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아카데미의 전학생 5
* * *
“이리 온, 알 테그너.”
마치 강아지를 부르듯, 무척이나도 상냥한 목소리로 허공을 향에 읊조린 스칼렛의 어깨 위로 마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화륵. 하고 허공에서 피어오르는 새빨간 불꽃. 동시에, 작은 폭처럼 보이는 이펙트가 그녀의 옆에서 발생하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큐──!
허공에서 튀어나온 새빨간 생명체는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그대로 스칼렛의 어깨에 자리 잡는다. 무척이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 위에서 자신의 몸을 그루밍하는 생명체.
“설마, 그건───”
“우와아아앗 뭔가요! 엄청 귀여워요!!!”
갑자기 등장한 생명체의 모습을 본 로제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하, 학생회장님! 만져봐도 될까요? 쓰다듬어봐도 될까요? 네? 네?”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그저 손만 꼬물딱거리고 있는 로제의 모습에 스칼렛이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알.”
누가 만지는 건 싫은데………… 저 엘프라면 좋아!
“호오? 그대가 쓰다듬는 걸 허락하다니. 별일이군.”
진심으로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뜨는 스칼렛과 허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생명체를 쓰다듬기 시작하는 로제.
“따듯해요오~ 귀여워요오~”
마치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잔뜩 풀어진 얼굴로 생명체의 얼굴을 쓰다듬는 로제와 기분 좋다는 듯 갸르릉 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드는 생명체.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조차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로제.”
“넹?”
“지금 네가 만지고 있는 게 뭔지는 알고 있나.”
“귀여운 소환수 아닌가요?”
내게 대답하면서까지 계속해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 로제.
“그거, 드래곤이다.”
“아아~ 그렇구나아~ 드래곤…………드래…………네에에엑?!”
본인이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마침내 자각한 로제가 뒤로 물러서며 눈앞의 드래곤을 바라본다.
“이, 이 귀여운 생명체가 드래곤이라구요?”
“그래.”
“부, 부총장님 같은?!”
“나이는 훨씬 어리지만…………그 드래곤이 맞다.”
“어, 어떻게 드래곤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는 거죠?”
“그건…………”
“──알이 아직 헤츨링이기 때문이지. 태어난 지 15년밖에 되지 않았거든.”
나를 대신해서 스칼렛 본인이 직접 설명해준다.
아까부터 둘을 상대한다고 하기에 얼마나 대단한 소환수를 두고 있나 했더니, 드래곤이었나.
확실히, 드래곤 계열의 소환수라면 최상급 소환수라 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아무리 헤츨링이라 하더라도 나까지 상대하는 건 좀 어렵지 않겠나.”
나 역시 태생이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평범한 악마가 아닌 대공의 지위를 가진 대악마 중 하나인 나 역시 종의 등급으로만 따지자면 드래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태생이었다.
“내가 로제양과 같은 5 서클이었다면 힘들었겠지. 하지만, 아카데미의 학생회장은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난 존재여야 해서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스칼렛은 양손의 손가락을 6개만 펴며 말했다.
“6 서클 정도면 그대들과 대련을 해도 충분하지 않겠나?”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야기하는 스칼렛. 어떻게 보면 로제와 단 1 서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5 서클과 6 서클의 차이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저 헤츨링도 6성이라는 말일 텐데, 6성이라면 초월기도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소환수가 6성에 도달하면 해금되는 기술. 초월기.
일종의 필살기와 같은 스킬이었다.
“그거라면 당연히 봉인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알이 대련장에서 초월기를 사용했다간 프리즘 스톤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초월기를 봉인한 상태에서의 대련인가.
“…………그레고리님.”
“음?”
뒤에서 들려오는 나의 이름에 고개를 돌리자 굳을 결의를 다진 듯한 로제의 모습이 보였다.
“저, 한번 해보고 싶어요!”
대련만큼은 너무 지친다며 꺼려했던 평소의 로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
“학생회장은 네가 상대해본 상대 중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상대일 거다.”
“네!”
“솔직히 말하자면 이긴다는 생각조차 힘들 정도로 강한 상대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가?”
“네!”
“왜지?”
나는 어째서 로제가 이렇게까지 강자랑 대련을 하고 싶어하는 지 이유를 듣고 싶었기에,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주먹을 꾸욱 쥐며 대답하는 로제.
“되찾아야 하니까요!”
“…………응?”
“그레고리님. 이제 마계에 가실 수 있게 되셨죠? 5성이 되면 마계로 갈 수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그랬었지.”
“원래 그레고리님은 마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셨을 텐데. 이대로 마계에 돌아갔다간 그레고리님이 창피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서 강해질게요! 그레고리님도…………저를 이만큼 강하게 해주셨으니까요! 가족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해주셨으니까요!”
아. 그것 때문이었나.
얼마 전 로제와 함께 갔었던 델리니아.
당시의 로제는 따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무척이나 행복했던 것이었다.
패배자이자 낙오자인 로제 폰 유글리아가 아닌 일 학년의 다크호스, 로제 폰 유글리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 그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운 딸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로제가 나를 위해 강해지고자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하여튼.”
아직도 부릅! 눈을 뜨고 있는 로제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스윽스윽 쓰다듬는다. 여전히 염색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머리.
“내 소환사는 너무 착해서 탈이구나.”
“헤헤…………”
갑작스러운 나의 쓰다듬에 굳어있던 로제의 표정도 점차 풀리기 시작한다. 로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하더라도 일단은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내 소환사는 오히려 환영을 하고 있군. 그렇다면 남은 건…………유켈. 너는 어떻지? 학생회장과의 대련. 괜찮겠나?”
“동의.”
내 질문을 받은 유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 봉인으로 힘의 소실 확인. 복구 필요.”
역시, 라스가 재앙과 싸움을 벌인 이후 줄곧 봉인되어 있던 건가.
그거라면 원작 스토리 속의 유켈이 어째서 이렇게 약화되었는지 설명이 되었다. 애초에 그녀는 신성교단에서 온갖 실험을 받으며 만들어진 인간 병기였으니까.
“그렇다면 세 사람 모두 동의한 것이군. 그렇다면 지체하지 않고 곧장 진행하도록 하지.”
우리 모두의 동의를 얻은 학생회장은 그대로 몸을 돌려 곧장 대련장에 있는 교관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련장의 사용을 위해서는 무조건 교관이 그 자리에서 관리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아카데미의 교칙 때문이었다.
“헤츨링이라 하더라도…………부총장님만큼 강하겠죠?”
스칼렛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내게 조용히 묻는 로제.
“그렇겠지. 드래곤이란 그런 종족이니까.”
“으으. 그런 대답을 들으니 더 긴장되네요. 그런데, 어째서 드래곤들은 제 손길을 좋아하는 걸까요?”
“음? 다른 드래곤도 만져봤나?”
그런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로제.
“네, 부총장님에게 일대일 교육을 받을 때도 저한테 머리를 쓰다듬게 시키셨거든요.”
“…………그 부총장이?”
“네. 기분이 좋다면서. 그래서 보충수업 때마다 가끔 쓰다듬어드리고 있어요.”
…………드래곤들이 좋아하는 손길이라니. 이것도 어릴 때부터 피운 세계수의 잎 때문인가?
레빈포트의 말대로라면 로제의 몸 안에는 세계수의 기운과 무척 흡사한 마나가 흐르고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로제는 평범한 엘프로서의 격을 뛰어넘은 상황. 아무래도 이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흡연자이기 때문인 것 같군.”
“네? 드래곤들이 흡연자를 좋아하나요?”
“모든 흡연자는 아닐 테지만………… 레빈포트의 말대로라면 네가 지금까지 피우던 담배 덕분에 네게서 세계수의 기운이 진하게 느껴진다 했었으니, 아마 이 이유가 맞을 거다.”
“오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알을 만나러 올 때마다 한 개비씩 피워야겠네요.”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스칼렛.
아무래도 교관과 이야기가 잘 된 모양이었다.
“로제.”
“네!”
“최선을 다해야 겨우 버틸 수 있을 거다. 시작부터 전력으로 임해라.”
“넵!”
로제는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 알아들을 테고…………
“유켈.”
본인의 이름이 불리자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 유켈.
“상대는 드래곤이다. 등장했을 때의 이팩트와 색깔을 보면 불 마법을 위주로 하는 드래곤이겠지. 이프리트로 상대할 때는 드래곤을 노리는 것보단 소환사인 스칼렛 쪽을 노리는 것을 우선으로 해라.”
“…………확인.”
그녀 역시 내 의견에 동의하는지 따로 질문을 해오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지.”
“네!”
“확인.”
그대로 우리는 곧장 스칼렛이 서 있는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여전히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스칼렛. 그런 그녀의 어깨에 앉아있는 작은 헤츨링은 따분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헤츨링이어도 드래곤이라는 건가.
눈빛만 보아도 나를 깔보는 게 느껴진다.
그래, 언제까지 그런 눈으로 나를 볼 수 있는지 두고 보자.
드래곤 vs 바퀴벌레.
판타지 세계관 최강의 종족 vs 지구 최장기 체류 종족 간의 전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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