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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12화 (112/169)

〈 112화 〉 아카대공 ­ 112

* * *

“데킬라 양!!!”

“로, 로제님?!”

묵묵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고 있던 데킬라. 그녀는 갑작스레 들려온 로제의 목소리에 놀랐는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보고 싶었어요!”

그대로 양팔을 벌리며 데킬라를 와락 껴안는 로제.

“정말로! 정말로 보고 싶었어요! 데킬라야아앙~”

“다, 담뱃재가 머리에 떨어집니다! 우, 우선은 뒤로 물러나 주세요!”

“괜찮아요! 떨어져도 되니까아아?”

그제야 로제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언가가 툭툭 종아리를 차고 있던 것이다.

“응? 뭔가요. 이 뼈다귀는?”

잔뜩 성이 난 표정을 지으며 로제의 종아리를 툭툭 발로 차고 있는 스켈레톤.

로제가 그런 스켈레톤의 머리에 딱밤을 날리자 스켈레톤의 머리가 뒤로 꺾이며 머리가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데, 데모닉님!”

그런 스켈레톤의 머리를 바라보며, 데킬라가 화들짝 놀란다.

“데모닉님?”

“저게 데모닉이라고?”

저 멀리 뒹굴뒹굴 굴러가는 해골 머리. 인디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저 해골 머리가 내가 아는 그 데모닉이라고?

달그락달그락──

머리를 잃은 몸이 터벅터벅 걸어가 뒹구르르 구르고 있는 머리를 자신의 몸 위에 얹는다.

그리고는 이내 로제를 노려보며 무언가를 항의하는 데모닉.

“어……. 데모닉님이 뭣 하는 짓이냐고 항의하십니다.”

“네? 이 해골이요? 아니, 자기가 먼저 발로 차 놓고 뭐라는 거에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데모닉을 바라보는 로제. 이에 데모닉은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턱뼈를 움직인다.

“어……. 갑자기 제게 달려들어서 항의한 거라고 하십니다. 어……. 제게 친구가 있는 건 처음 봐서 그랬다고 하시는군요. ……데모닉님. 아무리 저라도 친구는 있습니다.”

“……정말로 데모닉인가 보군.”

그 광경을 보며 중얼거리자 데킬라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다.

“아, 그레고리님도 오셨군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나를 바라보며 공손히 고개를 숙이는 데킬라.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받아주자 데킬라가 다시 고개를 든다.

“다행히 데모닉과 계약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이게 모두 그레고리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데모닉님? 이분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마계의 대공이자 저기 계시는 로제님의 소환수. 그레고리 존스님이십니다.”

달그락달그락──

데킬라 역시 사전에 내 이야기를 했는지 나를 바라보며 턱뼈를 달그락거리는 데모닉.

“……뭐라는 거지?”

“생각했던 것보다 평범하게 생기셨다고 합니다. 어째서 백합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냐 물으시는군요.”

그게 궁금했던 건가.

그거라면 이미 생각해 둔 답변이 있지.

“──난 그레고리다.”

달그락?

“모르는 게 이상하지.”

“……데모닉님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 저는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역시 내가 인정한 그레고리 차일드. 그 태도가 심히 마음에 들었다.

달그락달그락──

“예, 그레고리님이시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저 역시 가늠하기도 어려운 긴 세월을 살아오신 그레고리님이십니다. 그 지모는 이미 하늘의 끝과 마계의 바닥에 닿아 계시겠지요.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달그락달그락.

데킬라의 해설까지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이는 데모닉.

사실은 게임에서 봤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저렇게 자기들끼리 납득할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데모닉의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은 모양이군. 서클 때문인가?”

데모닉은 본래 SR 급 소환수답게 태생이 4성이어야만 하는 소환수였다.

하지만 저 모습은?

정말로 인디게임에서 나올법한 스켈레톤1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거기에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니, 아무래도 아직 서클이 확장되지 않은 데킬라와 계약하며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그렇습니다. 아직 제 서클이 2서클이기에 데모닉님의 힘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와 계약해주시다니, 정말로 좋은 분이시지요.”

달그락!

과연, 그랬나.

“그렇다면 이야기가 쉬워지겠군. 로제?”

“네! 로제입니다!”

내 호출에 피고 있던 담배를 입에서 떼고는 손을 번쩍 드는 로제.

“오랜만에 아카데미에 돌아오기도 했고, 적응 기간까지는 데킬라와 함께하는 게 어떻겠나. 대신 우리는 데킬라의 훈련을 도와주고.”

“저는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로제는 그렇다더군. 데킬라. 너는 괜찮겠나?”

내 물음에 가슴 앞에 양손을 공손히 모으는 데킬라.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큰 영광입니다. 로제양은 보아하니…… 4서클에 드셨군요. 축하드립니다.”

“헤헤, 아니에요. 저도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4서클이 될 수 있었는걸요.”

“아직 1학년임에도 4서클이시라니. 대단하신 게 맞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현재 1학년 중 4서클인 학생은 없으니까요.”

역시, 우리가 제국에 가 있는 동안 4서클에 든 학생은 없던 건가.

“아, 그렇지! 데킬라양은 방이 몇 호실이에요? 저번과 같나요?”

귀를 팔랑이며 묻는 로제의 물음에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데킬라.

“이번에는 9층입니다.”

“9층? 한 층 더 오르셨네요?!”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 돌아오고 나니 904호에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로제님은……?”

“저는 1402호에요!”

“14층……! 대단하십니다.”

“아니요오~. 이건 옛날에 기숙사가 테러당했을 때 그레고리님이 상대 이프리트를 물리치고 받아낸 보상이니까요. 저보단 그레고리님의 힘이죠. 헤헤.”

“그렇군요……. 저 역시 정진해야겠습니다. 아, 슬슬 돌아가시겠습니까?”

“아, 그럴까요? 아, 그러니까……. 음……. 데모닉님?”

달그락?

“아까 머리를 날려서 미안해요?”

달그락달그락──

“데모닉님께서 사과를 할 줄 아는 착한 아이라고 하십니다. 방금의 실수는 눈감아주신다고 하시는군요.”

“진짜요? 다행이다아.”

로제가 진심 펀치 한 번만 해도 가루가 될 것 같은데.

데모닉이 로제의 주먹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 같지만……. 착각이겠지?

그렇게, 사이좋게 기숙사로 돌아간 우리는 각자의 층에서 헤어지게 되었고 내일 있을 대련을 통해 지금까지의 성장을 봐주기로 했다.

“그렇지, 로제. 보충수업에 대한 내용은 따로 들은 게 없나?”

“아, 보충수업이요?”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보고 있던 로제가 나를 바라본다.

“내일 방과 후부터 셀루아 네갈 교관님의 관리 아래 진행된다는 모양이에요. 지금 보고 있는 책도 내일 있을 수업에 대한 내용이고요. 그런데……. 으으, 역시 혼자서는 힘드네요.”

“그래? 내가 도와줄 게 있나?”

“그레고리님이 도와주시게요? 아싸!”

“어디 한 번 보지.”

몸을 일으킨 로제의 옆으로 다가가 로제가 보고 있던 책을 살핀다.

내용으로 보아하니 몬스터들의 생태에 대한 공부인 모양이었다.

“어디가 막히고 있었지?”

“어……. 여기! 용암지대에서 살고 있는 몬스터들에 관한 내용들이요! 이해되지 않는 게 너무 많아요. 어째서 ‘용암 거북이’는 마그마 속에서 살아가는 걸까요? 바깥이 더 시원할 텐데…….”

아, 분명 게임 속에서 들어봤던 내용이었다.

“용암지대에는 수많은 포식자가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용암 거북이’들은 그런 포식자들을 피하고자 마그마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한 거지.”

“오오……! 그런 이유가……!”

“그리고 여기서는……”

그렇게 이어지는 30분간의 공부. 내일 있을 분량까지 모두 끝낸 로제는 지쳤는지 그대로 몸을 누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으아아……. 오랜만에 머리를 써서 그런지 머리가 아파요오…….”

“그래? 고생했다. 그래도, 내일 수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다.”

“헤헤, 그렇겠죠? 근데, 그레고리님은 내일 보충수업에 안 오시게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준다.

“가울의 만물상에 들르지 못한 지 오래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체스의 얼굴도 보고 파이몬에게 ‘가울의 만물상’을 소개시켜 줄 생각이다.”

“아아, 체스가 있었죠. 확실히, 제국에 가 있는 동안 연락 한 번을 못 했으니 들르긴 해야겠네요. 제 안부도 부탁드릴게요! 아, 그런데 그레고리님. 궁금한 게 있어요.”

“궁금한 거?”

“데킬라양의 새로운 소환수인 데모닉님은 그레고리님께서 직접 추천해 줄 정도의 소환수잖아요?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해서요.”

“아, 그 녀석 말인가. 음……. 쉽게 설명하자면 검술로는 아마 마르바스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일 거다.”

“네?! 마르바스님 이상? 그, 그거 엄청난 거 아닌가요?”

“그렇지. 녀석은 검 한 자루로 세상을 멸망시킬 뻔했던. 비운의 용사니까.”

“……용사?”

로제의 눈에 흥미가 깃든다.

확실히, 데모닉의 인연 스토리가 엄청 재미있긴 했지. 커뮤니티에서 평도 무척 좋은 편에 속했고.

“이야기하자면 꽤 길어진다만……. 그래도 괜찮겠나?”

“네! 얼마든지요! 아! 그러면 그 전에 담배 피우고 올래요!”

그렇게 말한 로제는 마치 영화가 시작하기 전 화장실을 들르는 사람 같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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