“네, 아직 황실에 누가 제 적인지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여러분과 함께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라파엘도 그쪽이 더 좋을 거라 이야기 해줬구요.”

“흠, 그렇군.”

그렇지. 우리 정도의 멤버라면 암살은 무조건 막을 수 있을 것이고 습격이 있다 하더라도 황실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는 버틸 자신이 있었다.

“여기가 손님분들과 프리실라님이 머무실 백은궁(白??)입니다.”

마침내 도착한 우리의 숙소 앞에 서서는 고개를 숙이는 실베아.

“감사해요. 실베아.”

“아닙니다. 저희는 백색궁 앞에 있는 초소에서 지내고 있을 터이니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호출해주시길.”

“네, 그럴게요.”

황실의 백은궁(白??).

이곳에 오며 프리실라에게 듣기로는 타국의 사신이나 왕족이 올 때 개방하는 장소라 들었다.

즉, 황제는 그만큼 우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생각해도 되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는 프리실라가 우리와 함께 있겠다 해서 준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요?”

싱긋 웃으며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서는 프리실라.

우리 역시 그녀를 뒤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 엄청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백은궁의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제국!”

“크다는 말을 하려고 했죠?”

로제의 말을 끊고는 장난스럽게 웃는 프리실라.

그 모습에 로제가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네! 맞아요!”

“후후, 자. 1층은 사용인들이 사용하고 있으니 저희는 2층을 사용하면 돼요. 그럼, 올라갈까요?”

백은궁의 2층.

궁이라 불리는 만큼 그 크기 역시 방대했지만, 일행의 안전을 위해 각각 붙어있는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로제와 내가 사용할 방은 프리실라의 옆방이었다.

“그럼, 나중에 식사시간에 뵈어요.”

“프리실라양. 푹 쉬어요~”

“자기. 우리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까?”

“그러지.”

그렇게 프리실라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도 들어가서 쉬도록 하지. 폐하와의 접견이 이렇게 지치는 일일 줄 몰랐다.”

“그래? 그냥 늙은 인간 아니었어?”

“휴, 휴고! 입조심해라!”

아멜과 휴고 역시 방으로 들어간다.

“그럼, 나는 먼저 들어가서 눈 좀 붙이고 있지.”

그리고 교관까지 들어간 후, 우리 역시 방 안으로 들어서려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을 터였다.

프리실라가 방에 들어감과 동시에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면 말이다.

“꺄악!”

“프리실라!”

“무슨 일이냐!”

다른 일행들은 방문을 닫아서인지 프리실라의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열던 문을 뒤로하고 곧바로 프리실라의 방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을 볼 수 있었다.

“프리실라! 나의 딸! 너무나도 보고 싶었단다!”

“폐하!”

“폐하라니! 여기는 사적인 자리가 아니더냐! 자! 아빠라고 해보거라! 아~빠!”

……신성 하인리히 제국의 황제.

그가 히죽히죽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프리실라를 맞이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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