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아카대공 103
* * *
“바로 이동하지.”
로제와 프리실라를 먼저 황궁으로 보내고, 나와 파이몬, 마르바스와 라파엘은 함께 신호가 올라온 곳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거다. 신호는 서기관과 사마엘이 접촉하는 순간 올리도록 했으니 교관이 적들과 먼저 전투를 벌이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교관을 보낸 것이었다. 소환수들을 제외한 사람들 중 가장 강력한 사람이 바로 교관인 셀루아 네갈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르바스, 그녀라면 4성 상태의 사마엘과 전투를 하게 될 시 얼마나 버틸 수 있지?”
“셀루아 교관의 실력이라면 못해도 5분. 마법을 사용하는 서기관이 합류한다면 2분도 힘들 거다.”
“……먼저 가 있으마. 변신.”
바퀴폼으로 변신한 나는 속도를 올려주는 모든 스킬을 쏟아부었다.
[(스킬 : 날개 펼치기)를 발동합니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들이 뒤바뀌며 엄청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속도에 특화된 나이기에 가능한 속도.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녀석들이 벌써 작게 보이기 시작했다.
황실의 건물들 위로 날아오르고 있자 다른 기사나 직원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는 소리치며 누군가는 기절하는 모습.
그러한 감정들은 내게로 몰려들어 작게나마 힘이 되었다.
악마는 공포를 먹고 산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라니까.
그리고 마침내, 저 앞에서 검을 나누고 있는 셀루아 네갈 교관과 사마엘의 모습이 보였다.
뒤에서 손을 펼치고 있는 서기관의 모습을 보아하니 역시 마법으로 사마엘을 지원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바퀴벌레 킥.”
이곳을 향해 날아오던 속도를 이용해 그대로 사마엘을 향해 [스킬 : 바퀴벌레 킥]을 내다 꽂았다.
“이건 또 뭐────!!!”
하늘에서 떨어지는 단 하나의 흑뢰(?雪).
내 공격을 받아 낸 사마엘의 몸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고야 만다.
이곳을 향해 날아가던 추진력과 [스킬 : 폭발적인 속도], [스킬 : 날개 펼치기]로 인해 더욱 빨라진 속도로 날린 [스킬 : 바퀴벌레 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이었다.
물론, 상대가 ‘타락 천사’라 불리는 사마엘이기에 가능한 위력이었던 것 같지만.
“……깜짝 놀랐네? 갑자기 나타나서는 이런 위력의 공격으로 인사하다니, 너는 또 뭐야?”
손에 든 검으로 내 공격을 막아냈던 것인지, 벽에 박혔던 사마엘이 손목을 털며 나를 노려본다.
이번엔 모습을 숨기지 않은 상황, 녀석은 내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모양이었다.
“저번에 인사를 한 번 했을 텐데? 벌써 잊었나 보군.”
“뭐? 설마…… 그때 왔던 벌레형 악마? 그게 너야?”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주고는 거친 숨을 내뱉고 있는 교관에게 다가갔다.
“괜찮나?”
“아직은. 조금만 더 늦게 오면 위험할 뻔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곧 다른 녀석들도 합류할 거다.”
그리고 우리 둘을 보고만 있던 사마엘이 피식 웃으며 검을 겨눴다.
“다른 녀석들도 온다고? 아아~ 마르바스를 믿고 지금 설치는 건가? 재미있네.”
그렇게 말한 사마엘이 고개를 돌려 서기관을 바라본다.
“야, 그거 시작해.”
“예? 지, 지금 말입니까?”
“어차피 걸렸잖아?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실행해야지.”
“아, 알겠습니다!”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대체 뭘 실행한다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기관이 가슴 속에서 익숙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프리즘 쥬얼?”
프리즘 스톤의 100배 가치를 가진 물건을 왜 여기서 꺼낸다는 말인가.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서기관이 들고 있던 프리즘 쥬얼이 새하얀 섬광을 내뿜으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 프리즘 쥬얼을 촉매로 무언갈 하려 하고 있다. 막아야 해!”
내 옆에 있던 교관이 그대로 검을 들고 서기관에게 다가가지만, 사마엘이 달려들며 교관을 막아 세운다.
서기관이 들고 있는 쥬얼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마력. 내 더듬이에서 느껴지는 감각 역시 저건 위험하다는 사실을 대차게 알려주고 있었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서기관을 향해 달리려는 찰나, 내 앞에 빛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이 나를 막아섰다.
“어딜 가? 같이 놀아야지.”
그대로 검을 회피해 옆으로 이동하려 하자 다시 또 박히는 검.
“저번에도 이거로 공격한 거였군?”
빛으로 빚어 만든 것 같은 거대한 검. 저번에도 녀석이 공격한 것이 바로 이것을 이용한 공격임을 깨달았다.
“응, 맞아. 그때는 좀 작게 만들었는데, 큰 건 어때?”
“귀찮군.”
그대로 검을 향해 있는 힘껏 정권을 날려보지만 검은 흔들리기만 할 뿐, 부서질 것 같진 않았다.
“부수는 건 무리일걸? 내가 해제하기 전까진 유지될 거야.”
“결국 널 쓰러뜨리라는 건가?”
“맞아~ 이 여자처럼 노력이라도 해보라고.”
여유롭다는 듯 셀루아 네갈의 검을 막아내며 미소 짓는 녀석.
다른 누구도 아닌 아카데미의 교관을 상대로 저렇게까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니, 마르바스와 같이 소환수 특유에 능력뿐만 아니라 검술에도 능하기에 가능한 기예로 보였다.
“어쩔 수 없군.”
[(스킬 : 검은 늪)을 발동합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마법으로 녀석을 막으면 될 뿐이다.
서기관의 정면에서 새까만 구체가 생겨나며 그 안에서 바퀴들이 쏟아지듯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서기관은 그때의 일로 분명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을 터, 이대로 녀석의 영창을 방해하면 우선 지금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네.”
사마엘이 빛의 검을 소환해 구체에 박아넣자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동에 바퀴들이 녹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을 버티지 못한 바퀴들이 그대로 분해당한 것이었다.
“타락 천사 주제에 신성력은 잘도 쓰는군.”
“그게 타락 천사의 이점이지. 그리고, 난 아직도 우리 신을 사랑하는걸?”
그때, 뒤편에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파이몬! 마르바스! 라파엘! 녀석들이 프리즘 쥬얼로 무언갈 하고 있다! 막아!”
“그리하지.”
아직 바닥에 착지도 하지 못한 마르바스가 그대로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아, 저건 위험한데?”
자신에게 들러붙은 교관을 저 멀리 쳐내고는 서기관을 향해 양팔을 뻗는 사마엘.
그와 동시에 서기관의 앞에 총 5개의 검이 박히며 서기관의 몸을 가렸다.
“재앙참(災??)”
과거 재앙을 베었던 검성의 참격이 서기관을 향해 날아간다.
하나, 둘, 셋
무참히 앞을 막아선 빛의 검을 박살 내며 전진하는 참격.
네 번째 검까지 벤 참격은 그대로 다섯 번째 검에 닿았지만, 금이 났을 뿐 깨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런 마르바스의 뒤로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마엘 이 새끼가!”
자신의 양 날개를 활짝 펴고 사마엘을 향해 날아간 라파엘이 사마엘의 얼굴에 일격을 먹인 것이었다.
그대로 땅에 처박힌 사마엘의 주위로 바닥이 깨지며 먼지가 비산한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마엘.
“……이미 늦었어.”
그 말과 동시였다.
──────!!!
서기관의 손에 들려있던 프리즘 쥬얼에서 나오던 빛이 점점 커지며 이내 새하얀 문의 형태를 이룬 것이었다.
“……저건.”
게임에서 본 적이 있는 마법이었다.
[스킬 : 빛의 문]
신성력 계열의 마법으로 두 지역을 이어주는 포탈 같은 것이었다.
다만, 포탈과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이 마법은 마법사가 아닌 사제 계통이 쓴다는 것이었고.
이 마법을 사용하는 자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바로 전쟁에 나서는 ‘신성 교단’이었기 때문이었다.
“파이몬!!! 막아라!!!”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나 역시 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막아야 한다, 저건 위험하다.
온몸의 세포가 그렇게 일러주고 있건만, 문은 서서히 열리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 정도가 지나갈 만한 정도의 틈이 생겼을 때────
“갑자기 빛의 문이라니, 깜짝 놀랐군요.”
평탄한 어조의 남자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내 몸이 불꽃에 휩싸였다.
“그레고리!”
[지능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회복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마침내 죽음의 위기를 알리는 특성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하고 나서야 모든 일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망해가던 영지를 성공적으로 부활시켜 황실에 오게 된 서기관.
망해가는 영지를 살릴 수 있는 것? 마법으로 어떻게든 할 수야 있겠지만 너무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지?
신성력. 막대한 신성력을 이용한다면 망해가는 영지 따위는 순식간에 다시 일으킬 수 있다.
사마엘이 ‘타락 천사’가 된 이유.
너무나도 자신이 섬기는 ‘천상신’을 사랑하는 나머지 천상신을 욕보인 이교도의 땅을 지도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세상에서 배척당한 ‘신성 교단’과 ‘사마엘’은 너무나도 잘 맞는 동류가 아닌가.
이로써 나오는 결론.
사마엘과 서기관은 ‘신성 교단’의 소속이라는 것.
나는, 온몸에 불이 붙었음에도 최대한 크게 외쳤다.
“파이몬!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저 문을 부숴라!”
그리고 이에 들려오는 목소리.
“그대가 분명 어떻게든 부시라 했다!”
꺼져가는 불길의 틈으로, 파이몬의 모습이 보인다.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눈으로 손에 든 무언가를 [스킬 : 빛의 문]을 향해 던지는 파이몬.
좀 더 유심히 파이몬이 무엇을 던졌는가 확인한 나는 그대로 몸을 아래로 눕혔다.
파이몬.
이 망할 새끼가 빛의 문을 부수라 했더니 폭주시킨 ‘프리즘 쥬얼’을 내던지고 있었다.
“좆 됐군.”
──────────!!!!!!!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일어난 폭발이 주변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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