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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34화 (134/169)

〈 134화 〉 델리니아 ­ 핼러윈 2

* * *

기본적으로 핼러윈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은 전부 언데드이다. 즉, 나의 외형을 통한 공포가 전혀 통하지 않은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무력. 바퀴의 몸을 가지고 있는 이 몸의 무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데킬라. 사전에 말했던 대로, 공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니 선두로 이동하겠다.”

“네, 따르겠습니다.”

“로제, 준비는 됐나.”

“네! 제 불굴이 울부짖고 있어요!”

……불굴에 에고는 존재하지 않지만 저렇게 말하는 걸로 봐선 뭔가 느껴지는 거겠지.

뭐, 준비됐다는 뜻이겠지.

“앞으로 이동한다. 엘라. 데킬라. 데모닉. 이동한다. 데킬라. 앞의 길을 열어라.”

내 명령과 동시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스켈레톤들이 양옆으로 갈라진다. 그렇게 생겨난 빈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엘라. 길은 알아볼 수 있겠나.”

“네! 이 정도면 알아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주변의 식물들이 바뀐다 해도 지형 자체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좋다. 그러면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길을 확인하고 방향을 알려주도록.”

“네. 그렇게 할게요.”

“로제. 온다.”

“넵!”

우리가 최선두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곳을 향해 달려드는 언데드 무리의 모습이 보였다. 어림잡아 10마리 이상. 종류는 구울이라 불리는 언데드들로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과 빠른 속도,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이 특징인 녀석들이었다.

“……라파엘이 있었다면 일이 편했을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구울의 손을 쳐낸 뒤 가슴 부근에 그대로 ‘불굴’을 꽂아 넣어버리는 로제. 그러곤 곧바로 다가오는 녀석의 얼굴에 파이어볼을 발사해 불태워 버린다.

……이미 나와 같이 수라장을 치러온 만큼 이 정도 위기에는 여유롭다는 걸까.

제법 성장한 그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꽈득! 소리와 함께 내 손에 머리가 쥐어짜진 구울의 몸이 추욱 늘어진다. 땅을 딛고 있는 팔을 제외하고 4개의 팔이 있었기에 몇 명이 달려들든 상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뒤에서 날아오는 엘라의 지원사격까지. 아직까지는 전진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11시 방향으로!”

엘라가 방향을 알려주면 우리는 그 방향으로 돌린다. 뒤에서는 데모닉과 데킬라가 빈틈으로 달려가 진형이 붕괴되지 않도록 보완한다. 그러는 동안 해골 소환사가 새로운 병사를 소환하면 복귀.

방어하며 나아가기엔 정말이지 최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었다.

“엘라. 데킬라가 데모닉이 달려가는 방향도 한 번씩 확인하면서 위험하다 싶으면 도와주도록.”

“네!”

“로제, 아직 핼러윈에 들어온 지 초반이니 마나를 최대한으로 아껴라. 될 수 있으면 마법보단 검으로 적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네!”

이 느낌. 어디선가 느껴본 적이 있었다. 무척이나 익숙하면서도 물 흐르는 듯이 나오는 작전.

그래, 게임. 게임이었다.

“엘라. 지금부터 앞보단 뒤쪽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데킬라. 출발 전에 지급했었던 세계수의 잎으로 마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아직 괜찮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열심히 낫을 휘두르고 있는 데킬라. 현재 해골 소환사는 물론이고 수십의 해골 병사까지 소환한 그녀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니, 지금은 내 오더에 따라라.”

“……네.”

내 명령에 따라 결국 엘라가 뒤로 물러서며 엘라의 뒤에 붙는다. 그리고 곧장 출발 전 미리 준비해 놓았던 세계수 잎을 말아서 만든 담배를 피우는 데킬라. 그동안 엘라는 열심히 진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활시위를 당긴다.

게임에서도 항상 이러했다. 내 실력으로 공략하기 어려운 던전도, 최적의 인원과 진형으로 돌파해갔다.

그게, 바로 내가 [소환사 아카데미아]의 고인물로 살아가던 방식이었으니까.

“로제, 지금 다가오는 뼈 골렘은 물리 공격 내성이 있으니 화염계통의 마법으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보조하마.”

“네!”

세계수의 지팡이를 치켜들고 뼈 골렘을 향해 새빨간 화염의 세례를 뿜어내는 로제의 마법을 향해 특성과 스킬을 발동한다.

[(특성 : 탐)을 발동합니다.]

그와 동시에 새까맣게 물든 로제의 마법이 뼈 골렘을 감싸며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잠식시킨다.

─────!!!

엄청난 굉음을 내지르며 그대로 바스러지는 녀석.

“여기서 다시 2시 방향!”

다시 방향을 바꾸며 뒤쪽 데킬라의 상태를 확인한다. 거의 회복을 모두 마친 데킬라.

“엘라. 이대로면 돌파까지 남은 시간은?”

“약 20분이면 돌파할 거예요!”

20분이라. 이 정도의 핼러윈이라면 20분을 버티며 나아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죽은 자들은 결국 산자의 생기(??)를 느끼고 다가오는 법.

지금 우리를 향해 달려드는 녀석들보다도 더욱 강한 언데드들이 몰려오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었기에 한층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느껴졌다.

“데모닉. 지금 이것보다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겠나.”

달그락── 달그락──

“데모닉님께서 아직까지는 문제없다고 하십니다.”

데모닉이 하는 말을 데킬라가 곧바로 해석해준다.

“다행이군. 데모닉. 지금부터 대형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은 너와 엘라 둘이서 한다. 그리고 데킬라. 너는 최대한 마나와 체력을 아껴가며 최대한 끝까지 이 대형을 유지한다. 할 수 있겠나.”

“……네. 할 수 있습니다.”

“알겠다.”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데킬라의 마나를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만약 갑작스레 그녀의 소환수들이 역소환이 된다면 주변의 언데드들에게 둘러싸이는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레고리님! 전방 180M! 고위종 언데드인 팜킨 리퍼 두 마리가 접근 중이에요!”

엘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팜킨 리퍼, 또 다른 이름으로는 호박 수확자라 불리는 언데드는 다른 언데드들을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체로 호박 머리에 거대한 낫을 들고 다니는 허수아비 모양의 언데드들이였다.

등급을 따지자면 별 두 개에서 세 개 사이 정도? 게임에서 잘 큰 3성 캐릭터가 있으면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이곳에서는 마을 하나 정도는 쉽게 괴멸시킬 수 있는 괴물 같은 녀석이었다.

“로제, 내가 먼저 달려가서 녀석들을 처리하고 있을 테니 혼자서 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겠나.”

“네! 충분해요!”

“그럼, 부탁하지.”

지금의 진형을 지키며 녀석들과 싸우는 것이란 판단이 듦과 동시에 곧바로 진형을 이탈하며 곧바로 녀석들이 있다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간다.

전방을 향해 달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빨간 머리에서 주황빛 불을 내뿜고 있는 팜킨 리퍼 2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스킬 : 동화)를 발동합니다.]

[(스킬 : 날개 펼치기)를 발동합니다.]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핼러윈이 만들어낸 어둠에 몸을 숨기고 날아오른 나는 곧바로 녀석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며 지금 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 바퀴벌레 킥)을 발동합니다.]

“바퀴벌레…… 킥!”

아무런 전조도 없이 등장하자마자 공격을 날린 덕분에 팜킨 리퍼 중 한 명의 머리가 으깨지며 그대로 털썩 땅에 쓰러지고 만다.

곧바로 다른 녀석이 낫을 치켜들며 내게 반격하려 했지만, 녀석의 동작보다 내가 더 빨랐다.

[(스킬 : 화염 인챈트)를 발동합니다.]

[(특성 : 탐)을 발동합니다.]

곧바로 오른손에 검은 불꽃을 두르며 녀석의 머리를 향해 내지르자 녀석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빛이 내 불꽃에 잠식당하며 폭발한 것이었다.

이 모든 동작이 바퀴벌레 킥을 날린 이후, 단 3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역시 안으로 들어갈수록 엘리트 몹이 나오는 건가. 귀찮아지겠군.”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곧바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진형에 합류했다.

“그레고리님? 금방 오셨네요?”

너무나도 빨리 돌아온 내 모습에 오히려 당황하는 로제. 그 뒤에서 활시위를 당기던 엘라 역시 꽤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레고리다. 당연한 것 아닌가.”

오랜만에 하는 ‘나는 그레고리다.’ 전법.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가 복잡해 그냥 이렇게 말했음에도 로제는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맞아요. 그레고리님이시죠.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는 최강의 악마……!”

“……그건 너무 나가지 않나 싶은데.”

로제와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 뒤에서 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팜킨 리퍼가 2마리는 있었는데, 그걸 벌써 처리하고 오셨다구요?”

“생각보다 별거 아닌 녀석들이었다. 기습으로 한 녀석을 처리하고 곧바로 다른 녀석이 공격하기 전에 끝내버렸지. 암습의 결과다.”

실제로, 얼마 가지 않아 호박 머리가 으깨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팜킨 리퍼의 모습을 본 엘라는 터무니없다는 듯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진짜 언니가 유글리아가의 최고 전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다른 녀석들. 로제와 데킬라는 이미 내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긴장을 풀지 말도록.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강한 녀석들이 몰려올 거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 진형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속도를 좀 더 높이지. 이곳에 오래 있어봤자 좋을 건 없을 거다.”

“네!”

아직 반도 오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이 정도의 난이도라니.

걱정되는 마음의 한 편으로, 왠지 모를 게이머의 기대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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