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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91화 (91/169)

〈 91화 〉 아카대공 ­ 91

* * *

[스킬 : 검은 늪]의 사용과 동시에 방안에 새까만 구멍이 생겨나며 수많은 바퀴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알로스 휴스고는 여전히 책상에 머리를 박고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바퀴들에게 명령을 내려 녀석의 주변을 포위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른 한 마리에게 천천히 테이블을 올라가게 한 다음 녀석이 끄적이고 있는 종이 위로 올라가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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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아아악!!!!!!”

바퀴를 발견한 알로스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를 덮치는 수백의 바퀴 떼들.

“경비이이이!!! 경비이이이익!!!”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바퀴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알로스가 그대로 바닥을 구르기 시작한다.

허나, 바퀴는 쉽게 죽지 않는다. 녀석들은 알로스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그를 더욱 미치게 만든다.

“무슨 일이십니까!!!”

“벌레가아아악!!! 벌레가아아아아!!!”

경비는 문을 박차고 들어옴과 동시에 바닥을 구르고 있는 알로스를 보고는 당황한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소리치는 알로스. 기사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아직은 녀석을 더 괴롭혀야 할 때였다.

“얼굴을 덮어라.”

그 명령과 동시에 갑작스레 바퀴에게 기습당한 기사가 기절하고 말았다.

사자심이라도 사용했다면 더 버틸 수 있었을 텐데, 이래서 항상 기습을 조심해야만 한다.

그때였다. 온몸에 힘이 빠지며 마력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상황을 보아하니 알로스가 마법을 이용해 몸에 불길을 일으켜 바퀴들을 죽이고 있던 모양이었다.

더 이상 바퀴가 죽었다간 마력이 부족할 것 같아 검은 늪을 해제 후 [스킬 : 바퀴벌레 킥]으로 창문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등장.

창문을 부수며 등장한 나의 모습에 몸에 불길을 휘감은 알로스가 뒤로 물러선다.

“크윽! 네 녀석은 누구냐! 황녀가 보낸 암살자인가?!”

그래도 머리는 돌아가는지 곧바로 프리실라를 의심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신성력을 가진 인간……. 왕족인가 보군.”

성대를 최대한 긁어내며 끔찍한 목소리를 꾸며낸다.

“네, 네 녀석은 누구냐!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악마인가?!”

“네 녀석이 알 바 아니다. 난 그저 명령대로 행동할 뿐.”

“명령이라니, 누구의 지시냐!”

“모든 것은 위대하신 우리의 왕. 바알님을 위하여.”

그레고리식 협상법 오의.

이름 팔기.

“바, 바알?! 네 녀석! 바알이 보낸 악마인가!”

말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그대로 주먹을 치켜들고 녀석을 노려본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총 2가지의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 이유로는, 만약 알로스가 타락 천사와 연관이 되어 있다면, 그가 죽기 전 타락 천사가 모습을 드러내리라 판단한 것이었고.

두 번째 이유로는 그가 타락 천사와 연관이 되어 있지 않는다면 바알을 견제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지금의 모습? 결국 바퀴의 모습이긴 하지만 「심연의 가면」을 사용해 외견을 바꾼 상황.

대부분의 인간은 벌레를 완벽히 구분하지 못하니 그의 앞에서 내가 변신을 하지 않는 이상 내 정체를 모를 터였다.

“모든 것은, 바알님의 뜻대로.”

“쉽게 당해주지 않겠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녀석의 주위로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발버둥을 쳐보겠다. 이건가.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몸을 낮추고 녀석에게 달려들어 양 팔을 붙잡는다.

“크윽!”

순식간에 양팔이 제압당한 채 나를 바라보는 녀석. 순간, 녀석의 표정이 공포로 뒤바뀐다.

“……네 녀석의 공포가 느껴지는구나.”

“다, 닥쳐라!”

녀석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지만 애초에 마법사가 무투가인 나를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닥치는 건 네 녀석이 되겠군. 죽은 자는 말을 하지 못하니 말이다.”

중간에 위치한 팔들을 녀석의 복부에 가져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마침내 녀석의 복부에 내 팔이 닿으려던 찰나, 세상이 느려졌다.

[지능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지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효과로 감각이 변화한 것이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할 만한 이유는 단 하나.

살기를 날리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할만한 제 3자의 개입이었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스킬 : 날개 펼치기)를 발동합니다.]

지능 상승으로 인해 한층 더 빨라진 속도로 뒤로 물러선다.

그리고 천천히, 시간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눈앞에 새하얀 섬광이 터져 나왔다.

“하, 진짜 죽이려고 해? 미친 새끼네 저거?”

처음 듣는 목소리.

눈 앞을 가린 팔을 치우자 앳된 얼굴을 가진 금발의 소년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만 같아선 개입하고 싶지 않았는데…… 귀찮게 구네.”

드디어 나오셨나.

“역시 그대였군. 사마엘.”

“응? 뭐야, 날 알고 있으면서도 도망가지 않는다니, 재미있네?”

녀석에게서 흘러들어오는 살기와 신성력이 피부를 찌른다.

단단한 갑피임에도 느껴지는 고통.

이게 바로 과거 천계와 마계의 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전쟁을 일으킨 천사.

사마엘.

확실히 ‘타락’이란 칭호를 가지고 있는 네임드답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까부터 듣고 있긴 했는데 말이지……. 바알의 부하라고?”

“……….”

“대답 안 하는 거 봐라? 바알이 황실에 악마를 보낼 이유는 없을 텐데……. 너, 지금 바알의 이름을 팔고 있는 거지?”

“……들켰군.”

“하하! 바알과 칼을 섞어 본 사람이라면 다 눈치챌 걸? 녀석은 자신이 오면 왔지 남을 보낼만한 녀석이 아니니까.”

그 역시 과거 천마 대전의 선봉에 섰던 천사. 바알과 싸울 기회 역시 있었을 터였다.

“그러면……. 네가 누군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제압부터 할게? 좀 따끔할 거야.”

그가 손가락을 튕김과 동시에 6개의 다리 모두에서 짜릿함이 느껴졌다.

재빨리 몸을 피해 보지만 6개의 다리 중 3개가 폭발해 버렸다.

“감이 좋네?”

신성력을 이용한 공격이라 그런 것일까.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이 상처로부터 느껴졌다.

신성력 계열의 공격이기에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은 덤.

“자, 그 다리로는 어디 도망도 못 칠 텐데, 순순히 잡혀주면 안 될까?”

녀석이 무척이나 여유로운 얼굴로 싱긋 미소까지 보이며 제안한다.

그 외견과 어울리는 상냥한 미성은 내 정신을 침범하려고 하지만…….

지능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내 정신을 건드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말이 있지.”

“응?”

뜬금 없이 꺼낸 말이어서 그럴까. 녀석이 눈썹을 꿈틀거린다.

“웃는 녀석이 제일 위험한 녀석이라고.”

“……뭐?”

“그리고, 웃는 건 나다.”

그 말을 해주며 수납공간에 넣어 둔 약병을 던져주었다.

이곳에 오기 전, 파이에게 받은 물약. 이름하여 ‘심연’이라 불리는 물약.

유리병 속 액체가 공기에 닿음과 동시에 기체화가 되어 주변을 감싸기 시작하는데, 연기 안에 들어가면 모든 감각이 사라지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다른 팔에 들고 있던 구슬을 부순다.

「가울의 만물상」에서 구매한 아이템. [긴급탈출 구슬]

게임에서는 어떠한 전투이든 간에 도주를 가능케 해준다는 효과를 가진 아이템으로 이쪽 세계에서는 소환수의 곁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심상 공간]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건이라는 모양이었다.

바삭.

구슬을 깨뜨리며 나는 서서히 검은 연기에 잠기는 녀석에게 미소를 보였다.

“다음에 보도록 하지. 꼬우면 바알을 찾아와라.”

물론 마지막까지 바알의 이름을 팔아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순식간에 시야가 뒤바뀌며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원래 내가 살던 자취방.

변신폼을 해제해보니 오른팔과 왼쪽 발목이 사라진 상태였다.

다행히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한 덕분에 출혈은 없었고 조금씩 살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결국은 성공했군.”

녀석에게 가기 전, 나는 상대가 누구여도 탈출할 수 있게끔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상대가 정말 타락 천사라면 평범한 상태론 도주도 어려울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챙긴 아이템 2개.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모습을 보아하니 정식으로 계약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가계약 상태로 돕고 있는 건가.”

알로스는 뛰어난 마법사라고 평가할 수 있는 존재였다.

화염 마법을 이용해 바퀴를 태웠음에도 자신의 옷이 하나도 불타지 않은 것이 그 증거였다.

허나, 그렇다고 그가 뛰어난 소환사라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라 대답할 수 있었다.

그는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도 소환수를 부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등장한 것이 사마엘이었지.”

마치 어디선가 보고 있었다가 등장했다는 듯한 말.

허나, 확실한 건 그가 심상공간에 있다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즉, 결론은 이러했다.

사마엘은 알로스와 모종의 계약을 맺은 상황이며 황실 어딘가에 모습을 숨기고 있다. 라고.

“……당분간은 회복에 전념해야겠군.”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우며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로제는 과연 지금 뭘 하고 있을까. TV를 켜니 로제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백은궁의 옥상에 혼자 서 있었다.

……설마, 날 기다리고 있던 건가?

그런 와중에 뿌연 연기가 화면을 가리며 로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은궁 실내에서는 금연이라니……. 깐깐하네! 진짜…….]

“아.”

……그럼 그렇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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