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98화 (98/169)

〈 98화 〉 아카대공 ­ 98

* * *

──쿵

───쿵

────쿵

대체 얼마나 되는 질량이 저자에게 뭉쳐져 있단 말인가.

물론 상대가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의 땅울림을 퍼뜨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디브라오스, 저 벌레형 악마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저 멀리서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바라보며, 식사용 나이프로 시가의 끝을 베어낸 후 입에 문 마르바스가 물었다.

이에 공손한 자세로 시가에 불을 붙이며 대답하는 디브라오스.

“저 역시 직접 본 것은 없지만……. 소문은 들었습니다.”

“소문?”

“예, 과거 바알의 영토에서 바알의 공격을 간지럽다는 듯이 막아낸 악마가 있다고, 그 악마가 거대한 형체의 벌레형 악마였다는 소문을 말입니다.”

“바알의 공격을? 그것참 재미있는 소문이군. 그게 끝인가?”

“당시에 자리에 있던 이들이 천사와 여러 명의 악마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알을 협박하듯 말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디브라오스의 보고를 들은 마르바스가 깊은숨과 함께 연기를 내뿜어낸다.

“이 마계에서 바알을 협박할 수 있는 녀석은 그리 많지 않지……. 그리고 저런 녀석을 부하로 둘 만한 녀석은…… 그레고리. 그 녀석인가.”

“……그레고리 존스님 말씀이십니까?”

마르바스의 말에 디브라오스가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래, 저런 녀석들을 모으는 녀석이 있다면 분명 그 녀석의 아래에 있는 놈이겠지. 하여튼……. 우선 다른 녀석들을 뒤로 물려라. 소문이 사실이라면 너희들이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 같군.”

“……알겠습니다.”

디브라오스가 공중위로 파란빛 불꽃을 뿜어낸다. 그와 동시에 헤라클레스를 향해 달려들던 병력들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재미있겠군.”

피우던 시가를 그대로 땅에 내다 꽂은 마르바스가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런 마르바스를 보좌하듯 뒤에서부터 따르는 디브라오스.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갈수록 땅울림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세 사람의 거리가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하하하하하! 영토의 주인께서 직접 마중 나와 주시다니! 감개무량하구려!”

“그런 그대는 누구이기에 무슨 목적으로 여기까지 긴 발걸음을 하셨는가?”

마르바스의 말에 두 쌍의 팔을 팔짱을 끼며 헤라클레스가 외쳤다.

“본인의 이름은 헤라클레스! 현재 강해지기 위한 고난행을 하고 있는 악마요! 이곳에 마계 최강의 검사. 마르바스 공이 있단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지! 감히, 한 수 청하오!”

헤라클레스의 당돌한 외침에 마르바스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간다.

“……고난행이라. 옛날 훈련 방식이로군. 그렇기에 마음에 들기도 하고. 디브라오스.”

고개를 끄덕인 마르바스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뒤에 선 디브라오스를 부른다.

“예. 마르바스님.”

“물러서 있게나.”

“……알겠습니다.”

디브라오스가 자리를 비워서야 마침내 두 사람이 서로만을 바라보고 섰다.

“그런 장난감으로 본인을 상대할 수 있겠소?”

“하하! 그거야 나중에 생각할 일이지. 급하게 나오느라 따로 준비하지 못했음을 양해해주게나.”

“갑자기 온 손님은 본인이니……. 이해하오. 다만, 그대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오만…….”

“재미있군. 한 번 몸으로 겪어보시게.”

그 말을 끝으로 마르바스가 가볍게 나이프를 휘둘렀다.

“흐읍!”

네 개의 팔을 교차시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참격을 막아내는 헤라클레스.

그의 팔과 참격의 사이에서 마치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대로 팔을 위로 쳐올리는 헤라클레스. 그와 동시에 참격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음, 내 말 하지 않았소. 장난감이라고.”

마르바스가 눈가를 좁히며 참격이 맞닿은 헤라클레스의 팔을 바라보았다.

생채기 하나 나지 않은 단단한 외피. 그 모습에 마르바스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바알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소문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음? 그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나? 으핫하하! 이거 부끄럽군.”

다른 누구의 참격도 아닌 자신의 참격이었다. 그럼에도 그것을 받아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자라니.

마르바스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며 헛웃음을 내뱉고 있을 때, 헤라클레스가 이내 자세를 낮췄다.

“부디 방금의 공격으로 몸이 풀리셨길 빌겠소.”

“음?”

“전진무의탁(??無??)”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닉붐이 발생하며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이런 미친……!”

저 거구에서 이런 속도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마르바스가 나이프를 치켜올려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도달한 헤라클레스의 뿔을 가로막는다.

────기기기기긱!!!

압도적인 중량과 속도를 두른 공격에 마르바스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난다.

조금이라도 늦게 나이프를 올렸다면 그대로 상체를 뚫었을 위험한 공격.

나이프에 마력을 두르며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냈다간 그대로 중상을 입을 뻔했다.

마르바스는 머릿속으로 자신의 앞에 선 덩어리의 위험 단계를 상승시켰다.

“놀랍군……! 정면으로 막아낼 줄이야! 역시 재앙의 팔을 잘라냈다는 검성은 다르구려!”

“그대 같은 자가 어째서 그레고리의 밑에 있는 거지?”

마르바스는 그런 질문을 남기며 헤라클레스의 뿔을 쳐내고 뒤로 물러섰다.

“호오, 주군을 알고 있소?”

“알고 있다마다. 한 영토의 주인이 어둠에 숨어서 무언가를 꾸미는 녀석을 모르고 있으면 안 되는 법이지.”

“하하, 우리 주군을 그렇게 표현하다니, 많이 친한 사이인가보오?”

“……어떻게 그런 질문이 나오는 거지?”

“얼마 전 다른 군주는 씹어 죽이고 싶지만 씹는 것마저도 징그러워서 보고 싶지 않은 녀석이라 하더군.”

헤라클레스의 말을 들은 마르바스가 그레고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확실히, 그런 걸 씹고 싶지는 않지.”

“하하하! 우리 주군이 무섭게 생기시기야 했지. 그런데, 그렇게 가만히 있어도 되시겠소? “전진무의탁(??無??)”

다시 한번 그 끔찍한 공격이 자신을 향해 닥쳐온 것이다.

방금의 공격을 무리하게 막아내느라 입은 데미지가 아직 몸에 남아있는 상황.

마르바스는 자리에서 점프하는 것으로 헤라클레스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야말로 정직한 공격이군.”

땅이 끌리는 소리가 나며 공격의 후속파로 엄청난 바람이 마르바스를 덮친다.

왼팔을 올려 바람과 함께 날아드는 흙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마르바스.

그가 뒤를 돌아보니, 마치 직선으로 메테오가 날아간 듯한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직한 만큼! 본인에게 어울리는 공격이지!”

쿵!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뒤를 돌아보는 헤라클레스.

그 모습을 보며 마르바스가 고개를 젓고 있을 때, 저 멀리 무언가를 품에 안고 있는 디브라오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의 품에 안겨있는 것은 정직하게 뻗어있는 직도.

평소에 자신이 사용하던 수집품 중 하나였다.

“늦어서 송구합니다. 마르바스님.”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마르바스에게 검을 건네는 디브라오스.

디브라오스로부터 검을 건네받은 마르바스가 검을 훑어보았다.

“마침 이걸로는 힘에 딸리고 있었는데 말이야. 흠, 적당히 좋은 걸로 들고 왔군. 수고했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다시 인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난 디브라오스의 모습을 확인한 마르바스가 오른손으로 검을 꽉 쥐며 헤라클레스를 바라본다.

“그럼, 본격적으로 놀아보세나.”

“하하하! 마침내 검성의 진짜 힘을 보겠군. 그대의 검이 꺾일지, 나의 신념이 꺾일지! 한 번 대보도록 하지!”

그렇게 외치며 달려드는 헤라클레스의 머리를 향해 마르바스가 검을 내려친다.

하지만 자신의 머리에 달린 뿔을 이용해 검을 쳐내려 하는 헤라클레스.

허나, 상대는 검성이었다.

재빨리 검을 회수한 마르바스가 역수로 검을 쥐고는 그대로 찍어 내린다.

“간지럽군!”

하지만 마르바스의 검은 헤라클레스의 갑피를 뚫지 못하고 비껴간다.

“정권(??)”

꾸득. 하고 근육이 압축됨과 동시에 파괴적으로 압축된 그의 손에서 그야말로 정직한 주먹이 튀어나온다.

그대로 고개를 틀어 헤라클레스의 주먹을 피해내는 마르바스.

허나, 귀 옆을 스쳐 간 정권에서 나온 파열음은 고막에 충분한 데미지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귀찮군.”

마르바스가 빠른 발걸음으로 헤라클레스의 뒤로 돈다.

그대로 참격.

허나 그의 공격은 다시 갑피에 막힌다.

몸을 트는 헤라클레스를 피해 다시 찌르고, 베고 찌르고, 벤다.

그야말로 계속해서 몰아치는 공격들에 헤라클레스가 몸을 말며 기회를 붙잡기 시작한다.

“역시, 그대는 기동전에 약하군. 확실히, 그런 질량으로 빠른 움직임을 쫒는 게 이상하지.”

그야말로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침내 헤라클레스가 진각을 밟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크게 흔들리며 엄청난 흙먼지가 주변을 뒤덮는다.

“이런.”

갑작스러운 시야 차단으로 인해 마르바스가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안에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웅이란 어떠한 공격에도 상처 입지 않고───”

“어떠한 경우에도 패배하지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불패영걸가(????)”

연기의 틈으로 비친 샛노란 빛이 주변을 물들인다.

“본인은, 패배하지 않는 남자. 헤라클레스!”

그의 새까맣던 몸이 어느새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것의 나의 신념! 어느 것에도 부러지지 않는 신념이오! 쿠오오───!!!”

그의 울음소리가 주변을 집어삼킨다.

그야말로 포기하지 않는, 무엇에도 꺾이지 않는 괴물의 포효.

그 광경을 바라보며 다시금 검을 쥐어 잡는 마르바스였다.

“꺾일지 안 꺾일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지.”

그리고 다시 한번. 두 악마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그래서요? 어떻게 되었나요?”

마르바스의 이야기에 두 눈을 반짝인 갈리어가 물었다.

헤라클레스는 아직 공을 피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

나 역시 뒷이야기가 궁금했기에 마르바스를 바라보았다.

“그 뒤 말인가? ……하아, 상상도 하기 싫군.”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던 마르바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공격을 계속했다. 삼 일 동안.”

“……뭐? 삼 일 동안?”

“그 불패영걸가인가 뭔가와 동시에 몸이 노랗게 물든 시점부터, 처맞기만 하더군. 3일 밤낮을 말이다. 그러다 내가 지쳐서 그만두기로 했지. 더이상 때려봐야 내가 손해일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불패영걸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술.

패배하지 않는 영웅의 기술이었다.

“……헤라클레스답군.”

“정말이지,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승부를 내자며 찾아왔는지. 그야말로 미친놈이나 다름없었네. 그렇게 며칠을 괴롭히더니 어느 순간 내게 감사 인사를 하고 사라지더군.”

마르바스의 말에 따르면 그 이후로도 녀석은 마르바스의 밑에 있는 다른 악마들과 대련을 펼치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는 모양이었다.

그 과정에서 괴력난신(?力?)이라는 이명(?名)이 붙었다는 모양.

정말로, 헤라클레스다운 이명(?名)이었다.

“우오오오! 쓰러지지 않는다!!!”

이내 날아드는 공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막아내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과거의 나는 저 녀석을 어떻게 굴복시킨 거야?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