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37화 (137/169)

〈 137화 〉 델리니아 ­ 핼러윈 5

* * *

“──────!!!”

시체 수집가가 괴성을 내지르며 이곳을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모습에 반응한 것인지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언데드들.

“로제, 데킬라. 아카데미에서 대련을 할 때 교관이 강조하던 게 뭐였지.”

“네? 갑자기요? 어어…….”

“예, 소환사가 소환수만 믿고 있을 경우, 방어가 취약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데킬라에게서 나온 정답.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며 녀석들의 뒤에 버티고 있는 나베리우스의 추종자를 바라보았다.

“로제와 엘라. 너희 둘은 저 녀석을 상대할 수 있겠나. 나와 데킬라, 데모닉은 저 녀석들을 막고 있으마.”

“저와 언니 둘이서 말인가요?”

“그래, 로제도 4서클의 소환사이자 마르바스의 제자라고 할 수 있으니 두 사람이라면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언데드 무리를 바라본다.

“저 녀석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나.”

검은 늪으로 소환된 바퀴들이 언데드들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녀석들의 몸에 난 상처 사이, 뼈마디, 눈구멍 등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곳으로 들어가라고 명령을 해놓은 상황.

대부분의 바퀴가 자리를 잡았음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특성을 발동했다.

“탐.”

동시에 녀석들이 있는 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바퀴벌레들에게 탐이 인챈트 되며 언데드들 몸 곳곳에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이건?”

진심을 내는 내 모습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엘라.

“뭐하나. 계속 구경하고 있을 셈인가.”

“네? 그, 그게──”

“엘라는 제가 챙길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 언니!”

엘라의 팔을 잡아 이끄는 로제, 언데드들이 탐에 의해 혼란에 휩싸인 틈을 타 나무들의 밑으로 녀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별일은 없겠지.”

만약을 대비해 마르바스가 ‘그것’까지 빌려줬는데, 설마 위험할 리가.

“그러면 데킬라. 데모닉. 준비는 됐나.”

다시 시선을 언데드들에게 향하며 내 옆에 나란히 선 데모닉과 데킬라에게 묻는다.

달그락── 달그락──

“데모닉님께서 네 녀석의 명령을 따르는 건 조금 불쾌하지만, 병법과 전략에 능한 것 같으니 따르겠다. 라고 하십니다. 저 역시 따르겠습니다.”

데모닉한테 츤데레 속성이 붙어있었던가. 아무튼, 따른다고 했으니 상관없겠지.

서서히 불길이 꺼지고 있는 언데드 무리를 바라본다. 내 마나가 서서히 고갈되며 바퀴들에게 인챈트 되었던 탐이 해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내 비장의 수가 먹힌 탓일까. 처음 등장 했을 때에 비하면 선두에 선 언데드들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저 정도 숫자라면 생각보다 쉽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그래, 저 정도 숫자라면 그렇겠지. 그런데, 저기서 끝이 아닌 것 같군.”

자신의 앞에 쓰러진 언데드들을 흡수하며 몸을 점점 부풀리는 시체 수집가와 지금껏 그 뒤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언데드들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시작이었다는 거겠지.”

“……쉽지 않겠군요.”

“그래도 승리한다면 그만큼 달콤한 결실을 보겠지.”

마력은 순조롭게 차오르고 있다. 이 정도라면 육탄전을 하기 충분했기에 녀석들을 노려보며 각오를 다졌다.

“시체 수집가를 먼저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언데드들을 쓰러뜨려도 녀석은 점점 몸집을 불릴 거다. 그러니 가장 먼저 녀석을 쓰러뜨려야겠지.”

아마 녀석을 무시하고 다른 녀석들을 모두 상대했다간 정말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진 시체 수집가를 상대하게 될지도 몰랐다.

“나와 데모닉이 시체 수집가를 먼저 쓰러뜨리겠다. 데킬라 너는 뒤에서 데모닉의 버프 및 지원을 부탁하마.”

“예, 알겠습니다.”

“좋다. 그럼……. 데모닉. 가자.”

달그락── 달그락──

과거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했었던 소환수와 함께하는 전투라니.

재미있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언니, 저희 둘이서 정말 괜찮겠어요? 상대는 대악마를 섬기는 네크로멘서인데, 그것도 저런 물량을 다루고도 먼저 달려 나간 그레고리님으로부터도 멀쩡했던 놈이에요.”

녀석이 있던 곳을 바라보며 달리는 로제의 뒤로, 엘라가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언니는 검사나 마법사가 아니라 소환사잖아요? 이게…… 정말 되는 거예요?”

“──엘라.”

그런 엘라를 향해, 로제가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네?”

“우리가 얼마 전까지 어떤 적이랑 싸우고 왔는지 알아? 우린 이곳에 오기 전에 신성교단과 싸웠고 그 ‘타락 천사’인 사마엘과도 싸웠어. 그리고 그건 다 그레고리님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지.”

“사마엘이라니……. 아카데미에서 대체 어떤 생활을 해오신 거예요?”

“그냥……. 적당히? 아무튼! 내 말의 요지는 그냥…… 그레고리님을 믿으라는 거야. 그레고리님께서 된다고 했던 건 전부 됐었으니까. 알겠지?”

“……언니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헤헤. 믿어줘서 고마워.”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 로제, 그녀는 이내 그레고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는 검은 불꽃을 확인한 뒤 각오 다진 목소리로 외쳤다.

“자, 그럼 저쪽도 시작한 거 같으니까 우리도 시작해보자!”

“……네!”

“우리, 8살 때 기억나? 첫 사냥을 나갔을 때.”

“제가 7살 때 말인가요? 언니랑 제가 처음으로 활을 잡은 날이었죠.”

“그때 우리의 사냥감은 니들 보어였지. 멀리서 가시만 흩뿌리고 도망가는, 잡기 곤란한 녀석이었지.”

“……설마, 그때처럼 하자는 건가요?”

“그렇지! 지금 저 녀석이 하고 있는 짓이 니들 보어와 같으니까.”

멀리서 가시만 날리고 몸을 사리며 도망치려는 동물. 그게 바로 로제의 눈에 비친 추종자의 모습이었다.

“좋아요. 그렇게 해봐요. 그럼, 그때의 포지션도 그대로인 거죠?”

“물론.”

“그럼 저만 엄청나게 고생하는 거잖아요!”

“하하! 꼬우면 다음 생에는 언니로 태어나든가!”

“대체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워와서는…… 에잇! 알겠어요! 그럼 그때처럼 해봐요!”

그렇게 외치고는 활시위를 당기는 엘라. 동시에 로제는 몸을 숙이며 엘라의 오른편으로 빠진다.

“진짜……! 언니만 아니었어도!”

바람의 힘을 이용. 그대로 공중으로 높이 치솟은 엘라가 추종자의 모습을 확인한다. 이미 말라비틀어진 고목의 아래에서 가부좌를 틀고 무언가를 열심히 외고 있는 녀석.

엘라는 나뭇가지 위에 사뿐하게 착지한 뒤 녀석을 향해 활시위를 놓았다.

화살이 활을 떠나 녀석에게 당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초.

반응하기 짧은 시간임에도 녀석이 눈을 부릅뜸과 동시에 저번과 같이 화살이 허공에서 막힌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두 번째 화살이 같은 경로로 날아온다.

같은 자리에 실드가 또 있지는 않을 거란 엘라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이 적중했다는 듯. 녀석이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굴리며 두 번째 화살을 피해냈다.

“……이 망할 귀쟁이년들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화살이 날아온 엘라의 방향을 노려본다.

“거기 있었구나. 망할 년……!”

곧바로 표정을 찡그리며 손에 든 스태프를 엘라를 향해 뻗은 녀석이 곧바로 보랏빛 화염구를 엘라를 향해 쏘아낸다.

“두 번 당하진 않아요…!”

앞을 향해 발을 내디딘 엘라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녀석의 공격을 피하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계속해서 녀석을 향해 날리는 화살.

바람의 정령이 역소환 되었기에 본래 쏘던 화살보다는 느렸지만, 수년간 숲을 뛰어다니며 활을 사용했던 엘라의 솜씨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화살에 실드로 격추시키는 것은 마나 소모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신의 앞에 네 구의 좀비를 형성하는 녀석.

좀비들을 방패로 엘라의 공격을 방어한 녀석은 서서히 엘라가 다가오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엘라가 있는 곳을 향해 계속해서 마법을 발사했다.

───!!!

방금까지 자신이 올라가 있던 나무가 불타오르자 표정을 찌푸리는 엘라.

“숲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절대 용서하지 못해요……!”

입술을 깨문 엘라가 녀석을 향해 다음 활시위를 당길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활에 마나를 불어넣어 바람의 가호를 담는 엘라.

정령이 있었다면 쏘아내는 족족 자동으로 됐었겠지만 지금은 혼자였기에 시간을 조금 들여 바람의 가호를 불어넣는다.

타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주변의 바람을 휘감으며 추종자의 주변에 있는 좀비를 향해 날아간다.

그대로 좀비의 목을 관통하고 안으로 들어서는 화살.

순간적으로 모든 좀비들이 멈칫한 것을 확인한 엘라는 자신의 화살이 녀석에게 맞았음을 확신했다.

좀비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그곳에서 어깨에 화살을 맞은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금까지와는 다르게, 와락 표정을 구기고 있는 녀석.

“네년을!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엘라가 싱긋 웃었다.

“그쪽 목숨이나 걱정하시죠. 악마의 추종자!”

“이 몸 강림!”

녀석이 올라가 있는 언덕의 아래 수풀에서 로제가 엄청난 속도로 튀어나오며 녀석을 향해 달려든다.

“무, 무슨──!”

“그레고리류의 사범 로제! 파이어 그레고리 펀치!”

당황하는 녀석을 향해 불꽃을 휘감은 주먹을 날리는 로제.

그러자 녀석의 옆에 있던 좀비 두 마리가 추종자를 대신하여 로제의 ‘파이어 그레고리 펀치’를 대신해 맞는다.

“이 망할 년이!”

그대로 표적을 엘라에서 로제로 바꾸는 녀석. 이미 직격 1m가 넘어간 화염구였기에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로제는 자신의 불굴을 양손으로 짚으며 머리 위로 크게 들었다.

“마법을 베는 건 마르바스님께 배웠거든요!”

그야말로 깔끔한 내려치기. 화염구를 반으로 갈라내며 앞으로 뛰어든 로제는 곧바로 녀석의 심장을 향해 자신의 검. 불굴을 내지른다.

“다른 사람들까지 고생시키지 말고 그냥 여기서 뒤지세요!”

“웃기지 마라. 망할 년! 뼈의 벽(Bone wall)!”

땅을 구르며 자신의 앞에 그레고리 때와 같이 뼈의 벽을 형성하는 추종자.

로제의 검에 뼈의 벽들이 흩날림과 동시에 로제가 다시 한번 앞을 향해 발을 구르며, 있는 힘껏 발을 내지른다.

“로제 킥!”

그야말로 변칙적인 공격에 당황한 녀석이 자신의 몸에 실드를 형성했지만, 미처 완성되지 못한 실드는 로제 킥에 의해 으스러지며 녀석의 몸이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한 사람이 주의를 끄는 동시에 다른 한 사람이 몰래 습격한다. 당신 같은 겁쟁이들에겐 무조건 통하는 전략이죠!”

꼴사나운 모습으로 뒤로 날아가 버린 녀석을 향해 로제가 외친다.

그 사이에 로제의 옆으로 합류하는 엘라.

“와……. 언니, 진짜 강해지셨네요…….”

“이제야 이 언니의 위대함을 알겠어? 앞으로 잘하라구! 로제 킥의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으면.”

“……그런 이름을 가진 기술에 당하기는 싫은데요.”

엘라는 그렇게 말하며 아직 전투를 벌이고 있는 그레고리 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피와 살이 솟구치고 있는 전장. 그곳의 전투를 끝내기 위해선 역시 이곳에서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언니, 끝내죠.”

“응!”

과거 유글리아와 주변 가문의 자제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유글리아 자매 듀오.

두 사람이 오랜만에 진심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