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46화 (146/169)

〈 146화 〉 소환사 아카데미 ­ 복귀

* * *

“피곤해에에에…….”

아카데미의 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추욱 늘어뜨리며 지친 목소리를 내는 로제. 재빨리 변신을 해체하며 그녀를 등으로 받아낸다.

“헤헤……. 그레고리님 최고.”

그대로 내 등에 안긴 녀석이 헤실헤실 웃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마르바스, 그대는 어떻게 할 텐가.”

아카데미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안 마르바스는 심상공간에서 나와 한차례 기지개를 켜고는 자신의 옆에 있는 나이트메어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이 녀석을 파이몬에게 돌려주고 올 생각이네.”

“그런가.”

뭐, 워낙 똘똘한 녀석이기에 그냥 두어도 스스로 갈 수 있었을 테지만, 마르바스는 파이몬을 만나러 갈 이유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굳이 가려는 이유라면 분명……. 릴리를 만났던 이야기를 하러 가는 거겠지.

“알겠다. 그럼 내일 아카데미에서 보지.”

“……그러세나. 하, 오늘 있었던 일을 부총장에게 말하면 난리가 나겠군.”

한숨을 내뱉으며 나이트메어의 등에 올라타는 마르바스. 그대로 그는 나이트메어와 함께 서머니아가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자, 그럼 우리도 가도록 하지.”

반동을 주어 로제의 몸을 위로 끌어올린 뒤 뒤쪽에 가만히 서 있는 데킬라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데모닉 녀석은 나오지 않는 건가?”

아카데미에 도착했음에도 여전히 심상공간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데모닉. 이에 데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일전에 힘을 너무 써버리신 탓에 안에서 요양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들어가자.”

“예.”

지금 시간은 오후 8시경. 다행히 정문이 열려있을 시각이었기에 우리는 나란히 정문을 지나쳐 아카데미의 안으로 들어섰다.

“이 늦은 시간에 이렇게 이쁜 아가씨들을 끼고 누가 들어오나 했더니, 그레고리 공이었구려.”

마침 정문의 근처에서 낙엽을 쓸고 있던 워커 스카이 블루가 기숙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바라보고는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든다.

“워커인가.”

“허허, 그래. 우리 로제 아가씨네 댁은 잘 다녀왔나?”

“……어떻게든 잘 다녀왔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먼. 그런데…… 호오? 그 짧은 시간 동안 성장한 게로군.”

보는 것만으로 우리의 경지가 상승했다는 걸 알아챈 워커가 껄껄 웃기 시작한다.

“축하하네, 내 이렇게 살면서 이 한 학기 만에 5 서클과 5성에 오른 소환수는 난생 처음 보는구먼. 하하하!”

“으므으음믐므…….”

워커의 웃음소리가 시끄러웠던 것일까? 그새 잠든 로제가 몸을 뒤척이자 워커가 ‘이크!’ 소리를 내며 놀란다.

“이거, 실수할뻔했구먼. 그래, 세 사람 모두 조심히 들어가게나.”

“고맙다. 워커.”

“별말씀을.”

그렇게 워커를 지나쳐 여자 기숙사에 도착. 마침 1층에 엘리베이터가 있었기에 나와 데킬라는 그리 기다리지 않고 곧장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었다.

우우웅…….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레고리님.”

“음?”

“……정말 감사합니다.”

느닷없이 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데킬라.

“그레고리님 덕에 데모닉님의 오랜 염원을 풀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여정 속에서 저희를 원망해주지 않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아, 이번 원정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

아무래도 그녀는 이번에 있었던 일들로 인해 나와 로제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 역시 좋다고 가지 않았나. 덕분에 로제의 가족도 만날 수 있었고 릴리와 만날 수도 있었지. 오히려 이런 귀한 기회를 제공해 준 너희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다.”

“……네?”

내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드는 데킬라. 그녀의 눈은 평소보다도 더 커져 있었다.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푹 쉬라는 이야기다. 내일 또 로제가 같이 등교하자며 시끄럽게 굴 테니.”

눈짓으로 뒤에서 쿨쿨 자고 있는 녀석을 가리키며 그리 말하자 쿡. 하고 데킬라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 확실히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그레고리님의 말씀대로 푹 쉬도록 하겠습니다.”

띠링. 소리와 함께 멈춰서는 엘리베이터.

[9층입니다.]

음성과 함께 천천히 열리는 문 사이로 나간 데킬라는 문뜩 무엇이라도 생각난 듯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

왜 저렇게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시 한번 양손을 공손히 모든 데킬라가 허리를 숙이고, 서서히 문이 닫히기 시작한다.

“……여전히 예의를 밝히는군.”

덜컹. 하고 닫히는 엘리베이터.

분명, 그녀가 허리를 숙이기 전 마지막으로 보였던 표정은 지금껏 보았던 데킬라의 표정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 * *

[얼리로제 기상!]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리니 원룸 사이즈의 내 심상공간의 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뭐지?”

분명 얼리머시기 하는 소리를 들었던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때.

[얼리로제 모닝빵!]

어제 끄지 않았던 TV 화면의 너머로 일어남과 동시에 방안에 비치된 흡연실로 달려가는 로제의 모습이 보였다.

[얼리로제 들숨! 프흐으으읍!]

[허어어어어~얼리 로제 날수우움…….]

“……….”

대체 저게 뭐하는 짓인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정신이 멍해진다.

[얼리로제 스모크 브래에에에스~]

이번엔 진한 연기를 그대로 내뱉으며 푸화아아악! 소리를 내고 있는 로제.

저런 괴상한 모습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로제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전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제는 기분이 좋을수록 이상한 짓을 하니까.

응.

로제의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 TV를 끄고 나 역시 아카데미에 등교해야 하는 월요일의 준비를 시작한다.

물론, 바깥에서 열심히 씻고 있을 로제와는 달리 오늘은 딱히 샤워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필살 ‘변신 2연속’을 발동하여 깔끔하게 몸단장을 했다.

여전히 변신 하는 것만으로도 겉모습이 완전히 정돈되는 내 모습. 이것만큼은 정말이지 바퀴 악마가 되며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었다.

그다음으로 할 일은 컴퓨터 앞에 앉아 [소환사 아카데미아]를 한 번 확인하는 것. 역시 5성이 되며 새로운 외전이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나중에 확인하는 게 낫겠지.

방 안에 있는 시계를 보니 아직 로제가 일어난 지 30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서 TV를 켜거나 갑자기 나가면 로제가 씻는 모습을 보거나 갑자기 씻다가 등장할 수도 있었기에 아침에는 대부분 로제가 먼저 불러주지 않으면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컴퓨터에 있는 지뢰 찾기를 얼마나 했을까.

인터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레고리님! 등교 준비 끝났어요!]

“그래, 지금 나가마.”

[네!]

현관문을 열고 밖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음과 동시에 새하얀 빛이 나를 감싸며 순식간에 로제의 옆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그레고리님!”

“그래, 좋은 아침이다. ……오늘따라 혈색이 좋아 보이는구나?”

“아, 그런가요? 5 서클이 되어서 그런가? 뭔가, 평소랑은 다르게 힘이 넘쳐흘러요……! 마치, 로제 펀치 108콤보도 가능할 것 같은 기분……?!”

또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어 냈구나……. 장하다 장해.

“아아! 그 표정! 뭔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요!”

“……새로운 스킬이다.”

“네엑?! 어제는 분명 그런 스킬을 못 봤는데! 새로운 스킬인가요?”

“농담이다.”

“에이, 그쵸? 히히히.”

그렇게 가벼운 잡답을 하며 하루의 아침을 시작함과 동시에 기숙사의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제? 돌아왔나요?]

“아앗! 프리실라!!!”

오랜만에 듣는 프리실라의 목소리에 곧바로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여는 로제.

“어? 어? 있었네───흐앗?!”

“프리실라아아아────!!! 보고 싶었어요!”

“로제?! 가, 갑자기 왜 이래요?!”

“라파엘님만 프리실라늄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저도 프리실라늄이 필요하다구요오~”

“아앗! 로제에! 더, 더워!”

“로제가 이렇게 프리실라늄을 가져가면 내가 쓸 게 부족한데……. 그럼 나는 그레고리늄을──”

“──웃기지 마라. 라파엘. 네가 앉는 것만으로도 신성력이 느껴져 따끔따끔할 거다.”

“칫. 그럼 나도 프리실라늄 충전할래!”

내 단호한 대답에 토라진 척을 한 라파엘이 순식간에 태세를 전환하며 프리실라를 등 뒤에서 껴안는다.

“꺄악! 라파엘까지 월요일 아침부터 왜 그래요!”

“월요일이라 그래~ 이해해줘~”

“월요일이라 그래요~ 이해해줘요~”

“두 사람 다 진짜……!”

……이쯤에서 슬슬 도와줄까.

“이러다 늦겠다. 어서 엘리베이터로 가지.”

단호하게 그렇게 말하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자 눌어붙어 있던 세 명이 슬금슬금 이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창피하다. 그러고 엘리베이터를 탈 셈인가?”

“히잉, 아직 다 충전 못 했는데.”

내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프리실라에게서 떨어지는 로제. 이에 한결 나아졌다는 듯 휴우. 하고 숨을 내뱉은 프리실라가 힐끔 뒤에 달라붙어 있는 라파엘을 바라본다.

“……라파엘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인가요.”

“거의 다 됐어~”

저쪽은 아직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1층입니다.]

음성 안내와 함께 서서히 문이 열리는 엘리베이터. 가장 먼저 엘리베이터의 밖으로 나간 로제는 이미 기숙사의 현관 쪽.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데킬라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데킬라아~!”

“좋은 아침입니다. 로제.”

“데킬라늄!”

“흐잇?”

“프리실라늄을 충전 못 했으니 데킬라늄으로 충전할래요오~”

“자, 잠깐만요. 그건 대체 뭔가요……!”

“데킬라에게서만 나오는 특수한 에너지에요!”

“그, 그런 건 없── 잠깐,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고 있습니다!”

“전 원래 이상한 애 취급당하니까 괜찮아요!”

그건 알고 있구나.

뭔가, 이렇게 시끌벅적한 아침을 뒤에 서서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음, 그래.

이게 학창 시절이고, 아카데미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에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로제의 머리를 슥슥 어루만져 준 뒤 먼저 기숙사의 밖으로 나섰다.

“가자. 로제.”

“네! 그레고리님!”

그래, 이게 진짜 아카데미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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