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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속 악마대공이 되었다-158화 (158/169)

〈 158화 〉 아카데미의 전학생 ­ 6

* * *

“양측 모두 준비는 됐나.”

대련을 위해 대련장 밖에 선 교관은 대련장 양 끝에 선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학생회장 스칼렛 룬 게르스톨. 준비됐습니다.”

“1학년 로제 폰 유글리아! 준비됐어요!”

“준비 완료.”

양측 소환사들로부터 모두 대답을 들은 교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학생회장이 대련이라니, 웬일인가 싶어서 일단 관리자를 해주겠다 했지만………… 양측 모두 너무 격한 대련은 삼가하도록.”

그리고 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드는 손.

“준비, 시작”

허공을 가르듯 손을 휘두르며 대련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의 옆에 서 있던 유켈이 먼저 자신의 소환수를 부른다.

“이프리트.”

자신의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식물이 솟아나듯 땅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새빨간 불기둥. 이내 거대한 형체를 이룬 불의 정령, 이프리트는 원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라는 듯 유켈의 뒤에 자리 잡았다.

그럼 나도 준비를 해야겠지.

“변신.”

이제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린 화려한 이팩트. 순식간에 바퀴벌레 폼으로 변한 나는 곧바로 몸을 숙여 바닥에 몸을 붙였다.

“폭발적인 속도.”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발동합니다.]

세 쌍의 다리를 이용해 학생회장, 스칼렛을 향해 곧장 다가간다. 실제로 이족보행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포복 전진하는 것도 있었지만, 과거 스칼렛이 내 모습에 공포를 느꼈던 사실을 떠올리고 더욱 공포를 유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취한 것이었다.

“히익!”

물론, 뒤쪽에 있는 유켈에게도 정신적인 데미지가 들어간 모양이었지만.

엄청난 속도로 스칼렛을 향해 기어가자 그녀의 표정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자 동시에 몸을 일으키며 날개를 활짝 펴는 헤츨링 알

───────!!!

녀석이 입을 벌리고는 있는 힘껏 피어를 발산하자 미약하게 스칼렛에게서 느껴지던 공포의 감정이 거짓말같이 뚝 끊겼다.

자신보다 격이 낮은 상대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기술인 드래곤 피어를 통해 공포를 덧씌움으로써 내게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만든 모양이었다.

저런 식으로도 피어가 사용이 가능한 건가.

그래도, 아직 내게는 이미 충분히 가속된 속도가 있다.

“그레고리 펀치.”

그저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주먹을 뻗은 것에 불과한 것을 나도 모르게 입으로 그레고리 펀치라 외치며 날리고 있었다. 항상 로제의 옆에 붙어 다녔기 때문일까? 이미 로제에게 옮아버린 모양이다.

“알.”

짧게 읊조린 그녀의 목소리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하며 주변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킨다.

“쯧.”

방금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새빨간 베리어가 형성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곧바로 두 번째 작전을 실행한다.

“검은 늪.”

스칼렛을 기준으로 주변을 둘러싼 돔 형태의 베리어 위로 바퀴 때를 소환한다.

계속해서 막아내겠다면 맨 위부터 서서히 갉아 먹으면 될 뿐. 다른 소환수의 베리어도 아닌 드래곤의 베리어였기에 동시에 바퀴들에게 탐을 부여하여 실드를 뚫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호오, 마력 자체를 갉아먹는 벌레들인가. 그야말로 파괴적인 벌레들이다만…………심히 징그럽군.”

새까맣게 물든 베리어의 안에서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면 일단, 전부 날려주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오며 순식간에 베리어가 부풀기 시작한다. 재빨리 몸을 숙이며 폭발에 대비. 동시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베리어가 폭발하며 베리어를 뒤덮고 있던 바퀴들이 박살이 나거나 폭발의 여파로 인해 허공에 휘날리기 시작했다.

“뭐, 처음부터 먹힐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곧바로 검은 늪을 해제하며 마력 소모를 억제. 돔 안에 있던 스칼렛과 알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이미 사라지고 있는 바퀴들의 사이로 지팡이를 뻗고 있는,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로제!”

“로제 브레스으으으으───!”

가려져 있던 시야 덕분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허공에서 들려오는 로제의 외침을 들은 스칼렛이 코웃음을 친다.

“브레스라니, 무슨 엘프가 브레스를───”

­스칼렛! 진짜 브레스야!

“뭐?”

로제의 손에 들려있는 세계수의 지팡이 끝이 환하게 빛남과 동시에 마치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는 듯한 엄청난 불꽃이 스칼렛과 알을 덮친다.

순간적으로 환하기 빛나는 불빛에 눈을 찡그리며 뒤로 후퇴. 이미 멀찍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열기가 피부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언데드 상태의 릴리 폰 유글리아마저 인정한 로제 최강의 공격기. 이거라면 녀석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으리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크와아아아아───!!!

상대 역시 드래곤이라는 것일까. 스칼렛의 어깨에 앉아 있던 알 역시 브레스를 내뿜으며 로제의 브레스를 맞받아 쳐낸다.

서로 뒤엉키며 이내 경로를 바꿔 허공으로 치솟는 두 생명체의 브레스. 마침내 서로에게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스칼렛은 정말 어이없다는 듯 로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해야 엘프가 드래곤 브레스를 쏠 수 있는 거지?”

­이상해!

저쪽 역시 다짜고짜 로제가 브레스를 쏘니 당황했던 모양. 이에 허공에 머물러 있던 로제는 바닥에 착지하며 외친다.

“재능이에요!”

…………그래,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덕분에 시작부터 상당한 힘을 썼군. 아무리 알이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브레스는 용족의 비장의 기술 같은 것이니.”

스칼렛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지금껏 그녀의 어깨에 앉아 있던 알이 바닥으로 내려온다.

뒤이어 말을 잇는 스칼렛.

“그러니, 우리도 제대로 날뛰어보도록 하지. 알?”

­응! 준비됐어!

알의 몸이 화염에 뒤덮인다. 작은 강아지만 했던 알의 몸을 뒤덮은 불꽃은 서서히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어린아이 정도의 크기로 커지기 시작했다.

화륵.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꺼지며 모습을 드러낸 새빨간 머리의 소년.

“폴리모프. 인가.”

인간의 모습으로 모습을 바꿨다는 것이 시사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육탄전으로 돌아서겠다는 것.

로제 역시 이를 짐작했는지 곧바로 지팡이를 홀더에 꽂고는 자신의 애검이 되어버린 「불굴」을 손에 듦과 동시에 브레스를 사용하며 마력을 크게 소비한 것인지,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는 마법을 통해 불을 붙였다.

“이쪽도 델리니아의 폭주 기관차. 로제로 변신한 거예요!”

그걸 폴리모프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하지.

허나 이걸 입 밖으로 꺼낼 생각은 없었기에 나 역시 로제와 합류하며 눈앞의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유켈, 준비는 됐나.”

“문제없음.”

지금껏 뒤에서 기도문을 읊으며 전투 준비를 하고 있던 유켈과 이프리트가 합류한다. 아카데미 내부를 돌아다니며 들은 바로는 내게 복수하기 위해 공포의 내성을 크게 상승시키는 기술을 배웠다는 모양.

“소환사끼리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 소환사와 소환수를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아직 스칼렛의 전투를 본 적이 없으니 최대한 유의하며 상대하도록.”

“확인.”

“우선 로제와 내가 헤츨링 쪽을 상대하마. 로제, 준비는?”

“엔진 가동이에요!”

됐다는 뜻이겠지.

곧장 로제의 「불굴」과 내 양 주먹에 탐을 부여한 뒤 스칼렛의 앞을 떡하니 막고 있는 알을 바라보았다.

“좋아. 가자.”

“네!”

곧장 로제가 본인과 내게 온갖 보조 마법을 부여하고, 다시 한번 [스킬 : 폭발적인 속도]를 이용해 속도를 높인 나는 알을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레고리 펀치’라고 말하지 않았다.

“피하지 않아!”

자신의 양팔을 X자로 교차하여 내 주먹을 막아낸 알이 외친다.

마치 갑옷을 두른 듯 그의 피부를 뒤덮고 있는 새빨간 비늘들. 드래곤의 특징 중 하나인 용갑(?)이었다. 대부분의 마법을 상쇄하거나 약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사기적인 특성이었지만…………내 탐은 평범한 마법들과 궤를 달리하는 마법.

“뜨거워?!”

팔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놀란 녀석이 곧장 나를 밀어내지만, 우리의 연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블랙 파이어 로제 슬레쉬!”

로제가 내 아래로 파고들며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크윽! 저리 가────!!!”

지근거리에서 쏘아지는 드래곤 피어. 이에 로제의 몸이 잠깐 움찔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 아카데미 누구보다도 가장 공포에 대한 면역이 강한 학생이었다.

“하나도 안 무섭거든요!”

곧장 녀석의 옆구리를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는 로제, 이에 녀석의 몸이 꺾이며 옆을 향해 날아갔어야─── 했지만.

“공녀는 너무 없는 취급하는 것 아닌가?”

알의 옆구리에 생겨난 베리어가 로제의 공격을 상쇄하며 알에게 들어갔어야 할 충격을 차단한다.

“유켈!”

“활동 개시.”

이프리트의 손 위에 올라가 있던 유켈. 이프리트는 그런 유켈을 마치 공을 던지듯 스칼렛을 향해 있는 힘껏 날린다. 이내 허공을 가르는 그녀의 손이 환하게 빛나며 새하얀 창 한 자루가 생겨났다.

그대로 곧장 스칼렛을 향해 날아가는 유켈. 이에 스칼렛은 여유롭다는 듯 다시 베리어를 만들어 그녀의 공격을 막아내고자 하지만.

“이프리트.”

그녀의 아래에서 폭발하듯 생겨난 불꽃이 유켈을 더욱 위로 올려 베리어와 충돌하지 않게끔 만든다.

“스칼렛!”

이러한 상황에 스칼렛을 향해 달려가려는 알. 그런 녀석을 향해 발차기를 날리며 스칼렛으로부터 더욱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설마 우리가 너를 그냥 가게 둘 거 같나?”

“순순히 처맞고 심상공간에나 가시죠!”

인간화가 되었기 때문일까. 알이 더이상 귀엽지 않은 것인지 로제는 알을 향해 무자비한 소리를 내뱉으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래야 내 소환사답지.

드래곤과 바퀴벌레.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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