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16화 (116/169)

〈 116화 〉 아카대공 ­ 116

* * *

순식간에 대련장을 가득 채우는 언데드의 무리를 본 로제가 당황하며 뒤로 물러선다.

“그, 그레고리님. 어떡하죠?”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았다.

데킬라의 본래 특기는 코스트가 적은 언데드 소환수들을 대량으로 소환해 물량으로 찍어 누르는 스타일.

하지만 데모닉이 소환되어 있으면 그 물량 공세를 펼치지 못할 거로 생각한 게 실수였다.

심지어…….

“해골 소환사까지 얻은 건가. 확실히 어렵겠군.”

주기적으로 해골 병사를 소환하는 R급 소환수. ‘해골 소환사’가 약 3명.

이대로는 계속해서 몰려오는 해골들에 깔려서 패배하게 생겼다.

심지어, 그것보다도 더 최악인 것은 상대가 모두 언데드라는 점.

언데드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 이상에 대한 부분 면역에는 내가 주로 사용하는 ‘공포’가 포함되어 있었다.

즉, 외형을 이용한 공격도 저 녀석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언데드를 다루는 데킬라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인지라 데킬라가 내 외형을 보고 기절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즉,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정공법이다. 로제. 힘으로 부숴라.”

“……간단하네요?”

“그래, 간단하다면 간단한 이야기지.”

우리는 상대보다 압도적으로 질적인 면이 우수하니까.

“가장 먼저 해골 소환사들 먼저 노린다. 저 녀석들을 처리하지 않는 이상 해골이 계속 소환될 거다.”

“그럼 제가 마법으로 길을 열게요!”

내 오더를 들은 로제가 ‘세계수의 지팡이’를 뽑아 듦과 동시에 전방을 향해 새빨간 불덩어리를 내뿜었다.

역시, 저코스트의 유닛들이기 때문일까. 4서클 소환사인 로제의 마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해골들.

나는 스킬 ‘폭발적인 속도’를 사용하여 재빨리 해골 소환사의 곁으로 다가간다.

“우선 한 녀석.”

그대로 해골 소환사를 향해 발차기를 날림과 동시에, 캉!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내 발이 미끄러진다.

“……이거였군.”

달그락── 달그락──

해골 소환사를 지키고 있는, 다른 해골들과 조금 다른 외견을 가진 스켈레톤 한 마리가 검을 들고 내 발차기를 빗겨낸 것이었다.

“……데모닉.”

마왕을 쓰러뜨렸던 용사.

세계의 멸망을 막은 용사.

스스로가 세계를 멸망시킨 용사.

그로 인해 자신의 세계에서 추방당한 용사.

그가 지금 언데드의 육신을 빌어 내 앞에 서 있었다.

설마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발차기를 옆으로 비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비록 내가 검에 대해 크게 알지는 못해도 고속으로 날아오는 발차기를 옆으로 흘려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행위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검술의 고수가 탱크를 막을 수 있을까.

“막아볼 수 있으면 막아보도록.”

[(스킬 : 날개 펼치기)를 발동합니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바퀴벌레 킥 까지는 사용하지 않았다.

아직 데모닉이 여기서 쓰러지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쏘여나가는 내 몸. 앞에 선 데모닉은 이 속도마저도 인지하고 흘려내려 시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에 내가 내지른 것은 발차기가 아니었다.

“전진무의탁(??無??).”

내가 보았던 가장 육중한 공격.

흘려낼 수 없는 공격을 최대한 모방하여 해골 소환사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달그락!

데모닉 역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재빨리 스텝을 밟으며 내 공격을 회피하기 위해 옆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 몸이 데모닉을 지나치며 ‘해골 소환사’를 산산조각 냈다.

순식간에 비산하는 뼛조각들.

자리에 멈춰선 나는 ‘해골 소환사’가 확실히 역소환 된 것을 확인한 후 다음 타겟이 있는 방향을 살폈다.

“제 기준 1시 방향이에요!”

저 뒤에서 들려오는 로제의 목소리. 그곳을 살펴보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많은 해골들을 불굴과 지팡이로 부숴버리고 있는 로제의 모습이 보였다.

“이익! 그만 좀 다가와요! 로제 펀치!”

검을 든 상태로 근거리에 접근한 해골의 두개골을 그대로 부숴버리는 로제.

아직까진 도와줄 필요가 없겠군.

로제의 말에 따라 그녀의 기준 1시 방향을 바라본다.

해골들의 틈에 숨어있는 해골 소환사. 마음만 같아서는 지금 곧바로 달려 나가고 싶었지만, 전진무의탁(??無??)을 억지로사용한 후유증으로 인해 다리가 저릿한 게 느껴졌다.

대체 이런 기술을 헤라클레스는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정말로 강인한 육체가 아니고서는 시도할 수도 없는 기술이란 생각이 들었다.

달그락달그락──

내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을 파악했는지 데모닉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나를 비웃었다.

이 상태로는 전진무의탁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멍청하긴. 애초에 이 대련은 2 대 2의 싸움이라는 걸 잊은 거냐.”

내가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데모닉이 몸을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레고리님!”

나와 데모닉을 확인한 로제가 다른 손에 든 지팡이로 불덩이를 날린 것이었다.

“……어이가 없군.”

그런 와중에, 세계수의 지팡이로 날린 마법을 검으로 가르는 저 녀석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놈인지.

대체 저 한 번의 칼질에 얼마나 많은 기교가 들어갔는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괴물 같은 놈.”

역시, 사기라니까.

결국, 지상으로 목표에 다가가는 것을 그만두고 [스킬 : 날개 펼치기]를 발동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공중으로 날아오른 것을 확인한 데킬라가 손짓하자 해골의 군세에서 유난히 다른 움직임을 취하는 해골들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들에 손에 들린 장궁.

“……스켈레톤 아쳐인가.”

“발사.”

데킬라의 명령과 동시에 셀 수 없을 정도의 화살들이 나를 향해 닥쳐온다.

하지만, 레벨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팔을 교차하여 얼굴을 보호하고 내게 날아오는 화살들을 모두 몸으로 맞는다.

사실상 최하등급이나 다름없는 스켈레톤 아쳐들의 공격은 내 몸에 상처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내가 3성이었으면 조금은 아팠을 거다. 데킬라.”

데킬라를 향해 그렇게 말하며 다른 해골 소환사를 찾는다.

사실 여기서 곧바로 데킬라를 노려도 됐지만…….

“그, 그레고리님?! 데모닉이 절 노리는 데요오??!”

공짜로 검술을 가르쳐 주겠다는 해골을 두고 경기를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뭐, 위험할 때 도와주면 되겠지.

“느긋하게 다른 녀석들이나 상대하고 있으면 되겠군.”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스킬 : 바퀴벌레 킥]을 통해 해골 소환사 하나를 처리했을 때였다.

“……뭐지?”

갑자기 나를 둘러싸고 있던 해골들이 길을 연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통해 나타난 한 인물.

“설마 데모닉이 로제를 노리는데도 신경을 쓰지 않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자신의 키만 한 낫을 들고 이곳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인물.

창백한 피부에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데킬라 크로프트.

그녀였다.

“무슨 생각으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설마 항복이라도 할 셈인가.”

사실상 나 같은 근접 특화 소환수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은 어지간히 근접전에 자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위였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즉시 제압당할 테니까.

하지만, 데킬라는 웃고 있었다.

“이게 다 작전이어서 말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겠군요.”

그렇게 말한 데킬라는 싱긋 웃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내 귓가를 휘감았다.

“……노래?”

천천히, 나조차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감미롭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읊조리는 그녀.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쯤.

상황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기준으로 주변에 있던 해골들이 크게 달그락거리며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현상을 알고 있었다.

“……장송곡(Requiem)이군.”

언데드를 다루는 극소수의 소환사만이 얻을 수 있는 기술.

그 기술은 부르는 노래마다 다른 효과를 가져 운용하는 난이도가 무척 높았기에 게임 속에서도 괴짜들이나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걸 데킬라가 사용한다고?

“소환수를 얻으러 가는 여정에서 깨달음이 있었나 보구나.”

물론 데킬라에게서 들려오는 대답은 없다. 그저 감미로운 운율로 대답할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녀석이 정말로 내가 기를만한 인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으니까.

“좋다. 받아주지.”

양 주먹을 부딪치며 주변에서 변이하고 있는 언데드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본래의 모습보다도 두 배 이상 커진 몸집과 더욱 험악해진 외형.

“……처음부터 소모전을 노린 건 힘을 빼놓기 위함이었구나.”

영리한 작전이었다.

대부분의 언데드를 다루는 소환사들은 물량을 이용해 상대의 기운을 잔뜩 빼놓고 처리하는 것을 선호했으니까.

심지어 마지막에 장송곡으로 언데드들을 강화시켜 힘이 소모된 우리를 노린다는 발상은 좋았다.

다른 평범한 소환사나 소환수라면 무조건 당했으리라 확신할 수 있다.

나조차도 이 정도의 스펙을 가진 군단을 나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평범한 소환사와 소환수가 아니었다.

저 멀리, 해골들로 인해 보이지 않지만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소가 눈에 보인다.

대충 로제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데모닉을 상대할지 예상이 돼 웃음이 나왔다.

달그락─!

내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해골들이 무기를 땅에 내려찍으며 나를 위협한다.

그래, 너희가 있었지.

나 혼자서 상대하기 힘든 너희들이.

그렇기에, 나 역시 나만의 군세를 불러들일 생각이었다.

그 어떠한 것도 씹고, 삼키고 부술 수 있는 나만의 군세를.

“검은 늪.”

나의 짧은 영창과 동시에 꽃이 피어나듯 공중에 생겨나는 검은 색의 구체.

“이른바 치킨 게임이라는 거겠지.”

데모닉이여.

누구의 소환사가 더 잘 버틸지.

어디 한 번 우열을 가려보자꾸나.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