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48화 (148/169)

〈 148화 〉 아카데미의 소문 ­ 2

* * *

정작 소문을 낸 녀석을 찾겠다고 반에서 나왔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디, 도움을 받을 곳이 없나? 라는 생각을 하던 도중. 문뜩 이번 일에 도움을 받을만한 녀석이 한 명 떠올랐다.

“그 녀석이라면 도와줄 수 있겠지.”

곧장 발걸음을 옮겨 녀석이 있을 만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선도부실]

곧장 교실의 문을 힘껏 열어젖히자 안쪽에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어떤 녀석이 감히 선도부실의 문을 그렇게 여는가!”

대충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살피니 과거 내 모습을 보고 도망갔던 녀석 중 한 놈의 모습이 보였다.

“애송이는 빠지도록. 아멜은 어디 있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멜을 찾으며 그렇게 묻자 애송이의 옆에 있던 선도부원이 조심스레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선도부장께선 아직 출근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아멜은 언제쯤 오지?”

“보통 아침조회가 끝나는 대로 출근하시니 곧 오실 겁니다.”

“……그런가.”

“예, 그러니 여기 앉아서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녀석의 안내를 받아 선도부실에 있는 의자 중 하나에 앉았다.

“오.”

평소 느끼기 힘들 정도의 편안함이 등과 엉덩이를 감싼다. 역시 아카데미의 선도부라는 걸까. 사용하는 가구들은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선배, 정말 저 녀석을 부장이 올 때까지 여기 있게 할 셈이에요?’

‘이 멍청한 새끼야. 그러면 너는 저 사람을 쫓아낼 수 있어? 저번에 그렇게 당해놓고?!’

‘그렇다고 선도부도 아닌 녀석을 여기에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최근에 떠도는 소문 못 들었어? 저 사람이 그 양아치 엘프의 소환수라고!’

‘예? 그, 그 로제파 말입니까? 그, 제국의 황녀인 프리실라님과 1학년 네크로멘서가 소속되어있다는 그 로제파?’

‘그래 이 멍청한 새끼야! 알아들었으면 닥치고 부장이 빨리 오길 기도나 하고 있어!’

……아무래도 선도부실까지 헛소문이 퍼져있는 모양이었다.

몇 번을 들어도 그저 헛소문일 뿐인데, 대체 왜 저렇게까지 믿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는다.

조용해진 선도부실의 안. 조용히 앉아 심상공간에 넣어 두었던 소설책 한 권을 꺼내 묵묵히 읽고 있을 때였다.

“저, 저기……. 서, 선배가, 차라도 드, 드시면서 기다리시라고…….”

타다다다닥, 타다다다닥.

커피잔을 든 녀석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힐끔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에 내게 시비를 들었던 녀석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리 겁먹었나.”

“예, 예?”

“안 잡아먹을 테니 너무 겁먹고 있지 말도록. 그리고…… 커피는 잘 마시지.”

“아, 예!”

녀석에게서 커피를 건네받은 뒤 목을 축였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커피는 내주는 건가. 평소에 아멜이 후배들 교육만큼은 제대로 시킨 모양이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낸 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 왔다.”

거침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푸른 머리의 포니테일 여성.

“1교시에 선도부 회의가 있는 게 정말 다행이군. 1교시부터 수학이었는데, 운이 좋았어.”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뒤로 넘기며 자연스럽게 선도부실의 안을 향해 걸어간다.

“회의 자료는 전부 준비 해놨겠지?”

“아, 예. 그런데 부장, 회의가 문제가 아닌데요.”

“음?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껏 주변을 신경 쓰지도 않고 본인의 할 말만 하던 아멜이 우뚝 멈춰선다.

“……저기를 좀 보시죠.”

“응?”

선도부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아멜. 이내, 커피를 마시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다.

“오랜만이군. 아멜.”

“……그레고리? 네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호오, 이제는 묻지도 않고 쫓아내거나 하지는 않는군.”

“그, 그건 옛날 일이지 않나! 그것보다도, 그대가 선도부실에 오다니, 무슨 용건이지? 혹시, 로제파와 선도부의 전쟁을 선포라도 하러 온 것이…….”

“……너도 그 멍청한 소문을 믿는 건가.”

“뭐?!”

녀석의 반응에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제국에서 그렇게 같이 싸워놓고 우리를 모르는 건가? 네가 본 우리는 정말 이상한 조직을 세워서 아카데미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으로 보이던가?”

“그, 그건 아니지…….”

“그런데 그런 소문을 믿는다고?”

“그, 그럴 리가 있겠나! 어디까지나 농담으로 한 이야기일 뿐이다. 크, 크흠! 그래서, 여기 온 이유는 혹시 그 소문 때문인가?”

그래도 다행히, 한 번에 내가 찾아온 이유를 맞추는 아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긍정했다.

“그래, 지금 아카데미에 돌고 있다는 그 괴상망측한 소문. 그 소문의 근원지를 찾으려고 한다.”

“……소문의 근원을 찾는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전 학년의 숫자만 해도 300명에 이르는 게 바로 소환사 아카데미다. 그런데, 그런 300명 중에서 소문을 퍼뜨린 사람을 찾겠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멜은 진심으로 불가능하다는 듯. 표정을 찡그리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뭐, 그렇게 나온다면 나야 미리 생각해온 방법을 쓸 수밖에 없지만.

“그렇군. 아카데미에서 소문의 근원지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지……. 그렇다면 아멜, 네가 오줌싸개라는 소문이 퍼져도 소문의 근원지를 찾지 못하겠군?”

“──뭣?!”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나대로 방법을 찾아볼 수밖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선도부실을 나서려 하자 뒤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찾을 수 있다!”

“그래? 방금은 찾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거야 평범한 학생들이 찾기 힘들다는 소리였지. 우리는 소환사 아카데미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선도부다. 소문의 근원지를 찾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그래?”

“그래! 그러니 믿고 맡겨라!”

“좋군. 그럼 잘 부탁하마. 아멜.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네가 연관된 그 소문은 영원히 묻힐 거다.”

“……이해했다.”

“좋군.”

아멜의 어깨를 토닥여준 뒤 그대로 선도부실을 나온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악마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악마인걸.

악마가 악마다운 행동을 하는 것은 무척 당연한 일이었기에 마음에 찔리는 구석은 없었다.

“……그럼, 다음으로 도움을 구할 녀석들을 찾아봐야겠군.”

아카데미의 본교 복도를 거닐며 지금 아카데미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을 하나둘 떠올리기 시작했다.

“……음. 우선 총장에게 가서 협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최근 제국에서의 일 덕분에 주가가 급상승한 소환사 아카데미였다. 주가 상승의 주원인인 우리가 이런 소문으로 고통받고 있다 말하면 총장도 발 벗고 나서주겠지. 좋아. 우선은 총장을 찾아가자.

“그다음으로는 부총장에게 부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레빈포트 역시 아카데미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아마 그녀라면 아카데미 내부의 정보기관도 가지고 있을 터. 그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요즘 들어 로제를 잔뜩 귀여워해 주는 것 같으니 내 부탁도 쉽게 들어주리란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거긴가.”

소환사 아카데미의 학생회.

아직까지 한 번도 마찰을 빛은 적이 없는 아카데미의 조직이자 선도부와 같이 아카데미의 정예들이 모이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는 곳.

“학생회.”

다른 곳보다도 학생들에게 정보를 가장 빠르게 전파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직이었다.

* * *

다행히도, 이미 아카데미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일까. 나는 총장실에 약속을 잡지 않았음에도 다이렉트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게 누군가요! 우리 아카데미의 자랑! 그레고리 존스 대공 아니신가요!”

총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감과 동시에 총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를 양팔 벌려 환영했다.

“오랜만이군. 총장.”

“그렇죠? 정말 오랜만이에요. 제가 우리 그레고리 존스님과 로제양 덕분에 요즘 얼마나 살맛이 나는데요~ 흐흐흐, 글쎄, 제국에서 후원 명목으로 얼마가 들어왔는지 알아요? 들으면 깜짝 놀라실걸요?”

어지간히도 커다란 금액이었는지, 붉게 상기된 볼을 쓰다듬으며 헤실헤실 웃는 총장.

“감사는 말보다는 영약으로 받도록 하지. 이 정도 공을 세웠으면 영약고 개방 정도는 해주겠지?”

“물론이죠~ 우리 복덩이들! 이 총장은 인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답니다!”

한 번은 튕길 줄 알았는데, 곧바로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 총장이었다.

진짜로 얼마나 받은 거지……?

“그런데, 약속도 없이 갑자기 여기는 무슨 일이신가요? 혹시, 어디서 또 후원금을 받을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요?! 어떻게, 장기 출석 인증서 같은 거라도 만들어 드려요?”

“그래도 되는 건가?”

명색의 총장이라는 양반이?

“그럼요~ 최근에 어디 멀리만 다녀오시면 이렇게 쑥쑥 후원── 성장해오시는데, 당연하죠. 호호호!”

그냥 나가서 돈이나 벌어오라는 거구나.

“……안 그래도 곧 마르바스가 보고를 올리겠지만, 최근에 델리니아에서도 사건을 해결한 게 있으니 거기서도 후원금이 들어올 거다.”

“……네? 진짜요?”

“릴리 폰 유글리아의 묘소를 도굴하려던 나베리우스의 추종자들을 물리쳤지. 곧 델리니아 최고 회의에 보고될 거니 확인해봐도 된다.”

“아, 아니 잠깐, 델리니아는 또 언제 간 거고 릴리 폰 유글리아의 묘소 도굴은 대체── 뭘하고 돌아다니는 거예요? 당신이랑 로제양은!”

“후원금을 벌어오고 있지 않나.”

“아, 그렇죠! 후원금……! 이번 일로는 대체 얼마가 들어올지……. 후후…….”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한 가지 있다.”

“부탁이요? 무슨 부탁이 필요하신데요?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드릴게요.”

제국에 이어 델리니아에서는 얼마가 들어올지 셈을 마친 총장이 입꼬리를 잔뜩 올리며 말했다.

역시, 사람은 착한 일을 하고 볼 일인 건가. 일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나와 로제, 프리실라와 데킬라를 향한 악의적인 소문이 아카데미에 돌고 있다. 총장.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다해 소문의 근원지를 알아봐 줬으면 좋겠군.”

“소문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아카데미의 복덩이들을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는 소문……?”

뿌득──

총장이 들고 있던 볼펜이 반으로 부서졌다.

“얼마든지요. 최선을 다해서 알아봐 드리지요. 아, 설마 이런 소문으로 다른 아카데미로 이적한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죠?”

역시, 그게 두려웠던 건가.

나는 그런 그녀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건 모르겠군. 다만, 아이들이 매우 힘들어 보이긴 했지.”

“네?! 지, 진짜요?! 진짜 다른 곳으로 간다던가요?!”

그대로 몸을 돌려 총장실의 밖으로 나간다.

뒤에서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어떻게든 막아주세요! 제가 찾아볼 테니까!’라 외치는 총장의 울부짖음이 들려오는 것으로 보아 내 계획은 완벽히 먹힌 모양이었다.

“……다음은 부총장실인가.”

자, 그럼.

우리 도마뱀님은 어떻게 협박을 해야 할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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