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아카데미의 전학생 1
* * *
오늘, 아카데미의 밤은 그야말로 지옥도를 연상케 했다.
‘이, 이게 대체 뭐야아아아────!’
‘사람 살려! 사람! 흐이이익!’
‘아니! 진짜 뭔가 지나갔다고! 어둠 속에서 뭔가 움직였다고!’
‘잡을 때까지 못 잘 줄 알아! 빨리 찾아!’
“…………오늘따라 아래층이 많이 시끄럽네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여러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올려오는 창문을 닫으며 로제가 궁시렁거린다.
“그레고리님?”
두 눈을 감고 열심히 바퀴들을 조종하고 있는 와중에 내게 말을 거는 로제.
“…………미안하지만 지금 바쁘다.”
“앗, 넵.”
수백에 달하는 바퀴들을 통솔하며 잡히지 않게 컨트롤 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이 몸의 두뇌를 가지고서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이번 사건과 연루된 모든 이들에게 끔찍한 밤을 선사하는 데 성공한 뒤, 식은땀을 닦아내며 눈을 뜨자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로제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계속 그러고 있었나.”
“네!”
“심심했을 텐데.”
“그레고리님이 표정을 찡그리는 건 귀한 볼거리니까요. 심심하지는 않았어요!”
…………이게 얼굴만 봐도 재미있다. 같은 건가?
“그래서, 뭐 때문에 그러고 있는 거냐. 로제.”
“내일 전학생이 온대요!”
“…………전학생?”
“네! 전학생!”
“…………그걸 나한테 보고하는 이유는?”
아카데미에 전학생이 오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 않나?
이 말을 하려고 지금까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기에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싶었다.
“헤헤, 그게 말이죠………… 이번에 오는 전학생이 제 옆자리에 앉기로 했어요!”
“응? 네 옆자리에 말인가?”
“네! 드디어! 저에게도 짝꿍이 생긴 거예요!”
헤실헤실 웃으며 자신 있는 목소리로 외치는 로제.
다른 사람이었다면 모를까. 로제에게 있어서 짝꿍이란 그야말로 선망하던 존재였기에, 어째서 저렇게 신난 것인지 대충 이해가 되었다.
학기 초반에는 그야말로 왕따나 다름없던 로제. 그런 로제에게 짝꿍이 생길 리는 만무하였고 이후 내가 소환된 이후에도 로제에 대한 소문과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며 사실상 로제의 옆자리는 내가 수업에 참여할 때나 앉는 자리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즉, 내가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로제의 옆자리는 항상 비어있다는 뜻이었다.
“…………아직도 내가 언제 올지 모른다며 자리를 비우고 있었나?”
“네!”
그리고 심지어 내가 언제 올지 모른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아무도 앉지 못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로제의 옆자리. 그런 장소에 고정적으로 앉게 될 새로운 전학생의 등장은 로제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희소식일지 몰랐다.
“축하한다. 로제. 드디어 내가 옆자리에 없어도 심심해하지 않겠구나.”
“헤헤. 과연 내일 온다는 전학생은 누구일까요? 타국의 왕자님? 먼 나라의 귀족? 아니면…………저도 모르는 이종족?! 아아~ 빨리 내일이 오면 좋겠어요! 새로 오는 짝꿍이 흡연자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빨리 자야 빨리 내일이 오지 않겠나.”
“앗! 역시 그런가요? 그럼 빨리 가서 잘게요!”
“잠깐, 자기 전에 과제는 다했나?”
“…………과제는 내일의 로제가 해줄 거예요!”
과제를 했냐는 물음에 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후다닥 자리를 피하는 로제. 보아하니 과제를 뒤로하고 지금까지 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허.”
결국 자기가 할 말만 해놓고 쏙 방으로 들어간 로제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헛웃음만 나왔다. 대체 저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가소로움? 귀여움? 하찮음?
확실한 건, 정말 로제답다는 것이었다.
* * *
“짝꿍! 짝꿍! 새로 오는 짝꿍! 짝꿍! 짝꿍! 처음 사귀는 짝꿍!”
평소보다도 유난히 신난 얼굴로 깡충깡충 본교가 있는 방향을 향해 뛰어가는 로제. 오늘도 평소와 같이 흡연실로 향하는 걸음은 무척이나 들떠 보였다.
그리고, 나는 로제가 그렇게 자랑하고 기대하는 짝꿍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함께 교실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소환사인 로제의 짝꿍인데, 어떤 성별인지, 뭐하는 놈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여차하면 담가버려야 하고.
흡연실에 도착한 로제의 레퍼토리는 최근 보아왔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흡연실에서 데킬라와의 만남. 흡연실을 나서며 프리실라와 라파엘을 만나고 사이좋게 걸어가는 그야말로 일상이나 다름없는 하루.
단 한 가지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팔랑팔랑.
팔랑팔랑.
신난다는 듯 위아래로 팔랑팔랑 흔들리는 로제의 기다란 두 귀. 그 이변에 나란히 걸어가던 데킬라와 프리실라, 라파엘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로제를 바라본다.
“로제, 오늘 무슨 일 있어요?”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진 것은 로제의 바로 왼편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프리실라였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획 돌리며 프리실라를 바라보는 로제.
“그쵸? 프리실라도 궁금하죠?!”
“예? 아, 예…………”
“헤헤, 그게 말이죠오~ 사실은~ 오늘 제 옆자리에 짝꿍이 온대요!”
“네? 짝꿍이요?”
“네! 짝꿍이요!”
잔뜩 기대감이 차오른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하는 로제의 모습에 이번엔 데킬라가 입을 연다.
“아, 확실히. 혼자 담배를 태우고 있을 때 오늘 로제의 반에 전학생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 그래서 로제가 저렇게 잔뜩 신났던 거구나?”
이유를 들은 라파엘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이에 간지러운지 목을 움츠리며 미소를 짓는 로제.
“헤헤! 맞아요! 사실 어제 잔뜩 기대하느라 한숨도 못 잔 거 있죠?”
“…………잠을 안 잤으면 과제라도 하고 자지 그랬나.”
“그, 그거랑 이거랑은 관계가 없다구요!”
그리고는 과제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내심 찔렸던 것인지 나를 향해 그렇게 항의 하고는 다시 라파엘의 손길에 그루밍 당하는 고양이의 표정으로 돌아가는 로제.
“로제가 저렇게까지 잔뜩 기대하는데, 부디 좋은 사람이 로제의 옆자리에 오면 좋겠네요.”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던 프리실라는 그런 로제가 귀엽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러게, 말이다. 네 말대로 괜찮은 녀석이 와야 할 텐데.”
평범한 녀석은 로제를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대충 프리실라와 데킬라가 걱정하는 부분도 그런 종류의 것인 모양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카데미에 도착한 뒤. 로제와 함께 반에 들어서자 쾅쾅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우리를 향해 다가온 한 인물이 있었다.
“다, 당신! 그게 사실이에요?!”
평소보다도 더욱 격분한 표정으로 로제에게 다가와 양어깨를 붙잡고는 앞뒤로 흔드는 데이지. 그 모습에 로제가 어안이 벙벙하다는 듯 뒤로 물러서며 데이지를 바라본다.
“가, 갑자기 뭐예요! 데이지양 오늘 그날이에요?”
“예? 그, 그날이라니!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델리니아에서 있었던 일들. 그게 전부 사실이냐는 말이에요!”
아, 그건가.
아무래도 데이지의 가문인 엘레나 가문으로부터 최근에 있었던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다.
“네? 델리니아요? 어…………뭐요? 로제 브레스 이야기인가?”
“예? 로제 브레스는 또 무슨 이상한 이야기예요? 당신이 릴리님의 묘소를 지켰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고 있는 거잖아요!”
“아아, 그거요? 넹. 고조할머니의 묘소를 지킨 일이면 제가 로제 브레스로 지킨 게 맞는데요? 이렇게 입으로 불을 뽜아아아! 내뿜어서───”
갑자기 용가리 마냥 양손으로 드래곤의 발톱을 흉내 내고서는 크앙하고 입을 벌리는 로제의 모습에 데이지가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하아. 정말 사실이었을 줄이야. 가문에서 보내온 편지가 잘못되었을 리는 없고, 최근의 당신과 당신의 소환수라면 이상하지도 않네요.”
“그런데 그건 왜 갑자기 와서 물어보는 거예요?”
로제가 고개를 갸웃해하며 데이지에게 묻자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망설이며 입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로제를 허리를 푹 숙였다.
“…………고마워요. 로제.”
“…………넹?”
“그야, 대륙의 영웅이자 엘프들의 영웅. 릴리님의 묘소를 지킨 일이잖아요? 제가 그 이야기를 몰랐다면 모를까. 이야기를 들은 순간 엘프로서 당연히 감사의 인사를 해야한다고 느꼈을 뿐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허리를 들어 로제를 바라보는 데이지.
“어, 어디까지나 그 일에 감사한 거지! 다른 건 크게 감사하는 건 없으니까요! 고, 고생하던가요!”
그리고는 자기 제멋대로 다시 몸을 돌려 본인의 자리에 착석하는 그 모습은 나로서는 기가 찰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데이지양은 츤데레네요~”
내 옆에 이 녀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지만.
데이지가 감사 인사를 하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후. 아침조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며 교실의 앞문이 열렸다.
“좋은 아침이군. 오늘은 출석을 부르기 전에, 어제 말했던 전학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교실에 들어옴과 동시에 곧장 전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교관.
“들어와라.”
교관의 말에 아직 열려있던 교실의 앞문 출입구로 누군가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익숙한,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
“…………엥?”
“…………응?”
로제 역시 나와 같은 것을 느낀 것인지 무척 황당하다는 얼굴로 교실에 들어선 전학생의 모습을 바라본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리폼한 것인지 수녀복의 느낌이 나도록 리폼한 새하얀 아카데미 제복.
한눈에 보아도 굴곡이 크게 느껴지는 몸과 어깨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곱슬기가 있는 백발의 긴 머리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그녀의 어깨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붉은 정령까지.
나는 그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인물에 대해서, 단 한 명밖에 알지 못했다
“학우들에게 자기소개하도록.”
신성교단의 비밀병기이자 신성교단의 검이라 불렸던 고대의 영웅.
그리고 테러범.
“소개. 본인의 이름은 유켈. 환영을 요구.”
신성교단의 검 유켈.
그녀가 지금, 전학생의 신분으로 우리 반에 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