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05화 (105/169)

〈 105화 〉 아카대공 ­ 105

* * *

“검은 늪.”

스킬 발동과 동시에 다시 한번 이프리트의 머리 위로 검은색 구체가 생겨나며 바퀴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무의미.”

그리고 그 광경을 우습다는 듯이 바라보는 유켈.

그러나, 이번 검은 늪은 전에 사용했던 것과 차원이 다를 터였다.

[(스킬 : 인챈트)를 발동합니다.]

[(특성 : 탐(?)을 발동합니다.)

“이번에도 과연 무의미할지 보도록 하지.”

이내 이프리트에게 쏟아지던 바퀴들이 새까만 불꽃에 휩싸이며 이프리트를 뒤덮기 시작한다.

“─────!!!”

바퀴들이 몸에 닿음과 동시에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는 이프리트. 지금까지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며 위엄을 뽐내고 있던 불의 정령 이프리트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프리트?”

갑작스러운 이프리트의 반응에 멍하니 이프리트를 바라보고만 있던 유켈.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흔들며 이프리트를 향해 손을 뻗는다.

“이프리트.발산!”

“────!!!”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이프리트가 굉음을 내지르며 엄청난 열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몸에 붙은 바퀴를 열로 떼어내겠다는 건가. 소용없다.”

애초에 열로부터 강력한 바퀴다. 심지어 그런 바퀴에게 화염에 대한 내성을 강화시키는 화염 인챈트와 닿는 모든 것을 불태우고 삼키는 「탐(?)」까지 부여해놨는데, 좀 더 뜨거운 불을 내뿜는다고 모든 바퀴가 죽겠는가?

“서서히 삼켜지는 그 고통을 충분히 즐기도록. 이프리트.”

“──────!!!”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 역시 엄청난 무기력증과 탈력감,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평소에 다루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바퀴들과 그것들에게 부여한 「탐(?)」이 그 원인이었다.

제발, 이대로 가만히 있어라.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역소환만 되어라.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을 때, 이프리트의 주변에 새하얀 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프리트.지금.”

유켈이 방금 전 자신에게 펼친 방어막을 이프리트에게 펼친 것이었다.

“──────!!!”

유켈의 방어막에 의해 잠시나마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이프리트가 나를 노려본다.

저 상태로 내게 달려왔다간 피하지도 못하고 역소환 당할 터.

최대한 빠르게 유켈의 방어막을 뚫으려고 했지만, 유켈의 방어막은 생각보다도 더욱 견고하고 단단했다.

“……큰일 났군.”

유켈이 방어막을 해제한다면 나의 승리, 이프리트가 내게 달려와 일격을 날리기 전까지 방어막을 뚫지 못한다면 나의 패배.

서로의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야 하는 치킨게임이 되고 만 것이었다.

“이프리트!”

불꽃의 거인이 점점 가까워진다.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내 피부에마저 열기가 닿는 거리가 되었을 때──

“그레고리님!”

로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윈드 월!”

내 아래에서 솟아난 바람의 장벽과 이프리트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내 몸마저 뒤로 밀려난 상황.

로제의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세계수의 지팡이를 든 로제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로제! 신도들은?”

“쉬고 계시던 교관님이 다시 합류하셨어요! 현재 고모랑 함께 나머지 신도들을 제압 중이세요!”

“그런가.”

그렇다면 그쪽도 큰 문제는 없을 터. 큰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 로제가 나를 향해 뭔가를 던져왔다.

“……이건?”

“세계수의 열매에요! 마력이 다 떨어지셨잖아요?”

별것 아니라는 듯 윙크를 날리고는 다시 눈 앞에 펼쳐진 마법에 집중하는 로제.

……그래도 내 소환사라는 건가.

잠깐이었지만 잊고 있었다.

눈앞의 이프리트가 소환수인 것처럼 나 역시 소환수라는 사실을.

내게도 소환사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손바닥 위에 올려진 세계수의 열매를 씹어 삼키자 비어있던 마나그릇이 조금씩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마력을 회복하는 광경을 입술을 씹으며 바라보고 있는 유켈.

그대로 온몸에 탐욕을 두른 나는 로제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불굴은 챙겨왔나?”

“네? 어…… 일단은요?”

갑자기 검을 들고 왔냐는 말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로제.

“나는 이프리트와 놀고 있을 테니 너는 저기 있는 신관을 혼내주고 있도록. 저기 저 녀석이 기숙사를 불태운 범인이다.”

“아아아──!!! 어쩐지! 이 소환수가 익숙하다 했더니 기숙사를 태운 이프리트으!!!”

내 말을 들은 로제가 갑작스레 성을 내며 지팡이를 집어넣고는 자신의 허리에 꽂혀있던 불굴을 뽑아 들었다.

“방구석에 숨겨놓았던 비상금과 담뱃잎의 원수……. 그레고리류로 갚아주고 올게요!”

“그래, 어차피 마력이 바닥났을 테니 적당히 놀아주도록.”

“네!”

그대로 유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로제로부터 시선을 거둔 나는 방금까지 윈드 월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있던 이프리트를 바라보았다.

“지금부터는 육탄전이다. 기대하는 게 좋을 거다.”

“─────!!!”

나를 향해 닥쳐드는 주먹. 나 역시 그 주먹을 피하지 않고 「탐(?)」을 두른 주먹으로 맞대응한다.

압도적인 질량의 차이.

그러나 나보다 압도적인 질량을 가진 적과는 이미 싸워보지 않았는가.

마계의 괴력난신(?力?)이라 불리던 헤라클레스의 전진무의탁(??無??).

과연 저 녀석의 주먹질이 헤라클레스의 전진무의탁(??無??)보다 강력할까?

단언컨대,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딴 어쭙잖은 불로는 바퀴를 죽일 수 없을 거다.”

격돌.

크기와 질량부터가 다른 두 주먹이 부딪힘과 동시에 이변이 발생했다.

내 몸에 둘러져 있던 「탐(?)」이 폭발하듯 이프리트의 전신에 쏟아진 것이었다.

“────!!!”

“이게 되는군?”

이프리트의 주먹에 내 주먹이 닿음과 동시에 내 몸에 둘렀던 「탐(?)」을 모조리 주먹에 집중한 결과였다.

물론, 그에 대한 반탄력으로 팔 하나가 폭발해버리고 말았지만…….

큰 문제가 되겠는가? 바퀴는 원래 다리가 6개다.

“────────!!!”

내 주먹으로부터 뻗어나간 「탐(?)」을 그대로 둘러쓴 이프리트가 그대로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본래라면 여기서 유켈이 신성력을 사용하거나 마법을 사용해 탐욕으로 더 이상의 데미지를 받지 않게 해줘야 하겠지만…….

“냉장고에 사놓은 푸딩의 원수! 아이스크림의 원수! 정든 애정 베개의 원수!”

로제의 맹공을 막아내기에 급급한 유켈이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을 터였다.

“마음만 같아선 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군.”

방금의 일격에 회복했던 모든 마력을 갈아 넣은 탓이었다.

솔직히, 방금의 공격에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나보다도 등급이 높은 이프리트를 이길 거란 확신이 들지 않았기에 행한 도박수였다.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지만.

“후퇴를 요구.이프리트.부상.”

로제를 정령을 사랑하는 엘프라고 생각한 것일까? 유켈이 정을 호소하며 로제에게 말을 건네지만──

“어쩌라고요! 내 소환수도 아닌데! 내 소환수는 그레고리님인데! 여기서 추가! 그레고리님의 원수!”

하프엘프이자 내 소환사인 로제에게 그런 수작이 통할 리가 없었다.

“큭! 경고.천상신을 위한.후퇴.요구.”

“그래봐야 마력도 없는 사이비면서! 우리 엘프는 세계수가 주 신앙이거든요! 나한테 당신은 타 종교 사람일 뿐이야!!”

신성력을 두른 유켈의 검을 튕겨내며 로제가 외친다.

로제는 세계수의 무녀 후보이기도 했던 소녀다.

천상신을 위한다는 말이 먹히기나 할까.

“세인트 세계수 킥!”

……먹힐 리가.

마침내 깨달은 것일까? 고통스러워하는 이프리트의 소환을 해제한 유켈이 뒤로 물러서며 마력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이프리트를 소환 해제시키며 생긴 여유분의 마력을 사용할 생각인 모양.

그러나…….

“엘라에게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미안해 엘라!”

입에 파이프를 물고 준영약이나 다름없는 세계수의 잎을 태운 연기를 연거푸 내뿜는 로제는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마력 탱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로제 기차를 재운행 시킨 것에 대한 대가……. 톡톡히 치르게 해드리죠……!”

푸우! 푸우! 하고 계속해서 연기를 내뿜는 로제의 모습이 얼마나 이상했던 것일까.

지금까지 줄곧 무표정을 짓고 있던 유켈의 표정이 잠시나마 뒤틀리는 게 보일 정도였으니 말은 다한 거나 다름없었다.

“결과는 정해졌군.”

나 역시 1인분은 했다고 자부했기에 다른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녀석들을 드디어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보아하니 라파엘은 아직도 사마엘과 전투를 치르고 있는 모양이었고 마르바스는 상대가 꽤 강력한지 검을 들고서도 고전분투를 벌이는 모양.

파이몬 역시 상대가 교단의 검인 탓일까. 평소라면 들지 않았을 터인 검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교관과 파이는 6명의 신도중 4명을 제압한 상태였고 앞으로 남은 2명만 제압한다면 충분히 결계를 해제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로제는…….

“받아보세요. 이교도! 신성한 세계수의 나뭇가지 공격을!”

지팡이인 세계수의 나뭇가지까지 꺼내고는 열심히 유켈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레고리님의 복수! 그레고리님의 복수!”

아무래도 나 혼자서 2:1을 하며 맞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았는지 평소보다도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로제.

“……조금은 쉬어도 되겠지.”

아직 다른 녀석들을 도우러 갈 정도의 마력이 차지 않았으니.

아주 조금…… 조금만…….

“복수! 복수! 복수!”

쉬면서 상황을 살피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