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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97화 (97/169)

〈 97화 〉 아카대공 ­ 97

* * *

“아, 마침 왔네요.”

훈련장에 들어선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며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짓는 갈리어.

“헤라클레스! 수액은 잘 먹고 왔어?”

“음! 배부르게 먹고 왔지. 그런데 그 옆은…… 주군? 그리고 마르바스?!”

나와 마르바스를 발견한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뛰어오른다.

그리고 놀란 것은 헤라클레스뿐만이 아니었다.

“괴력난신(?力?)……! 저, 저 미친놈이 왜 여기에 와 있는 건가!”

괴력난신(?力?)?

그게 마계에서 헤라클레스를 부르는 이명(?名)인 것일까.

헤라클레스에게 잘 어울리는 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 소환사와 계약을 했으니 여기에 있겠지. 저 녀석이 바로 내가 소개시켜 준다는 다른 녀석이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이 아이의 소환수가 저 녀석이라는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어쩐지 왜 날 여기까지 데려왔나 했더니, 자네의 사람이었기 때문이군. 그래서 내게 이 아이를 보여준 게야.”

즉, 마르바스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는 날 이용했구나?’ 라고.

“결국 이후 로제에게 도움이 될 아이들이다. 네게도 손해는 아니지 않은가. 이게 다 로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허허, 한 방 먹었군. 이미 이 아이가 마음에 들었는데 뭘 어찌하겠는가.”

우리가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동안, 헤라클레스는 양팔을 벌리고는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주구우우우운───!!!”

그대로 헤라클레스가 내 몸에 닿기 전에 점프하자 그대로 녀석이 나를 지나쳐 훈련장의 벽에 들이박았다.

다른 녀석이라면 모를까.

벽에 박은 것이 헤라클레스라는 것을 알고 있는 녀석들은 모두 익숙하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먼지구름이 걷히자 그 안에서 머리를 흔들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를 흔드는 것으로 충격을 가시게 하려는 것이 목적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 헤라클레스가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조아리며 외친다.

“돌아오셨습니까! 주군!”

여전히 시끄러운 녀석이구나.

“……그래. 목소리는 좀 낮추는 게 어떠냐. 주변에서 쳐다본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오오, 역시 마르바스 공이었구려. 이거, 오랜만이오!”

이번엔 내 옆에 서 있는 마르바스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손을 건넨다.

자신이 모시는 이가 아니기에 나의 친우이자 자신보다도 더 강한 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 헤라클레스. 자네는 여전히 건강해 보이는군.”

“하하! 하루도 빠짐없이 단련해오고 있으니 말이오! 그러는 마르바스 공도 여전히 강해 보이시는군!”

역시 이 두 사람도 구면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자네 정도 되는 악마가 인간계에 와서 소환수가 되다니. 어떻게 된 건가.”

“아, 수련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지! 마르바스 공 역시 수련을 위해 인간계에 온 것이 아니오?”

인간계는 소환 없이 찾아온 다른 차원의 생명체들의 힘을 제한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은 강자들에게 있어 훈련하기 좋은 환경이나 다름없었다.

“……뭐, 그렇지. 그렇다면 그대 역시 여기서 수련을 하는가?”

“음! 그렇소. 안 그래도 이제 시작하려 했으니 한 번 보시겠소?”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훈련소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스크린 야구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 그 안에 들어간 헤라클레스는 간단한 몸풀기를 하고는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불규칙한 속도로 헤라클레스의 앞에서 공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부르르!!!

재빨리 날개를 펼친 헤라클레스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들을 피하기 시작한다.

“흠, 근력보단 민첩성에 투자를 하고있는 건가. 나쁘지 않군.”

안 그래도 육중한 몸놀림 때문에 상대 공격의 대부분을 허용하는 녀석이었다.

저 훈련은 나중에 필시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아, 마르바스. 저 녀석을 보고 무척 놀라는 것 같던데, 저 녀석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렇게 놀라는 마르바스의 모습을 몇 번 본적 없었기에 의문을 느끼며 질문한다.

“무슨 일? 무슨 일이라……. 확실히 많은 일이 있었지. 정말로…… 귀찮을 일이.”

이에 뒤에서 검을 휘두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갈리어도 다가온다.

“아! 헤라클레스의 마계 이야기인가요? 저도 같이 들어도 될까요?”

“뭐, 그대의 소환수인 헤라클레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은 소환사인 그대에게도 큰 도움이 될 거네. 본인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재주는 없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지.”

마르바스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 *

마르바스는 여느 때와 같이 새벽녘에 일어나 맨몸으로 정원으로 나왔다.

저택의 밖은 찬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 혹한의 환경. 그럼에도 윗옷조차 걸치지 않은 그는 긴 바지와 검 한 자루만 가지고 저택의 밖으로 나선 것이다.

그의 아침 일과는 단순했다.

다른 사용인들이 일어나 식사 준비를 마칠 때까지. 오로지 검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마치 기계가 동작을 반복하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검이 경로를 따라 휘둘러진다.

다만, 그 행동에 무척이나 기이한 점이 있다면 그가 검을 내려치는 속도가 무척이나 느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내려치기가 겨우 열 번을 넘은 시점.

하지만 그의 몸에선 새하얀 김이 흘러나오고 얼굴과 몸에는 땀이 맺히고 있다.

그만큼 그는 한 번의 휘두름에 전신의 모든 신경을 집중한다는 뜻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 마르바스가 몸의 힘을 천천히 풀며 고개를 돌렸다.

누구보다도 가장 오래 마르바스의 곁을 지키던 악마.

디브라오스가 손에 수건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르바스님. 식사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음, 벌써 말인가. 내가 저택에서 나온 지 얼마나 흘렀지?”

“예. 총 30번의 검을 휘두르셨고 시작하신 지 3시간이 경과한 시점입니다.”

한 시간당 열 번.

그럼에도 시간개념을 잊고 있었다는 것은 마르바스가 그만큼 집중하고 있었다는 걸 의미했다.

“그렇군. 항상 고맙다. 디브라오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디브라오스로부터 수건을 건네받은 마르바스가 몸의 땀을 닦아내고는 디브라오스에게 건네주고는 저택 안으로 들어선다.

가볍게 샤워를 끝내고 식당에 들어서자 수많은 악마가 고개를 수그리고 자신들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르바스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본인들의 자리에 차례대로 앉는 악마들.

“들지.”

그 말을 시작으로 마르바스가 먼저 한술을 뜨자 다른 악마들 역시 식사를 시작했다.

그들의 식사는 그야말로 삭막했다. 마르바스는 식사 도중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마르바스가 식사를 중간 정도 했을 때경였을까. 누군가가 급하게 식당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왔다.

마르바스의 저택에서 경비를 맡고 있던 중급 악마였다.

“마, 마르바스님! 침입자입니다!”

우뚝. 마르바스의 숟가락이 허공에 멈췄다.

“……침입자?”

“예! 상대는 벌레형 악마! 현재 다른 병사들의 저항을 쉽사리 무너뜨리며 이곳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침입자가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나?”

식사를 멈춘 마르바스가 중급 악마를 향해 물었다.

상대가 자신의 영지로 들어와 병사들을 공격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마르바스의 명예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 악마.

“그, 그것이…….”

이것을 말해야 하는 것일까.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수없이 머릿속에서 고민하던 병사는 이내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침입자의 걸음걸이에서 퍼지는 파동으로 인해 접근마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른 병력들의 원거리 공격은 모두 튕겨 나가고 있습니다.”

“호오?”

병사의 말에 마르바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즉 자신들에게 공격에 대한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는 뜻.

그것도 걸음걸이만으로도 자신의 영지를 지키는 병사들을 접근도 못 하게 할 정도의 강자가 그러고 있다는 소리였다.

“내가 직접 가보도록 하지.”

식사를 마친 마르바스가 그대로 식사용 나이프 하나만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자 우르르 일어서는 악마들.

“그대들은 식사를 마저 하게. 명령이다.”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는 마르바스의 말에 다른 악마들은 그대로 다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실시했다.

식탁에서 벗어난 마르바스가 병사에게 다가간다.

“안내하게.”

“예!”

그대로 식당을 빠져나와 저택에서 나온 마르바스는 우뚝 걸음을 멈춰섰다.

병사의 도움이 없어도 침입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 멀리 피어오르고 있는 흙먼지들.

아마 저곳에 침입자가 있는 것이리라.

“금방 다녀오지.”

오른손에 나이프를 쥔 마르바스가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는 장소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바스는 흙먼지를 피우며 달려오는 하나의 검은 덩어리를 볼 수 있었다.

“……저건 대체 뭐란 말인가.”

압도적으로 거대한 몸뚱이와 거대한 뿔. 무엇도 뚫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새까만 흉갑.

그저 걸음걸이만으로 자신의 병사들을 날려 보내며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사내.

“으하하하!!! 사나이는 어떠한 역경에서 멈추지 않는 법!”

큰 소리로 웃으며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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