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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85화 (85/169)

〈 85화 〉 아카대공 ­ 85

* * *

다음날, 잠에서 일어난 우리는 백은궁의 밖에 무척이나 소란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레고리님, 아무래도 발견한 모양인데요?”

기지개를 쭈욱 피며 창문으로 백은궁의 정원을 바라보는 로제.

천천히 다가가 로제가 바라보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는 백은궁의 옥상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 당연하겠지. 어제 그 고생을 했으니 말이다.”

어젯밤, 우리는 결국 계획대로 녀석들을 백은궁 옥상에 위치한 깃발에 녀석들을 묶어놓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저 밖의 인원들이었고 말이다.

적당히 창문으로 정원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방 밖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녀님! 황녀님!”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

천천히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보니 프리실라의 방문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는 실베아가 보였다.

“좋은 아침이군.”

“예? 아……! 마침 잘 되었습니다. 대체 저게 무슨 일입니까?”

“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만.”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실베아가 답답하다는 듯 천장을 가리킨다.

“저기 옥상에 매달려 있는 녀석들 말입니다!”

“……옥상? 아는 바가 전혀 없다만. 혹시 옥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아니, 모르셨을 리가──”

“아침부터 누구야?”

그때, 프리실라 방의 문을 열고 라파엘이 나왔다.

눈을 비비는 모습을 보아하니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 라파엘님! 다름이 아니라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제? 무슨 일?”

“……예?”

“어제 나랑 프리실라는 황제가 갔다 오고 나서 피곤해서 바로 잠들었는데? 그렇지 그레고리?”

“그래, 우리도 곧바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지. 그런데, 실베아가 이렇게 아침부터 우리를 찾아온 걸 보면 옥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그래? 그래서 실베아, 대체 무슨 일인데?”

우리 둘이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이야기하자 실베아의 두 눈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저,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그래, 모른다.”

“응, 진짜 모르겠는데?”

“……그렇군요. 지금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현재 백은궁의 옥상에 암살자 계열의 소환수가 묶여있는 것을 지나가던 사용인이 확인한 상황입니다.”

“그래? 그것참 무섭네~ 암살자 계열의 소환수라니.”

“……맞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모르신다면 대체 누가 저런 짓을 하겠습니까?”

“황실 내부에 정의의 사도라도 있는 모양이군.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인 것 같으니 나는 이만 들어가 보지.”

“……알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서자 기대감이 잔뜩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로제의 모습이 보였다.

“어땠어요? 성공했나요?”

“그래, 우선 나와 라파엘은 잡아뗀 상황이다.”

“후……. 이제 첫 단추가 꿰였네요.”

로제의 말대로였다.

암살자들을 생포하여 옥상에 묶어놓는다. 그리고, 우리가 한 일이 아닌 것처럼 위장한다.

실베아 정도라면 우리가 녀석들을 제압하고 묶어놨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바로 소문이 어떻게 퍼지느냐이다.

“그레고리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대체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내가 노린 바는 단순했다.

제 3자에 의해 암살자들이 제압을 당했다. 라는 소문이 퍼지도록 하는 것.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암살자들을 묶어놓은 만큼 그 소문은 사용인들을 통해 황실에 금세 퍼질 터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암살자를 보낸 집단에 의심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닌 프리실라를 지지하는 또 다른 조직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

확신이 아닌 의심뿐만이라도 이 계획은 사실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녀석들의 행동은 무척 조심스러워지겠지. 그리고, 그만큼 변하는 것도 많을 거다.”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는 것은 평소와 행동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틈을 타 정보를 수집하고 범인들을 추정할 예정이었다.

“오늘 프리실라는 과거 자신의 편이었던 분들을 만나 뵈러 간다고 하는데……. 저희는 정보를 수집하는 담당이었죠?”

다행히, 로제는 어제 이야기했던 내용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 어제의 일로 황제에게 은혜까지 입힌 상황이다. 거기에 황녀와 함께 황실로 들어온 손님이라는 상황. 우리에게 궁금증을 갖는 자들은 상당하겠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쉬워졌다.

그냥 황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우리를 궁금해하는 자들이 자연스럽게 꼬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레고리님이랑 단둘이 황실 산책이라니, 정말 꿈만 같아요.”

“그런가.”

확실히, 요즘 들어 로제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그럼, 우선 아침 식사부터 하러 가지. 빈속에 산책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너무 좋아요! 아, 금방 씻고 올게요!”

양발을 동동 구르던 로제가 아직 세안도 하지 않은 상황이란 걸 깨닫고는 후다닥 욕실로 뛰어 들어간다.

“그러도록.”

그런 로제를 나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아직 아침 식사 시간까지는 꽤 남은 상황.

뭐, 적당히 차나 몇 잔 마시고 있으면 되겠지.

* * *

“와…… 진짜 너무 아름다워요. 대체 이런 정원을 만들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황실에 위치한 수많은 정원 중 붉은 장미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붉은 장미 정원’

그곳에서 나와 로제는 단둘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신성 하인베른 제국의 황제였던 로가르 앤 하인베른이라고 하더군. 자신의 왕비가 장미를 무척 좋아하여 그녀를 위해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네? 그런 것도 아시다니……. 대단하시네요.”

“그레고리이니 말이다.”

정확히는 게임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왕비를 위해 만든 ‘붉은 장미 정원’

이 장소는 게임에서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장소 중 하나였는데 직접 이곳까지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기서 왼쪽이다.”

“아, 네!”

거대한 크기와 복잡한 모양을 하고 있는 정원.

황실 내부의 모든 귀족에게 오픈되어 있는 장소인 만큼 황실 안에서는 핫플레이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장소였지만…… 이 정원에는 비밀이 한 가지 숨어있었다.

“여기서는 오른쪽.”

“네!”

이 커다란 정원의 중심부에 비밀스러운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중에서도 정말 극소수의 인원만이 알고 있는 비밀의 장소.

그곳에는 수 백 년에 한 번 피어나는 ‘매료의 장미’라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실제로 중심부로 가까워질수록 점점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점점 사람들이 안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정원은 중심부로 들어갈수록 밖으로 나가도록 유도되게끔 설계돼 있으니 말이다. 길을 완벽히 아는 자가 아니고선 중심부 근처에도 도달할 수 없지. 아, 여기선 직진이다.”

아이템 ‘매료의 장미’의 효과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보유 시 매료 효과 완전 면역]

[매력 보정]

즉, 아무리 아름다운 것을 보더라도 절대 그것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좀 더 아름답게 보인다는 효과뿐이었다.

로제처럼 과자 하나에 졸졸 따라오는 아이에겐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기에 그것을 찾으러 가는 중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레고리님, 그 장미는 수백 년에 한 번 피는 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미 다른 누가 떼어갔으면 어떡하죠?”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다.”

“네? 왜요?”

“그야…….”

이곳으로 오는 길이 그야말로 지랄 맞기 때문이었다.

왼오왼오왼왼왼오 직진 왼오왼왼오를 외우면서까지 이 안으로 들어오는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도 겨우 ‘매료’만 면역하는 꽃 하나를 얻겠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계륵 같은 아이템.

얻자고 하니 그 고생이 막심하고 포기하자니 효과가 쓸만한, 그런 아이템이 바로 ‘매료의 장미’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제대로 설명해 줘봤자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럴 땐 대충 거짓을 섞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좋았다.

“과거에 내가 잘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네? 과거에요? 그레고리님은 과거에 황실에 오신 적이 있으신 거예요?”

“그래, 몇 번 온 적이 있었지. 그 장미는 그때 내가 따로 숨겨놓았고 말이다.”

정확히는 게임 속이었고 캐릭터의 호감도를 올릴 선물을 얻으러 오거나 퀘스트 때문에 온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역시 대단하세요……! 어? 그레고리님. 정원이 끝났어요.”

마침내, 양옆을 가리고 있던 장미 넝쿨이 사라지고, 5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혼자서 햇볕을 받으며 고귀하게 자라나고 있는 붉은 장미.

“저게…… 매료의 장미.”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로제가 천천히 장미를 향해 다가갔다.

“너무 아름다워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조심스레 땅을 파내려는 로제.

나는 그런 로제를 지나치고는 무심하게 장미의 목을 꺾어버렸다.

“엣?”

“자, 돌아가지. 이걸로 중심부에서의 용무는 끝이다.”

“그, 그걸 자르시다니! 너무해요! 꽃이 죽어버렸잖아요!”

아, 그걸 아직 설명해주지 않았나.

“이 꽃은 주변 식물의 영양분을 독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 이 꽃이 있는 이상 주변의 꽃들은 서서히 죽어 나갔을 거다.”

지금 이 공간의 크기를 보았을 때, 아무래도 재앙이 봉인된 이후로 아무도 이 안에 오지 않은 모양.

어차피 몇백 년 후면 또 자랄 녀석인데 굳이 아쉽지는 않았다.

뭐, 이건 꽃만 있어도 효과를 발휘하고 말이다.

“그럼 돌아가지.”

“네? 잠깐만요!”

그대로 뒤돌아 원래 있던 정원의 외부로 나가려던 나를 로제가 붙잡았다.

“……이대로 가면 안 되죠.”

“음?”

뭔가, 실수한 건가?

“이렇게 동떨어진 공간에 왔는데, 담배 한 대만 필게요!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 여기 오는 순서가 뭐라고 하셨죠? 위아래위아래위위위아래?”

“……완전히 다르다만.”

“네? 그런가요? 음…… 뭐였지? 왼오왼왼왼오였나…….”

아무래도…….

황실에서 본인만의 흡연실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기쁜 모양이었다.

“……못 말리겠군.”

“넹?”

“……아무것도 아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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