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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38화 (138/169)

〈 138화 〉 델리니아 ­ 헬러윈 6

* * *

로제와 엘라가 달려간 방향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온다.

아무래도 저쪽도 전투를 시작한 모양. 중간중간에 '파이어 그레고리……!' 라는 외침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지만, 우선은 무시하기로 했다.

이쪽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데모닉! 위다!"

달그락──! 달그락──!

시체 수집가가 입을 벌리며 괴성을 내지르자 입 안에서 반쯤 녹아있는 좀비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재빨리 좀비들을 피해 시체 수집가의 옆구리에 칼을 박아넣으며 자리를 피한 데모닉이 곧장 등산을 타는 것처럼 칼을 박아넣으며 시체 수집가의 머리 위로 올라선다.

그리고 정수리를 향해 있는 힘껏 칼을 내려찍는 데모닉. 하지만, 시체 수집가는 쓰러지기는커녕 괴롭다는 듯 더욱 몸부림을 칠 뿐이었다.

"녀석에게는 뇌가 없다. 녀석의 중심이 되는 '본체'. 핵을 찾아야 한다."

시체 수집가의 복부에 있는 좀비가 팔을 뻗어오며 나를 할퀴려 들지만 평범한 좀비 따위가 휘두르는 손톱 따위는 내 갑피에 흔적조차 남길 수 없었다.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은 압도적인 질량으로 밀어붙이는 공격뿐. 그나마, 지금까지 공격한 것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듯 시체 수집가의 크기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뭐라는 거냐!"

정신없이 시체 수집가를 썰고 있는 와중 나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턱뼈를 달그락거리고 있는 데모닉. 이에 아래서 열심히 언데드들의 머리를 수확하고 있던 데킬라가 이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냐고 묻고 계십니다!"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칼질이나 좀 더 빠르게 해라!"

달그락──! 달그락──!

"이미 내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안보이냐라고 말씀하십니다!"

"손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보란 말이냐!"

달그락──! 달그락──!

"맞는 말이라고 하십니다!"

데모닉이 말장난도 할 줄 알고. 데킬라와 다니며 성격이 많이 변한 모양이었다.

마침내, 시체 수집가의 크기가 6m 정도로 바뀌었을 때쯤. 나는 아래에 있는 데킬라와 아직도 열심히 칼을 휘두르는 데모닉을 향해 외쳤다.

"다들 떨어져!"

비록 크기가 줄었다 하더라도 이곳저곳을 찌르며 시체 수집가의 핵을 찾는 것은 사실 비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시체 수집가 채로 날려버리는 방법이 있었다.

육상 스퍼트 자세를 잡으며 눈앞의 시체 수집가를 바라본다.

비록, 내게 있는 스킬은 아니지만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가장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기술.

육상선수들이 트랙을 출발하기 전 취하는 스퍼트 자세를 잡은 뒤 고개를 들어 눈앞의 시체 수집가를 바라본다.

“통째로 날려주마.”

온몸에 탐을 입힌 화염 인챈트를 부여하자 눈앞에 새까만 불길이 솟아오른다.

그야말로 하나의 흑염룡. 아니, 흑염 바퀴가 된 나는 그대로 발을 내디디며 외쳤다.

“전진무의탁(??無??)”

파괴력에서만큼은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

마나로 억지로 성장시킨 다리의 근육이 부풀며 우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갑피가 부서지며 내 몸이 앞으로 쏘여져 나갔다.

들리는 소리 따윈 없었다. 마치 우주 속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 그런 감각을 약 3초 정도 느꼈다고 생각했을 때.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뒤에서부터 살덩어리들의 파편이 터져 나왔다.

“……이건.”

고개를 돌리자 눈 앞에 펼쳐진 처참한 풍경. 방금까지만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시체 수집가는 온데간데없어져 있었고 도랑을 파놓은 듯한 크레이터와 시체 수집가였던 파편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특성 : 지독한 생명력)이 발동합니다.]

[지능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재생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군.”

진심으로 사용했을 뿐인데 생명의 위협이 찾아올 정도였다.

항상 이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헤라클레스는 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악마인 거지?

달그락──! 달그락──!

“……데모닉님께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고 물으십니다. 저 역시…… 이게 대체…….”

폭발의 여파로 날아갔던 것일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데킬라와 데모닉.

다리가 걸을 정도로 회복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했다만……. 내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던 모양이다.”

“……설마, 그런 공격을 연속으로 사용하실 수 있는 겁니까?”

“그럴 리가 있겠나. 나도 한 번 사용하는 게 고작인 기술이다. 어중간한 이가 사용하려고 한다면…… 아마 죽을 거다.”

지금도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끊임없이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

벌레형 악마의 단단한 갑피와 마력을 몸에 돌게 해 신체를 강화하고 탐으로 몸을 둘렀음에도 이 정도의 반동이니, 아마 무조건 죽지 않을까.

“다른 녀석들은 어떻지?”

“일단 달라붙는 것들은 모두 쳐내고 있습니다만…….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계속해서 밀려오는 언데드들. 대체 얼마나 많은 언데드들을 끌고 온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이대로면 끝이 없겠군. 아무래도 로제를 도와 술사를 잡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예, 술사가 사라지면 그 아래 언데드들 역시 사라지거나 흩어질 겁니다.”

“데모닉, 데킬라. 너희는 여기서 언데드들을 계속 처리할 수 있도록. 로제와 엘라를 도와 빠르게 술사를 처리하고 오마.”

“알겠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반동으로 인해 손상된 몸이 날아오를 정도로 회복된 것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날개를 펼치며 로제와 엘라가 있을 방향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레고리 펀치! 그레고리 펀치! 파이어 그레고리 펀치!”

왼손에 불꽃을 두르고 추종자를 열심히 주먹을 날리고 있는 로제. 추종자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을 사용해가며 로제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지만 계속되는 엘라의 추가타에 조금씩 상처를 입고 있었다.

“망할 엘프들! 더 이상 귀찮게 굴지 마라!”

못 참겠다는 듯, 녀석이 고개를 치켜들며 자신의 양 손뼉을 치자 보랏빛 파동이 퍼져나오며 로제의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가고 만다.

“언니!”

뒤로 날아가는 로제를 몸을 던져 받는 엘라. 덕분에 안전하게 착지한 로제가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녀석을 노려본다.

“야! 그냥 곱게 처맞아!”

“네년이라면 처맞고 있겠나!”

로제를 향해 그렇게 소리친 녀석이 내가 날아온 방향을 살핀다.

“시체 수집가도 쓰러진 것 같고. 우선은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지.”

녀석은 승기가 이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판단한 것인지 도망칠 준비를 하려고 하는 게 보인다.

멍청한 놈.

“네가 물러날 곳은 지옥이다.”

녀석에게 접근하며 사용했던 스킬. 동화를 해제함과 동시에 녀석의 심장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

“커억─!”

가슴이 관통됨과 동시에 피를 뿜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녀석.

“어, 어떻게……! 분명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내가 숨는 건 잘해서 말이지.”

녀석의 가슴에서 손을 뽑아내자 뭉개진 심장과 함께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꺼으윽──!”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자리에 주저앉은 녀석이 텅 비어버린 가슴께에 손을 얹고 마나를 부어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버둥 쳐봐야 네가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 것일까. 녀석의 의미 없는 발버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녀석이 웃기 시작했다.

“멍청한 녀석들……. 크흐흐흑! 멍청한 녀석들. 정말로 네 녀석들이 이긴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곧 뒤져가는 놈이 말도 많군. 가슴에 구멍도 뚫린 주제에 네가 이긴 거라고 생각하나? 뒈질 거면 빨리 뒈져서 나베리우스에게 전해라. 다음 차례는 네 녀석이라고.”

“네 녀석이 대체 뭐길래 나베리우스님을 그렇게 함부로──!”

탐을 휘감은 발로 녀석의 머리를 짓이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레고리 존스. 마계의 대공이자 마계 지하의 지배자. 그리고…… 아몬의 목을 취할 자다.”

동시에, 녀석의 몸이 순식간에 백골화되기 시작하더니 검게 물들며 가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어? 그, 그레고리님! 시체가 순식간에 사라지는데요?”

갑작스러운 녀석의 변화에 당황하며 내게 다가오는 로제.

“영혼을 팔아넘긴 자의 말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자신이 영혼을 바친 주인. 나베리우스에게로 영혼이 향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악마에게 영혼을 바치며 힘을 얻은 대부분의 네크로멘서들은 이러한 최후를 맞게 되리라.

“그러면 전부 끝난 건가요?”

로제를 받느라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엘라가 몸을 일으키며 내게 묻는다.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니 언데드들의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던 숲이 조용해졌음을 깨달았다.

“그런 거 같군. 술자가 죽었으니 녀석이 소환한 언데드들이 사라진 거겠지.”

실제로, 그 말을 꺼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데킬라와 데모닉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언데드들이 전부 산화했기에 합류했습니다. 역시…… 성공하신 거군요.”

가루가 되어버린 추종자의 시체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데킬라.

“그래, 이걸로 눈앞에 닥친 위협은 처리했군. 다만…… 녀석이 사라지기 전에 했던 이야기가 걸리는데…….”

“저희가 정말 이겼다고 생각하냐 물은 거요? 그냥 죽기 전에 발악 아닐까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야기하는 로제.

“그래, 그런 거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주변의 언데드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릴리의 묘소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리는 여기서 쉬기보다는 릴리의 묘소에 도착한 다음 쉬기로 했다.

대륙을 지킨 영웅의 묘소인 만큼 참배를 하러 오는 인물이 많았기에 휴식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는 엘라의 말 때문이었다.

그렇게……. 원래라면 무사히 묘소에 도착을 해야 했는데…….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생긴 걸 보면 내 후손들인 걸까요? 손녀? 증손녀? 대답해줄래요?”

어째서, 이미 죽어있어야 할 그녀가 묘소의 앞에 서 있는 걸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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