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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95화 (95/169)

〈 95화 〉 아카대공 ­ 95

* * *

“로제, 안 본 사이에 더 아름다워졌구나.”

“에이~ 그래도 파이몬님이 훨씬 아름다우시죠~”

“말만이라도 고맙군.”

교관과 함께 백은궁에 도착한 두 사람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는 와중에도 오랜만에 만난 것이 반가웠는지 수다를 떨기 바쁜 두 사람.

마르바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선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 저것을 데려오느라 얼마나 진땀이 빠졌는지 모를 걸세.”

“음? 파이몬은 마계에 있는 본인 영토에 있던 게 아니었나?”

“부총장을 피해 마계로 도망간 녀석을 다시 데려오기가 그리 쉬운 줄 아나?”

“……고생했다.”

“그래, 그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는군. 그나저나, 우리는 대체 왜 부른 건가.”

마르바스의 질문에 파이몬도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두 사람에게 보낸 내용은 제국 황실로 와달라는 간단한 내용. 작금의 상황에 대해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럼 우선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줘야겠군.”

나는 두 사람에게 아카데미에서 할파스를 만난 것부터 시작하여 제국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지금 황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집안싸움에 힘 좀 보태라는 거 아닌가.”

“……그러게. 그냥 내 영토에서 쉬고 있을 걸.”

두 사람은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도 간단한 집안싸움이라면 내 선에서 정리했을 거다. 다만, 상대에 ‘타락 천사’인 사마엘이 있는 게 문제지.”

“……사마엘? 그 망할 꼬맹이 새끼가 여기 있다고?”

사마엘의 이름이 거론되자 눈빛이 변하는 파이몬.

“그래, 그 사마엘이다. 지금 그 녀석과 다른 녀석이 함께 3황자를 조종하는 중이지.”

과거부터 수없이 싸웠던 적의 이름이었다.

나도 모르는 원한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확실히 그대 혼자 해결하기엔 복잡한가 보군? 재앙과 타락 천사가 연관된 황실의 계승권 싸움이라니. 그대가 쩔쩔매는 것도 당연해.”

“쩔쩔매다니……. 내가?”

마르바스 녀석이 오랜만에 만났다고 신났는지 내 성격을 긁는다.

“우릴 여기까지 부른 걸 보면 꽤 힘든 상황인 거 아닌가. 껄껄!”

“오해하지 마라 마르바스. 나는 네게 빚을 청산할 기회를 주는 거다.”

“……빚?”

금시초문이라는 듯 나를 바라보는 마르바스.

“할파스를 그대의 영토로 보냈을 텐데? 그 일 덕분에 그대의 영토 관련 문제도 꽤 순조롭게 해결되었을 테고.”

“……끄응.”

이게 어디서 또 사기를 치려고.

“그리고, 이 일에 이렇게 적극적인 건 오로지 내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네!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자기 차례가 왔다고 생각한 것인지 손을 번쩍 드는 로제.

“프리실라는 우리의 친구예요! 그리고 저, 정의의 수호자 로제는 이 일을 절대로 쉽게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내가 지원사격을 가한다.

“같은 로제의 ‘소환수’가 아닌가. 마르바스. 소환사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거절할 속셈은 아니겠지?”

내 말을 들은 마르바스가 이마를 짚더니 이내 소파에 등을 완전히 기댔다.

포기 선언이었다.

“하, 그대는 항상 거절이란 걸 하지 못하도록 모든 준비를 한 다음에 제안한단 말이지. 그게 너무 짜증 난단 말이야.”

“그게 바로 그레고리식 협상법이다.”

이어지는 내 말에 킥킥 웃는 파이몬.

“맞아. 좆 같은 협상법이지.”

주변의 모습에 고개를 젓던 마르바스가 한숨을 내쉰다.

“어쩔 수 없군. 내 소환사인 로제가 저렇게 부탁하는데, 응당 들어줘야지. 이곳에 오기 전 부총장에게 부탁받은 것도 있고 말이네.”

“음? 부총장이?”

그 녀석이 뭐라고 했단 말인가?

“그대에게 가게 되면 최선을 다해 도우라더군. 그대라면 제국을 탈탈 털어먹을 수 있을 거라며 말이야.”

……몇 번 만난 적도 없는데 날 너무 잘 아는 듯이 말하는 건가.

뭐,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딱히 반박하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파이몬, 너는 어쩔 생각이지?”

내 물음에 파이몬이 옆에 있던 로제를 바라보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누구 부탁인데 거절하겠나. 오히려 사마엘이 있는 곳에 초대해주다니, 내가 감사하다 말하고 싶을 정도로군.”

“……헤헤.”

파이몬이 로제를 저렇게 좋아했던가. 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문뜩 로제의 파우치에 꽂혀있는 담배에 눈길이 갔다.

……매료의 장미 효과구나.

안 그래도 호의적으로 로제를 바라보고 있던 파이몬이기에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난 듯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럼, 두 사람 모두 나를 좀 따라와 주겠나?”

“또 어딜 가야 하나?”

“난 여기서 로제와 더 있고 싶은데.”

먼 길을 달려왔기 때문일까. 귀찮다는 듯 반응하는 두 사람에게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도 집주인에게 인사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 * *

신성 하인베른 제국의 황제이자 제국의 단 하나밖에 없는 태양.

제국의 모든 이가 우러러보는 자라 불리던 레프린 앤 하인베른은 현재 일생일대의 체험을 하게 되었다.

“끄응…….”

그것은 바로 자신의 눈앞에 앉아있는, 마계의 최고 권력자인 3명의 대공이 나란히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이몬, 마르바스, 그리고 나.

“……갑자기 제국의 황실에 마계의 대공이 두 분이나 오다니. 당황스럽군.”

그리고 그런 황제를 귀엽다는 듯, 이 세상 기준으로 고인물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두 사람은 황제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호오, 네 증조 할아비를 많이 닮았구나. 귀엽게 생겼어.”

“그대 역시 선왕처럼 검에 재능이 있는 모양이군. 이것이 제국의 복인가.”

“……그레고리 대공. 설명을 좀 해주겠나.”

“음? 그대에게 보낸 서류 수정안에 써놓지 않았나. 광산 개발을 위한 협력자에 그레고리 존스 대공 외 2명이라고 말이네.”

“……대체 어떤 이가 마계의 대공을 ‘외’ 취급하는 거지?”

“나 정도 되면 가능하다.”

뭐, 실제로도 다른 녀석들 역시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도 아니니 다행이었다.

무엇보다도 황제가 직접 결재한 서류였기에 두 사람이 아무런 방해 없이 백은궁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고 말이다.

“……정말 어이가 없군. 아마 선왕들이 보신다면 놀라 자빠지실 거야.”

이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입을 여는 파이몬.

“자랑스러워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제국의 황제여. 이렇게 마계의 대공 셋과 나란히 대화한 인간은 극히 드물 것이다.

물론, 로제는 밥 먹듯이 했지만.

”……본론으로 넘어가지. 이렇게 다른 대공들을 부른 이유가 뭔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길 바라는 건가.

”뻔하지 않은가. 광산 개발에 대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이들이 모두 프리실라의 지인이기 때문이지.“

”……뭐라?“

내 말에 황제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대의 딸이 아카데미 생활을 워낙 잘하고 있어서 말이네. 검술 교관인 마르바스와도 연이 닿아있고 파이몬과는…… 친해질 예정이지.“

”로제의 친우라기에 봐주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허, 허허, 허.“

황제가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 내뱉는다.

”그 아이가 어떻게든 소환사 아카데미에 들어가려 했기에 무슨 생각인가 싶었더니…… 이런 연을 낳는군.“

”그대의 딸은 그대의 생각보다 훨씬 더 똑똑해서 말이다.“

어디까지나 로제라는 동아줄을 잡은 게 크다 생각하지만, 프리실라의 아비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이럴 땐 프리실라를 띄워주는 편이 좋았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우선 그대 둘에게도 백은궁에 방을 내주겠네. 부디…… 사고 없이 편안하게 지내다 갔으면 좋겠군.“

‘사고 없이’라는 부분에 힘을 주어 말하는 황제.

황실에 있는 동안에는 사고를 치지 말라는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소. 황제. 그대의 뜻대로 하지.“

”나도 뭐 난리를 칠 생각은 없느니라. 사마엘 그 녀석이 먼저 나서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야.“

”……그렇다면 다행이군. 본인이 갑자기 두통이 생겨서 말인데, 오늘은 좀 물러가 주겠소?“

”네? 프리실라 아버님, 머리가 아프세요? 세계수의 열매. 더 드릴까요?!“

”……사양하지.“

결국. 축객령을 받아 우리는 나란히 황제의 방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하하하하! 로제, 최고구나. 역시 내 친우다워.“

”넹? 뭐가요?“

황실에서 나온 파이몬이 배를 부여잡으며 로제의 어깨를 붙잡는다.

그러나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해하는 로제.

”마지막까지 황제를 먹이다니, 최고였느니라.“

”네? 황제를 먹여요? 프리실라 아버님은 안 드신다고 했는데…….“

”하하! 그래, 그것이 그대의 매력이지. 좋구나. 좋아. 그나저나, 세계수의 열매가 맺힌 모양이구나?“

”아! 맞아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찾아뵈려고 했는데, 다행이네요.“

”흠? 그래? 어디 담배를 태울 좋은 곳이 있을지 모르겠군.“

”제가 알고 있어요! 같이 가요!“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매료의 장미가 있던 정원을 향해 걸어가고, 나랑 마르바스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음……. 우리는 뭘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좋은 게 떠올랐다.

”마르바스. 산책이나 하러 가지 않겠나.“

”……산책?“

”그래, 네게 보여주고 싶은 인물이 있어서 말이다.“

마침 파이몬과 함께 좋은 탈 것도 왔겠다.

마르바스에게 그 두 사람을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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