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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45화 (145/169)

〈 145화 〉 델리니아 ­ 마무리

* * *

릴리의 유골함을 본래의 묘소로 가져다 놓은 뒤 밖으로 나왔을 때, 주변을 덮고 있던 핼러윈의 잔재는 거짓말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오랜만에 뵈었음에도 여전히 바쁘시군요.”

내 부름에 응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던 실비. 지금껏 묵묵히 서 있던 그녀가 입을 열기에 확인해보니 곧 돌아갈 시간이 된 듯했다.

“오랜만에 부르자마자 이런 일을 시켜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그레고리님의 호출이라면 지옥불이라도 환영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충직하다.

“아, 그러고 보니 최근에 헤라클레스를 만났다.”

“……그 근육 바보 말씀이십니까? 아직까지 안 죽고 잘 살아있던 모양이군요.”

“……뭐, 본인의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더군. 네가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 근육 바보의 근황은 별로 안 궁금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오로지 그레고리님에 대한 것뿐이니까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이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실비의 몸이 점점 옅어지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스킬 : 권속 소환]의 시간이 다 된 것이었다.

“예. 그래도 다음 만남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군요.”

“……그렇지.”

이번 전투를 통해 로제는 깨달음을 얻어 5 서클이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5성에 오르는 데 성공. 마침내 마계에 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럼, 다음 만남은 마계에서 뵙길 고대하며,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안녕히.”

그래도 마지막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는 실비. 그녀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그레고리님! 어라? 거미 언니는요?”

묘소에서 막 나온 로제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게 물었다.

“방금 막 돌아간 참이다.”

“네엑?! 아아……. 이번에 은혜를 입어서 감사의 말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실비가 돌아갔다는 말에 아쉬워하며 입술을 삐쭉 내미는 로제.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나도 5성이 되었고 마계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으니 조만간 만날 수 있겠지.”

“……그럴까요?”

“그래, 분명.”

묘소의 정리를 모두 마친 일행들이 밖으로 나온 뒤 우리는 로제와 엘라의 집이 있는 유글리아의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는 길에 들른 마을에서 우리의 몰골을 본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잔뜩 피곤함에 찌든 우리에게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엄마아아아~~~!”

저택의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민트에게 목놓아 소리치며 안기는 로제.

오는 길에 엘라의 도움을 받아 한 차례 몸을 씻어냈음에도 우리의 모습은 패잔병 그 자체였기에, 민트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든 로제를 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고생이 많았나 보구나. 그 핼러윈을 뚫고 갔으니…….”

“응! 막, 갑자기 고조할머니가 부활하고! 고조할머니한테 드래곤 브레스도 쓰고! 힘들었어요오.”

“응?”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민트.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 들어가서 해도 되겠나.”

“아, 네. 사용인들에게 목욕물을 받아놓으라고 했으니 우선 푹 쉬시지요.”

“고맙다. 민트 폰 유글리아.”

“네, 저는…… 하.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조할머니는 무슨 이야기고 드래곤 브레스는 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로제, 너도 빨리 가서 씻고 오렴.”

“히잉.”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 뒤 가볍게 목욕을 마친 우리는 각자 샤워를 마친 뒤 곧바로 응접실에 모이기로 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로제와 엘라를 제외한 대부분이 도착한 상태였고, 나보다 먼저 도착해 있던 마르바스는 어째서인지 발렌타인 노스텔과 진중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뒤이어 들어오는 로제와 엘라. 로제에게서 나는 향을 맡아보니 또 어디서 담배를 피우고 온 모양이었다.

“어라? 우리가 마지막이네요?”

“언니가 담배 피우고 가게 기다려달라고 해서 그런 거잖아요!”

“헤헤헤. 아, 그렇지. 묘소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하려고 모두 모인 거였죠?”

손뼉을 치고는 헤실헤실 웃는 로제의 모습에 민트가 한숨을 내뱉는다.

“그래, 고조할머니는 대체 무슨 말이고 드래곤 브레스는 무슨 소리니?”

“아, 그게 말이죠…….”

자리에 앉은 로제는 지금껏 묘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베리우스의 추종자들을 마주친 일, 그 과정에서 릴리의 묘소를 노리는 무리가 있었다는 걸 파악한 일. 릴리의 부활과 그녀를 향해 드래곤 브레스를 내뱉었던 일까지.

“잠깐만, 진짜로 드래곤 브레스를 쐈다는 거니? 네가?”

“넹. 진짜 입으로 쏜 건 아니고 지팡이로 쐈어요. 제가 입으로 쏘면 로제 브레스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런데 대체 그런 걸 어디서 배워왔냐는 게 중요한 거란다.”

“아카데미에서 배웠는데요?”

“……응? 요즘 아카데미에선 드래곤 브레스도 가르치니?”

“가르쳐주던데요?”

“……진짜?”

그렇게 말하니 오해하지. 나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카데미 부총장이 드래곤이다. 로제가 특이체질이라 배울 수 있었다더군.”

“아, 그런 거군요.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 했어야지. 요 녀석!”

“으아앗! 엄마! 귀! 귀! 귀 아파요!”

다시 이어가는 설명. 그리고 마침내 베릴을 쓰러뜨리고 릴리를 본래의 묘소에 돌려놨다는 것을 끝으로 로제는 이야기를 마쳤다.

“……설마 경비가 허술해지는 핼러윈의 시기에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우리가 너무 안일했구나.”

모든 이야기를 듣고는 침음하는 발렌타인.

“여보, 릴리님의 묘소에 대한 경비를 강화해야겠어요.”

“그래야겠구려. 조만간 델리니아 회의에 안건을 올리겠소.”

“네, 여보.”

다행히 델리니아 측에서 조치한다는 모양. 이것으로 나베리우스의 추종자들이 릴리의 묘소를 쉽게 노릴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럼, 아카데미에는 언제 돌아갈 생각이니?”

“네? 어…… 내일이 수업이니까 아마 곧바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갑자기 말이니?”

“마르바스님도 오셨는데, 많이 아쉽구나.”

“허허, 내 소환사의 본가가 아닌가? 아카데미가 방학하게 된다면 다시 오게 될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발렌타인의 아쉬움 섞인 말에 마르바스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예, 제 딸아이의 소환수가 그 마르바스님이라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군요.”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두 부부의 마중을 받으며 저택의 밖으로 나왔다.

“이 많은 분들이 저것 하나만 타고 간다고?”

“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소환수 분들은 심상공간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마음만 같아선 그리폰을 빌려주고 싶지만, 그러면 늦겠지?”

“헤헤. 네.”

아무리 그리폰이 탈것 중에서도 비룡과 비견된다고 하더라도 나이트메어와 비교될만한 급은 아니었다.

그리폰이 슈퍼카라면 나이트메어는 하이퍼카였으니까.

“참, 가기 전에 이것도 챙겨가렴. 슬슬 떨어질 때가 됐지?”

지금 생각났다는 듯 주머니에서 곱게 포장된 비단 주머니를 로제에게 건네는 민트.

“와! 담뱃잎!”

“아카데미에 가서도 사고 치지 말고, 밥 꼬박꼬박 챙겨 먹고, 그레고리님이랑 마르바스님 말 잘 들어야 한다?”

“네! 잘 들을게요. 엘라랑 아빠도 안녕!”

각자 마무리로 이별 인사를 나눈 뒤 원활하게 움직이기 위해 소환수들은 모두 심상 공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데모닉이 4성에 오르며 크기가 커져 버린 탓이었다.

다만, 데킬라와 로제. 단둘만 나이트메어를 조종하고 가는 건 조금 불안했기에 바퀴폼으로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내가 로제의 케이프 목깃에 붙어 가기로 했다.

“자, 그레고리님! 슬슬 출발해요!”

나이트메어 위에 올라탄 로제가 자신의 목깃을 가리키며 외쳤다.

“으음…….”

파르릇. 소리를 내며 그대로 로제를 향해 날아든 뒤 어깨에 안착한 뒤 낑낑거리며 로제의 목깃에 달라붙는다.

평소라면 징그럽다고 난리를 떨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로제.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모습을 하고 있을 때면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로제.”

“넹?”

“이 모습일 때는 별로 징그럽지 않은 거냐?”

“네! 뭐랄까. 제가 어릴 때 그린 낙서 같아서 괜찮아요!”

“……낙서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나라도 상처받는데. 뭐, 크기를 줄이기 위해 온갖 페널티를 잔뜩 머금었으니 이런 형태를 하는 게 최선이었지만.

“자, 그럼 출발 할게요! 데킬라! 꽉 잡아요!”

“부탁드립니다. 로제.”

로제와 데킬라. 그리고 나를 태운 나이트메어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앞으로 이대로 몇 시간만 가면 원래 우리가 있던 아카데미에 도착할 터. 그때까지는 별로 할 것도 없기에, 나는 지금껏 보지 않았던 5성 상태의 내 상태창을 켜 보았다.

“상태창.”

[마계의 대공, 그레고리 존스]

[★★★★★☆☆☆☆☆]

[특성]

1. 귀족

2. 지독한 생명력

3. 탐(?)

4. 마계 이동

[스킬 목록]

1. 변신 (Lv.Master)

2. 날개 펼치기(Lv.Master)

3. 폭발적인 속도(Lv.7)

4. 바퀴벌레 킥(Lv.5)

5. 검은 늪 (Lv.4)

6. 후각 상승 (Lv.3)

7. 화염 인챈트 (Lv.3)

8. 동화(?化) (Lv.3)

9. 공포 연소 (Lv. 2)

10. 권속 소환 (Lv.1)

“호오.”

상태창이 무척이나 크게 변해있었다.

별은 5성이 되었으며 [마계 이동]이라는 특성이 생긴 것은 물론, 날개 펼치기는 마스터, 다른 스킬들의 레벨은 크게 상승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이 간 것은 새로 생긴 스킬. [권속 소환]이었다.

[스킬 : 권속 소환]

[설명 : 마계의 대공이자 여러 권속을 부렸던 그레고리 존스의 스킬입니다. 자신에게 소속된 권속 중 한 명을 상호동의하에 소환할 수 있으며 지속시간과 불러올 수 있는 슬롯은 스킬 레벨에 비례합니다.]

내게 소속된 권속들을 소환할 수 있다니……. 생각보다 강력한 스킬이었다. 실비를 소환할 정도의 코스트가 1레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중에는 어마무시한 군세도 소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군세를 소환할 상황이 오지 않는 게 베스트지만…….

부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며 나는 상태창을 닫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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