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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25화 (125/169)

〈 125화 〉 델리니아 입성기 ­ 2

* * *

“야! 코찔찔이! 나 빨리 집 가야 하니까 꺼져!”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듯 그리폰에 탄 남성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치는 로제.

그 광경에 나는 물론 뒤에 타고 있던 데킬라의 표정까지 굳는다.

“로제.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게 맞나?”

내 물음에 당당히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는 로제.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그래,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데. 다 생각이 있겠지…….

“……뭐? 침입자들 주제에 감히! 델리니아를 수호하는 유켈라이 가문을 능멸하려 하는가!”

유켈라이 가문이라면 분명 델리니아에서 군사를 담당하는 가문일 터. 아무래도 레이가 말한 동네 친구는 유켈라이 가문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로제의 말에 녀석들이 공격적인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일까.

“야! 나 몰라?! 나야 나! 로제 폰 유글리아. 네 절친한 친구인 로제라구!”

“……로제? 로제 폰 유글리아?”

로제가 이름을 밝히고 나자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래! 거참, 엘프가 해골마 좀 타고 올 수 있지. 무슨 반응이 이래!”

“로제 폰 유글리아의 머리는 분명히 검은색이었을 텐데……?”

“염색했다! 어쩔래!”

“……진짜 로제 폰 유글리아라고?”

“그래, 그러니까 빨리 꺼져! 엄마 보고 싶으니까!”

로제의 말에 그리폰을 타고 있던 엘프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도련님, 어떻게 할까요? 아무리 그래도 언데드를 타고 왔는데…….”

“거기에 뒤에 있는 해골은 어떻고요. 딱 봐도 네크로멘서입니다!”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는 엘프들. 그때, 가장 앞에 서 있던 유켈라이가 손을 들며 주변을 조용히 시켰다.

“보내도록 하지.”

“도련님?”

“보내실 생각입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그들의 모습에 유켈라이가 한숨을 내쉰다.

“다른 엘프였다면 안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유글리아. 그것도 델리니아의 미치── 아무튼. 그런 걸 어쩌겠는가.”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입니다!”

“델리니아 의회에 먼저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만! ……내가 보증하지. 저 여자는 유글리아 가문의 장녀인 로제 폰 유글리아가 맞다.”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도련님이 보증까지 하는 상황. 녀석들은 결국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군다.

“흥! 진작 이렇게 할 것이지. 사람 귀찮게 하고 말이야. 그러면 갈까요?”

다시 나이트메어의 고삐를 잡으며 그리폰을 탄 녀석들을 지나친다.

“저……. 로제, 괜찮을까요? 저 사람들. 그래도 델리니아를 지키는 사람들 같은데.”

“흥! 그러면 뭐 해요. 델리니아 사람인 저를 해골마를 탔다는 이유로 막으려 했는데. 이런 취급 당해도 싸요!”

이게 바로 방구석 여포라는 것일까? 자신의 고향에 온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수백 배는 상승한 듯한 로제의 모습.

지금까지 이런 생각 한 적은 없지만……. 로제가 든든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잠깐, 설마 그대로 유글리아 가문에 갈 생각이냐?”

뒤에서 들려오는 유켈라이의 목소리. 이에 로제는 귀찮다는 듯 나이트메어를 뒤로 돌리며 녀석을 노려본다.

“왜. 또 뭘로 트집 잡으려고? 옛날 생각나게 해줄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녀석을 향해 표정을 찡그리는 로제. 유켈라이는 고개를 젓고는 손을 휘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됐다. 알아서 하도록.”

“별것도 아닌 게 까불어!”

그리고 진짜로 녀석들을 지나쳐 델리니아가 있는 방향으로 나이트메어를 몬다.

“대체 과거에 무슨 사이었길래 유켈라이 가문이 저렇게 벌벌 떠는 거냐.”

“네? 과거에요?”

내 물음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골똘히 잠기는 로제.

“어……. 빵 좀 사다 달라고 몇 번 부탁한 거랑……. 동네 여자애들 괴롭히길래 완전히 밟아 준 거랑……. 딱히 별거 없는데요?”

아니, 우리는 보통 그거를 별거라고 하지 않나?

“음, 딱히 별거 없었네요.”

“그쵸?”

하지만 데킬라에게는 그게 통하는 모양이었다.

이쪽 세계의 기준은 내가 있던 세계와는 다른 걸까……?

“아아! 저기 주변에서 제일 큰 나무 보이세요? 저기가 저희 집이 있는 방향이에요!”

나이트메어의 고삐를 쥐고 있던 로제가 갑자기 소리를 치며 정면을 가리켰다.

로제의 손에 맞춰 시선을 옮기자 확실히 주변의 나무들보다도 커다란 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저게 세계수인가?”

“네! 세계수에요!”

확실히, 세계수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나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지는 신기한 나무였다.

“……저게 세계수군요. 서적으로만 보던 나무를 실제로 보게 되다니.”

데킬라 역시 나와 비슷한 감상이었는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멍하니 세계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요? 제 눈엔 그냥 커다랗고 상냥한 나무일 뿐인데 말이죠.”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그러다 문뜩,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제.”

“넹?”

“세계수는 엘프들에게 무척이나 신성시되고 있다고 들었다만……. 맞나?”

“어……. 그렇죠? 엘프들에게 있어선 사실상 신과 동급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세계수의 주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술하지 않나?”

“……네?”

“확실히, 세계수의 근처라고 하기엔 뭔가…… 무방비하네요.”

“그렇지?”

“예, 보통 이런 곳이라면 주변에 방어하는 인원이────”

갑자기 나이트메어의 몸체가 크게 흔들렸다. 나야 로제의 머리를 붙잡고 버텼다지만,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나이트메어의 아래로 떨어지는 데킬라.

“데킬라!”

로제가 화들짝 놀라며 데킬라의 이름을 외침과 동시에 새하얀 무엇인가가 데킬라의 손을 붙잡는다.

달그락───!!!

지금까지 잠자코 뒤에 앉아있던 데모닉이었다.

방금 전, 나이트메어가 크게 흔들린 것은 아래서 날아 온 화살 때문이었다. 즉, 무언가의 공격이 있었다는 소리. 이미 목적지에 도착도 했겠다. 심연의 가면을 만지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나는 더듬이를 활용하여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제대로 걸린 것 같군. 로제, 나이트메어와 함께 우선 땅으로 돌아가라.”

“네?”

“이 근처에서 우리를 공격하는 적들이라면 네 가문의 사람들일 터. 우선은 방어만 하며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군.”

“……네! 나이트메어! 내려가요!”

로제가 고삐를 쥐어 잡으며 나이트메어와 함께 아래로 급하강을 시작한다.

적들 역시 그런 로제와 나이트메어를 막기 위해서일까. 우리를 향한 공격이 더욱 거세지기 시작한다. 나 역시 날개를 펼치며 나이트메어와 함께 아래로의 활강하며 바닥에 착지한 뒤 곧바로 사주경계를 펼친다.

“데킬라. 몸은 괜찮나.”

“예. 데모닉님께서 끌어올려 주신 덕분에 다친 곳은 없습니다.”

“다행이군.”

땅에 착지한 로제와 데킬라. 데모닉 역시 각자 무기를 빼 들고 주변을 경계한다.

사방이 온통 나무이기에 적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

최대한 주변 공기의 흐름을 읽고 있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모양이군.”

공기의 흐름이 무척이나 이상했다. 바람이 나무에 부딪히며 불규칙 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기척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쉴 새 없이 주변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이 있다면 점점 좁혀지는 거리를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곧 도착할 거다. 모두 준비하도록.”

내 말을 들은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내 머리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오는 감각을 느끼자마자 왼팔을 들어 올려 화살을 튕겨냄과 동시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엘프들의 신성한 땅입니다! 당신 같은 사악한 존재들이 발을 딛을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적의가 가득한 목소리. 하지만 주변에서 계속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위치를 파악할 수는 없었다.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군. 우리는 침입자가 아니라───”

그와 동시에 솟구치는 흙더미. 반사적으로 팔을 올림과 동시에 내 몸이 크게 기울었다.

“당신과 같이 사특한 존재에게 들을 변명은 없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단검. 우리를 향해 경고했던 자가 단검을 들고 내 머리를 내려치려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반격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레고리님한테 무슨 짓이야!”

로제가 나를 향해 달려오며 내 몸 위에 있던 적을 있는 힘껏 걷어차 날려버렸다.

“그레고리님. 괜찮으세요?”

“응? 어, 나야 괜찮다만…… 네 가문의 사람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차버려도 되는 건가?”

“저희 가문에 제가 이기지 못할 사람은 없어요! 엄마 빼고요!”

아, 그렇구나.

로제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 나는 날아간 상대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기습이라니……, 역시 사특하게 생긴 자의 무리군요……!”

분하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읊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적.

“아니, 기습은 네가 먼저 하지 않았나.”

“제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사악한 존재!”

“아니, 생각을 바꾸려 하다니, 나는 진실을……?”

그렇게 외치며 고개를 치켜든 적을 본 순간, 나는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군요.”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적의 모습이 내가 아는 누군가를 무척이나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이곳에서 당신들을…… 어라?”

이윽고 우리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이 무척이나 놀란 듯 커다랗게 변한다. 그리고,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엘라?”

내 옆에서 똑같은 표정으로 적을 바라보고 있는 로제.

그리고, 로제가 그렇게 말한 상대 역시 이쪽을 향해 입을 연다.

“……언니?”

감동적이지만은 않은…… 자매의 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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