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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24화 (124/169)

〈 124화 〉 델리니아 입성기 ­ 1

* * *

“나이트메어로군요. 탈것으로 사용하는 소환수 중에서도 나이트메어는 계약하기 무척이나 희귀한 소환수라고 들었습니다만…….”

자신의 앞에서 투레질하는 나이트메어의 머리뼈를 쓰다듬는 데킬라. 그 옆에 서 있는 데모닉 역시 나이트메어가 신기했던 것인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다.

“헤헤, 파이몬님이 빌려주셨어요. 이것만 타면 델리니아까지 금방이래요!”

그렇게 말하며 로제가 내게 짐가방을 맡기고, 나는 잠시 심상공간에 들어가 로제의 짐가방을 한구석에 놓았다.

4성이 되며 심상공간에 물건들을 자유자재로 둘 수 있게 되며 사용하게 된 잔재주였다.

그런 식으로 모든 짐을 심상공간에 옮기고 난 후 로제가 먼저 나이트메어의 안장 위에 올라탄다.

“나이트메어 착하징~ 옳지 옳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폼으로 나이트메어의 위에 올라가 머리를 쓰다듬는 로제. 그 광경에 데킬라가 부럽다는 듯 바라본다.

“로제는 말도 잘 타는군요.”

“어릴 때 배웠으니까요. 데킬라도 너무 겁먹지 말고 제 뒤로 와요!”

자신의 뒷자리를 툭툭 치고는 데킬라를 향해 손을 뻗는 로제. 그 광경에 머뭇거리던 데킬라는 이내 로제의 손을 붙잡고 나이트메어의 위에 올라탄다.

그러나 문뜩 무언가 이상하다 느낀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 데킬라.

“저희 둘이 탄 것만으로 이렇게 꽉 차는데 모두 탈 수 있습니까? 데모닉님이야 아직 조그마하셔서 가능하다고 해도 그레고리님은…….”

“아, 그거라면 나 역시 방법을 생각해 둔 게 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스킬 변신을 발동. 바퀴폼으로 변했다.

“설마? 날아가시려 하는 겁니까?”

“아쉽지만 그건 아니다. 아무리 나라도 나이트메어의 지구력은 따라가기 힘들어서 말이다.”

순간적인 속도로는 오히려 내가 빠를지도 모르지만 그런 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내가 떠올린 방법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이템. 「심연의 가면」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아이템. 나는 이 아이템을 이용해 내 몸의 크기를 줄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신체적 스펙이나 능력 때문에 외형을 바꾸는 것에 제한이 있었지만 그런 것을 무시한다면 간단했다.

크기를 최소한으로 줄인다. 이 정도라면 크기는 병아리 정도. 외형 역시 겹눈 같은 것을 제외하고 작디작은 눈을 박고 몸에 달린 다리들도 최소화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외형.

“이렇게 갈 예정이다.”

뭔가 심각할 정도로 하찮은 바퀴벌레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변화한 내 모습에 놀라움을 느낀 것인지 당황하는 데킬라.

“어, 뭔가…….”

“귀여워지셨죠? 저도 신기해요.”

완전 거인이 되어버린, 로제가 자신의 뺨에 손을 얹으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아니, 아무리 이렇게 하찮은 모습이어도 귀엽다니…….

아무래도 모습을 바꾸며 공포 상태 이상을 유발하던 외형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튼. 나는 여기에 앉아서 가면 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날개를 펼쳐 로제의 어깨 위에 안착했다.

“헤헤, 그레고리님이 제 어깨에 타실 날이 올 줄이야. 평소 모습이 셨다면 상상도 못 했을 텐데 말이죠.”

그 말인즉슨 평소엔 어깨에 올리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구나.

역시, 소환수는 멋지고 봐야 한다는 걸까. 괜히 마음이 아려왔다.

……나라고 바퀴벌레가 될 줄 알았나.

“확실히, 그 모습이시라면 문제는 없겠군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겁니까?”

데킬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워커가 마음대로 아카데미의 담장 위로 날아가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해서 말이다. 그에게 먼저 말을 한 뒤 출발할 예정이다.”

“워커라면……. 아카데미의 경비를 맡고 계시는 스카이블루님이시군요. 확실히, 그분의 말이라면…….”

그렇게 워커에게 말을 하기 위해 나이트메어를 몰고 워커가 있는 사무실로 향하는 도중. 길의 낙엽을 쓸고 있는 워커의 모습이 보였다.

“워커. 할아버지~”

나이트메어의 고삐를 쥐고 있던 손을 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로제.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든 워커가 미소를 짓는다.

“어떤 미녀분들이 나이트메어를 타고 오시나 했더니 로제양과…… 음? 허허, 그레고리공이었군. 그리고 옆에는…… 데킬라양과 소환수이신가?”

언제나 그렇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맞이해주는 워커.

로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나는 나이트메어의 머리뼈 위로 자리를 옮긴 뒤 입을 열었다.

“워커. 나이트메어를 타고 아카데미 밖을 나갈 계획이기에 네게 미리 말하려고 왔다.”

“음? 어디 멀리라도 떠나는 건가?”

“로제의 본가에 일이 있어서 말이다. 그것 때문에 나이트메어도 빌려왔지.”

내 말에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치는 워커.

“아아, 로제양의 본가가 분명 유글리아가 였지? 껄껄! 요즘 들어 자주 멀리 가시는구먼.”

“그러게 말이다.”

“그래, 알겠네. 돌아올 때는 정문으로 들어오겠지?”

“……노력해 보지.”

“껄껄, 그거면 됐네. 그럼, 조심히 다녀오게나.”

워커에게 허락을 맡고 로제의 어깨로 돌아간다.

“출발하자. 로제.”

“네! 워커씨 다녀올게요!”

그대로 고삐를 잡아당기며 나이트메어를 모는 로제. 그녀의 고삐질과 동시에 나이트메어가 힘차게 발을 구르며 하늘을 향해 도약하기 시작했다.

“……이게 나이트메어로군요.”

갑자기 빨라진 속도에 로제의 허리를 꽉 붙잡는 데킬라. 그런 데킬라 뒤에는 힘겹게 그녀의 등을 끌어안고 있는 데모닉의 모습이 보였다.

“데모닉. 괜찮겠나?”

달그락── 달그락──

내 물음에 뭐라고 달그락거리는 데모닉. 이에 한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누르고 있던 데킬라가 해석해준다.

“문제없다고 하십니다.”

“……그래?”

거의 몸이 날아갈랑말랑 하는 거 같은데……. 본인이 괜찮다면 상관없겠지.

이내 안정적인 높이에 들어서는 나이트메어. 이에 로제는 앞에서 불어오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후아, 이제 좀 살겠네요. 머리가 완전히 헝클어졌어요.”

앞에서 불어왔던 엄청난 바람 때문인지 머리가 잔뜩 헝클어지고 만 로제. 그녀의 뒤에 있던 데킬라는 조금 덜했지만 그래도 머리가 헝클어지는 건 어쩔 수 없던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나이트메어가 적당한 궤도에 오르는 동안에는 고삐를 쥐고 있지 않으면 위험하니 말이다. 뭐, 나중에 5 서클이 되면 무영창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나.”

“음……. 그럴까요?”

아마도 될 것이다. 게임 속에서는 그랬으니까.

“그럼……. 가는 동안 이제 뭐 하죠?”

사실상 바람의 저항마저 사라진 로제가 할 일은 없었다. 그저 가끔 방향만 알려주면 나이트메어가 알아서 움직였으니까.

“뭐, 수다나 떨지.”

“그럴까요? 그렇지, 저희 동네에 가면 뭘 먹어야 하는지, 뭘 봐야 하는지 설명해 드릴게요!”

자신의 고향에 돌아간다는 생각에 들뜬 로제였다.

* * *

수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숲들의 위를 지난 지 어느덧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 슬슬 도착한 것 같은데요?”

긴 여정에 지쳐 아무 말도 없이 멍만 때리고 있던 로제가 갑자기 정면을 가리키며 외친 것이다.

“옛날에 엘라를 따라서 모험을 떠나다가 이런 지형을 본 적이 있거든요. 아마 이대로면 곧 도착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델리니아의 지척까지 도착한 모양. 로제의 뒤에서 같이 지친 표정을 짓고 있던 데킬라 역시 곧 있으면 말로만 듣던 델리니아에 도착한다는 소식에 표정이 밝아졌다.

“그런데 로제, 궁금한 게 있다.”

“네? 어떤 거요?”

“이렇게 델리니아를 향해 나이트메어가 날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델리니아에서 침입자로 생각할 수 있지 않나?”

“네? 에이 설마요. 델리니아 상공도 아닌데, 적당히 근처에 내려서 가면 되지 않겠어요?”

“……그런가.”

뭐, 델리니아에 살았었던 로제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라고. 생각한 게 큰 오산이었다.

────!!!

마치 독수리가 울부짖는듯한 소리가 정면에서 들려온다. 성량만 들어도 평범하지만은 않은 소리.

그리고 동시에, 정면에 거대한 무언가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저건, 그리폰이군요.”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생명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데킬라.

그녀의 말대로, 그것들의 생김새는 독수리의 얼굴에 사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그리폰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뭔가 많이 적대적으로 보입니다만.”

“……로제.”

“어라? 원래 이러던가?”

로제 역시 이럴 줄은 몰랐다는 듯 꽤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황.

그동안에도 숲에서 날아오른 그리폰들은 이쪽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우선은 침착해라. 나이트메어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게 로제인 이상 무작정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쓰고 있는 심연의 가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여차하는 순간에 전투를 위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멈춰라! 이곳은 델리니아의 영토! 그대들은 누구이기에 그런 사악한 언데드를 타고 델리니아에 침범하려 하는가!”

이윽고 그리폰이 위에 올라탄 엘프의 얼굴이 인식되는 거리에 접근한 순간, 그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

그리고 이에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로제.

“그레고리님! 저 쟤 알아요! 쟤, 동네 친구예요!”

다행히, 우리를 막아선 그리폰의 주인은 로제의 지인인 모양이었다.

그러면 뭐 문제없겠네.

반갑다는 듯이 손을 번쩍 치켜드는 로제. 그녀는 환한 얼굴로 정면에 위치한 그리폰을 향해 소리쳤다.

“야! 코찔찔이! 나 빨리 집 가야 하니까 꺼져!”

……응?

로제야, 그거 맞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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