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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47화 (147/169)

〈 147화 〉 아카데미의 소문 ­ 1

* * *

“네?! 델리니아에 그런 일이 있었다구요?!”

기숙사에서 아카데미의 교실로 향하는 길. 이번 주말에 있었던 일들은 프리실라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로제에게 되물어왔다.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막 로제 브레스로 푸와아아악! 해서 겨우 끝낸 거라구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브레스는 좀 과장 아니에요?”

“진짜라니까요? 그쵸 그레고리님?!”

브레스를 쐈다는 로제의 말에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프리실라. 이에 로제는 정말 억울하다는 듯 뒤따라 걷던 나를 바라보며 묻기 시작한다. 그러자 로제를 따라 나를 바라보는 프리실라. 그녀도 어지간히 진실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어…….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전부 진실이다.”

“들었죠!”

“지, 진짜라구요? 진짜 로제가 브레스를……?”

“엣햄!”

순식간에 기고만장해진 모습으로 프리실라를 바라보는 로제.

이에 프리실라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단 라파엘이 웃음을 터뜨린다.

“부총장한테 끌려가서 뭘 배웠나 했더니 정말로 브레스를 배운 거야? 그리고 그걸 릴리한테 쐈다고? 대단한 모험을 즐기고 왔나 보네?”

“네! 맞아요! 그리고…… 5 서클이 됐어요. 헤헤.”

“어머, 어쩐지 평소보다 기운이 좀 크다 했더니, 역시 성장한 거구나? 그렇다면…… 그레고리, 자기도?”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긍정한다.

“5성이라니, 그럼 마계에 갈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 바로 갈 생각은 없다.”

“그래? 그러면 나야 좋지?”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내게 안기려 드는 라파엘. 가볍게 몸을 틀어 녀석을 흘려낸 뒤 본래의 자리였던 로제의 옆으로 돌아온다.

“오늘 오전 수업이 어떻게 되지?”

“아, 네! 오늘 오전 수업은 몬스터학이랑…… 기초마법개론, 그리고 문학이에요!”

……재미없는 수업만 잔뜩 몰려있네. 가지말까.

“같이……가주실 거죠?”

갑자기 로제가 양손을 모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악마대공이 되며 감정의 기복이 줄어든 내게도 통하는 얼굴. 결국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한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앗싸! 너무 좋아요! 헤헤!”

내가 같이 수업을 듣는 게 그렇게 좋은 것일까.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곁에 있는 게 그렇게 좋나?”

“네! 엄청요!”

“……바퀴폼이어도?”

“어……. 네!”

방금, 고민한 거 같은데…….

“에이, 진짜예요! 자, 그럼 빨리가요! 이러다 늦어요!”

그대로 내 손을 붙잡고는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한다.

“자! 가요! 다음은 데킬라를 만나러 갈 시간이예요!”

“아아! 로제! 같이 가요!”

갑자기 달리는 로제의 뒤를 따라 프리실라가 달리기 시작하고, 그 뒤로는 라파엘이 싱긋 웃으며 천천히 따라온다.

다음 행선지는 본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흡연장.

“데킬라!”

“아, 로제. 좋은 아침입니다.”

한 손으로는 내 손을 붙잡고, 다른 한 손은 머리 위로 올린 채 손을 흔드는 로제.

그 모습에 흡연장 앞에 서 있던 데킬라도 손을 흔들며 로제를 맞아준다.

“데모닉님도 안녕하세요! 역시 저번보다 많이 커지셨네요!”

데킬라의 등 뒤에 서 있는 데모닉을 바라보며 꾸벅 인사하는 로제. 4성에 오르며 새로이 성장한 그는 근엄하게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게 데킬라양의 소환수……?”

자신이 기억하는 과거의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었던 것일까. 프리실라가 놀란 표정으로 데모닉의 모습을 바라본다.

“헤헤, 이번에 데킬라양도 4서클이 됐거든요.”

“어머, 진짜요? 축하드려요 데킬라양.”

“감사합니다. 황녀님.”

“화, 황녀님이라뇨! 그냥 프리실라라고 불러주세요!”

“……네, 프리실라양.”

그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로제.

“헤헤, 저한테 이렇게 좋은 친구가 많이 생기다니, 너무 좋아요.”

이게 다 네가 노력한 결과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몸으로는 그렇게 낯부끄러운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여줄 뿐.

“좋아요! 그럼 빨리 수업 들으러 가요! 수업! 수업!”

그대로 내 손을 놓고 양손으로 프리실라와 데킬라를 붙잡은 로제는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본교를 향해 달려간다.

“흥미롭군.”

지금껏 가만히 서 있던 데모닉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짜고짜 흥미롭다니,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뭐가 말인가.”

“데킬라. 저 아이 말이다. 평소에는 언데드라 생각될 정도로 표정이 없는 아이가 저렇게 웃고있지 않나.”

“……음? 웃고 있다고?”

데모닉의 말을 듣고 데킬라의 얼굴을 살핀다.

……전혀 웃는 얼굴은 아닌데. 아, 자세히 보면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나? 얘는 데킬라와 계약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러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으려고 할 때.

“우리 소환사끼리도 사이가 저렇게 좋은데, ……우리도 저런 사이가 되는 건 어때 그레고리?”

은근슬쩍 라파엘이 내 팔을 감싸 안으며 끈적이는 목소리 귓가에 속삭인다.

“……헛소리는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힝…….”

시무룩해진 라파엘을 털어내고 아이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걸어간다.

“그레고리이~ 같이가아~”

찡찡거리는 라파엘과 묵묵히 나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 데모닉. 역시, 함께 걸을만한 친구가 생긴다는 건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비상회의예요.”

원래대로라면 다른반에 있었어야 할 프리실라가 데킬라의 손을 붙잡고 우리 반에 찾아왔다.

"비상회의라뇨? 갑자기요?"

책상에 엎드려 수업이 시작되기 전 까지 자려고 했던 로제가 비몽사몽한 눈으로 프리실라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여전히 굳건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프리실라.

"예! 회의에요!"

"갑자기 회의라니,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다만."

"아, 네! 죄송해요 워낙 상황이 시급한지라……."

내 말에 프리실라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레고리님과 로제. 혹시, 최근에 로제양과 저희들을 향해 들리는 소문을 알고 계신가요?"

"넹? 모르겠는데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대답하는 로제. 나 역시 따로 들은 게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역시 그러실 줄 알았어요. 최근에 저와 로제 그리고 데킬라양 셋에 대한 소문이 아카데미에 암암리에 퍼지고 있어요."

"그래? 별 상관없지않나. 애초에 나와 로제는 소문을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만."

"그냥 평범한 소문이면 저도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이건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프리실라의 말에 이번에는 데킬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뭔가, 누군가 고의적으로 저희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기에 상의 후의 방안을 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데킬라마저 저렇게 이야기할 정도라면 그 소문이란게 정말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 소문이란게 무엇이기에 이렇게 심각한 일이라는 거냐."

"그게 말이죠……."

이쪽을 향해 몸을 굽히는 프리실라. 은근슬쩍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는 것으로보아 대놓고 크게 말할만한 소문은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 저희를 필두로 로제파라는 게 생기고 있데요."

"……뭐?"

"로제양이 마계대공들을 필두로 제국과 아카데미를 삼키고 마계전선의 마왕이 되려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그 때문에 천사와 계약한 학생들 사이에선 로제양이 주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구요."

"……허."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는 소문이었다.

"그게 끝인가?"

"아니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 입을 연것은 데킬라였다.

"저는 물론이고 로제양과 프리실라와 라파엘양은 악마대공인 그레고리 존스님께 유혹당해 완전히 악에 물든 상태이며 이대로 가다간 아카데미의 존립이 위험하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습니다."

"네? 그, 그런 소문도 있다구요?!"

이것까지는 몰랐는데 프리실라가 얼굴을 붉힌 채 화들짝 놀라며 데킬라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그레고리님이 악마대공임에도 불구하고 정보가 퍼지지 않은 것은 그레고리님께서 마계에서도 유명한 난봉꾼이기에 마계측에서 의도적으로 정보를 말소한 것이라고……."

미친. 진짜 그딴 게 소문이라고 퍼지고 있다고?

"……어이가 없을 지경이군. 정확히 소문이 어느정도로 퍼진 거지?"

"아, 그건 다른 사람한테 물어 볼까요?"

로제가 그렇게 말하며 몸을 틀어 뒤쪽에서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데이지양~"

"응? 왜 부르는데."

로제가 찾은 것은 엘레나 데이지.

과거 로제를 가장 많이 괴롭히던 델리니아의 귀족이자 엘프 그리고 이 반의 인싸였다.

"혹시 저에대해서 도는 소문을 알고 계신가요? 마왕이라던가~ 그레고리님이 난봉꾼이라던가."

"무, 뭐?!

로제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는 데이지.

"그딴 소문! 난 안믿거든?! 내가 미쳤다고 그런 소문을 믿겠어?!"

데이지의 반응을 확인한 로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몸을 원래대로 돌린다.

"음, 데이지양이 아는 정도면 사실상 아카데미의 전체가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그 정도인가?"

"네, 데이지양은 우리 반의 최고 인기녀니까요."

"──야! 다 들리거든!"

"칭찬이에요~!"

자신의 이름이 나와서일까. 데이지가 우리를 향해 꽤액 소리를 질렀지만 로제는 휘휘 손을 저으며 그녀를 뒤로 했다.

"자, 그럼 어떡할까요? 소문을 낸 사람을 찾아서 족쳐야할까요?"

무서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히히 웃으며 이야기하는 로제. 이에 프리실라가 긍정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네요. 감히 황녀인 저를 상대로 이런 소문을 낼 줄이야. 이런 소문은 추후 제가 황위에 오르는 데 위협이 될 수도 있으니 뿌리를 뽑아내야 해요."

"소문을 낸 사람을 찾는대로 시체로 만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네크로멘시로 부활시켜 자신이 낸 소문이 거짓이라 퍼뜨리고 다닌다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아! 그거 좋네요. 그러면 우선 찾아서 어떻게든………."

"──내가."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한 소녀들의 대화를 끊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너희는 수업을 듣고 있도록."

"네? 그레고리님이 나서시게요?"

나 혼자 나설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로제가 고개를 갸웃해한다.

"그래, 이번 일은 내가 처리하도록 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너희는 평소처럼 수업을 듣고 있으면 된다."

"……그레고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어요! 그렇게 하고 있을 게요!"

"그레고리님이 나서주신다면 든든하죠. 저도 그럼 반으로 돌아갈게요."

"저 역시 마음이 놓입니다."

이번 건은 내가 맡은 뒤 소문을 낸 녀석을 적당히 반 죽여놓는 게 가장 적절해 보였다.

이 아이들에게 맡겼다간 정말, 아카데미에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이렇게 착한 나를 상대로 난봉꾼이라 소문을 낸 녀석은 대체 뭘까.

찾기만 하면 검은 늪에서 배영을 치게 해주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교실을 빠져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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