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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06화 (106/169)

〈 106화 〉 아카대공 ­ 106

* * *

“하아~ 즐겁구나. 이렇게 날뛴 게 대체 몇 년 만이지?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닌 제국의 황실에서 이런 전투라니, 최고이니라!”

프리즘 쥬얼을 폭주시켜 대폭발을 만들어 낸 파이몬이 지상에서 벌어지는 참사를 바라보며 깔깔 웃고 있을 때, 그 광경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마르바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하니 파이몬을 쳐다보았다.

“그걸 진짜 터뜨렸나?”

“그럼 다른 방도가 있는가?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지금 나온 녀석들보다 훨씬 많은 녀석들이 기어 나왔을 터인데?”

“그거야 그렇지만……. 여전히 자네는 막무가내로군.”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차는 마르바스. 이윽고 눈앞의 폭발이 점점 잦아드는 것을 느낀 마르바스가 시선을 빛의 문이 있던 장소로 돌렸다.

“호오? 복장들을 보아하니 신성 교단의 아이들 같은데……. 어째서 저들이 타락 천사라 불리는 사마엘과 함께 활동하는 거지?”

“천상신을 맹목적으로 섬긴다는 점에서는 같지 않나. 뭐, 목적이라도 겹쳤나 보지. 그나저나, 귀찮은 아이들이 온 것 같은데? 영감.”

문에서 나온 인원들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일까. 여태껏 하늘에 떠 있던 파이몬이 사뿐한 몸놀림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엔 우리 쪽 아이가 왔구나?”

“그레고리님!!!”

신성 교단의 등장에 이어 작약공(?藥?)과 로제가 결계를 뚫고 전장의 안으로 들어선다.

주변의 풍경을 보고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끝낸 작약공(?藥?) 파이.

“힘껏 날뛰어주세요.”

모처럼, 마음에 드는 말을 들은 파이몬의 입가가 반달처럼 뒤틀렸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사양하지 않으마.”

투쟁심은 전이된다고 하던가? 뒤이어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의 예기를 체크하며 미소 짓는 마르바스.

“제대로 날뛰어도 되는 것이겠지. 흠, 옛날 생각이 나는군.”

“하! 천마 전쟁 시절? 확실히, 그때가 하루하루가 재밌기야 했지. 그럼, 이번에도 누가 더 빨리 상대를 쓰러뜨리는지 대결해볼 텐가 영감?”

“분명 지금까지 전적으로는 내가 3승 앞서고 있지 아마?”

“……쯧. 나이도 많은 양반이 그걸 또 기억하고 있었누.”

파이몬의 투덜거림을 들은 마르바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상대를 가리켰다.

“보아하니 한 놈은 그레고리가 점찍은 모양이고 두 놈이 남았는데……. 보아하니 몽크와 검사로군. 그대가 검사를 상대하겠나?”

“……내가 쫄았을 까봐? 내가 몽크를 상대하지. 영감은 검사나 상대해.”

“뭐, 그러지.”

각자의 상대가 정해진 파이몬과 마르바스가 서서히 자신이 점찍은 상대를 향해 걸어갔다.

2m 정도 될법한 거구와 뭉툭한 몸을 가지고 있는 남성.

파이몬은 그에게서 은은히 피어오르는 신성과 무기를 들고 있지 않은 것을 보아 몽크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아해야.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게야?”

너무나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아공간에 놓았던 곰팡대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파이몬.

후. 하고 연기를 내뱉은 파이몬이 이내 몽크를 바라보며 조소를 지었다.

“이 늙은이가 제대로 된 전투는 오랜만이라서 그런다만……. 몸 정도는 풀게 해주지 않겠나?”

“……악마. 처단한다.”

“하여튼, 신성 교단의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툭. 하고 검지로 툭 담뱃대를 턴 파이몬이 이내 완드를 휘두르듯 담뱃대를 위로 쳐올렸다.

“우선, 선물이니라.”

담뱃대에서 튀어 오른 불똥이 점점 거대해지며 몽크를 향해 날아간다.

자신을 향해 불꽃들이 날아오고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몽크.

마침내, 불꽃이 몽크에 닿기 직전. 그가 움직였다.

“강().”

양 주먹을 가슴 앞에서 부딪힌 것이다.

주먹의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새하얀 기운이 이내 얇은 막을 만들어 내며 눈앞에서 불꽃들을 막아낸다.

──! ──! ──! ──!

“역시 교단의 검이라는 거구나! 그렇다면 이건 어떠느냐? 하하! 하하하하!”

계속해서 담뱃대를 휘두르며 마법을 연발하기 시작하는 파이몬. 그런 파이몬의 모습을 바라보며 또다시 고개를 젓던 마르바스는 자신의 앞에 선 검사를 바라보았다.

“호오?”

그저 몸에 힘을 풀고 가만히 서 있는 것만 같은 검사.

허나, 그 모습에선 파고들 수 있는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즉, 저런 자세에서도 기습을 모두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검사라는 뜻.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실력을 가진 검사의 등장에 마르바스의 흥미가 점차 커져 나간다.

“이름은?”

“──나는 그저 교단의 검일 뿐. 검에게 이름은 없다.”

“그런가? 내가 들고 있는 검의 이름은 신성(??) 살해자라네. 아주 뛰어난 검임에도 검의 길을 걷던 수많은 신성들이 이 검을 사용하다 죽었지. 어째서 죽었다고 생각하는가?”

마르바스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검사에게 묻는다.

허나, 검사는 말없이 검을 든 손을 서서히 마르바스를 향해 겨눌 뿐이었다.

“……재미없기는.”

그리고, 서로의 동작을 놓치지 않고 있던 두 검사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하하하! 계속 그렇게 맞고만 있을 생각인 게냐? 너보다 저기 검사 쪽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구나.”

계속해서 마법을 연발했었던 파이몬이 잠시 마법을 멈추고 그리 말하자 꿋꿋이 자신의 자리에서 방어막을 펼치고 있던 몽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파악했다. 너, 강한 마법사.”

쩌엉───

다시 한번 자신의 양 주먹을 부딪치자 사람의 손에서 날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더이상.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호오? 그래?”

몽크의 말에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은 파이몬이 다시 한번 불덩어리를 몽크에게 날려본다.

그러자 자신의 손등으로 이제는 쉽다는 듯 마법을 쳐내는 몽크.

마법으로 이루어진 뜨거운 불임에도 그의 손등에는 상처라 할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의 상성에 가장 치명적인 상성을 들고 오는 게로구나.”

화염, 얼음, 바람, 바위.

4가지 원소를 골고루 섞어가며 한 번씩 마법을 사용해보지만, 몽크는 우습다는 듯 튕겨내고, 으스러뜨리고, 짓밟고, 그냥 묵묵히 맞으며 파이몬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거이거……. 확실히, 마법사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겠군.”

“마법을 쓰는 악마. 네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죽음.”

이내, 몽크의 주먹에 새하얀 신성력이 깃들기 시작한다.

“고통스러울 거다. 악마.”

양손에 신성력을 가득 부여하며 몽크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파이몬의 표정은 한없이 여유로웠다.

“그래? 그런데, 하나 네가 틀린 게 있느니라.”

툭. 하고 다시 한번 담뱃대를 치는 파이몬. 그러자 파이몬이 들고 있던 담뱃대가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며 이내 자신만 한 쯔바이핸더로 형태를 바꾸었다.

“본인의 이름은 파이몬. 아쉽지만 검사인 걸 어쩌누?”

한편, 허공에서 끊임없이 불꽃을 튕기며 검을 섞는 두 검사가 있었다.

“과거 신성 기사단이 사용하던 검술이군. 보아하니 인체 개조나 마법을 통해 죽음을 늦춘 것 같진 않은데……. 후계자인가?”

“악마에게 말할 의무는 없다.”

“그래? 재미있군.”

검사의 대답을 들은 마르바스가 이내 검에 마기를 담으며 검사를 튕겨낸다.

이에 공중에서 한 바퀴 선회하며 자리에 착지하는 검사.

“이크, 방금 전에 재앙참(災??)을 사용해서 그런지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갔군.”

“……너, 강하군.”

“그런가? 그야 당연하지 않나. 악마이기 이전에 검성이란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말일세.”

“검성? 그렇다면…… 네가 마르바스로군.”

“뭐, 그렇지. 기왕 서로 말을 튼 김에 이야기해주는 것인데. 어째서 이 검이 신성(??) 살해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정말로 궁금하지 않나?”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래? 아쉽군. 정답을 알려주자면 말이지. 이 검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네. 검의 소유자보다 강한 이들이 계속해서 나타나 이 검을 빼앗았거든. 그 이후로는 수백 년째 내가 이 검을 들고 있지.”

──팡. 하고 공기를 차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마르바스의 모습이 검사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에 검사는 당황하지 않고 눈을 감는다. 비록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도 소리, 공기의 흐름을 느낌으로써 마르바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위인가!”

검사가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주변에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하하! 이걸 막다니, 자네. 정말로 재능 있군.”

“어이가 없군.”

짧게 읊조린 검사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공중에 떠올라있는 마르바스의 몸을 찌르려고 든다.

가가가가가각───!!!

“이크!”

검사의 검날이 점점 자신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르바스가 검의 윗부분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검사의 뒤통수를 타고 내려가 그의 뒤에 착지한다.

“방금 건 좀 위험했네. 판단이 조금만 늦었어도 배에 구멍이 뚫렸겠군.”

“──놀리기는.”

“음? 놀리다니, 그래서, 이야기를 더 하자면 말일세. 나 역시 이 검을 누군가에게 빼앗은 거라네. 그 당시에 한창 신성(??)이라 불리던 자를.”

그리고 지금껏 중단세였던 자세를 하단세로 바꾸는 마르바스.

“신성 기사단장. 테고. 그대들의 검을 사용했던 최강의 기사. 말일세.”

───쩌엉. ───쩌엉. ───쩌엉.

파이몬의 쯔바이핸더와 몽크의 주먹이 끊임없이 부딪친다.

“그렇게 방어만 해서 되겠나? 진정 몽크라면 자신의 몸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압도적인 무게와 리치로 휠윈드를 돌리며 끊임없이 몽크를 향해 연타를 날리는 파이몬.

“거기서는 찌르기와 동시에 앞발이 조금 더 앞으로 나왔어야지. 에잉 쯧쯔……. 그때 싸웠던 기사보다 훨씬 수준이 낮구먼.”

상대의 공격을 일부러 받아주며 훈수를 두는 마르바스.

그런 두 사람에게 공통된 질문이 들어왔다.

““어째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은 거냐!””

마치 지금까지 자신들을 보며 놀린 것 같지 않은가.

이에, 두 사람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다 이내 싱긋, 뒤틀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들에게 대답해주었다.

““그야, 우리가 악마이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싸움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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