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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29화 (129/169)

〈 129화 〉 델리니아 ­ 3

* * *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세계수를 둘러싸고 있는 유글리아의 영토를 홀로 순찰하던 엘라는 수상쩍은 기운을 감지했다.

“……언데드? 핼러윈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개체인가?”

언데드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사기가 숲 한복판에서 느껴진 것이었다.

이곳에서 크고 자라며 평생을 돌아다니던 엘라였기에 사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찾았다.”

하늘을 부유하고 있는 해골마를 발견한 엘라가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내 든다.

“어머니께 들은 대로라면 저건 나이트메어……! 고위 악마나 타고 다닌다는 언데드가 어째서 유글리아에?”

자세히 바라보자 나이트메어의 등위에 타고 있는 인원들이 보였다. 역광으로 인해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최소 2명 이상의 인원이 올라타 있었다.

“유켈라이 녀석들은 대체 뭘 하길래 저런 언데드가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데요……!”

돌아가면 유켈라이 가문의 코찔찔이에게 한 마디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활시위를 당긴다.

어머니에게 배운 대로 기척과 냄새를 지우기 위해 바람의 정령 실프를 이용해 지우는 것은 잊지 않는다.

“우선 땅에 내려오게 해야겠네요!”

바람의 정령으로 화살을 강화한 엘라가 손을 놓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이 나이트메어에 명중했다.

그와 동시에 크게 휘청거리는 나이트메어. 공격이 먹혔던 것인지, 나이트메어가 몸을 급하강하며 착지했다.

엘라는 그다음 몸을 숨긴 뒤 절차대로 침입자들에게 경고했다. 그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지성이 있는 존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온 것은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끔찍한 생명체였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 정신에 타격을 주는 끔찍한 존재. 그 모습에 엘라는 곧바로 공격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내 자신의 이름을 꺼낸 존재를 발견하고는 공격을 멈췄다.

“……언니?”

자신의 이름을 부른 존재는 작년에 서머니아에 있는 ‘소환사 아카데미’에 입학한 자신의 언니였다.

비록, 고향에 있을 때처럼 새까만 머리는 아니었지만 정수리의 새까만 부분을 보며 엘라는 자신의 언니가 염색을 한 것이라 판단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언니가 저 끔찍한 괴물에게 세뇌당한 것이라 판단한 엘라는 자신의 언니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려고 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언니란 그만큼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끔찍한 존재는 사실 언니의 소환수였던 것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을 숨기고 있던 소환수.

언니의 소환수는 악마였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언니와 계약한 악마가 평범한 악마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언니와 계약한 또 다른 소환수도 말이다.

악마 대공.

마계를 다스린다고 불리고 있는 악마들, 마왕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존재들.

그런 존재가 무려 2명이나 언니와 계약을 한 것이었다.

릴리님처럼 훌륭한 소환사가 되고 싶다며 아카데미에 갔던 언니가 어째서 악마 대공들과 계약하게 된 것일까.

물론, 과거 릴리 역시 대악마 몇몇들과 계약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앙이라는 공통된 적을 두고 맺은 계약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저 소환사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만으로 2명의 악마 대공과 계약을 맺는다? 그것도 다른 악마 대공과는 친구?

심지어 같이 온 언데드와 네크로멘서는 같은 아카데미의 친구들?

이에 엘라는 과거 언니가 벌였던 여러 기행들을 떠올렸다.

어릴 때 세계수의 수액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며 세계수에 구멍을 내려던 언니가 아니던가.

“그래, 포기하자…….”

생각하기를 그만두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후 엘라는 언니와 함께 찾아온 손님들을 저택까지 안내해주었다. 제대로 된 판단은 결국 가주인 어머니가 해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렇게 하찮게 생긴 스켈레톤이 사실은 릴리님과 계약을 했었고 과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다크나이트 ‘데모닉’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외견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어머니께 손님들을 데려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엘라는, 오랜만에 찾아온 자신의 언니가 열심히 고기버섯가지볶음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치, 친구요? 그, 그럼요! 친구도 엄청 많고 엄청 강한 소환수랑도 계약했어요!”

응? 아니 잠깐.

“지금 아카데미에 가면 마르───”

“──언니이이! 고기 더 드시지 않을래요?! 제 것 좀 드세요!”

정말이지, 방심할 수가 없는 언니였다.

* * *

“설마 지금이 핼러윈 시기일 줄은 몰랐어요……. 데킬라. 죄송해요.”

식사를 마치고 다과실에 모인 우리는 회의를 위해 서로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아닙니다. 핼러윈이 발생하는 게 로제의 잘못도 아닌걸요. 애초에 일이 이렇게 쉽게 흘러가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차를 홀짝이며 대답하는 데킬라. 데모닉 역시 시무룩해져 있는 로제를 위로해주려 하는 것인지 턱뼈를 달그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핼러윈을 뚫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평범한 언데드 개체 발생과는 다르게 핼러윈에는 언데드들을 통솔하는 특수 개체가 있으니까요.”

핼러윈.

죽은 자들의 행진.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핼러윈은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는 현상이었다.

영웅급 개체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고 떨거지 개체까지 잔뜩 있기에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꽤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게임에서는 이를 디펜스 형식으로 막아내게 했으나 그 난이도는 괴랄하기 짝이 없는 난이도로 플레이어들 역시 커뮤니티에서 그 난이도에 대해 악평을 쏟아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던가.

[소환사 아카데미아]의 정상에 올랐던 플레이어가 아니던가.

“가능성은 충분하다.”

찻잔을 내려놓고 꺼낸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가능성이 있다고요?”

내 말에 로제가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그래, 성공한다고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아직 핼러윈의 규모와 특수 개체의 파악도 되지 않았는데 그걸 알 수 있다고요? 아무리 당신이 마계의 대공이라고 해도 곧바로 가능성 있다고 판단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은───아앗! 왜 때려요. 언니!”

내 이야기에 반박하고 있던 엘라의 허벅지를 로제가 후려친다.

“그레고리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데! 그레고리님은 안되는 걸 된다고 하실 분이 아니야!”

“아니! 그래도 상대는 핼러윈인데─── 아얏 쫌!”

“그레고리님은 신성교단의 침략으로부터 제국을 구해내신 제국의 구원자이시거든?! 일단 그레고리님의 말부터 듣고 말해!”

“네? 제국의 구원자라니……?”

아직 델리니아에는 소식이 퍼지지 않은 것인지 엘라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델리니아에는 퍼지지 않은 모양이군요. 로제의 말은 사실입니다. 제가 듣기론 황제에게 치하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그 사건으로 인해 1황녀인 프리실라양의 입지도 크게 올랐다고 들었습니다.”

“네에?! 언니, 제국의 1 황녀랑도 엮여 있는 거예요?”

“프리실라는 내 친군데?”

“대악마랑도 친구고 제국 1 황녀랑도 친구고, 대체 어떤 생활을 하신 거예요?! 솔직히 말해요! 제가 놀랄만한 친구가 더 있어요?!”

“아닝? 해 봐야 데이지양 정도?”

“데, 데이지라면 엘레나 가문의 그 싸가지 말인가요? 그 싸가지가 언니랑 친구라니, 이게 대체…….”

아니, 또 왜 자매의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는 것일까.

“……말을 계속해도 되겠나.”

“아, 죄송해요. 언니가 이렇게까지 믿는다고 말하니…… 끝까지 들어볼게요.”

“고맙다. 그럼, 계속 이야기를 하도록 하마. 다행히, 우리 멤버들은 포지션이 잘 나누어져 있다. 다인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데킬라. 대인전과 다인전 모두 자신 있는 나. 그리고 대인전에 특화되어 있는 로제와 데모닉. 그리고…….”

말끝을 흐리며 엘라를 바라보자 그녀가 몸을 움찔 떨며 입을 열었다.

“일단…… 대인전이네요. 일대다로 싸워본 적은 없어서요.”

“알겠다. 아무튼, 상대의 물량이 많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쪽의 물량 역시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데킬라와 대련을 할 때 느끼지 않았던가. 줄지 않는 그 끔찍한 물량은 꽤 위협적이었다.

“그리고, 핼러윈의 엘리트 몹 역시 세상의 제재를 받기에 4성 이상의 힘을 낼 수 없지. 그 개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은 나와 같은 수준이라는 거다.”

내 이야기에 놀란 표정을 짓는 엘라.

“다, 당신……. 4성이었나요? 그, 그렇다는 말은…… 언니는 4서클?”

“후후, 드디어 이 언니가 존경스러워지기 시작했니?”

“아카데미에 간 지 반년도 안됐는데, 그게 말이 돼요?”

“이게 다 그레고리님과 나의 재능 덕분이다~ 이 말이야~”

양 옆구리에 손을 얹고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내미는 로제를 보고 있자니 말이 또 다른 곳으로 샐 것 같아 바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최종 목표는 핼러윈의 절멸이 아닌 릴리의 묘소까지 돌파다. 즉, 모든 핼러윈의 무리를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즉,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핼러윈을 돌파한다.”

그것만이 바로 우리가 펼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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